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항 끝의 진보통합 성사에는 민주노동당·국민참여당·새진보통합연대 대표자들의 용단이 주효했다. 지난 10일 잠정 합의 후에 지분·주도권을 다투는 힘겨루기로 얼굴을 붉혔지만 통합의 판은 깨지 않았다. 각자 처한 정치적 상황도 극적 타결을 추동한 요인이 됐다.
민노당 이정희 대표(42)는 고민이 가장 깊었다. 그는 누구보다 앞장서서 참여당과의 통합을 주장해왔다. 지난 9월25일 임시대의원대회에서 3분의 2 찬성을 얻지 못해 참여당과의 통합은 물 건너가는 듯했다. 특히 당내에선 이 대표가 참여당 유시민 대표(52)와 출판기념회를 함께 여는 등 계속 동행하는 것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진보신당과의 통합보다는 참여당에 더 무게를 두는 데 대한 지적이 많았고, 민주노총 등 당 밖 지지세력 사이에도 그를 비난하는 말이 나왔다. 이 대표는 한·미 FTA 강행처리를 막느라 국회에서 농성하다가 입원하기도 했다. 지난 10일 3자가 통합에 잠정 합의를 했지만 통합연대가 수정안을 제시해 다시 결렬 위기까지 몰리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17일 민노당 최고위원회의가 참여당의 중재안을 받아들여 합의에 이르고, 이 대표의 ‘고난의 행군’도 한고비를 넘겼다.
새진보통합연대 노회찬(55), 심상정(52), 조승수(48) 전 진보신당 대표는 재기의 발판을 얻었다. 진보신당 간판이였던 이들은 민노당과 통합을 적극 추진하다가 지난 9월4일 임시대의원대회에서 통합안이 부결되자 집단 탈당했다. 둥지를 버리면서 정치인으로서 입지도 줄어들었고, 통합 추진의 돌파구는 요원해 보였다.
이들 행보엔 꼬리표가 붙었다. 참여당 통합 합류를 반대하던 노회찬·조승수 전 대표로서는 참여당과의 통합 결정이 일관성 없는 정치 행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수적 열세를 극복하기 위해서라지만 잠정 합의를 깨고 국회의원 후보 경선 방식의 수정안을 낸 것은 지분 다툼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참여당 유 대표는 통합 성사의 막후에서 중재자 역할을 했다. 민노당과 통합연대가 막판에 얼굴을 붉히자 참여당 최고위원 전원을 동원해 양측 설득에 나섰다. “통합 이후 전국운영위원회에서 논의해 결정하자”는 중재안은 결렬될 뻔한 통합논의를 극적 타결로 이끌었다. 야권대통합 참여도 적극 검토했던 그가 진보통합을 선택한 것은 ‘대중적 진보’ 노선을 실험하고, 내년 총선에서 야권대통합정당과의 선거연대에서 대등하게 가는 것이 참여당 생존에 유리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야 기분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