노 : 몇 개만 더 묻겠다. 박봉팔 회장이 얼마 전 우리 홈페이지에 노무현 대통령께 편지를 썼다. “드디어 언론사 만드는 과업이 거의 다 됐다. 당장 봉하에 가서 엎드려 말씀드리고 싶지만 여기 회원들과 함께 보고를 드린다”라고.
유 대표와 노무현 대통령도 뗄레야 뗄 수 없지 않나. 본인에게 대통령은 어떤 의미로 남아 있나.
유 : 그게 갈수록 불명확해 지는 것 같다. 처음에는 분명한 것 같았는데 시간이 가면 갈수록 뭐라고 규정을 짓기가 굉장히 어려워지는 것 같다.
노 : 정의내리기 어려운 그런? 몰라서가 아니라.
유 : (고개를 끄덕이며) 자꾸 그 전에 못 보던 것도 있고, 그래서. 말로 표현하기가 어려운 것 같다.
봉하마을 묘역에 공동대표들을 모시고 다녀왔다. 다들 노무현 대통령과 인연이 있더라. 심 대표도 봉하에서 80년대에 운동하면서 대통령을 만났던 인연이 있다고 하더라. 이정희 대표는 2002년 개표하는 날 밤에 애기를 데리고 시내에 나갔다가 지갑을 잃어버렸다고 하더라.
결국 삶이라는 것은 개인적인 연이든 집단적인 연이든 다 인연으로 이루어지는 것 아닌가 한다. 여러 정치상황 속에서 서로 간에(통합되기 전 진보들끼리) 규정을 하면서 그런 인연들이 보이지 않았는데 지나놓고 보니 심 대표는 옥포 조선에서, 뭐 그런 이야기며 등등이 그런 연들이 쭉 쌓여서, 그런 인연의 바탕위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됐다는 생각이 새삼 든다.
그 인연의 범위가 어디까진지도 잘 모르겠고, 그 인연의 성격을 어떻게 규정해야 될지도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왜냐면 사람들이 특정하게 대통령을 해석하는 사람들만 거기(봉하)에 오는 것이 아니고 이제는 굉장히 광범위하게 저마다 나름의 인연, 나름의 해석을 하면서 오지 않는가. 그 자체로 다 좋은 것 같다. 내 생각에는.
노 : 자서전도 직접 쓰셨는데 잘 모른다니 (웃음)
말은 저렇게 했지만 유 대표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 것 같았다. 세상에는 정의할 수 없는 것, 분석할 수 없는 것이 엄연히 존재한다.
만약 모든 것에 명쾌한 정의를 내릴 수 있다면 그것은 그렇게 할 수 있다고 말하는 자가 신이거나, 사기꾼이거나, 서양의 분석적 학문 방법에 매몰된 수준 딱 그만큼이다.
어쩌면 유시민은 이제 노무현의 의미를 함부로 정의할 수 없고 잘 모르겠다고 말할 정도로, 자신의 삶에 노무현이 녹아있는 것은 아닐까.
유 : 근데 참 좋았어요. 두 분 공동대표들 모시고 같이 봉하에 가니까 되게 좋더라고 나는.
노 : 나도 그 영상을 봤는데 참 좋아 보이더라.
유 : (웃음) 묘역 앞에서 너무 좋아할 수도 없고 그랬는데 하여튼 사저에 갔을 때 여사님도 되게 좋아하셨고. 좋았던 것 같다.
노 : 잘 들었다. 이제 마지막 질문이다. 아직도 운명이라고 생각하나?
유 : 뭐가?
노 : 운명이라고 하지 않았는가.
유 : 아, 그거는 노무현 대통령... (잠시 생각) 그런 느낌은 있다. 그 분이 그렇게(대통령) 되실 수밖에 없었던 것은 아니냐. 어느 어느 고비에선가 다른 선택을 하셨다면, 그랬다면 달라질 수 있었을까. 생각해보면 그런 것은 아니고 그냥 어떤 선택을 어느 고비에서 하셨든 간에 그렇게 갈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노 : 그 운명에 본인도 같은 선상에 놓여있다고 생각하시나?
유 : 아니. 나는 그것하고 다르다. 나는 그러니까 노무현 대통령이 국민들하고 맺은 관계하고 제가 맺은 관계가 좀 다르다.
사실 뭐 사람들이 노무현 대통령께 미안하게 생각하는 분들이 굉장히 많았지 않나. 청문회 스타 때, 소위 그 시절에 노동자들 또 광주의 5공 정권 피해자들이 고맙게 생각하는 거기서 시작을 해서 3당 합당을 안 따라 가니까 또 민주주의를 바라고 권위주의 종식을 아주 바랬던 사람들이 고맙게 생각한 거지.
거기서 노 대통령이 또 떨어지니까 미안하게 생각하고. 그런 와중에 부산에 출마해서 또 떨어지니까 이게 지역구도 잘못되었고 타파해야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보기에도 미안하고 이런. 국민들에게 받을 빚이 아주 많았다. 대통령이 되기 전에.
