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적자』와 『경제민주화』 논쟁
미래경영연구소 소장 황 장 수
1. 어제 박근혜 전대표 경선 캠프 내에서 김종인과 이한구 두 경제전문가 간에 경제민주화 문제로 논쟁이 벌어졌다.
이한구는 『경제민주화』의 목적 가운데 하나는 자유시장경제의 원칙을 지키는 것이고 대기업 경제활동의 자유를 보장하면서 공정경쟁과 책임을 강조해야 한다고 했다. 또 그는 이 용어가 사회정치학자들이 쓰는 용어이지 경제학 주류인 영미 경제학자들은 사용하지도 않는 용어라고 했다. 이한구는 『경제민주화』를 사회적 시장경제(social market)을 추진하는 사민주의에서나 어울리는 용어로 치부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경제학은 원래 『정치경제학』이라 불리었으며 『정치』라는 말이 떨어져 나간 지는 100년 남짓 밖에 되지 않는다. 원래 아담스미스와 고전파 경제학자들은 오늘날 『경제학』이라는 의미로 『정치경제학』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아담스미스에 의하면 정치경제학이라는 말은 국민과 국가 모두를 부유하게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 것이기 때문에 이런 표현을 사용했다.
1920년대 초반까지 정치 경제학이 경제학이라는 용어를 사실상 대신해왔다. 애초 고전파 시대에서는 국가의 부를 증진시키는 중상주의가 국가주도 경제학이었기 때문이다.
알프레드 마샬과 그의 제자 케인즈 등이 비로소 신고전파(케임즈브리지 학파)를 창립함으로써 경제학이 정치라는 말을 빼고 독립적 학문인양 자유시장, 효용 등을 취급하는 순수학문처럼 둔갑했다.
오늘날 MBA로 상징되는 최고인기의 경영학 또한 수십 년 전에는 독자적 학문으로 인정받지 못한 채 경제학의 일부분에 머물고 있었다.
이처럼 『경제』라는 용어는 고정되어 있는 어휘가 아니라 시대에 따라 탄력적으로 적용된다.
오늘날처럼 신자유주의 화폐금융론, 합리적 기대가설 등 자유방임 경제학이 대형 사고를 치고 세계적 대공황을 낳은 상황에서는 경제학의 정의는 『국가경제학』이라 재정의 되어야 할 시점이다. 미국에 유학을 가고 재벌회사, 경제연구소장으로 일하고 『경제학=시장 자유주의, 효율극대화, 합리적 기대』라고 배운 사람의 머리에서는 경제학의 정의가 잘못 세팅될 수 밖에 없다.
2. 요즘 TV 드라마 『추적자』가 화제다.
딸을 억울하게 잃은 형사가 부패한 재벌, 대선후보 커넥션에 진실을 밝히기 위해 싸우는 내용이다. 사실은 재벌과 정치인의 부패 커넥션을 까발리는 부패한 사회고발 드라마이다.
내용 중에 서회장이라 불리는 억센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 회장님이 등장한다.
그는 대사 중에 일제 해방 후 적산 가옥을 불하 받아 시작해 오늘날 성장의 실적이 되었다고 말한다. 적산가옥 불하 과정에서 엄동설한에 갓난 아이를 안고 있는 모자와 빈민, 노약자를 내쫓아 얼어 죽게 만들었다고 고백한다. 그의 성장 하나하나에 이런 피들을 밟고 살아왔다고 그는 자부심 있게 자랑한다. 드라마에서 그는 상속과 사업확장을 위해 온갖 편법, 탈법을 일상적으로 저지른다.
그리고 그는 정치인을 조종해 탈당, 창당시키고, 대법관의 옷을 벗겨 변호를 시키고 검찰총수와 수사기관 언론 등을 제 맘대로 주무른다.
찢어지게 어려운 가정에서 성장한 대선후보 강동윤은 서회장의 사위가 되어 3선 정치인이 되고 대선에 도전하여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의 긴장을 내내 조성해간다.
이 드라마가 화제가 되는 이유는 우리가 드라마 속 서회장과 정치인, 검찰, 언론의 관계를 일상 속에서 수도 없이 목격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 이 드라마에 대해 어느 쪽에서도 항의가 들어왔다는 말은 없다.
서회장이 자신의 왕국을 확장하고 이를 물려주기 위해 정계, 법조계, 재계, 언론계를 전화 한 통으로 주무르고 이에 빌붙어 또 다른 권력과 재력을 갖고자 대선에 도전하는 강동윤의 이야기는 바로 21세기 한국사회의 축소판이다.
3. 지난 대선 당시 재벌들은 정치권에 몇몇 자기사람들을 공천하기 위해 마지막까지 혈안이 되어있다는 말이 파다하게 돌았다.
미국도 월가 금융개혁 법안이라 할 수 있는 『프랭크-도드』 방안이 의회에서 통과되었지만 올 11월 대선에서 쓸 10억불 이상의 정치자금을 이들에서 거두고 있는 오바마와 롬니는 둘 다 근본적 금융개혁에 실패하고 말 것이다.
