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본인이 평소 소장하고 있는 개인의 수기 중 한편이다.
요즘 서프등 여러가지 일로 스트레스 만땅인 여기 봉팔러들의 우울한 심정을 다소나마 해소시키고 나아가 명랑하고 건강한 생활향상을 위해 도움이 될만한 일이 뭐가 있을까 고민하다 본인의 수기를 전격 공개하기로 쪽팔림을 무릅쓰고 결정했노라.
물론 본 글은 지금의 우리나라 상황에는 맞지 않는 이야기이지만 언제 또 다시 이런 현상이 발생할지도 모르고, 또 만약에 발생한다면 그 때를 대비하여 약간의 명랑건강 생활정보를 전달하고자 하는 의도도 있음을 미리 밝혀둔다.
아~ 이 위대한 박애주의 정신이여 부디 봉팔러 그대들의 앞날에 햇살이 가득할지니...
제1부 내일로 가는 버스
나는 평소 국가의 안녕과 시민의 안전을 위해 예비군을 마친 아자씨들이 얼마나 많은 귀차니즘과 생업에 대한 다소간의 희생을 감내해가며 민방위교육에 열의와 성의를 가지고 헌신적(?)으로 참여하고 있는지 너무도 잘 알고 있다.
이는 내 가족 내 이웃 그리고 내 나라를 위한 우국충정의 발로이며 나가서는 전 인류의 발전과 복지증진을 위한 사명.....이런건 절대 아닐테고....
암튼 쉽게 말해서 이 불쌍한 아자씨들이 요로코롬 귀찮고 따분한 민방위교육을 받는 통에 한 때나마 씨잘데기 없는 반공선생들이 '강의 내용에 대한 질문 절대불가'라는 조건을 전제로 목구뇽에 풀칠이라도 할 수 있었던 시절이 있었지 않았나 여겨지기도 한다.
굳이 여기서 당시의 민방위교육의 내용에 대해 언급하지 않더라도 우리의 믿음직한 민방위대 아자씨들의 눈물 나는 교육과정이나 분위기에 대해여 남성 봉팔러들께서는 익히 잘 알고 계시리라 여기기에 본 글에서는 과감히 생략하고자 한다.
여성 봉팔러들에게는 남편이나 남친 또는 주변에 말하기 좋아하는 남정네에게 물어보길 권해드린다.
그날(아 어찌 잊으랴 그날을 1999년 5월 어느날) 나는 평소와 마찬가지로 민방위교육 통지서를 들고 교육장을 향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날,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정말이지....정말이지.....
으윽! 목이 메여 정녕 쓸 수가 없고나.....
허나 어찌하랴 위대한 봉팔러들을 위해 어찌 펜을 포기한단 말인가?
아무튼 그런 나는 언제나 그랬듯이 민방위교육에 임할 때는 끝 모를 책임감으로 충만한 아자씨로서 교육에 임하고 있었다는 사실에 대해 의심을 갖지 말아주길 바란다.
우~ 자랑스러운 민방위대여!
물론 믿거나 말거나다.
회사에 당당히 민방위교육 통지서를 제출하고 공식적으로 얻은 유급 반나절 땡땡이 시간에 대한 기대감으로 충만한 나는 교육장에 보부도 당당히 들어서면서 언제나 그랬듯이 습관적으로 강의장 마당 주위를 둘러보았다.
앗! 그런데...이게 무슨 시츄에이션란 말인가?
마당에 언제나, 당연히, 무슨 일이 있어도 있어야 할 것이 보이지 않는 것이다.
난 너무도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된장, 쓰바야 헌혈차가 안보이네"
난 평소 헌혈을 자주하는 편이 못되어서 언제나 죄송한 마음으로 지내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인지 과거 예비군훈련 때부터 틈만 있으면 적극적으로 헌혈을 해왔었다.
