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와 민나라가 대치하는 정국이었지. 하지만 이미 한나라는 대륙의 2/3를 차지하고 있었던거야. 황제도 한나라 출신으로 도성의 현감인 시절 치수(治水)를 잘한다는 헛소문으로 권좌에 오를 수 있었고 온 대륙에 치수(治水) 정책을 확대해서 멀쩡한 강들을 뜯어고치는 대역사를 벌이는 바람에 백성들의 고초가 이만저만한게 아니었다더라. 만리장성을 쌓은 진시황 때보다 더했다지.
문제는 민나라인데 한때 전황제를 폐위시키려는 음모를 한나라와 공모하더니, 전황제가 승하하시고 나서는 백성들의 추도열기에 고무되어 언제가부터 상주노릇을 하려고 하더라고. 보다못한 왕자“유”는 결국 참나라로 귀의하게 되었지. 참나라는 전황제 때의 신료들이 “백성은 자유롭게, 조정은 정의롭게”라는 기치아래 건국한 나라라더군. 하지만, 새로생긴 나라였기에 봉토나 백성도 변변치 않은 초라한 국력일 수 밖에 없었어.
민나라 말고 신나라와 노나라가 더 있었어. 원래는 하나의 나라였는데, 노나라에 있는 대신들 몇몇이서 적북교(赤北敎)를 섬기는 노나라에 있을 수 없다며, 독립선언을 하고 신나라를 세운거야. 하지만, 국력은 오히려 참나라만도 못한 형편이었지.
명황제의 폭정은 날이 갈 수록 심해졌지만, 다행히 정해져있던 선위(禪位의) 때가 다가오고 황제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제후국들의 경쟁이 시작되었어. 이미 한나라의 혜공주가 최초의 여황제를 꿈꾸며, 앞서나가고 있었고, 다른 제후국들은 큰 차이로 뒤를 따르는 형국이었지. 민나라에는 적국인 한나라에서 귀화한 손왕이 패권을 노리고 있었고, 참나라의 유왕자는 노나라의 희공주와 함께 통일된 새로운 나라를 건국하는 길만이 도탄에 빠진 백성들을 구하는 길이며, 승하하신 전황제의 유지를 받드는것이라는 신념으로 온갖 수모를 감수하면서도 통일 진보국 건설에 매진하고 있었어. 그런데 진보국을 함께 세워야 하는 신나라의 조승상이 유왕자를 영 탐탁치 않게 생각하고 있었어. 대의를 따라 뜻을 함께하는 유왕자와 희공주에게 아마도 끓어오르는 질투심을 느끼고 있었던 걸게야.
명황제 재위기간동안 대륙은 하루도 편할날이 없었어. 가뜩이나 어려운 시절이었는데, 어느날 도성 현감인 오현감이 그만 사고를 치고 말았지. 그자는 좀 특별한 심미안을 가졌었는데, 도성에 있는 다리와 건물들에 주렴을 치고 홍등을 걸고 금칠을 하는데 엄청난 돈을 썼던 모양이야. 그러면서, 새로 부임한 대사성의 명으로 각 고을 서당 학동들에게 나눠주려던 보리떡을 문제 삼았어. 학동들에게 보리떡을 공짜로 주어서는 안된다며, 집안형편이 어려운 학동들이 구걸을 할때만 보리떡을 줘야 한다고 핏대를 세워댔지. 그러면서 이를 바로잡기 위한 재회를 소집했는데, 남촌, 서촌, 송촌을 제외한 대부분의 고을 백성들이 외면을 하는 바람에 결국 현감자리를 내어 놓게 되었어.
다음해에는 황제를 다시 옹립해야하는데, 갑자기 도성현감도 다시 세워야하는 정국이 되어버린거야. 참으로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풍운의 대륙에서 백성들의 한숨소리만 높아져 가고 있었더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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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