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부 보수 성향의 스님이 지난 9월 정권 실세들에게 금품을 줬다고 폭로한 이국철 SLS그룹 회장(49)을 수차례 찾아가 폭로를 중단하라고 회유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러한 내용은 이 회장이 언론에 넘긴 비망록에서 공개됐다. 이 스님은 이명박 대통령이 주최하는 행사에도 여러 차례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17일 공개된 이 회장의 비망록에는 이 회장이 스님을 만나게 된 과정과 스님과 나눈 대화가 자세히 적혀 있다. 비망록에는 이 회장이 지난해 말 부친의 장례 문제로 고민하고 있을 때 대영로직스 대표 문모씨(42)가 그 스님을 소개해줘 도움을 받은 것으로 나와 있다.
문씨는 민주당 박지원 의원(69)이 지난 9월 서울중앙지검 국정감사에서 '이 회장이 SLS그룹을 살리기 위해 30억원과 자회사 소유권을 넘겼다'고 지목했던 인물로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잠적했다가 16일 서울중앙지검에 출두해 체포됐다. 문씨는 이 회장이 현 정권 실세를 향해 구명로비를 할 때 창구 역할을 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부친 장례를 마친 후 연락이 없던 스님은 지난 9월 이 회장이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53) 등 현 정부 인사들에게 금품과 향응을 제공했다고 폭로한 후 다시 전화를 걸어온 것으로 전해졌다.
비망록에는 이 스님이 30차례 이상 이 회장에게 전화를 건 날짜와 시간이 정리돼 있다. 비망록에는 또 이 회장이 '한번 만나자'는 스님의 집요한 요구에 서울 신사동 사무실에서 스님을 만났고, 스님은 "더 이상 폭로하지 말라. 이 회장만 죽는다. SLS건은 절대 오픈 못한다"고 회유했다고 적혀 있다. "누가 시켜서 왔나"는 이 회장의 질문에 스님이 "그건 말 못한다"고 대답했다는 내용도 있다.
지난달 이 회장이 첫 번째 구속전 피의자심문을 받던 날에도 스님이 이 회장의 누나와 부인을 만나 폭로를 중단하라고 재촉했다고 비망록에 적혀 있다.
스님은 측근을 통해 "이 회장 부친 장례를 도와준 것은 사실이나 그 외 다른 관계는 없다"고 밝혔다. 이 스님은 보수 불교단체에서 주요 직책을 맡고 있다.
또 정부의 4대강 사업을 찬성하고, 무상복지에 반대하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천명하는 등 친정부 보수 성향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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