최근 유럽의 재정위기와 금융위기 도한 금융자본의 방만한 투기와 무리한 대출에 대한 국가의 규제 감독의 실패 때문이다.
나아가 중국과 일본 등 아시아의 강대국은 독점자본과 국가자본이 서로 섞여 잘 구분도 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새누리당은 총선 이후 12개 민생법안을 통과시켰지만 비 정규직 차별금지 등의 개혁법안이 재벌 등 수구 기득권층의 반대를 뚫고 정말 실현될 수 있을지 많은 사람들이 회의적 시선으로 지켜보고 있다.
문제는 새누리당이 총선 승리 이후 부동산 정책에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감면 등 기존에 MB가 수없이 답습해오던 부동산 경기 부양정책을 그대로 실천했기 때문이다.
나아가 지하철 9호선 민자사업자의 무리한 요금인상, 4대강 사업 등 경제민주화에 역행하는 기초적 사례에 대해서도 위기만 지나면 항상 침묵하는 성향이 근본적으로 내재되어 있기 때문이다.
진짜 위험한 정치인은 아예 드러내 놓고 TV에 나와 재벌을 옹호하는 사람이 아니라 『재벌형태를 잘 안다며 이를 바로잡겠다는 식』으로 공개적으로 말하면서 뒤로는 호박씨를 까며 재벌 옹호와 대리인 역할을 수행하는 사람이다. 숨은 도둑이 드러난 도둑보다 더 위험한 것은 자명한 이치 아닌가?
4. 최근 최저 임금 상승률이 연평균 5%, MB 정부 들어 역대 『최저』라는 보도가 있었다.
이것이 MB정권의 한계와 문제를 가장 여실히 보여주는 사항이다. (올해 최저임금은 6% 인상된 4580원이다)
MB는 가끔 재벌 군기도 잡는척하고 집어넣는 척도하며 상생, 공존을 재벌에 호통치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 짜고 치는 것임이 이런 돈 문제에 여실히 드러난다.
최저임금을 물가상승률과 연계시켜 제한다면 재벌 자기들의 수입과 세금, 문어발 확장, 기업지배 또한 물가상승률과 연계시켜 가는지 되묻고 싶다.
엊그제 10대 재벌 총수의 평균 지분율이 0.94%로 사상 처음 1% 이하로 떨어졌지만 공정위가 공개한 10대 재벌 계열사는 600개가 넘고 시총 737조로 전체 주식시장의 60%를 차지한다.
1%도 안되는 지분으로 매출 958조원으로 GNP 1237조의 77%를 점유하고 자산총액 963조원으로 정부자산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또 10대 재벌 총수의 우호지분은 55.7%로 늘어나 0.94%로 마음대로 주무르고 있다.
이런 반면에 부동산 주택 담보대출 잔액 386조 5000억 가운데 120조 집단 대출이 부실화되고 있고 180조원 가량이 부실가계 대출로 집계되고 있다.
이중 이자만 내는 대출자가 77%이고 이들이 원리금 상환에 들어가면 소득의 절반은 원리금 상환에 내야 하는 가구가 49.1%라고 한다. 즉 1억씩 빌렸다면 180만 가구가 하우스푸어로 순식간에 전락해 몰락이 시간 문제인 것이다.
그 동안 서민에게 부동산 투기 동참을 꼬드기며 고리대출을 해주고 그 이익을 재벌 건설사에 이전시켜준 정치권이 이제 와서 다주택 보유자 양도세 감면, 분양가 상한제 철폐를 외치면서 『모든 투기의 실패』는 자유주의 시장에서 『개인의 선택의 실패』라고 전가할 것인가?
임기 내 주식이 몇 배 뛴다고 주식 사라고 바람 잡은 사람 또한 누구인가? 주식 해서 재산 늘어난 사람은 모두 누구인가?
세밀히 분석하고 따지면 주식 등 금융투기, 부동산 투기 등 자유주의 하에서 국가의 방조, 부추김 속에 자행된 모든 불로소득은 근본적으로 서민, 중산층에서 강남부자, 재벌로의 자산이전에 다름 아니다.
오늘 신문에 한국의 예적금 펀드 등 현금성 자산 10억 이상 보유자는 14만 2000명이며 이들의 1인당 평균금융자산 20억, 부동산 등 실물자산 포함 144억이라고 한다.
이들은 월 평균 일반가구보다 4배 많은 1051만원을 지출하며 사교육비는 유학 등으로 평균 193만원을 지출한다고 한다.
이들의 소득이 누구에게서 이전되었을지도 이상의 결과로 뻔하게 나타난다.
5. 새누리당은 대선까지 지금의 압도적 리드가 유지되지 않고 무언가 갑자기 터져서 마지막에 추월당할지도 모르는 잠재된 불안에서 헤어나지 못한다.
그 잠재된 불안의 근원은 간단히 말해 드라마 추적자나 최저임금 부동산 하우스푸어 양산과 그 수익의 재벌 자산가 등으로 이전 때문이다.
