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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두언 부결』과 『정의란 무엇인가?』
미래경영연구소 소장 황 장 수
1. 어제 부결된 정두언 의원에 대한 국회의 체포동의안 부결 때문에 시끄럽다.
그저께 나는 이 체포동의안에 담긴 대선을 겨냥한 정치적, 사법적 꼼수와 공안드라이브, 그리고 3권 분립 체제의 위험, 절차적 하자와 법개정 문제 등 시스템적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어제의 부결에는 여권 내에서도 상당한 숫자가 동참했고 박지원 소환을 앞두고 있는 야권에서도 다수가 동참했다. 국회의원 특권 폐지라는 새누리당과 정치권 전반의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이 문제를 바라보는 의원 내부사정은 그렇게 녹녹하지 않다. 우리 사회에는 어떤 현안에 대해 그 속에 담긴 본질적 문제는 대체로 외면하고 분위기에 밀려 떠밀리듯 대충 넘어가는 현상이 심하다. 어제 국회 부결 이후 오늘 언론 논조는 대부분 『말로만 특권폐지 운운하면서 실제로는 방탄국회를 여는 의원들의 위선』을 비난하는 논조가 대부분이었다.
2. 이런 식으로 여론을(이것이 정확한 여론인지도 모르겠지만) 따라 맹목적으로 생각하기 시작하면 여론을 조작해내는 『프레임』 속에 개개인의 독자적 판단 기능을 상실하고 갇히는 것이다.
『프레임』 속에 들어가면 『자아』는 없고 『타인』이 조작해 낸 생각이 내 생각이 된다. 우리 사회에서 『프레임』을 구축할 능력을 갖춘 대상은 소수 권력층과 언론, 여야의 주요정파, 재벌, 소셜테이너 등 소수에 국한되어 있다. 따지고 보면 국회의원 특권 폐지도 일종의 프레임이었고 이상득 구속에 즈음한 정두언, 박주선 체포동의안 처리도 프레임이었다. 각기 『프레임』을 구축한 주체와 그 의도만 다를 뿐이었다.
정두언 체포동의안은 두 가지 생각해 볼 거리를 우리에게 던진다.
첫째는 이번 국회 체포동의안은 정두언의 수뢰여부에 상관없이 MB의 대선 플랜에 따른 『정치적 프레임』이다. 일단 이 덫 속에 갇히면 연말까지 여야당 의원은 대다수가 대선시기 『공안프레임』 속에 떨며 정치적 주체로서 기능을 상실한다.
둘째는 정두언은 MB 대선 때 실세로 설치면서 여러 하자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그는 결국 재판을 통해 진실관계가 밝혀질 수 밖에 없고 이를 회피할 수도 없다.
이 두 사안 중에 어느 것이 현 시점에서 한국사회 변화에 더 중요한 것인가? 전자를 도외시 한 채 맹목적 비난여론을 조성하는 언론은 과연 떳떳한가
3. 이번 체포동의안 부결에서 드러난 또 다른 문제는 우리사회의 시스템적인 하자가 두드러지고 너무나 후진적이라는데 있다.
어제 민주당 의원이 최소 수십 명 이상 정두언 체포동의안에 반대한 것은 이후 벌어질 박지원 체포동의안과 저축은행 연루, 19대 총선 선거법 위반 등과 관련해 곧이어 자신들에 날라올 화살을 피하기 위해서이다. 나아가 『특권포기 아젠다』를 앞서 장악하며 6월 세비반납을 한 새누리당과 박근혜 후보 측에 타격과 내부분란을 유도하기 위해서이다. 물론 같은 의원으로서 동병상련적 이해도 조기 작용했음은 말할 것도 없다. 이번 체포동의안 부결은 법을 만드는 입법기관으로서 의원의 역할이 정작 『자기들의 신분에 관한 입법』과 관련해서는 너무 게을렀거나 위선적이었음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이다.
