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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분야에서 이렇게 빨리 박원순과 조우하게 될 줄은 몰랐다. 그는 이미 천직을 찾은 사람이라고 확신 했었으니까. 분명한건 정치분야 역시 가장 중요한 공익의 땅이라는 점에서는 박원순이 가지고 있는 지향점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다. 다만 그에게 직접 묻지는 못했지만 그가 좀 더 오래 머무르며 열정을 불태우고 싶었던 곳은 여전히 더 유연하고 자유롭게 그리고 창의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사회적 기업이라는 중간계였음이 분명하다.
요즘 박원순 검증이 한창이다. 정치적 관점의 검증은 그를 소셜 디자이너이자 한국의 유누스로 추앙하고 존경하는 이들에게는 낯설기도 하고 심한 이질감과 거부감을 동반하게 만든다. 어떤 기준과 잣대로 검증하느냐에 따라 동일한 사안도 아주 다른 결과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영역에 스스로 뛰어 들기로 결심한 이상 박원순은 성실하게 이 바닥의 검증에 응해야 하고 이 과정을 통해 정치인 박원순의 정체성을 스스로 정립해 나가야 한다.
개인적으로 필자는 박원순의 능력과 자질을 매우 높게 평가한다. 그는 충분히 기득권에 편입되어 세속적인 성공을 만끽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사회에 새로운 동력을 마련하기 위해 열정과 헌신을 아끼지 않은 긍정적 의미의 공익에 온 몸을 바친 일 중독자이기 때문이다. 그는 고정관념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사람이며 많은 사람들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실험적 시도를 여러번에 걸쳐 성공으로 이끈 사람이다.
정치인 이전에 그가 어떤 사람인지를 차분하게 생각해 볼 수 있는 글을 하나 링크한다. 필자의 정신적 스승이신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장과 연구원들이 2006년 한국형 공익사례 연구의 일환으로 인터뷰한 내용이다. 원본을 찾을 수 없어 인터뷰 내용을 스크랩한 까페글을 인용한다. 인터뷰 시점이나 인터뷰어들이 정치적 편향성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 조금 더 객관적인 참고자료가 될 것이라 믿는다. 찬찬히 일독해 보기를 권한다.
기존에 그가 활동해 왔던 영역에서도 박원순의 스탠스는 유연한 진보에 가깝다. 그는 지속적으로 사회적 동력을 생산할 수 있으려면 공익단체도 자립할 수 있는 최소한의 수익구조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믿었고 참여연대, 아름다운 재단, 아름다운 가게, 희망제작소 모두 정부나 기업의 후원과 기부에만 의존하지 않고 자립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그가 소중하게 일으키고 열정을 쏟은 이전 단체를 떠나 새로운 단체로 옮긴 시점이 대부분 이 임계점에 도달할 때 쯤이었음은 음미할만한 대목이다.
현재까지 거론된 검증이슈들에 대한 박원순의 해명은 더하거나 뺄 것도 없이 있는 그대로의 그의 생각과 행동을 말했다고 평가하고 싶다. 무언가 떳떳지 못한 것이 있을 것이라는 전제하에 판단하고 평가하는 언론과 관전자의 관성으로 보면 앞으로도 새로운 이슈는 계속 제기될 것이다. 필자가 더 주목하고 싶은 것은 정치계에 본격적으로 입문한 그가 얼마만큼 학습능력을 발휘해 상대적으로 나이브했던 정치의식과 철학을 가다듬고 국민들에게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훌륭한 정치인들을 알아보고 힘을 모을 수 있느냐다.
국민참여당 당사 방문이나 유시민 펀드를 차용한 박원순 펀드의 성공 등을 감안해 봐도 그렇고 정치영역에서 몇 안되는 자기답고 창조적인 방식의 정치를 지향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앞으로 박원순과 유시민 대표는 어떤 형태로든지 정치적 동지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다. 조금 더 나아가 보면 향후 대선국면에서 안철수와 박원순이 정치적 연대의식과 지지를 표명할 만한 정당과 인물은 진보통합정당과 유시민 대표뿐이라고 필자는 확신한다.
내년 총선과 대선 모두에서 야권의 힘을 모으고 조율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게 될 문재인, 한명숙, 이해찬, 문성근, 이정희 등이 손학규의 민주당으로부터 유시민과의 대회전을 어떻게 만들어 나가게 할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야권대선주자 지지율 관련 보도에서 의도적으로 잊혀져 가고 있을만큼 유시민 대표의 지지율이 하락세인 것은 사실인듯 보이지만 조금만 내용을 들여다 보면 적절한 시점까지 잠재적 우군들에게 골고루 지지세가 한시적으로 옮겨가 있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왜 유시민이 여전히 가장 유력한 야권 대선주자일 수 밖에 없는지, 그걸 가능하게 만들 중요 변수들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별도의 글을 통해 조금 더 자세하게 설명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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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