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간』철수, 『간』언론, 『간』여론조사, 『간씨』동맹?
미래경영연구소 소장 황 장 수
1. 안철수의 힐링캠프 이후 언론사와 여론조사 회사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바빠지고 있다.
그의 책 『안철수의 생각』는 지난 19일 일반 배포에 앞서 모든 언론사에 미리 배포되었다. 따라서 대부분의 안철수 담당 기자들은 그의 책을 미리 보았고, 그 내용을 숙지한 상태에서 23일 SBS 힐링캠프를 시청했을 것이다. 힐링캠프 방영 이후 어제까지 이틀간 대다수 언론과 인터넷 포탈은 열풍, 찬사, 예능감, 위트 등 찬사 일색이었다. 여론조사 회사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그의 지지도 상승을 발표하고 있고 어제는 양자대결에서 다시 박근혜를 추월했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다만 몇몇 언론은 안의 비정치를 가장한 정치적 행위에 대해 정치참여 의사를 속히 공개할 것을 촉구했다. 안철수의 책과 TV출연이라는 재등장 이후 벌어진 한국사회 주요 여론형성 기관인 언론사, 여론조사회사, 인터넷포탈이 입장에 따라 이리저리 『간』을 보는 양상이 가관이다.
2. 안철수가 힐링캠프에 나와서 한 말 중 정치사회적으로 그의 책 『안철수의 생각』과 다른 내용은 하나도 없다.
그는 사적 연예담, 군대이야기든 개인적 에피소드 외에는 70% 이상이 그의 책에 있는 이야기를 판에 박은 듯 그대로 반복했다. 따라서 사실상 힐링캠프라는 이름에 걸맞는 대중의 상처받은 마음을 위로하고 치유케 할 내용은 하나도 없었다. 오히려 전지전능하고 올 마이티한 안철수의 자화자찬형 위인행각 설파 앞에 대중들은 열등감과 무력감을 느끼게 만들었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다. 그는 도서관 책을 다 읽었냐는 이경규의 질문에 과장된 이야기라 말하지 않고 『작은 도서관』이라고 슬쩍 넘어갔다(이것이 그의 한계이다) 아무리 작은 도서관이라도 다 읽을 초능력을 가진 사람은 아무도 없고 이런 시도를 하는 사람은 정신병자다(그 잡다한 책을 다 읽는다는 자체가 미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
방송에서 한 그의 말 중에서 방송직후 인터넷이나 언론에 보도된 내용 대부분이 이미 책에서 나온 이야기다. 언론은 그의 책이 나왔을 때 이미 보도된 내용이 끝없이 재탕되는 공중파의 전파 낭비에 몰랐던 내용인 듯 호들갑을 떨고 있는가? 방송 기술상 5시간 녹화에 책 내용을 판 박는 듯이 다시 녹화떠논 것을 미리 짜여진 콘티가 없이는 도저히 불가능하다. 그냥 작가와 PD가 그의 책 중에 나온 대중적 구미가 당기는 내용 몇 개 발췌하여 문답을 짜고 그 사이사이에 개인적 에피소드 몇 개 집어 넣은 것이다. 진행자는 미리 답이 정해진 질문을 물었고 안은 책 내용대로 답변했을 뿐이다(베끼다 보니 벤처회계 결산 부분에서는 책과 안의 답변이 디테일에서 차이가 났다. 이 방송의 공정성을 우려하는 질문들에 해당 방송사는 정치프로가 아닌 『예능프로』라고 말했다. 『힐링』이 목적인 예능 프로가 여야 무소속 각기 1위 후보들을 차례로 불러 도대체 뭘 하겠다는 건가? (박근혜와 문재인도 이런 프로에 나간 것이 잘못이다) 그의 책이 16만부가 팔렸다고 하나 이해관계자나 광 팬들이 보지 대부분은 내용을 모른다. 힐링캠프는 그의 책을 보지 못한 사람들에 책 내용을 시각적으로 요약해서 보여준 압축 판이었다.