미국에서는 현직 의원이라도 현행범일 경우 곧바로 체포된다. 나아가 뇌물수수와 관련된 사안이 떠오르면 아니라고 끝까지 발뺌하는 의원은 거의 없고 대부분이 곧바로 사직을 하고 법의 심판을 받는다. 클린턴 대통령은 『르윈스키 사건』 때 FBI 직원에 의해 백악관에서 르윈스키 옷에 뭍은 정액과 DNA 대조를 위해 피를 뽑히는 수모를 겪었다. 그만큼 사법기관의 수사와 판단에 대한 공정성 확립 및 사회적 존중과 수용의 분위기가 되어 있으니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이다. 반면 한국은 국회의원들에 대한 검찰의 수사 결과 구속 영장 청구가 되면 법원이 행정부에 체포동의안 심사를 요구하는 절차를 거쳐 국회에서 표결된다. 또, 법원의 영장실질 심사 때는 대상자가 도주하지 못한 채로 구인돼 온 상태에서 실시된다. 이 부분에서 국회의원 불체포특권과 법적 모순이 생긴다.
4. 법이 이런 상황에서 검찰이 구속을 결정하면 불체포특권을 포기한 국회에서 무조건 체포동의안을 가결시키는 시스템이 과연 옳은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새누리당 의총에서도 검찰의 (정치적) 결정에 의원들이 맹목적으로 따르는 것이 옳으냐는 지적이 있었다. 애초에 법 제정 시 국회의원에 불체포특권이나 국회 회의상 발언에 대해 면책 특권을 부여한 것은 그럴싸한 명분이나 이유가 있었기 때문에 그러했을 것이지 무조건 특권을 부여하기 위해서는 아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특권을 악용해 이후 뇌물, 횡령 등 비리를 저지른 의원들이 대부분 국회라는 성역에 기대어 체포를 피하는 수단으로 악용되어 온 것 또한 사실이며 이 때문에 국민적 여론도 악화되었다.
문제는 현재 검찰의 결정과 판단이 우리 사회에서 선뜻 초월적 권위를 갖지 못하고 있다는데 있다. 법의 집행이 엄정함이 아니라 사안별, 대상 별로 달라지고 있다는 것이 대다수 국민의 공감하는 사안이다. 이런 상황에서 고민과 아무 생각없이 특권포기를 언급한 의원들이 한심하다. 부패 무능한 국회와 정치적 눈치 보는 고무줄 검찰, 이 둘 중 『국민은 누구를 더 신뢰해야 하는가』 하는 『마이클 센델』식의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과제를 우리에게 던져주고 있는 것이다.
5. 국회의원 특권 문제에 대한 『정의가 도대체 무엇인가?』 라는 고민 속에 여러 가지 현실적이고 실질적인 과제가 담겨있다.
어느 쪽 한쪽도 100% 신뢰하기에는 국민적 불신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이 상태에서 어떤 결정을 하든 『공공복리의 총합』에서 『공리』가 손실을, 즉 국민의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에 손해가 되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현실적인 법개정이 곧바로 따라야 한다. 예를 들어 검찰이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면 회기 중이 아닐 때, 영장 청구를 하고 법원이 영장 실질 심사를 할 때 의원에 한해 『구인되지 않고』 심사를 하는 식의 개정이 필요하다(의원이 무조건 구인되기 시작하면 우리나라 같은 통치의 공정성이 결여된 나라에서 문제가 많이 생긴다) 설마 의원이 도주하겠는가? 이때 법원과 검찰은 서로 견제 기능을 통해 범죄의 사실 관계를 검증하게 되는 것이다.
부득이 회기 중에 체포할 때는 『비리의혹 의원 소속 정당 의총에서 먼저 체포여부를 결정』 한 뒤 국회에 상정시키는 식으로 국회 규칙을 만들면 된다. 국회직 선정 때도 정당의 의견을 존중하는 예가 많지 않은가? 그리하여 먼저 소속정당에서 체포에 동의 할 것인지 안 할 것인지 결정케 하고 국회 표결 시 이를 존중하면 된다. 이 경우 비리 의혹 의원을 감싸주는 비난의 책임은 해당 정당에서 책임지게 되는 것 아닌가?
이번처럼 각자 꼼수에 따른 계산으로 부결에 여야당 각기 상당수 동의해 놓고 이후 책임공방을 벌이는 것 자체가 보기에 너무 추하다. 공개적으로 이번 표결 처리에 따르는 법적 시스템적 문제를 제기하고 결단을 요구하는 의원이 없다는 것이 오늘 한국 입법기관의 수준이자 한계이다.
6. 문제는 뻔히 부결될 것이 확실한 사안에 대해 마치 예상치 못한 큰일이나 난 듯이 원내 집행부가 사퇴하는 소동을 벌이는 새누리당이다.
