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EBS에서 다큐 하나 봤어. 2003년 재독철학자 송두율의 37년만의 입국과 구속, 재판, 석방까지의 과정이 담긴 작품이야. 광기와 야만의 레드 콤플렉스를 털지 못한 우리 사회단면을 보여준 사건이었어. 과거 북한관련 그에 행보에 대해 강요된 사과와 전향까지, 한 지식인을 탈탈 털고도 모자라 찢어발기듯 잔인한 폭력을 무차별 가하더라.
당시 그를 초대했던 친구들이라는 진보지식인들마저 다가오는 총선과 집단의 안위를 위해 그의 가족의 인권이나 진정성이 짓밟혀가는 현상을 그의 탓으로 내모는 살벌한 분위기. 보수언론이나 단체들이 주장하던 간첩이라는 낙인을 진보지식인들마저 한국사회에선 어쩔 수 없는 일이니 사죄하라는 논리로 등떠밀더라고.
어디로 가는 줄도 모르고 함께 광풍에 미쳐갔던 거지. 참고 참으며 보던 중, 잠깐 화면 속에 노대통령의 모습이 비쳐지는데.. 슬픔이 울컥 터지더라.
9개월여의 끔찍한 조국방문을 마치고 독일로 떠나기 전 그는 고향 제주도로 내려가 내내 그리워하던 바다 내음을 들이키며 조금은 웃더라고. 세상 어느 곳에서도 맡을 수 없는 짙고 생생한 제주바다에 잠시나마 위로받는 듯 했어. 스스로를 경계인이라며 외롭게 타지에서 떠돌던 그가 아내와 아들들과 살을 기대며 살고 싶어하던 이 땅이 보여준 것은, 한 사람도 품어내지 못하는 옹졸하고 미성숙한 폭력성이었어. 보는 내내 치미는 울화와 답답한 슬픔.
우리에게 경계를 풀 날은 아직도 요원한 건가?.. ... 후아... 어떤 이의 말대로, 그는 오로지 학자적 중립이라는 감상에 빠져 37년의 세월을 떠돌듯 경계인으로 살아왔던 걸까.... 비겁하게...........
부끄럽고 답답하지만 그래도 아주 조금씩은 나아지고 있다고 믿을란다. 우리는 더 나아지는 거지.. 그치
야 기분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