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창원에서 열린 유엔 사막화방지협약 10차 총회 행사장 옆 옥외전시관에 마련된 4대강 홍보부스. /정용인 기자
ㆍ창원서 열린 유엔사막화방지협약 홍보강행… 경남도·단체와 마찰
194개국이 참여하고 있는 유엔 사막화방지협약(UNCCD) 10차 총회(이하 총회) 행사가 끝났다. 경남 창원에서 10월 10일부터 2주간 열린 큰 행사다. 아시아에서는 최초로 열린 행사다. 개최국인 한국은 다음 총회가 열릴 때까지 2년간 의장국의 지위를 갖는다. 사막화 관련 NGO 단체들로부터는 "너무 추상적이고 원론적인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받았지만 사막화나 토지 황폐화, 가뭄의 피해를 줄이기 위한 이행계획을 담은 '창원 이니셔티브'라는 목표도 채택됐다.
그런데 행사장 주변에서는 또다른 논란이 있었다. 총회가 열린 창원컨벤션센터 바로 옆 '옥외전시장'에 국토해양부가 설치한 4대강 홍보부스를 둘러싼 논란이다.
"주관하고 있는 산림청이나 경남도와는 일종의 '신사협정'을 맺었다. 4대강에 대해서는 서로 거론하지 않기로. 처음부터 (국토해양부의) 계획을 알았다면 우리 대응도 달랐을 것이다. 시민사회 쪽 내용을 다 확정한 뒤에 그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처음에는 4대강이 아니라 '하하하~' 어쩌고 하는 것이라고 했다. 뚜껑을 열어보니 아니나 다를까 4대강 홍보였다." 어떻게 4대강 홍보부스가 설치되었는지 '과정'을 지켜본 이정민 동북아산림포럼 사무국장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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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외전시관에 들어서자 4대강 홍보부스는 눈에 확 띄었다. 입구 바로 앞 '녹색정부 존'의 한가운데를 차지하고 있었다. 크기에 비해 실속은 없어 보였다.
'우리강 새물결'이라는 표지 밑에는 '우리 강으로 놀러오세요'라고 적혀 있다. 대형 TV 모니터 한 대와 가족사진이 붙은 패널이 전부였다. 비치된 홍보물은 총 3종. 이정민 국장이 언급한 '하하하'의 정식 이름을 홍보자료에서 만날 수 있었다. '우리 강 웃음소리 하河 하河 하河'. 자료집을 넘겨보았다. 의문. '새로 물길이 열리고'라는 제목 옆에는 10월 22일 '그랜드오픈'한다는 여주 이포보의 사진이 붙어 있다. 물길이 열린 게 아니라 '보'로 닫힌 것이 아닌가.
'미스매치'는 많았다. '우리 강을 지키는 사람들'이라는 제목이 붙은 사진. 환경운동가를 연상했다면 틀렸다. 보를 건설하는 인부들이 사진의 주인공이다.
의문은 꼬리를 문다. 여성 홍보담당자가 수첩을 챙겨줬다. 수첩에 붙은 이름은 '다시 태어난 우리 강'이다. 다시 태어났다? 수첩의 뒷면에는 10원 동전 절반 크기의 16개의 원이 그려져 있다. 원 안에 담겨져 있는 것은 4대강에 건설된 '16개 보' 사진이다. 그러니까 보 건설로 4대강이 되살아났다는 것이다.
남성 홍보관계자에게 물었다. 그는 "홍보하는 입장이라서…"라며 입을 열었다. "생태계가 파괴된다는 비판을 알고 있다. 그건 결과가 아니라 과정만 보고 이야기하는 것 같다.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일인데, 비판하는 사람들을 보면 실제로 피해를 본 사람들이 아니라 반대운동하는 분들…." 가만, 구미에서 올해 봄 단수사태의 원인으로 4대강 공사가 지목되지 않았었나. "잘 모른다. 우리야 대행업체를 통해 에이전시에서 파견나온 사람들이고…." 서울에서 내려와서 지역 사정은 솔직히 잘 모른다며 그는 덧붙였다. "보여주기식인 거 맞다. 홍보가 다 그렇지 않나."
"솔직히 창피한 일이죠. 사실 4대강 사업과 행사의 주제인 사막화가 무슨 관련이 있습니까." 임희자 마산창원진해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4대강 사업이야말로 한국을 사막으로 만드는 사업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총회 공식 프로그램에서 4대강은 전혀 거론되지 않았다. 행사에 참여하고 있는 사막화방지시민사회네트워크의 이태일 에코피스아시아 사무처장의 설명에 따르면 이렇다. "4대강은 한국에 국한된 이슈다. 회의장 안에서 이야기되는 것은 전지구적인, 보편적인 이슈다. 주로 사막화와 토지관리 문제에 대한 것이다. 사실 북한 문제나 황사 이야기를 하는 것도 쉽지 않다. 그래도 한국이 개최국이기 때문에 그런 이야기도 거론할 수 있었다. 안에서는 전혀 논의가 되지 않는데, 한국 정부가 바깥 전시관에 생뚱맞게 하나 넣어둔 것이다."
사막화방지시민사회네트워크에 참여하고 있는 70여개 단체들은 관련 활동을 해온 단체들이다. 한국엔 사막이 없지만 대외사업, 특히 몽골이나 중국, 동남아시아에서 관련 활동을 해온 단체들이다. 이들 단체는 이런 국제행사를 통해 자신의 경험을 알리는 한편, 정부나 국제사회가 이 문제에 보다 관심을 갖도록 촉구하는 것을 목표로 참가한 것이다. 다시 의문은 이것이다. 국토해양부는 왜 직접적인 관련성도 없는 4대강을 이 행사에 끼워넣었느냐는 것이다.
경남도 공문 "4대강부스 철수" 촉구
< 주간경향 > 은 행사를 주관하는 경남도가 정부에 지난 10월 4일 발송한 공문을 입수했다. 공문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 있다. "행사 준비 중 옥외전시장 운영과 관련하여 공동주관 기관인 경상남도와의 사전협의 없이 결정된 국토해양부 홍보관의 내용이 4대강 사업 홍보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바"(중략) "경상남도는 옥외전시장 운영을 포함한 총회의 공동 주관 기관으로서 국토해양부 홍보관의 철수 또는 전면적인 내용 변경을 요청합니다." 경남도 관계자는 "공문을 보냈지만 아무런 답변이 없었다"고 말했다.
(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