혹자는 "쓰벌놈! 헌혈하면 빨리 보내주자너? 너의 헌혈의도는 순수하지 못해"라고 딴지를 걸 수도 있겠으나 결코 나는 그것이 헌혈목적의 전부만은 아님을 분명히 이 대목에서 밝히는 바이다.
물론, 빨리 보내주는 것이 내가 헌혈을 하는 이유 중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굳이 애써 부인하지는 않겠다. ^^
암튼 평소와는 달리 너무도 실망스런 맘으로 교육장에 들어설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아 쓰바 빨랑 헌혈하고 집에 가서 낮잠 한 숨 때려야 하는데...물건너 갔네....ㅠㅠ"
"이 지겨운 시간을 어찌 때울꼬.....아~오늘은 오후 내내 만땅으로 붇잡혀 있어야 하는갑다"
그리고 교육은 시작되었다.
그런데 민방위교육이라는 것이 공교롭게도 대부분 점심식사를 하고 난 후 오후 1시부터 시작하는 예가 많다는 것을 다들 잘 알고 계시리라...
이것이 내가 이글을 쓸 수밖에 없는 결정적인 이유를 제공하게 되었다라는 사실이 못내 불만스럽지만,이 글을 읽을 봉팔러들에게 중요생활 정보제공(지금은 아니지만)이라는 요소를 생각한다면 오히려 다행이라 여겨질 뿐이리라....
그랬다.
그날도 첫 시간 강의부터 몹시도 잠이 왔었다.
식곤증 그것이 나를 계속해서 괴롭히고 있었고 교육에 임하는 내 자신은 진정 본의 아니게 고개를 절구통마냥 전후좌우 사정없이 찍어댈 수밖에 없었다.
비몽사몽(?)간에 들리는 강사의 목소리는 감미로운 봄바람을 타고 나의 귓전을 스치고 있었지만, 난 그의 열성적(?)인 강의를 언제나 그랬듯이 전혀 의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 자리를 빌어 당시 강사에게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
드디어 두 번째 시간을 앞 둔 휴식시간이 되었는가? 주변이 잠시 술렁이더니 갑자기 마이크 볼륨이 커지면서 누군가가 큰 소리로 공지사항을 말하는 것이다.
"....할 사람, 지금 바로 마당에 있는 차로 내려가세요."
‘엥? 이게 뭔 소리여? 헌혈차가 왔떠? 그래? 응?’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아! 올 때 보이지 않던 헌혈차가 결국은 왔더란 말인가.
오! 아름다운 간호사여 그대의 고운 손길에 나의 힘찬 팔뚝을 맏기리라.
그리고 나는 힘주어 말하리라.
"최근에 약 먹은 일 없심다."
그리고 잠시 공상의 시간을 손 운동(쥐었다 폈다)과 함께 가지리라.
졸음이 채 가시지 않은 두 눈을 비비면서 난, 거의 반사적으로 일어 날 수밖에 없었다.
왜냐? 초특급 속력으로 우짜든동 먼저 헌혈을 해야 쬐금이라도 집에 빨리 갈 수 있다라는 그 상황을 내 또래의 아자씨들은 대부분 이해할 것이다.
후다닥 일어선 나는 거의 무의식적으로 교육장을 빠져나와 계단을 달려 차 앞에 제일 첫빠따로 설 수 있었던 것이다.
아! 나의 이 민첩한 행동.
그리고 과감한 결단력.
그랬다. 난 정말 준비된 헌혈인이었던 것이다.
제일 앞선 난 기대에 부풀었다.
"햐! 이번엔 내가 제일 먼저인갑다. 아그들아! 히히"
"지난번에는 좀 늦게 오는 바람에 헌혈 순서 기다리느라 아까운 시간 다 보냈는데 오늘은 내가 제일 먼저란 말이다.ㅋㅋㅋㅋㅋ"
'그리고 이번 간호사는 이쁠까? 지난번은 다소 폭탄이었는데...'
