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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양반들의 권력투쟁과 유교철학 자체에 관한 문제를 당쟁으로 해석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런 접근은 한계가 있다.
유교철학의 발전이란 측면을 강조하기 위해 당쟁을 정당화하기도 한다.
반대로 당쟁에서 어느 쪽이 옳은가를 임의적으로 결정하기 위해 조선성리학에 대한 진실이 왜곡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4단7정 논쟁, 흔히 사칠논쟁은 전혀 서인이 주도한 것이 아니다.
애초에 사칠논쟁의 빌미를 제공한 사람도 이황이요 나중에 기대승과 이에 관해 여러번 편지논쟁을 벌인 사람도 이황이다.
사칠논쟁의 중심에는 남인의 뿌리인 이황이 있다.
사칠논쟁에 관해서 사람마다 입장이 다르겠지만, 논리적 깔끔함은 기대승 쪽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그런데 역사적으로 이황이 더 유명하고 더 평가받는 이유는 사칠논쟁을 통해 이황이 이와 기를 선과 악의 개념으로 전환함으로서 성리학적 도그마의 바탕을 완성했기 때문이다.
서구 기독교가 그렇듯 선악의 패러다임으로 접근하면 꼴통으로 귀결되는 건 필연이다.
이황의 철학은 양란 이후 체제 위협에 직면한 조선후기 양반 기득권 사회 입장에서는 서민들의 요구를 억누르기 위한 아주 적절한 근거를 제공한 셈이다.
남인이 나중에 권력투쟁에서 패배하고 주로 영남 내부에서 울분을 삭이며 이황 이래 이어온 힌두적 성향을 강화해 온 것이 이상할 것이 없다.
구한말에 기독교를 가장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쪽이 남인들인데... 단순히 유교체제 하에서 권력에서 소외되어 기독교를 받아들인 거라고만 보면 단견이다.
이황에서 출발한 선악이분법적 사상 자체가 기독교라는 독선적 종교를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토양이기도 하다.
따라서 조선의 대표적 보수꼴통으로 흔히 거론되는 서인 송시열이 탄생한 역사적 철학적 배경에 남인의 태두 이황을 빼놓으면 얘기가 안된다.
송시열이 죽음으로 내몬 사람 가운데 대표적으로 남인 윤휴가 있다.
윤휴는 말랑말랑한가?
사실 그도 꼴통이다. 단 세력이 미약해서 죽음을 당한 것 뿐.
윤휴는 조선의 대표적인 예학자 중에 한 사람으로 꼽을 수 있다.
예학의 관점에서 본 송시열과 윤휴의 대결은 김장생-송시열 계통의 예학과 정구-윤휴의 계통의 예학의 대결이었다.
즉 윤휴가 예학 그 자체를 반대한 것이 아니다.
일반 백성들 입장에서야 송시열과 윤휴의 차이를 찾을 수도 없고 찾을 필요도 없다.
예학이 밥 먹여 주나?
먼저 먹고사니즘을 해결한 뒤 예학이고 철학이고를 거론해야....
먹고 사니즘에 관한 한 조선에서 가장 위대한 개혁가 중에 하나가 바로 대동법으로 유명한 김육이다.
그럼 김육의 소속은 어디인가?
남인도 아니고 동인도 아니고 서인이다.
보수적이라고 욕먹는 서인 집단에서 가장 개혁적인 관료가 나온 것은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송시열이 워낙 오래 살다 보니 여러 사람들의 라이벌이 있는데... 김육의 정치적 라이벌도 역시나 송시열이었다.
이 당시 서인이 한당(김육파), 낙당(송시열파)으로 분열...
이 한락의 특징이 시사하는 바가 있다.
한당은 서울 중심, 관료적, 현실적, 친왕권, 친외척. 낙당은 지방(특히 충청도) 중심, 도학적, 관념적이고 왕권을 무시하는 경향.
송시열은 효종을 좆밥으로 취급하기도 했다.
한당처럼 한양을 기반으로 하면 아무래도 관료성향이 강하고 세상 돌아가는 바에 민감할 수 밖에 없다.