최저임금, 부동산, 주식, BTO, BTL 등 민자사업, 4대강, 보금자리, KTX 민영화, F-35 등 십 수조의 방산사업 등이 모두 이러한 중산층, 서민의 세금과 재산의 가진자로의 이전을 보여주는 메카니즘이다. 그 속에 효율화, 성장, 예산의 절약, 1인 1주택시대, 자주국방, 친환경 수자원보호, 투자 적기 등 온갖 현란한 수사와 눈속임이 난무한다. 그러나 그 근본은 결국 없는 서민 주머니 털어 부자 주머니 채우는 간단한 공식이다.
나는 한국사회가 경제민주화는커녕 진정한 정치민주화 조차도 이루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절차적 민주화가 1인 1표를 대변하는 실질적 민주화는 아닌 것이다.
부자독식, 승자독식의 사회에서 진리는 가진 자를 부러워하고 질시하고 구박하는데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다. 힘센 놈과 약한 놈의 동일한 라인선상에서의 경쟁이라는 불공정도 본질은 아니다. 본질은 없는 놈을 쥐어짜고 속이고 얼래서 환상에 도취시켜 억지로 빼앗아가고는 그것 조차 개인의 선택과 시장의 자유라고 말하는 악랄함이다.
미국의 경제학은 더불어 사는 경제를 가르치는 경제학이 아니라 승자독식의 탐욕 경제학이다.
단언컨대 힘있는 놈 자유, 재벌 자유의 경제학 시대는 수년안에 종말을 고할 것이며 이것은 세계적인 조류가 될 것이다.
최근 재벌 형제끼리 차명주식, 지분확대, 부당상속, 비자금을 다투고 어느 주간지 보도처럼 법 위반 『총수구하기 7대비법』(시간끌기, 불구속 수사요구, 영장기각 작전, 집유받기, 법정구속 피하기, 집행정지 노리기, 사면)이 판을 치는 나라(대부분 재벌이 7대 비법을 겪고 있거나 경험했음)에서 『경제민주화』라는 단어로 논쟁을 하는 것 자체가 우스운 일이다.
드라마 『추적자』에 나오는 스토리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 
(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
손현주의 연기때문에 볼라다가 효도르의 암바에 갇힌 것처럼
너무나 현실과 똑같은 설정에 숨막혀서 도저히 볼 수가 없다.
그런 드라마 추적자만큼이나 봉팔닷컴의 예언자기자의 기사들 역시
숨막히는 현실을 적나라하게 펼쳐보여주기 때문에 보기힘들지만
언제나 또 기다려서 본다. 그래서 또 드라마 추적자를 볼 필요가 없기도 하다.
예언자 기자같은 정치인이 지금 대한민국에 딱 열명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런데, 언뜻언뜻 예언자 기자의 기사들 속에서는 "윤리적" 외침이 들린다.
물론, 그게 꼭 나쁘다고 할 수는 없지만 때로는 그 "윤리적" 외침이
문제의 핵심을 가릴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오늘날처럼 신자유주의 화폐금융론, 합리적 기대가설 등 자유방임 경제학이 대형 사고를 치고 세계적 대공황을 낳은 상황에서는"
이게 어쩌면 대한민국의 현재 대다수 "정치경제학" 전공자들의 생각일 것이다.
그러나, 정운찬과 함께 서울대 경제학과 72학번 천재로 불린 윤소영교수는
이미 맑스가 자본론에서 수학도 아닌 산수로 자본주의는 붕괴할 것이란 것을
증명한 바 있다고 아무리 얘기해도 경제학이 아닌 "정치경제학" 전공자들도,
영국에서 유학했건, 독일에서 유학했건, 일본에서 유학했건 자본주의의 영원성,
그리고 비윤리성에선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과연, 화폐금융론과 합리적 기대가설 등 자유방임 경제학이론들이 애시당초
잘나가던 자본주의를 지금과 같이 비윤리적 타락의 길로 인도한 것일까?
아니면, 이미 붕괴의 위기에 직면한 자본주의에 "거품"이란 생명연장의 꿈을
제공했던 것일까? 나도 밥솥기자와 마찬가지로 후자라고 본다.
이게 중요한 것은 전자라고 보는지 후자라고 보는지에 따라서
개별국가의 중장기적 정책은 판이하게 다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현재의 부동산 시장 침체가 규제때문인지 대출(거품)의 한계에 따른
구매력 소진때문인지 보는 시각에 따라 개인들의 부동산을 대하는 태도도
마찬가지로 달라지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규제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면 당근 부동산 부양하겠다는 새누리 박근혜를 밀고서
또 다시 대출받아 아파트를 구매할 것이고 후자라고 생각할 때는 자기분수에 맞는
딱 적당한 집 한채로 만족하며 그 이후를 준비해야 하지 않겠나?
"윤리적" 외침이 때때로, 국면국면에 따라서는 효용이 있을 수 있지만
문제의 핵심을 정확하게 파악한 "윤리적" 외침과 그렇지 않은 것의 결말은
결국 완전히 다를 것이다.
따라서 우리 봉팔닷컴 기자들 모두가 이에 대해 많은 고민들을 했으면 좋겠다.
그런면에서 예언자 기자의 기사들은 아주 좋은 수단 중 하나라고 본다.
예언자 기자, 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