하면서 행복한 맘으로 뒤를 보니 사람들이 얼마 없지 않는가.
그리고 오는 사람들도 다소 밍기적 거리면서 주춤거리는는 표정들
"에그...헌혈을 하면서 뭐가 그리 걱정되노....평소 못된짓 많이해서 혹시 피검사한뒤 보건소로 부터 호출내지는 재검판정받을 까봐 저럴끼다."
이런 생각을 하노라니 그들이 다소 안쓰럽기도 했다.
잠시 후 버스의 문은 열리고 왠 아자씨가 올라와 타라고 손짓을 한다.
얼른 올라 선 순간,
"이기 머꼬?"
간호사는 고사하고 피검사하는 테이블도 엄꼬 헌혈대도 없는 그냥 좌석만 있는 평범한 버스아닌가.
"아 쓰벌! 헌혈차가 바빠서 단체로 버스에 태워 혈액원으로 가려는 갑다."
"쓰바 집에 일찍 가려고 했는데 패가 꼬이네."
재수 더럽게 없다는 아쉬운 생각과 함께 잠자코 앉아 있었더니 버스는 약 10여명 가량만 태운채로 출발을 하는 것이다.
난 생각했다.
"아항. 그래서 사람들이 나처럼 빨리 줄서려고 뛰지도 않았고 많이 오지도 않았구나."
우리를 태운 버스는 흐르는 침묵과 함께 부산시내를 달리고 있었다.
난 호주머니에 찔러두었던 신문을 다시 꺼내 펼쳐 보면서 기왕 헌혈하기로 탄 버스니까 제발 멀리나 가지 않았으면 하는 심정으로 기사를 읽고 있었다.
그리고 다시 잠의 세계로 빠져들었다.
아무튼 언제나 이 넘의 잠이 문제였다니깐~
한 이십분쯤 지났을까, 버스는 정차를 하고 인솔원(아까 올라타라고 손짓한 아자씨)은 우리에게 내리라고 웃으며 친절히 말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 쉐이 얼굴 표정이 몹시도 징그럽게 웃으며 우리를 보고 있는 것이다.
"쓰벌. 헌혈하는 사람 첨보나? 뭐가 우스워 징글징글 웃는게야?"
난 속으로 시불렁거리며 차문을 내려서며 전방을 본 순간 숨이 막히고 머리가 아찔하며 후들거리는 다리를 주체할 수 없음을 느꼈다.
우리가 도착한 건물 입구에는 글씨도 선명하게 이렇게 간판이 걸려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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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모자보건복지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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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부 이발사
그랬다. 오늘은 온 차는 헌혈차가 아니고 모자보건복지협회(지금은 인구보건복지협회로 이름이 바뀐 기관이다)에서 나온 차량인 것이다.
헌혈이라면 당연히 적십자사나 혈액원으로 가야하는데 왜 무료로 정관수술을 시술해 주는 대한모자보건협회라는 말인가?
이건 전혀 예상치 못했고 꿈에서도 상상한 바가 없는 상황이다.
헌혈과 정관수술은 분명히 차원이 틀리는 일이란 말이다.
평소 마눌과의 부부생활 중에서 다소 임신에 대한 조바심으로 스트레스를 받긴 했어도 아직은 정관수술 피임법에 대해선 전혀 염두에 두지 않았던 터였는데 이건 정말 중대한 순간이며 심각한 결정을 동반할 수밖에 없는 기로였던 것이었다.
냅다 도망가버릴까?
안 된다. 분명 교육 중 이탈자 대상이 되어 추가교육 나올 것이고 그러면 회사에 재교육 이유를 설명해야 하는데 뭐라고 해야 한다는 말인가?
그렇다면 저들에게 교육 중 졸다가 잘 못 들어서 온 것이니 가서 나머지 교육을 다 받고 갈 터이니 그냥 보내 달라고 할까.
아! 갈등이여. 번민이여.
