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식 기자 | newsface21@gmail.com 12.01.05 18:09 | 최종 수정시간 12.01.05 18:50
한나라당이 ‘KBS 수신료 인상안’을 국회 문화관광체육방송통신위원회(이하 문방위)에 기습 상정하면서 이에 대한 비난 여론이 가열되고 있다. 특히, 이날 문방위를 통과할 것으로 보였던 미디어 렙 법안은 ‘수신료 인상안’을 둘러싼 여야간의 대립 속에 처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미디어 렙 법안 처리 지연을 위한 ‘꼼수’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야당이 이에 반발할 것이 뻔한 상황에서 당초 이날 안건도 아니었던 수신료 문제를 들고 나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나라당 측은 미디어렙 법안 처리와 관련, 지난달 말 “협의과정에서 KBS 수신료 문제를 거론한 적이 없다”고 밝혔기 때문에 이날 ‘기습 상정’에 대해 어이없다는 반응들이 이어지고 있다.
“KBS 카메라 총부리 앞에 굴복한 한나라...처음부터 짰나?
언론개혁시민연대는 이날 성명을 통해 “발가벗은 KBS 카메라의 총부리 앞에 한나라당이 굴복했다. 아니 처음부터 이렇게 짰는지 모를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언론연대는 “지난해 연말 미디어렙법안 처리와 수신료 인상은 연계하지 않겠다고 한 한나라당 허원제 의원과 안형환 의원의 선언이 아직도 귓가에 생생한데 한나라당 문방위원들은 잽싸게 말을 바꿨다”고 지적했다.
또한, 언론연대는 “‘KBS한테 등 돌리고 우리가 어떻게 총선을 치르겠냐’는 박근혜 비대위원장의 사주 없이는 막판에 한나라당이 이런 식의 깽판을 치는 걸 상상하기 힘들다”며 “지금이라도 늦지 않다. 수신료 인상 연계를 철회하고 미디어렙법안을 처리하라!”고 주장했다.
언론연대는 “미디어렙법안 처리를 위해 모인 문방위 전체회의가 졸지에 수신료 인상 공방 회의가 돼버렸다”며 “예상하건대 한나라당 일부 의원들은 지역구를 핑계 대며 자리를 뜰 것이고 결국 전체회의에서 미디어 렙 법안 처리는 무산되는 게 한나라당이 노린 각본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이날 오후 3시 30분에 속개될 예정이었던 문방위 전체회의는 오후 10시로 미뤄졌다. 언론노조 공식 트위터는 “오후 3시30분에 예정된 문방위전체회가 자칫 정족수 미달로 또다시 무산될 위기”라며 “여야 정치권 모두 해야 할 일에는 관심없고 오로지 금배지 다시 달 생각뿐이다. 국민이 심판할 수 밖에 없다”고 비난했다.
언론노조는 “오늘 수신료인상을 주장하는 한나라당 의원들의 멘트를 기록해 반드시 이번 총선에서 낙천, 낙선운동 통해 국민의 심판을 내릴 것”이라며 “지역방송, 지역신문이 왜 중요한지 보여주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이정희 통합진보당 공동대표는 트위터를 통해 “한나라당의 KBS 수신료 인상안 기습 상정. 비대위 만들어도 박근혜 전 대표 등판해도 여전히 한나라당”이라고 꼬집었다. 파워 트위터러인 백찬홍 씨알재단 운영위원은 “국민들은 등골이 휘는데 정신나간 한나라당 의원들과 양심불량 KBS가 한패로 놀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문방위 소속 장병완 민주통합당 의원은 “한나라당은 미디어렙법 처리는 안중에도 없는 것인가?”라며 “KBS 수신료 인상이 미디어렙이랑 무슨 관련이 있습니까? 상식이 통하는 문방위가 됐으면 한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아울러 트위터 상에는 “이런 꼼수아닌 꼼수를 쓰다니 지 무덤을 파는구나”, “DNA는 디져도 못바꾼다는”, “징하다”, “민주당만 반대 하는게 아니라 우리들도 반대한다”, “하는 짓 마다 국민기만 삽질”, “물가, 유가가 오르는데 왜 하필이면 이때 인상안을 내놓는거요”, “기자의 종교는 '진실'이다. 하지만 KBS의 종교는 '수신료'라고, 스스로 토로한다” 등의 반응들이 이어졌다.
한 네티즌은 “KBS 수신료 인상안 기습상정하고 미디어렙법 지연시키고 있는 한나라당 의원들”이라며 문방위 소속 한나라당 의원들의 명단과 트위터 계정을 공개했다. CBS 라디오 시사, 교양 프로그램 공식 트위터는 “도청의혹 제대로 수사도 하지 않고 미디어렙 법안에 수신료 인상안을 끼워넣다니 한나라당 제정신입니까?“라고 일갈했다.
2시간 늦게 온 與, 갑자기 “수신료 인상안 논의하자”
당초 이날 문방위 전체회의는 지난해 연말까지 처리되지 못한 미디어 렙 법안의 통과여부로 주목을 받았다. 그런데 오전 10시에 열릴 예정이던 회의가 한나라당 의원들의 참석 지연으로 인해 2시간이나 지체되면서 분위기가 이상하게 흘러가기 시작했다.
회의가 시작되자 심재철 한나라당 의원은 의사진행 발언을 요청했다. 심 의원은 “오늘 미디어 렙 법안을 논의할텐데 이 법안은 방송광고시장과 연결돼 있고 KBS 수신료와도 직결된 사항”이라며 “KBS 수신료 인상안이 지난해 6월에 넘어와서 아직 계류중인만큼 소위원회를 구성해 미디어렙법과 동일하게 논의하는 게 어떻겠나”라고 제안했다.
그러자 한나라당 의원들이 안건상정에 동조하고 나섰다. 같은 당 소속인 전재희 위원장은 “위원회에서의 동의는 동의자 외 1인 이상의 찬성으로 의제가 될 수 있다”는 국회법 제 71조를 근거로 이를 상정했다.
야당 의원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합의를 깼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당 의원들도 굽히지 않았다. 결국 이날 논의됐어야 했던 미디어 렙 법안은 뒷전으로 미뤄졌고 회의는 파행으로 치달았다. 이에 따라 자칫 미디어 렙 법안이 표류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홍영표 민주통합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현안 브리핑을 통해 “미디어렙법 처리는 안중에도 없고 특정 부자언론 수호정당인 한나라당은 더 이상 쇄신을 논할 자격이 없다”며 “결국, 한나라당의 속내는 법안통과 자체를 방해해 언론의 공공성과 다양성을 말살하고 중소 언론을 약육강식의 정글에 방치한 채 고사시키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홍 원내대변인은 한나라당을 향해 “진정 미디어렙법을 처리할 의사가 있는가? 미디어렙법과 수신료 인상은 결코 연계 처리할 성질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이 시점에서 들고 나온 것은 특정 언론을 위한 배려라고 규정할 수밖에 없다”며 “박근혜 위원장과 한나라당은 책임있는 여당으로서 적극적인 자세로 미디어렙법 입법에 임해 달라”고 촉구했다.
한편, 최근 측근 비리 연루 의혹이 불거진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이날 회의에서 “진위 여부를 떠나 국민들께 심려를 끼친 점을 죄송하게 생각한다”면서도 “‘특정 업체가 뭘 어떻게 했다’는 등은 가슴 아픈 일이고 진실과 거리가 멀다. 퇴직한 정책보좌역에 대해 언론에서 제기된 의혹은 검찰 수사를 통해 시비가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