3. 이날 TV에서 본 안철수의 심리상태는 과대망상이 엿보였다. 과대망상증은 자신을 스스로 위대하다고 착각해 사소한 거짓은 가벼이 여기고 과대포장을 일상적으로 하는 경향이 강하다.
◎ 그는 자신의 행동을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언론에 불만을 표시하며 기자들과 묻고 답하는 과정에서 잘못 해석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 그는 아직까지 길거리에서 서서 30초 안팎의 짧은 문답 외에는 한번도 정식 기자회견이나 기자 간담회를 한 바가 없다. 작년 서울시장 선거 직전 박원순 사무소를 방문 지지율을 읽었을 뿐이다. 그는 일방적 전달 외에 한번도 상호 리액션이 일어나는 토론은 한번도 한적이 없다. 항상 우월적 지위에서 자기가 전달하고 싶은 말만 일방적으로 던진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숨은 의도를 가지고 말한 적이 없고 의도가 있으면 의도를 말한다』고 했다
- 그는 대통령 하고 싶은 의도가 1년이 다 되어가는 데도 아직 말하고 잇지 않다.
◎ 또 그는 『정치인들이 자기 의도를 에둘러 애기해서 언론이 그 말의 숨은 의도를 찾는데, 저는 의도가 없는데 상상해서 당황스럽다』고도 했다.
- 이 모든 것이 자기나 자기 가족 측근 박경철이 떠들어서 시작된 일이지 누가 자기를 추대했는가?
◎ 그는 서울시장 출마와 관련해서도 『시장 출마를 10% 고민했는데 언론에서 90% 앞서나갔다』고 했다.
- 나는 작년 9월 초 그가 박원순을 지지선언 하기에 앞서 여러 근거를 대어 그는 대선 출마용 바람잡이로 시장출마 하는 척 한다고 했고 그의 부친 또한 출마 생각이 없는데 간 보기로 그랬다고 인터뷰한 바 있다(그 직후 부친 병원이 문 닫았다) 이상의 사례에서 보듯이 그는 자기 스스로 정의롭고 모든 실수는 언론이나 남들이 자기를 오해 한데서 비롯되었다는 과대망상이 체질화 되어있다.
안철수는 『군입대 날』, 『독서』, 『바둑』, 『간염』, 『사내주식 분배』, 『맥아피사 매각제안설』, 『안랩바이러스 백신 개발』, 『안랩 성공신화』 등에서 중요한 fact와 현재의 포장된 신화 사이에는 무수한 거품이 끼여있다. 대부분은 자기의 입에서 튀어나온 말이 언론 인터뷰, 책, 강연을 통해 쌓이고 여기에 과장이 보태져 열 한 개의 교과서까지 실렸다. (교과서가 객관적, 역사적 사실로 굳어진 것이 아닌 안철수의 자서전 수필, 박경철과의 인터뷰를 실은 것도 보통 문제가 아니다)
이미 군 입대 날 아침까지 바이러스 백신개발에 열중하다가 와이프에게 인사도 못하고 왔다는 말은 부인이 다른 신문 인터뷰를 통해 거짓임이 입증되었다. 이처럼 그이 입에서 비롯되어 과장된 다른 모든 신화도 시간이 가면서 결국 무너져 갈 것이다. 말이 많으면 실수가 생기는 법이다. 내가 보기에 그는 자기가 뿌린 말만큼 결과를 거두게 될 것이다. 그의 과대망상은 자신에 치명적인 독이 될 것이다.
4. 안철수가 자신의 대선 출마 소동이 기자의 상상이라고 전가하고 있음에도 『안이 정식 출마선언』을 아직 안 해서 검증하지 못하고 있다는 언론의 괴변도 황당하다.