난 나의 졸음으로 인해 정말 심각한 고민에 빠져 버렸던 것이다.
흔히들 이야기 하던데...정관수술을 하면 정력이 떨어지니 하지 말라고...
아 쓰바 이일을 우짜노....
그런데 시방 상황은 나의 고민과는 거리가 멀게 전개되고 있었다.
우리는 단체로 지하의 컴컴한 교실 같은 곳으로 이끌려 들어갔고, 아까 그 기분 나쁜 인솔원 쉐이는 잠시 기다리라더니 종이를 들고 와서는 이렇게 이야기 하는 것이다.
"여러분 정말 결정을 잘했심더. 댁에 계시는 아주머니들께서 평소 임신과 낙태라는 걱정에 많이들 시달리고 계실꺼라고 생각합니더. 하지만 여러분께서 잠시만 참으시면 영원히 그 고민에서 해결됩니더. 그라고 하나도 아프지 않습니더. 잠시만 눈 감고 있으몬 금방 끝나삐니까 걱정들 하지 마이소."
난 주위를 둘러보았다.
나와 함께 온 이들은 나와는 다르게 여기 온 이유를 미리, 충분히 알 고 있었고 본인 스스로 결심을 한 사람들 아닌가.
그 들의 표정에서는 다소 염려스러워하는 부분이 있었지만 그래도 한 구석에서는 담담함은 느낄 수 있었다.
그런데 난 뭐란 말인가!
재수 없는 놈은 뒤로 자빠져도 코가 깨진다지 아마.
졸다가 얼떨결에 그 것도 빨리 짜를꺼라고 교육장 계단에서 뛰기까지 한 나였지 않았던가!
정관 빨리 짜르기 위해 뛰는 넘.
그 넘이 바로 나였던 것이다.
오 주여,석가모니여, 마호메트여, 공자님이시여....
그 쉐이가 종이에 이름과 주소등을 적으란다. 뭐 회원이 된다나?
난 쓰고야 말았다. 잠시나마 고통에서 허우적거리다 결심을 한 것이다.
"그래 애 둘 놓고 나서 어차피 피임을 하려고 했었는데 내가 하지 뭐."
"맞아 여자가 하면 호르몬계 이상으로 부작용이 많다는데...남자는 뭐 그런 것이 없다고 하지 않는가. 믿자. 기분 나쁜 쉐이지만 일단 전문가이니 그의 말을 믿어보자."
"그리고 영원히 임신에 대한 스트레스로 부터 탈출하자."
당당하게 기록할 것들을 마치고 서류를 제출을 하니 왠 약 한 봉지를 주는 것이다.
그 쉐이 왈...
"일주일 동안은 술 절대 드시지 마시고 식후 하루 세번 꼭 챙겨드이소."
"미리 항생제를 드리니깐 이자뿌지 마이소."
이 말을 마친 인솔원 쉐이는 거둬들인 보건협회 회원가입 서류를 챙겨들더니만 뒤적거리며 순서를 정하는 것이다.
불길한 예감...
나의 실명 자음은 'ㄱㄱㅎ'이다.
가나다 순으로 정하면 거의 십중팔구 난 1번이 될 확률이 높다.
이름 덕분에 대학시절 학과에서 졸업할 때까지 1번이어서 대부분의 교수들이 나의 이름과 얼굴을 기억하는 바람에 대출이라고는 꿈도 꾸지 못했던 지지리도 재수 없는 나였는데 설마 이곳에서 까지?
헐~ 결국 설마가 사람을 잡고 말았다.
그 인솔원 쉐이가 내 이름을 제일 먼저 부르는 것이다.
"ㄱㄱㅎ씨 먼저 저기 보이는 뒷방에 들어 가이소."
"넵"
어두 컴컴한 강의실 한켠의 뒷방...잔뜩 긴장한 얼굴로 살짜기 문을 연 순간 병원용 침대하나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고 그 옆 테이블에는 사용하지 않은 1회용 면도기가 바구니에 잔뜩 담겨 있었다.
