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략 10년이 다 되어가네..
짤방은 그녀와 내가 처음 만나고 1주일쯤 지났을 때 함께본 영화야.
애프터지..
첫 영화 고른 솜씨좀 봐.. 싸우고 죽이고 하는 영화였던거 같아.
나중에 친해지고 한소리 들었던거 같아..
그녀와 나는 소개팅으로 만났다.
당시 동갑내기 회사 동료가 자기 여자친구의 친구를 내게 소개시켜 준거야..
훗날..
그녀와 나는 결혼했고..
그들는 각자 결혼했다..
천호역에서 만나서 친구차로 송파동 어디쯤으로 이동해서 저녁을 함께 먹었지.
저녁먹고 친구 커플은 빠지고.. 둘이 맥주한잔 했는데..
이 즈음 내가 주어들은 말중에
"첫 만남은 가능한한 짧게 해야 한다."
"첫 날부터 질리게 하면 안된다."
이런거라서..
서둘러 버스태워 보냈었다.
그녀는 요즘도 가끔 그 날 얘기를 하면서 어이없어해..
그전까지 자기를 그렇게 천대한 남자를 만나본적이 없었다나..
모두 집 문앞까지 바래다 줬대..
그런거야?
서둘러 버스태워 보낸건 내 잘못이라고 인정하지만..
남자들 첫날부터 집앞에 데려다줘? 정말? 이건 아직도.. 이해가 안돼..
오바아냐?
어째든 애프터는 받아줘서 일주일 후쯤에 영화를 봤던거 같아..
야구도 보러가고(그날 이승엽이 홈런쳤을껄.. 기억이 가물가물..)
개그콘서트 공연도 함께가고.. 영화도 보고..
엄밀히 이때 우리는 사귀는게 아니었어..
그냥 만나는 거였지..
우리 사귀자.. 이제부터 날짜세서 백일도 챙기고 그러자..
이런게 없었으니 말야..
2003년 9월
월드컵이 끝난지 일년이 훌쩍 지난 시점이었지만..
아직 설렘은 남아 있었어.
친구들과 한일전 보기로 하고 각자 여친들 데리고 오자고 했지.
여전히 여친은 아니었지만.. 함께 가자고 했는데.. 가겠다는 거야..
경기 전날 만나서 영화보여주고..
밥먹이고..
동대문 시장에 갔다.
축구경기장에 가려면 빨간옷을 꼭 입어야 한다고 하고
강제로 빨간색 커플티를 하나 맞췄어..
어이없어 하더군..
다음날 입고 왔더라..
그거 입고 출근했는데 하루종일 쪽팔렸대..
난.. 퇴근전에 화장실에서 갈아입었거든..
같은옷을 입고 있으니..
그녀가 더 이뻐보이더군..
2003년 11월쯤
만난지 100일쯤 되었을때..(나혼자 센거야.. 소개팅 날로부터..)
장미꽃 한다발 크게 싸서 그녀 집앞에 찾아갔지.
불러내서 이런저런 사연으로 꽃다발 바치니 받아주오.. 했는데..
심상치 않은거야..
고맙단 말도 없고.. 꽃다발은 숨기듯 집에다 갖다놓고..
근처 카페에 가서 얘기좀 하재..
머.. 좋은 얘기는 아니고..
내가 자기 스타일이 아니라나.. 어째대나..
이제 더 이상 진행하지 말고 여기까지만 만나자는 거야..
이때 내 마음..
좀 허전해 졌지만.. 뭐.. 사귄거도 아니고..
매달려 봤자.. 돌아설 여자도 아니고..
에잇..
그러자꾸나.. 했었어..
그러고..
한 2주쯤 내가 연락을 끊었던거 같아..
그 전에는 매일같이 내가 연락했었거든..
친구 결혼식 이었나? 하여간 친구들이 많이 모였던날..
밤새 술먹었는데.. 그날 휴대폰 밧데리도 나갔는데..
뭐 전화 할데도 없고.. 올데도 없고..
그냥 부어라 마셔라 하고 새벽에 자취방에 들어와 쓰러졌어..
담날 휴대폰 충전해보니..
그녀한테 전화가 왔었던 거야..
정신을 가다듬고..
전화를 했지..
그동안 심심했대..
2003년 12월 어느날..
날짜가 가물거려.. 이런거 적어둬야 하는데..
그녀가 내 손을 잡았어.. 첨으로..
그날 잡은손에 땀이나서 미끈미끈해져도..
그 손을 놓지 않았다..
그 날 이후 우린 더 자주 만나서 영화도 보고.. 공연도 보고.. 그랬었다.
머.. 그 뒤로도.. 여러번 싸웠고..
한두번 헤어졌었고.. 다시 만났고..
오래된 하드에 저장되 있는 티켓 사진이 여기까지네..
그녀와 나는 2005년 4월 결혼해서 새끼낳고 지금까지 살고 있다..
[이 게시물은 박봉팔님에 의해 2012-03-14 17:25:38 생활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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