사실 안철수가 간철수라 불리듯이 이 문제에 관해서는 언론 또한 『간철수』라고 앞에 성을 붙여줘야 한다. 안철수가 이미 정치참여를 안했다면 왜 그 일거수일투족을 보도하고 여론조사를 하는가? 소위 진보매체라 불리는 언론은 어떤 일이 있어도 안이 단일화까지 가도록 만들어야 자신의 매체가 향후 5년간 편안해지기에 그에 관해 불리한 사실은 무조건 보도하지 않는다. 다만 단일화에 자신들의 역할을 키우기 위해 안의 정보수집에는 누구보다 열중이다. 한국 진보수준이 이것 밖에 안되는가? (내가 진보매체라면 야당에 안을 잊고 당신들끼리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좋은 공약을 개발하면 이길 수 있다고 조언하겠다)
보수언론들은 안의 정체성의 모호함과 출마선언 지연을 비판하다 본질적인 검증은 하지 않고 간을 보고 있다. 이들 매체 또한 자신의 회사나 모회사가 향후 5년간 무사하고 번창하기 위해서는 『안에 대한 카드』를 대선구도가 명확해질 때까지 칼집에 넣고 있어야 한다. 특정인의 독주는 유리할 것이 없는 것이다. 만약 2007년처럼 여당이 무조건 이기는 대선 구도였으면 이들은 벌써 해부와 난도질에 들어갔을 것이다. 대선 향배는 예측불가이기에 안이 내키지 않음에도 검증보다는 비판적 스탠스에서 간을 보고 있는 것이다.
짜라시 수준의 인터넷 매체와 포탈들은 대부분 철저히 안의 홍보에 열중이다. 이들은 섹시한 제목과 기사로 『안철수 영웅시대』를 미화하기에 혈안이 되어있다. 포탈의 메인 뉴스기사를 취사선택하는 권한은 매우 막중하다. 대다수 젊은 층이 종이 신문이나 TV 뉴스를 잘 보지 않고 인터넷 포탈을 통해 기사를 보는데 이들에게 메인 페이지 헤드라인 기사와 특정인에게 유리한 기사제목, 기사의 숫자 등은 정치적 의사형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 안철수는 벤처 신화의 주인공이고 다수 인터넷 포탈은 오너가 안철수의 지인이며 사업상 바이러스 백신, 보안 등으로 이해관계자이다. 지금 다시 일고 있는 안철수의 신드롬은 이 모든 『간』언론들이 자기 고유업무를 방기하고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적당히 구미에 맞게 간을 보고 있는 것이라 보면 정확하다.
5. 간보는 것은 언론뿐 아니라 여론조사 회사도 있다.
얼마 전 최시중은 자신이 파이시티 측에서 받은 돈을 여론조사에 썼다고 말했다. 그에게 돈을 전달한 이동율도 재판 증언에서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을 앞두고 운영한 언론인 포럼 운영자금으로 줬다고 진술했다. 최시중은 최근 재판에서 다시 경선자금으로 지원 받았다며 『언론인 포럼 운영자금』으로 사용했다가 개인용도가 아니라 번복했다(언론인 포럼 운영자금은 어떤 용도에 누구에게 사용할까?)
지난 대선 과정에서 최시중이 명당터라는 여의도 D빌딩에 터를 잡고 언론과 여론조사 회사를 상대로 작업(?)한 것은 웬만한 사람은 아는 사실이다. 그는 주요 여론 조사 회사인 한국갤럽 회장 출신이며 신문사 간부 출신이자 언론과 여론조사의 생리를 잘 아는 인물이다. 여론조사와 관련 『밴드웨건』이라 해서 한번 누가 1위로 올라갔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면 이후 다른 여론조사도 그 추이를 따라가게 되는 현상이 흔히 여론조작에 사용된다. 나는 지난주 지인에게 내주 안이 양자대결에서 1위가 될 것이라 말한 바 있다. 최근 힐링캠프 출연과 책 출간 이후 분위기가 형성되었으니 간언론이 바람잡고 간여론조사 회사가 띄우면 그냥 1위가 되는 것이다.