도데체 여기가 무엇이며 이것은 어떤 시츄에이션이란 말인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머뭇거리며 방안에 서 있기를 약 1분???
인솔원 쉐이가 들어온다.
어두운데서 보니까 검은 양복에 다소 까무짭짭한 피부...마치 저승사자 같다.
이 양반이 문을 빼끔히 열고 들어오더니 손에 고무장갑을 끼면서 나보고 하는 말이
"침대에 바지랑 팬티 벗고 올라가 누우소"
헐~ 이 넘이 의사란 말인가? 이 기분나쁜 쉐이가 정녕????
"에? 여기서 수술하능교?"
난 걷잡을 수 없는 공포심과 걱정으로 그에게 물었다.
그랬더니 그자의 말인 즉 슨...
"헤헤....여기서 무슨 수술을 하능교...여기는요 수술하기 쉽도록 수술 주변부를 제모하는데요."
이런 젠장할...이 넘은 의사가 아니고 바로 거시기털 이발사였던 것이다.
아 쉬바 쪽팔리고 넘사스러워 죽을 지경이었다.
택도 없는 넘 앞에서 바지를 벗고 드러누워 가랑이 벌리고 나으 거시기를 떡허니 내어 보일려니 정말 미쳐버리기 일보 직전이었다.
허나 어쩌나 이미 엎질러진 물인데.
'그래 좋다. 이 넘이 시키는 데로 한번 해보자. 한번 쪽팔리면 되겠지 뭐...'
인솔원은 냅다 제모를 하기 시작했다.
기분 나쁜 면도소리, 날카로운 칼날이 나의 피부를 스치는 소리....
아무튼 절라 많이 해본 듯 한 그 넘의 능수능란한 솜씨로 인해 순식간에 제모작업이 마무리되자 그는 나에게 바지를 입고 2층으로 올라가라고 한다.
난 냅다 일어나 허겁지겁 바지를 추려 입고 거시기털 이발소를 나섰다.
강의실 의자에서 나를 주시하고 있는 동기생들의 시선을 뒤로 남겨두고 난 냅다 뛰어서 2층으로 올라갔다.
제3부 집도
2층에 올라서니 수술실이라는 팻말이 걸린 방문이 보였다.
문을 열고 빼꼼히 봤더니 왠 수술대가 나란히 세개가 뉘어져 있고 그 사이를 여성간호사 두명이 왔다갔다하며 뭔가를 준비하고 있었다.
아~ 또 쩍팔린다....허나 어쩌나....그래 끝까지 함 가보자....
문을 힘차게 열고 들어서니 간호사님 하시는 말씀...
"맨 오른쪽 침대에 바지랑 팬티 벗고 올라가 누우세요."
아 쉬바 벌건 대낮에 그것도 맨정신에 웬 처자들이 왔다리 갔다리하는 방에서 바지를 내리려니 정말 돌아버릴 지경이다.
쪽팔려 주춤거리고 있으려니 한 간호사가 하는 말이...
"뭐하세요. 빨리 벗고 누우세욧. 시간 없어욧."
쉬바 그녀의 목소리엔 짜증이 섞여 있다.
이거 이런 상황에서 나으 거시기를 맡겨도 좋다는 말인가?
아....돌겠다. 정말....
좋다. 벗자. 그리고 눕자. 시키는 데로 하자.
어차피 결심한 이미 배린 몸, 기분나쁜 인솔원 쉐이에게 거시기 이발까지 내 맡겼는데 뭔들 못하겠는가?
난 아랫입술을 꽉 깨물고 탈의를 한 다음 침대에 누웠다.
잠시 뒤 한 간호사가 오더니 수술용 시트(가운데 동그랗게 구멍이 뚫린 초록색 시트)를 벗고 누운 나으 거시기 위에 덮더니 내 얼굴은 수건으로 덮어 가렸다.