반대로 낙당처럼 지방을 중심으로 하면 국가행정의 실무에서 멀어지기 때문에 자기만의 세계관 속에 머무르는 경향이 나올 수 밖에 없다.
낙당이 처한 환경이 관념론과 결합하면 봉건질서 그 자체를 중시하는 쪽으로 흘러가는 것이 당연하다.
그 지역에서 자기들의 철학(으로 포장된 이익)에 따른 사회질서에 보다 중점을 두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리고 반중앙집권적인 성격을 띌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이들의 의지가 현실에서 드러나는 것이 바로 서원라는 자치기관이다.
조선후기에 가면 중앙정부가 파견한 고을의 수령보다 서원의 대빵이 상전이 된다.
즉 중앙집권의 해체, 국가의 해체이다.
이 양반세력이 자유를 만끼할 때 일반백성들은 그들에게 착취당했다.
이 부분에서 과연 서인/남인 등 당파를 구분할 필요성이 없다.
그 그밥에 그나물...
그런 의미에서 춘향전은 문제가 있는 작품이다.
한 여성을 탐하는 고을 수령보다는 일반백성을 억압하고 착취하는 서원이야 말로 당시 리얼리티를 더 반영한다고 본다.
암튼.... 재미있는 것은 꼴통 송시열이 평생 존경한 인물이 이율곡이다.
이율곡은 탁상공론보다는 상대적으로 정책과 실무를 강조한 인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이황의 이기론을 나름 합리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그런데 그 부분에 한계가 도출된다.
이율곡의 이기론은 이와 기라는 틀 그 자체를 벋어나지는 못했다.
율곡의 논리가 퇴계의 그것에 비해 아무리 합리적이라고 해도 그 틀 자체가 이기론을 벋어나지 못하면 결국은 관념론일 뿐이라는....
이황을 극복하려면 애초에 틀 자체를 거부했어야...
이율곡의 학통을 이은 무리들 중에 송시열같은 괴물이 나온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논어에 '자불어괴력난신(子不語怪力亂神)이란 얘기가 있다.
해석하자면...'공자께서는 괴이함과 힘으로 하는 일, 어지러운 일, 신에 관한 것을 말씀하지 않았다....'
뭐 이건 해석하기 나름인데, 나는.. 관념론은 집어치우고 현실, 인간의 삶 그 자체에 집중하라는 가르침으로 받아들인다.
'말씀하지 않았다.'.. 즉 니가 맞냐 내가 맞냐 따지지 않겟다는 의미다.
관념론은 아예 상대를 하지 말아야...
그게 맞냐 틀리냐를 따지면 관념론의 틀 안에 흡수되어 버려...
그것이 바로 이율곡의 실수다.
관념론의 틀 안에서 논쟁할 것이 아니라 그 틀 자체를 거부했어야...
조선 유학의 이 문제는 지금의 진보세력에게도 그대로 적용되는데...
소위 진보세력들은 서민들 먹고사니즘 문제보다는 고상한 주제를 더 좋아하는 것 같다.
주로 사용하는 단어가 정의라든가..개혁이라든가...
그럼 정의의 정의가 뭐고 개혁의 정의가 뭔지 이런 것 가지고 말싸움질....
여기서 맴맴 돌다가 국민이 무지해서 개혁이 안된다는 식으로 결론.
다 됬구여...ㅋ
그냥 어떻게 하면 잘 먹고 잘 살 수 있는지 그 성공모델을 보여주면 됨.
그럼 국민들은 강요하지 않아도 저절로 따라 온다는....
눈 앞에 뭘 제대로 보여나 주고 유권자들이 따라오길 기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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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
두가지, 내가 100% 동의하는 의견.
"소위 진보세력들은
서민들 먹고사니즘 문제보다는
고상한 주제를 더 좋아하는 것 같다" 2
"눈 앞에
뭘 제대로 보여나 주고 유권자들이 따라오길 기대해야..." 2
힘!!!
P.S. 왠일이여...오늘은 상당히 실천적이네. 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