최시중이 MB를 만들었다고 큰소리 쳐왔던 이유는 정치인, 언론, 여론조사 간의 연관성을 누구보다도 잘 알기에, 사실상 본선과 다름없는 지난번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여론조사에서 이기게 만든 주역이기 때문이다. 여론조사가 활성화 된 이후 최근의 대선은 여론조사 결과에 따라 좌우되었다. 2002년도 노통-MJ 단일화 2007년 한나라당 경선 등에서 여론조사 회사 몇 곳이 한국 대선과 정치를 좌지우지 했다. 올해 대선도 야권단일화 변수와 안철수 현상이 있어 여론조사가 대선결과를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 이미 정당 대선후보, 당 대표선출, 국회의원 후보 선정도 여론조사가 깊숙이 관여한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인과 여론조사 회사와의 관계는 과연 공정한 것일까? 여론조사 회사의 역할이 막강해지면서 주요 여론조사 회사 오너, 임원이 정치에 이렇게 저렇게 깊숙하게 관여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밖에는 캠프 일원으로 뛰면서 낮에는 여론조사 회사에서 근무하는 일들이 어찌 없다고 할 것인가? 이에 관해 여러 가지 소문이 난무하고 있다. 최시중은 이런 패턴을 돈봉투로 완성시킨 전설적 인물이었던 것이다. 최시중의 언론포럼은 그 돈을 어디에 누구에 줬을까? 과연 6억이 다일까? 나는 신화 같은 이런 스토리의 일각을 들은 바 있다.
이제 여론조사 회사까지 이해관계에 따라 간을 보는 『간여론조사』를 하고 있다. 지금 대선 여론조사 과정에서 모집단과 샘플선정 과정 및 답변 거부율, 지역, 시간, 세대, 조사수단을 고려한 조사의 정확성과 공정성, 그리고 결과를 뒷받침하고 검증할 기초자료(raw data) 보관 등이 제대로 되고 있다고 볼 수 있는가? 아무리 좋은 후보라도 여론조사의 생리나 막후 관계를 모르는 한 절대로 뜰 수 없는 것이 한국의 정치이다.
여론조사의 정치적 비중이 막중해지고 있는데 대선 같은 중요한 정치일정에서 이대로 방치해 두는 것이 타당한가? 선관위는 정치관련 여론조사에 관한 규칙과 법률을 신속히 제정해야 한다. 그리하여 올해 대선에서 여론조사가 공정하고 객관적인 틀 안에서 이루어지도록 하여 그 위상에 걸맞는 책임성을 보여주게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6. 정치 여론은 사실상 진정한 여론이라기 보다는 이미지 홍보 마케팅과 언론과 여론조사 회사가 합작해 만들어내는 가상의 모조품이다.
대중은 누구나 직장, 집을 오가는 다람쥐 쳇바퀴 일상생활 속에서 정치적 여론의 실체를 파악할 방법이 없다. 다만 언론에 보도하는 이미지 메이킹 된 정치인의 언행과 여론조사 회사가 발표하는 지지도만 보고 누가 어떠하다고 판단할 뿐이다. 우리는 우리가 투표로 대선후보를 선택한다고 생각하지만 이 또한 만들어진 이미지 및 보도, 여론 조작에 의해 통제되고 제한된 의식의 반영일 수 있다.
조지오웰의 소설 『1984』는 가상의 미래 세계에서 감시와 의식의 통제 시스템 속에서 가치와 사상 기억까지 날조 조작되어지는 전체주의 사회를 다루고 있다. 과장된 이미지와 이해에 따라 만들어진 보도와 여론 속에서 살아가며, 던져주는대로 컨텐츠를 수동적으로 소비하며 살아가는 우리의 삶이 소설 『1984』와 비슷해져 가고 있지는 않은가?
최근 안철수의 2집 앨범 론칭을 맞아 활개를 치는 보도와 여론조사를 보며 이들의 성이 모두 『간』씨 라는 공통점이 느껴졌다. 그런데 왜 대중은 자기 계층과 자신만의 이해에 따라 『간』을 보지 못하고 맹목적으로 불나방처럼 열광하고 『간씨』들에게 놀아나는 걸까? 조지오웰은 이런 대중의 속성을 이미 1949년에 알았던 것일까?
| 
(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