이거 뭐야? 얼굴은 왜 수건으로 가리나...
허나 수건을 얼굴에 얹을 때 꽉 누르지 않아 약간 아래로 수술실이 빼꼼히 내다 보였다. 그 시이로 간호사들이 왔다 갔다 하는 모습도 보인다. 돌겠다.
잠시 뒤 옆 방문 열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남성의 음성이 나즈막히 나에게 다가 오며 귓전을 스친다.
"간호사...마취주사 가져와요."
수술을 집도할 의사였다.
아...드뎌 운명의 순간이 다가 오고야 말았다.
사타구니 사이에 뭔가 따끔거리는 느낌이 있더니 의사는 나에게 2분 정도만 이 상태로 누워있으라고 한다.
아마 마취약이 수술부위에 퍼지길 기다리는 모양이다.
그 사이 다른 두 명이 수술실로 들어오는 것을 보았고 역시 바지를 벗고 수술대 위로 올라가라는 간호사의 냉정하고 지극히 사무적이며 추상같은 명령(?)이 들려왔다.
상상을 해보시라.
남자 세 명이 바지 벗고 나란히 누워서 거시기를 내 놓고 얼굴엔 수건을 덮고 있는 상황을 말이다.
그 세 명 중 한명이 나라고 상상을 해보라는 말이다.
이런 모습은 퇴폐이발소에서 흔히 연출되는 장면이라고 누군가가 그렇다는데 그건 안 가봐서 난 모른다.
잠시 뒤 의사가 오더니 수술부위를 만지작거리며 나에게 물었다.
"어떻소? 감각이 있소?"
"에~ 어버버버....."
난 적응할 수 없는 상황에서 말문이 잘 열리지 못한다. 분명이 그가 만지작거린 곳에 난 아직 감각을 느낄 수 있었지만 차마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이렇게 버벅대고 누워있자니 의사는 냅다 질러버린다.
"간호사, 수술 시작합시다."
허걱....결국 수술은 시작되고야 말았다.
뭔가 차가운 금속성을 만지는 소리와 함께 잠시 뒤 마취제를 주사했던 곳에 약간의 따끔 거리는 통증이 전해왔다.
“아~ 아직 아프단 말야 새꺄...."
이 말은 순전히 내 입속에서만 맴돌 뿐 집도를 하고 있는 의사나 보조하는 간호사에게 전혀 전달되지 못 했다.
이윽고 뭔가가 내 장기를 밖으로 꺼 내는 듯한 몹시 기분 나쁜 느낌과 다시 오물거리는 손짓의 느낌...
수술과정을 잠시 설명한다면...
고환 아랫부분을 칼로 절개하고 모나미볼펜 심 뚜께의 정관 2가닥을 핀셋으로 끄집어내어 묶은 다음 가위로 절단 한 후 봉합하는 것이다.
(더 궁금하거나 자세히 알고 싶은 봉팔러들은 인터넷 디벼봐라. 사진도 많더라.)
걱정과 두려움, 쪽팔림의 시간은 이렇게 흘러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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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다시 약간의 따끔거리는 느낌(절개부분 바느질)이 있은 후 간호사가 나의 얼굴을 덮었던 수건을 들어내며 말한다.
“바지 입고 내려가시면 됩니다.”
어른 일어났다. 주저 할 일도 없고 망설일 일도 아니다. 쪽팔려 죽겠는데...
정말 두 번 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는 시간들이다.
바지를 주섬주섬 입으면서 옆 수술대를 보노라니 웃음이 픽 터졌다.
두 명의 남자가 수술대에 나란히 누워 얼굴엔 수건을 덮어 쓰고 초록색 천에 동그랗게 뚫린 구멍사이로 거시기는 내 놓고 자빠져 있는 모습....
얼른 허리띠를 동여매고 수술실을 나서는 순간...복도에 다음 수술을 대기하며 서 있는 아자씨들의 얼굴이 일제히 나를 쳐다보는 것이다.
