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진 기자 | newsface21@gmail.com 11.11.24 14:33 | 최종 수정시간 11.11.24 16:17
‘한미FTA 날치기’에 대한 민주당의 무기력 대응 논란이 엉뚱하게도 민주당과 소설가 공지영씨와의 공방으로 변질됐다.
공 씨는 23일 트위터에서 전날 한미FTA ‘4분 날치기’에 분노하며 “저도 전두환때 민한당 유치송 이후 손학규 같은 야당 대표는 처음 봅니다, 잘 몰라서 묻는 건데 한나라당서 파견되신 분....맞죠?”라고 올렸다.
ⓒ 소설가 공지영씨 트위터
공 씨는 또 다른 트위터러의 “손 대표와 김진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한나라당의 한미FTA 비준안 날치기 계획을 미리 알고 있었다” “지난 22일 오전 11시 황우여 한나라당 원내대표에게 최종협상 결렬통보를 받았다” 등의 멘션을 리트윗했다.
ⓒ 소설가 공지영씨 트위터
공 씨는 김한길 전 열린우리당 원내대표의 의견도 재인용했다. 김한길 전 대표는 이번 날치기 처리에 대해 “한나라당이 마치 적군에게 가짜정보 흘리듯 국민과 야당을 속이고 느닷없이 속전속결로 날치기한 FTA. 야당 지도부도 무기력 노골적으로 드러내, 그 피해는 온국민이 오래오래 아파하면서 감수해야 할 터”라며 “국회에 있으면서, 강행처리도 해봤고, 방어도 해봤지만 오늘의 야당처럼 일방적으로 당한 적도 없고, 오늘의 여당처럼 손쉽게 해치운 적도 없었습니다. 뭔가 크게 잘못 됐습니다”라고 민주당과 한나라당을 싸잡아 비난했다.
공 씨는 이어 “오늘 모든 약속 취소하고 서울 갑니다 울 딸 위해 광장을 가렵니다. 몇시 어디죠”라며 23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한미FTA 날치기 비준 무효화 및 MB정권‧한나라당 심판 범국민대회’에 참가할 뜻을 보였다.
23일 촛불집회에서 경찰이 시위대에게 과도한 물대포 공격을 퍼붓자 공 씨는 한 트위터러의 “민주당X들은 당장 물대포 쏘는 경찰청에 항의방문이라도 해라”는 멘션을 리트윗하고 “손학규님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나요?”라는 답변을 달기도 했다.
ⓒ 소설가 공지영씨 트위터
공 씨의 손 대표에 대한 짧은 멘션은 여러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서 파문이 확산됐다. 특히 민주당의 ‘날치기 묵인설’, ‘날치기 사전 인지설’과 맞물리면서 공당의 대표가 소설가의 트위터 멘션 하나에 대해 논평까지 내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용섭 민주당 대변인은 24일 논평을 통해 “공지영 씨는 우리 사회에 상당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명망있는 작가”라며 “그런데도 중요한 사안을 사실 확인도 없이 트윗 내용 그대로 재인용함으로써 허위 내용이 마치 ‘사실인 것처럼’ 트윗 상에 알려지고 일부 언론에까지 보도된 점에 대해 우리 민주당은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반발했다.
또 ‘날치기 묵인설’에 대해 이 대변인은 “손학규 대표와 김진표 원내대표는 한나라당의 기습처리 계획을 사전에 전혀 인지하지 못했으며, 당일 오후 3시경 한나라당이 본회의장을 기습 점거한 후인 3시 20분경에야 본회의가 열린다는 통보를 받고 본회의장으로 달려간 것이 전부”라고 해명하며 “언론 보도에 의하면, 한나라당 내에서도 극소수 의원들에게만 알리고 군사작전 하듯이 밀어붙였다는데 어떻게 민주당 지도부가 그 사실을 미리 알 수 있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이 대변인은 “민주당의 당원들이 직접 뽑은 제1야당의 대표를, 공지영 작가가 ‘한나라당에서 파견되신 분’으로 비하한 것은 명망있는 사회 지도층으로서 매우 부적절하고 무책임한 언급”이라며 “진실이 이러하니, 공지영 작가께서 ‘사실에 근거한’ 적절한 해명을 통해 국민들의 오해를 불식시켜 주기 바란다”고 사실상 공 씨의 사과를 요구했다.