특권포기라는 명분을 또 그에 따른 표심을 얻고 싶었으면 노력해서 불체포 포기에 따른 부작용과 후유증을 보완하는 법제 개정이나 시스템적 보완이 진작 있었어야 했다. 원내대표 선출 후 MB가 이끄는 이념공방에 따라 아무 생각 없이 장단 맞추고 국회 자격심사 운운하며 대선의 이익만 계산하고 SD 문제 민간인 사찰 의혹에 대해서는 마지못해 여론의 눈치만 살펴온 것이 새누리당 집행부다. 그리고 경제민주화 내부 논쟁이나 해대면서 기득권 세력 의식에 급급한 모습을 노출시켰다.
1차로 평소 밉상인 정두언이 걸렸으니 그를 제물 삼아 불체포특권 포기 선전이나 실컷 하자고 생각했지, 정치적 법적 모순, 대선 관련 공작 등에 대해 고민이나 제대로 했는가? 새누리당 원내 집행부는 부결 때문이 아니라 『No Brain』이기 때문에 당연히 집에 가야 한다. 이번 정두언 『체포 프레임』은 과거 동지 『MB』가 만든 것이다. 『정의와 원칙』 문제를 앞에 두고 눈앞의 이익만 따지다가 보면 반드시 모순이 생기고 일이 제대로 굴러가지 않게 되어 있다. 새누리당 집행부는 자신이 만들었던 『특권포기 프레임』이 MB의 『국회압박 프레임』에 패배한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부결되어도 개똥이 되어버린 『의원들』 때문에 MB는 향후 계산에서 얻은 게 많다.
7. 최근 우리사회에 이런 『정의공익』과 관련된 여러 생각해 볼거리가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첫째, 농식품부가 동해 고래 포획 문제에 대해 국제포경위원회(IWC) 회원국의 결정에 따르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그러나 미국, 호주, 뉴질랜드, 세계 환경자연보호 단체에 의한 국격의 손실과 망신은 이미 회복 불가능한 엎질러진 물이다. 지금 와서 『아니면 말고』식이 가능키나 한 일인가? 고래 잡아먹는다고 욕하던 일본과 이미지가 순식간에 비슷해진 국격수준 추락이 특정 개인의 손실이 아니라고 조용히 넘어가자는 것인가? 눈에 보이지 않는 공공복리의 손실이야 말로 특정 누구의 손실도 아니라고 끝나면 그만인가? 이런 회괴망칙한 희대의 발상을 하고 고래 잡자고 지시한 배후가 누구인지 꼭 잡아내야 공익의 손실이 만회되고 정의가 산다.
둘째, 제수 성추행 의혹 김형태 의원이 경찰 수사과정의 인권 침해 문제로 『국가인권위』에 진정을 했다. 제수 성추행 의원이 수사 과정에서 인권을 침해 받았다고 진정했다고 비난이 야단이 아니다. 그러나 연쇄 살인범도 인권이 있으며 처벌과 그 집행에 법의 절차를 존중해야 야만의 사회가 되지 않듯이 그가 『인권위』에 진정한 것을 무조건 매도하는 우리사회의 풍토도 문제인 것이다. 마찬가지로 SD에게 계란을 던지고 멱살을 잡은 저축은행 피해자에 대한 경찰의 조사방침도 논란이다. 이 문제는 사회적 여론과 법의 집행 사이의 판단의 혼란함을 보여주는 좋은 예이다. 수사기관이 비난 받는 이유는 대형 파렴치범의 법원 출입 때 종종 생기는 이런 문제에 대해 고무줄 적용을 했다는 데 문제가 있다.
과거 전두환 동생 전경환이 그 서슬 퍼랬던 시절에 조사 받으러 가다 뺨 맞았을 때 수사기관은 『국민의 여론과 감성』을 고려해 때린 사람이 누군지 조사하지 않았다. 마찬가지로 정권의 정적이 출두할 때 검찰 청사 앞에서 인위적으로 벌어지는 소란은 의도적으로 방치 조장되어 왔다. 그러나 통진당 폭행사태 등 야당의 정당 내 사건에서는 잽싸게 『끄댕이녀』를 잡아냈다. 이러한 공정성과 형평성을 상실한 수사기관이 법의 혼란을 스스로 불러왔다. 이 문제는 이미 법 집행이 고무줄 관습에 의해 정당성을 상실했다. 계속 끌고 가면 망신당한다.