공포감과 부러워하는 표정들이 역력하게 읽혔다.
내가 만일 수술실 문을 닫으며 ‘아이고 아야’ 이 한마디만 던진다면 민방위훈련 중간 도주로 고발되어 재교육을 받을지라도 도망갈 태세들이다. 불쌍한 아자씨들...
히~ 매도 먼저 맞으니 요런 야릇한 쾌감도 있네.
보부도 당당히 복도를 걸어가며 불쌍한 후배들에게 썩소를 한번 날린다.
‘들어들 가봐 쨔샤.....어떤 광경이 니들을 기다리는지 ㅋㅋㅋㅋㅋㅋㅋㅋ’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아까 처음 당도했던 지하 강의실로 내려갔더니 우리를 인솔했던 그 이발사 쉐이가 웃으며 나를 반긴다.
“어떻심니껴? 견딜만 하지예....^^....자 여기 회원증서 있고요. 수술후 주의사항 설명문이 여기 있으니까 받아가소...그라고 일 주일 후 꼭 정액검사 받으러 오소”
“예전에 어떤 양반은 정액검사도 안 받고 마누라랑 잠자리하다 덜컥 임신을 하니 바람피운거 아니냐며 마무라를 두들겨 패고 생 난리를 피운 뒤 결국 친자확인 검사까지 받은 경우도 있는 기라요.”
“뭐...흔한 일은 아니지만 가끔 수술했던 부위가 풀려 이런 불상사도 있을 수 있으니까 꼭 검사하러 오소.”
난 검사과정이 궁금했다.
“검사는 우째 합니까?”
“히~^^ 여기 와서 딸 함 잡아야지요. 뽀르노 비됴도 준비되어 있으니 걱정하지마소.”
이런 젠장...끝까지 기분 나쁜 넘이다.
아무튼 처음 받은 약봉지가 호주머니에 잘 있는지 한번 더 확인한 후 나는 보건협회의 문을 나섰다.
시내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와서 마눌에게 슬며시 약봉지를 내 밀자 마누라는 잔뜩 걱정 어린 눈빛으로 무슨 약이냐고 묻는다.
내가 자초지종을 설명하자 잘 했다며, 고생했다며 결혼 후 처음으로 어깨를 토닥거려 주더니 마지막으로 한마디 휙 던지고는 저녁 준비하러 부엌으로 간다.
“이제 티나지 않는다고 아무데나 싸지르고 다니면 죽는다.”
어라? 그러고 보니 이런 일도 가능하겠네...마누라가 새삼 일깨워 준다.
물론 마누라에게 맞아 죽기 싫어 여태껏 실천에 옮기지는 않았지만....^^
결국 이렇게 나의 2세 생산 공장은 문을 닫게 되었다.
요즘은 정관수술비용이 꽤나 비싸다고 한다. 오히려 지금은 다시 정관을 재생하는 수술이 공짜라지.
예전 가족계획 캠페인의 거의 막차를 내가 탔었던 모양이다.
점점 더 핵가족화 해가는 세상 때문에 자녀 출산이 줄고 있고 그로 인해 국가의 중요한 자산이라고 할 수 있는 인구수가 감소해가면서 급기야는 자녀를 3인 이상 출산할 경우 오히려 혜택을 주고 있는 세상이 되었다.
이런 변화는 불과 십년만에 벌어진 일이다. 세상 참...
아무튼 이렇게 나의 명랑건강 의료수기를 마감하려 한다.
부디 여기 봉팔러들은 살아생전에는 이런 경험을 절대 하지 못하리라 여겨지지만 다시 출산장려 정책으로 인해 인구가 폭발(?)할 시절을 온다면 그 것을 대비하여 후대를 위해 기록으로 남긴다.
아! 장하다....^^
[이 게시물은 관리자에 의해 2012-10-11 00:51:44 생활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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