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나리 기자 | newsface21@gmail.com 11.12.21 18:27 | 최종 수정시간 11.12.21 18:27
이명박 대통령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과 관련, “온 세계가 (김 위원장의 사망소식을) 동시에 알았다”고 밝혔다. 정부의 외교안보정보라인에 대한 질책이 쏟아지는 와중에 나온 발언이다.
ⓒ 청와대
이 대통령은 21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7대 종단 대표자 초청 간담회에서 “정상들을 통해 들어보니 다들 똑같은 시점에 알게 됐더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에 앞서 김관진 국방부 장관과 원세훈 국가정보원장, 류우익 통일부 장관과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20일 열린 국회 관련 상임위에 출석해 “북한의 공식발표 전 김 위원장의 사망사실을 알았느냐”는 질문에 “몰랐다” 혹은 “말하기 곤란하다”고 답해 질타를 받았다.
특히 국가 정보와 안보를 총괄하는 원세훈 원장과 김관진 장관의 ‘고백’은 충격적이기까지 했다. 이에 여야를 막론하고 정부의 ‘대북정보력’ 부재와 ‘외교력’을 성토하는 목소리들이 잇따랐다. 이 대통령의 발언은 이같은 비난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른 국가 정상들에게 들어보니 똑같은 시점에 알게됐다지만 이 대통령도 정작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과는 아직 통화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위원장 사망발표 후 이틀이 지난 시점에서도 북한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중국의 지도자와는 연락이 닿지 않은 셈이다.
그 사이 후 주석은 공산당과 정부의 실력자들을 대동하고 주중 북한대사관을 찾아 조문을 마쳤고 중국 외교부는 “김정은 동지의 영도 아래 사회주의 강성대국을 건설하고 한반도의 장기적 안정과 평화를 위해 전진하기 바란다”는 입장발표까지 마쳤다. 김성환 장관이 양제츠 중국 외교부장과 통화를 했지만 이 역시 김 위원장 사망발표 하루가 지나서야 이뤄졌다.
게다가 <중앙일보>는 21일 1면 톱기사를 통해 “중국 지도부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 당일인 17일 류훙차이 주북한 중국대사의 첩보 보고를 통해 김 위원장의 유고 상황을 파악했다고 베이징 소식통이 20일 말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의 발언을 접한 네티즌들의 반응은 차갑다. 북한과 휴전선을 맞대고 있는 분단국가인 우리로서는 당연히 다른 나라보다 먼저 김 위원장의 사망여부를 포착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김 위원장의 사망은 당연히 국가안보에 큰 영향을 주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트위터 상에는 “자랑인가? 남말하듯이”, “MB의 유체이탈 깔때기식 화법”, “가카. 무리수입니다. 중국은 당일날 알았답니다”, “가카 어록 또하나 추가되나요”, “이걸 변명이라고 하나”, “퍽도 좋겠다”, “다른나라하고 우리하고 똑같은 상황인가”, “다른 나라 정상들의 위로에 위안받으시는 가카”, “무슨 트랜스포머 동시개봉도 아니고” 등의 비판글들이 이어졌다.
한 네티즌은 “우리 휴전국가다. 종전국가 아니야. 심지어 옆나라도 아니고 우리가 당사국이야. 그리고 중국은 나라 아니냐?”고 꼬집었으며 “맨날 안보타령하면서 정작 중요한 정보는 동네구멍가게 수준”이라는 글을 남긴 네티즌도 있었다. 또 다른 네티즌은 “결론은 북한은 철통보안~한국은 꼬깔모자 라는 동화 같은 이야기”라고 비꼬았다.
최재천 전 의원은 트위터에 “와우~ 다행이다! 우리만 늦게 안게 아니었구나~. 정말 다행이에요. 북한은 우리 땅 우리나라가 아니었으니이제 국보법도 없어질거에요”라는 글을 올렸다.
이 외에도 “이걸 말이라고 하냐”, “케냐정상이랑 남한정상이 똑같은 시점에? 자랑이냐”, “드디어 세계적 수준이 됐네!”, “우리나라는 먼저 알아야해요”, “중국은 세계에 포함되지 않는군요. 대단한 우기기입니다” 등의 글들도 올라왔다.
한편, 이 대통령은 22일 오전 박근혜 한나라당 비대위원장과 원혜영 민주통합당 공동대표, 심대평 자유선진당 대표 등 여야 3당 대표들을 청와대에서 만나 국론이 분열돼서는 안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정치권의 초당적 협력을 당부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한나라당과 민주당에 이어 정당지지율 3위를 달리고 있는 통합진보당은 회동 대상에서 제외됐다.
야 기분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