그리고 대통령이 되고 나서 이제 빚 다 갚았다, 노무현이한테 빚진 것 없다. 이래서 좀 국민들이 야박하게 대통령을 대했고요.
그러고 나서 돌아가시고 나니까 또 사람들이 엄청 빚을 졌다는 느낌이 드는 거야. 그런 것들이 조문으로 표현되고, 지금은 여론조사에서 좋아하는 정치지도자 이런데서 1위로 표현되고 그렇게 되는 것 아니겠나? 아, 저 사람이 마음으로 생각하고 있던 것. 저 사람의 진심 그런 것들을 우리가 다 알아보지를 못했다는 그런 미안함. 그런 것들이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지지로 오는 것이지.
그런데 사실 국민들이 저한테 미안해야 할 것이 별로 없잖아요. 저는 그렇다. 뭐 사실 오히려 제가 미안하지. 왜냐면 젊은 나이에 국회의원도 두 번이나 시켜주고, 대통령 잘 만나서 장관도 했고, 소위 출세도 할 만큼 했고. 그리고 지 잘난 맛에 좋은 학교 나와서 살고 있는 놈인데 뭐 그렇게 국민들이 날 보면서, 우리 열성팬들 빼고. (웃음)
열성팬들도 그래. 나한테 미안할 것은 없잖아. 자기들이 좋아서 그러는 것은 내가, 오케이. 좋아서 그러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치더라도 저를 좋아하는 분들이 저한테 미안함을 느껴야 되는 이유는 별로 없다고.
말하자면 사람들한테 별로 이렇게 나한테 “빚을 졌다”라는 느낌을 줄만한 정치적 선택을 하거나 그런 것이 없어 나는. 노무현 대통령을 좋아하는 분들은 자기들이 대통령을 좋아하니까, 또 내가 열심히 옆에서 했으니까 “저 사람한테 신세 좀 졌다”는 그런 생각이야 조금 하겠지만 일반 국민들은 별로 그런 게 없지.
그러니까 (대통령과 나는 국민들과 맺은) 관계가 다르다. 그렇게 연이 맺어지고 일종의 마음의 빚이 생기는 이런 관계가 만들어지고 나면 그때부터 얽히는 거다. 진짜 깊게. 그래서 대통령님의 경우는 그 정치행로 자체가 어떻게 보면 도저히 벗어날 수 없는 그런 운명적인 행로를 간 것 아니냐 싶은 거지.
그 많은 인연들과, 말하자면 전혀 모르는 사람들 사이에 (노무현에게) 빚을 졌다는 느낌. 이런 것들이 있는 관계였던 반면 나는 별로 그렇지 않지 않느냐. 그러니까 좀 다르다.
나는 “운명적으로 간다” 뭐 이런 것은 아니지. 아니고. 그냥...
이건 좀 “지금 있는 구조나 이런 것은 창피하다, 문제가 너무 많다. 그리고 생각하기에 진짜 부끄럽다. 우리가 공화국 주권자로서 자부심이 있는데 이게 뭐냐”라는 이런 게 (나는) 강하다. 그래서 이것을 좀 바꿔봐야 되겠구나 하는 그런, 오히려 적극적으로 내가 지금 상황에 작위를 가하고 있는 것이지 내가 부딪힐 수 없는 어떤 것 때문에 운명적으로 끌려들어가는 것은 전혀 아니다. 나는 떠나려면 언제든지 털고 떠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팬들에게 빚진 것은 좀 있지. 후원도 뭐 오래 해줬고... 이런 거에 대해서는 빚진 마음이 있어. 그러나 국민 일반에 대해 빚졌다고 생각 하는 것. 그게 그렇게 운명적이지는 않아요. 국민들 입장에서도 뭐 “저 친구 장관도 지냈고, 젊은 나이에 똑똑한 것 같은데 뭐 좀 더일을 하지” 이런 마음은 있지만 “(노무현 대통령처럼) 저 사람을 꼭 뭘 하도록 해야 돼” 이런 것은 없다.
비교적 노무현 대통령이 국민들과 맺은 관계에 비하면 내가 맺은 관계는 서로 간에 부담이 훨씬 덜한 관계라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그게 운명이 안 되지 그거는. 말이 길어졌네. (너털웃음)
자신은 운명이 아니라고 말하는 그. 그에게서 나는 왜 그런지 미련스레 운명을 본다. 이것이 노무현과 유시민을 동일시하는 오류를 범하는 행위라도, 나는, 이 생각을 깨고 싶지가 않다. 그냥 그렇게 믿고, 그와 함께 이 세상을 살고 싶다.
그리고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는 전형적인 리버럴리스트 유시민이, 창피하고 좀 바꿔야겠다는 생각에 자신에게 어떤 ‘작위’를 가하고 있다고 한다. 이것 하나라도 국민들은 그에게 충분히 빚을 지고 있다.