셋째, 한국이 낳은 스포츠 영웅 박지성과 유도 금메달 리스트 이원희의 논문표절 의혹이 제기되었는데 세간에는 수십억을 받고 QPR로 이적한 박지성의 거취가 더 화제다. 지도교수도 고의가 아닌 실수라고 궁색히 말하고 있는데 논문표절에 따른 우리사회의 비난강도가 고무줄이다. 지난번 문대성은 새누리당 출마해 당선되었기에 『복사기에 막 문대썽』이 되어 출당하고 논문 취소되고 조사받고 있고, 정치 안하는 스포츠 영웅 박지성은 여론이 조용하다. 논문표절은 범죄행위이고 통상적으로 그 배후에 뇌물수수나 특혜 등 대가가 다르기 십상이다. 억만장자급 부를 이루고 있는 스포츠 스타가 은퇴 후 출세와 사회적 명예를 위해 교수가 되고자 하는 일이 우리사회의 공식적 관행이다. 이 경우 돈과 명예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지, 국민의 지지와 성원을 입고 병역특혜, 광고출연, 수십억 대 보수를 받고서는 없는 시간에 굳이 편법으로 대필해 표절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는 것은 재벌의 자영업자에 대한 불공정 행위와 같은 반칙이다.
왜 이 문제는 진실이 무엇인지 메이저 언론이 침묵하고 국민여론은 조용한가?
박사 표절은 각자 교수가 되기 위해 십 수년을 노력하는 수만명의 대학원생과 그로부터 배우게 된 학생, 정부보조를 받는 대학교육의 질 등과 관련된 심각한 편법행위이자 불공정한 반칙이다. 문제는 우리사회가 대상에 따라 표절을 대하는 태도가 다르다는 데서 『정의문제의 원칙』을 스스로 포기하고 있다는 점이다.
넷째, 수자원 공사 본부장의 최근 4대강을 비난한 박창근 교수를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우리 사회에서 명예훼손만큼 법적 판단이 탄력적인 법이 없다. 나도 혹 총선에 출마할까 걱정되었는지 총선 전 오래된 일로 명예훼손 고소가 들어왔고 출두하라 해서 가지도 않았는데 선거 끝나고 나니 무혐의 처리 되었다. 수자원 공사 간부는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근거 없는 비난을 두 번이나 해서 고소했다고 했고 국토부 등 상급부서와 조율해서 나온 것이라는 해석이 따르고 있다. 지금 4대강 공사의 과정에 대한 진실과 그 속에 숨어있는 돈, 명령체계, 진실호도, 비리의 규모와 내용이 무엇인지 누구도 그 깊이를 알 수 없다. 이 문제는 이런 전체 진실이 규명되기까지 누구도 사실 판단을 할 수 없는 문제이다. 그 교수도 『공익』을 위해 제기한 문제이지 『개인의 이해』가 담긴 문제는 아닌 것이다. 국토부, 수자공, 교수 등에 관련된 모든 문제의 진실은 누가 더 공공의 복리를 훼손했고 검은 배후가 있는지 어차피 다음 정권에서 가려지게 되어있다. 방어적 작은 의혹과 거대한 원천적 의혹의 배후간에 논쟁이 너무 가소롭다. 이 간부 또한 수명이 오래갈지 의문이다.
8. 우리 사회에서는 꼼수로 여론을 조작하고 조작된 그 여론을 바탕 삼아 이해를 취하는 일이 너무 흔하다.
소수 특권층의 이익을 위해 『조작된 프레임』이 여론이라는 탈을 쓰고 다수 국민의 사고를 지배하고 그것이 다시 법으로, 정치적 행위(표)로 영향을 미쳐 자기에 유리한 사회구조를 조작해낸다.
일전에 나는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생각이 과연 나의 생각인가?』라는 글을 쓴 바 있다. 가치판단이 혼란한 시대에서 『정의와 공리』의 원칙이 도대체 무엇인지 판단하기가 매우 어렵다. 문제는 지속적 의문과 회의를 통해 자기의식을 가다듬는 노력이 중요하다. 『정두언 부결』 문제가 우리에게 던지는 『무엇이 정의인가?』하는 과제를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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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