그러나 트위터에서는 민주당이 논평까지 내는 것은 과도하다며 그럴 시간에 물대포 맞는 민심을 살피라는 비난 의견이 쇄도했다.
서영석 전 <데일리서프라이즈> 대표는 “민주당도 멍청한게, 공지영작가에 불만이더라도 ‘손학규 잘하란 얘기로 새기겠다’하고 말 것이지 대변인이 정색을 하고 사과하라고? 에라이 못나고 정신 못차린 것들!”이라고 일갈했다.
백찬홍 씨알재단 운영위원은 “민주당이 공지영 작가에 대해 ‘손학규 비하’를 사과하라고 했네요. 당내 분란으로 날치기를 닭쫓던 개처럼 쳐다본 자들이 무슨 할 말이 있는지...그래서 민주당을 골빈당이라고 합니다”라고 일침을 날렸다.
노회찬 전 진보신당 대표는 “민주당 의원님들! 국민이 올린 트윗에 해명 요구하지 마시고 오늘 저녁 저와 함께 물대포 맞으러 가십시다. 연락 기다리겠습니다”라고 촉구했다.
한 시민은 “민주당에서 공지영 작가가 손학규 대표를 비방했다고 사과하란다. 나도 공작가의 그 트윗을 봤지만 뭔 별 얘기도 아니더만. 이제 민주당도 점점 한나라당스러워져 간다. 별 해괴망측한 짓을 다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 다른 시민은 “일단, 공지영씨의 날치기 사전 인지에 대한 사실 확인 없이 리트윗한 것은 분명히 경솔한 행동이었다”면서도 “그런데 한나라당이 날치기 들어갈 때 민주는 출판기념회에 갔잖은가”라고 반문했다.
한 트위터러는 “손학규 민주당 대표님 묻겠습니다. 왜 잘못한 것이 없는 이 나라 국민들이 이 한파에 물대포를 맞아야 하는지요. 공지영 작가에게 뭐라고 하시기 전에 오늘 저녁 시위대 앞에 서시지요. 그것이 국민에 대한 민주당의 도리 아닐까요?”라고 따져물었다. 전날 1만여명의 시민들은 서울광장에서 ‘한미FTA 날치기 비준 무효화 및 MB정권‧한나라당 심판 범국민대회’를 열고 날치기 처리를 규탄했지만 민주당 지도부에서는 아무도 참석하지 않았다.
또 다른 시민도 “대변인 나리는 잘 모르시나본데 명동에서 시청 앞에서 물대포 쳐맞는 시민들이 민주당에 느끼는 감정은 공지영의 감정 + 대대손손 저주하고 싶은 증오올시다. 뭘 잘났다고 떠들어요? 정봉주보고 탈당하란 소리 들리는데서 느끼는 거 없나요?”라고 성토했다. 전날 ‘나꼼수’팀의 정봉주 전 의원이 연단에 올라 “통과를 막지 못한 민주당 소속의 정치인으로서 너무너무 죄송하다”고 사과하자 시민들 사이에서는 “탈당해!”라는 구호가 번졌었다.
한편 논란이 확산되자 공 씨는 이날 “아버지에게 정치에 관여하지 말라는 문자 왔다”며 “걱정되시나보다, 내가 힘있는 자들에 맞서고 있으니”라고 남겼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 연설이 떠오른다 “언제까지 우리는 ‘옳은 일 하다간 너만 다친다’ 한 말을 물려주고 살건가!”했지. 울 딸 울아들 엄마가 있다 쫄지마!”라고 결의를 보였다.
또 공 씨는 “그래요, 이거”라며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명한 2002년 대선 후보 출마 당시 연설 동영상을 링크하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은 당시 “제 어머니가 제게 남겨줬던 제 가훈은 ‘야 이놈아, 모난 돌이 정 맞는다, 계란으로 바위 치기다, 바람 부는 대로 물결치는 대로 눈치 보며 살아라’였다”며 “이 역사를 청산해야 한다, 권력에 맞서서 당당하게 권력을 한번 쟁취하는 우리의 역사가 이루어져야만이 이제 비로소 우리 젊은이들이 떳떳하게 정의를 얘기할 수 있고 더 쎄게 불의에 맞설 수 있는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역설했었다.
공 씨는 “정의, 진리가 정말 끝끝내 우리를 다치게 하고 손해보고 하는 것이었다면 사람들이 그것을 끝끝내 정의 진리라고 불러왔을 리가 없다”고 결의를 다졌다.
야 기분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