어쩌면 유시민은 우리의 지지를 받으며 우리에게 빚을 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우리도 유시민에게 어떤 빚을 지고 잇는지도 모른다.
굳이 2002년 노무현이 대학 안 나왔다고 저러는 거라며 자기가 그 밑에서 박박 기겠다고 선언했던 그 때와, 2008년 2월 노무현이 봉하에서 “내 과”라며 손을 들어준 그 때를, 그리고 2009년 5월의 그 날 이후 유시민이 스스로에게 어떤 작위를 가하기 시작한 바로 그 때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함께 해 온 일련의 환경 속에서 우리는 유시민에게 빚을 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노 : 아니다. 운명은 알 수가 없지 않나. 정치현안 관련된 것은 이정도로 하고, 지금까지 말씀하신 것은 다 기사로 쓰도록 하겠다. 이제 잡다한 이런 것을 박봉팔닷컴 스타일대로 체리토끼부터 질문을 드리겠다.
체리 : 자잘하고 기발한 것 질문 드릴게요. (이하 체리토끼·냉이아빠 기사참조)
***
유시민과의 인터뷰는 이렇게 끝났다. 솔직히 시간이 어떻게 갔는지도 모르겠다. 그와의 대화는 재밌었고, 유익했으며 심지어 어떤 행로를 밝혀준다는 느낌을 안겨줄 정도로 지적이었다.
왜 있잖아. 유시민의 연설을 들으면 나도 모르게 입이 벌어지고 격동의 주장이 굽이치는 순간 순간 내 무릎을 탁! 치게 되는. 그런 것. 마주하고 나눈 대화 역시 그가 수 없이 했던 주옥같은 명언들처럼, 내 머리를 환하게 밝혀 주었다.
그리고 4편의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그의 발언은 눈치 챈 독자들도 있겠지만 그 답지 않은, 무언가 깔끔하지는 않은 워딩이 나왔다. 거의 그대로 충실하게 옮기려 노력했다. 유시민은 아직도 아프고 슬픈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유대표님도 여전히 치유중일 거라고 봅니다. 예전에 서거 후, 딴지 김어준 총수가 유대표를 인터뷰했는데, 그 기사가 실리지 않았던 적이 있습니다. 아마도 그 인터뷰는 결국 인쇄화되지 못했을 거라고 보고요. 유시민이라는 한 개인이 입은 상처가 너무 적나라해서 싣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유시민 대표를 딱 한 번 봤는데, 서울역 분향소에서였습니다. 그 초췌하던 모습과 눈동자가 아직도 생생합니다. 김어준 총수가 과거에 노무현과 유시민을 영혼의 쌍둥이라고 했었는데, 진짜 마치 반쪽을 잃어버린 느낌이 들었습니다. 정치적으로는 아버지이자 형이자, 서로 대화가 되는 상대였을 사람을 잃었을 테니까 말입니다.
아마 우리 봉팔러들도 가끔 노대통령 생각하면서 눈물 흘릴 때가 있지 않습니까?
아... 씨바.... 유시민 대표도 그럴 거라고 봅니다.
유대표님도 여전히 치유중일 거라고 봅니다. 예전에 서거 후, 딴지 김어준 총수가 유대표를 인터뷰했는데, 그 기사가 실리지 않았던 적이 있습니다. 아마도 그 인터뷰는 결국 인쇄화되지 못했을 거라고 보고요. 유시민이라는 한 개인이 입은 상처가 너무 적나라해서 싣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유시민 대표를 딱 한 번 봤는데, 서울역 분향소에서였습니다. 그 초췌하던 모습과 눈동자가 아직도 생생합니다. 김어준 총수가 과거에 노무현과 유시민을 영혼의 쌍둥이라고 했었는데, 진짜 마치 반쪽을 잃어버린 느낌이 들었습니다. 정치적으로는 아버지이자 형이자, 서로 대화가 되는 상대였을 사람을 잃었을 테니까 말입니다.
아마 우리 봉팔러들도 가끔 노대통령 생각하면서 눈물 흘릴 때가 있지 않습니까?
아... 씨바.... 유시민 대표도 그럴 거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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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유시민 대표를 딱 한 번 봤는데, 서울역 분향소에서였습니다. 그 초췌하던 모습과 눈동자가 아직도 생생합니다. 김어준 총수가 과거에 노무현과 유시민을 영혼의 쌍둥이라고 했었는데, 진짜 마치 반쪽을 잃어버린 느낌이 들었습니다. 정치적으로는 아버지이자 형이자, 서로 대화가 되는 상대였을 사람을 잃었을 테니까 말입니다.
아마 우리 봉팔러들도 가끔 노대통령 생각하면서 눈물 흘릴 때가 있지 않습니까?
아... 씨바.... 유시민 대표도 그럴 거라고 봅니다.
노근 기자님 인터뷰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