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1 총선이 있던 날, 난 투표 후 출근을 했다. 해둬야할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요즘 여전히 바쁘다.
중간중간 투표율 추이를 바라보며, 박봉팔 회장의 투표율 예상치가 거의 일치하는 수준으로 맞아떨어지던 거에 감탄하며, 투표가 끝나는 시간까지 추이를 지켜보았다.
1) 투표율은 높지 않았다. 총선이건 대선이건 보궐선거건 간에 모두 투표시간은 밤 8시 이후로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의무투표제는 여야합의와 국민의 공감대를 이끌어내기에 아직 부족한 소재꺼리라고 생각하고, 오히려 보궐선거처럼 모든 투표시간은 오후 8시 이후까지 연장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이번 선거에서 새누리당이 변화와 혁신을 약속했고,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이 약진을 하였으므로, 국회 합의하에 투표시간을 연장하는 것에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2) 진보를 자처하는 세력들이 항시 입에 달고 다니는 말이...소외된 사람들을 대변하겠다는 주장이다.
나는 그런 말 하는 작자들에게 한마디 하고 싶었다. 소외된 사람들은 표가 거의 안된다. 소외된 사람들 운운하며 자신들의 정체성을 거기서 찾으려는 사람들은 정치를 할 것이 아니라, 사회운동과 시민봉사활동을 하는 것이 적절하다. 소외된 사람 운운하면서, 소외 당하지 않는 사람들의 마음을 잡지 못하는 멍청한 행태로는 정치를 해서는 곤란하다.
새누리당은 표가 되는 모든 사람들을 향해 납작 업드려 구걸하였고, 자존심과 국정에 대한 우려라는 명분의 애국심을 자극하였다. 자신들은 1%가 아니라고 강변했다. 반면 야권이라는 세력들은 MB심판만 주구장창 떠들었다. 서민정책과 지역공약은 그저 장식품에 지나지 않았다.
결국 새누리당의 '빨간 간판사기'는 통했다.
그런면에서 진보신당의 몰락과 통합진보당의 약진은 자칭 진보에게 많은 교훈을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3) 노동자가 진보세력의 편이라고 하는 착각은 이제 버릴 때도 되었는데, 아직 자칭 진보들은 그러지 못하는 것 같다.
기존에 노동계의 조직력은 전체 노동자의 10%도 안된다. 그런데, 대형 노조에서 지원금을 받던 돈 문제와 인적 연결고리 때문인지, 여전히 노동자계급 운운하면서 정치판을 바라보는 얼간이들이 존재하는 것이 문제다.
조직화 되지 않는 수많은 노동자들인 서민을 대변하고, 그들의 표를 가져올 전략은 언제쯤 현실화 될까?
가난하고, 못배운 사람들이....자신같은 사람들을 챙기겠다 주장하는 진보세력을 지지할 것이라는 망상을...자칭 진보세력들이 언제쯤 버리게 될까? 언제쯤 자칭 진보세력들이 정치공학과 언론사 기자나부랭이들의 기사들에서 벗어나, 전체를 바라볼 능력을 키우게 될까?
실제 살펴보면, 우리나라의 진보정치에 관심이 있는 자들은 적어도 배운 사람이거나 차상위계층 이상의 서민들이다. 소외된 사람들은 진보세력이라는 놈들을 좋아하지 않는다. 오히려 혐오하고 불신한다.
그리고 투표에도 그리 관심이 없다. 정치적 자각이나 각성도 없거나 힘들다. '큰도둑놈 작은 도둑놈'이라는 정치 혐오증과 무관심 속에 사는 사람들이 태반이다. 그런데 자존심은 매우 강하다. 그리고 매우 이기적이다. 당하면서 살아서 그런지 몰라도, 자기보호본능과 경계심도 엄청 강하다. 그런데 정보력은 매우 부족하며, 정보 분석력은 조중동에 휘둘린다.
그들의 표를 가져갈 능력이나 비전이나 하다 못해 시각 자체가 자칭 진보세력에게는 없다. 특히 통합진보당에는 그런 것이 없다. 그저 노동계 운운한다. 자기 잘난 맛에 남들 코치나 하려는 덜떨어진 놈들이다. 노동조합에서 돈을 받아챙기던 습성 때문이라고 본인은 생각한다.
그런면에서 통합진보당의 의석수가 13석이 되어, 정치자금의 수급에 숨통이 트인것은 매우 다행스런 일이다. 대형 노조에 기대어 돈을 받던 그 굴레를 벗어날 기회가 생긴 것이니까. 대형 노조들의 문제점들은 오늘은 걍 패스하자.
4) 천호선이 석패한 것은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은평 을에서 경선에 패한 이상규의 득표 능력이 어느정도인지 모르지만, 그가 관악을이 아니라 은평을에서 함께 했더라면 어땠을까 싶을 정도다.
하지만, 관악을에서 이정희를 대신하여 이상규가 당선되고, 김희철이를 응징한 것이 나름 다행스럽다고 생각되지만, 결국 참여계의 지역구가 없게 된 것은 씁쓸한 일이다.
정동영이 낙선한 것이나, 전체적으로 구태 비노 반노 정치인들이 낙선한 반면, 전체적으로 친노가 야권 의석의 대세가 된 것은 다행이다. 정동영은 이제 힘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정동영 같은 정치인은 우리 정치계에서 사라져줬으면 좋겠다.
5) 야권연대로 몇 석 부족하여 국회 과반을 차지하지 못한 것은 어쩌면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깝쭉대며, 자기 주제를 모르고 설칠뻔한 전체 야권에 현실감을 깨우쳐 주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제주해군기지 백지화를 들고 나와 떠들던 그 덜떨어진 대가리와 천박한 인식체계로 국회 과반을 얻어 여야 진영을 떠나 고민해야 할 국정을 함부로 농단해서는 안될 일이었다.
그리고 막말 파문으로 장년층과 노년층의 분노와 청년층과 중년층의 냉소를 불러일으킨 민주통합당 김용민의 낙선에서... 정도를 가지 않고서 표를 얻어보려 했던 소위 '천재'들의 득표능력과 정치력의 한계를 확인한 것도 다행이다.
막판에 '예비군 단계적 폐지'를 들고 나온 덜떨어진 통합진보당의 행태도 비판받아야 한다. '화두'하나 던져놓고, '나중에 공청회 등을 거쳐 함께 합의하면 된다'라는 말로 포장된 수준의 주장이 '선거 공약'일 수는 없다.
기본적인 원칙과 아웃라인도 제시되어지지 않고, 그 어떠한 기준과 '단계에 대한 원칙' 또는 기존의 관련 정책에 대한 제시도 없이...덜떨어진 장광설의 서두에 이어 끄트머리에 '화두'만 던져 놓는 작태를 누가 제대로 된 신뢰할만한 '선거공약'이라고 생각하겠는가!.
그 덜떨어진 예비군폐지 공약이 청년층 투표율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망상은 이제 실패로 결론이 나서 비판에 직면해야 한다. 응당 비판받아야 한다. 국민들은 자칭 진보세력이란 것들은 '국가의 안위'에 대하여 관심이 없고, 포퓰리즘에 사로잡힌 잡놈쯤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노무현 대통령이 그리 노력하여, 보수가 안보세력일 수 없다는 시각을 국민들에게 인식시켜놓았는데, '해군기지 백지화'와 '예비군 폐지' 공약으로 인하여, '보수는 안보, 진보는 국방력 약화와 무장해제'라는 기존 수구꼴통들의 논리가 유지 내지 확장되었다. 그로 인해 중립층 내지 부동층의 표를 새누리당이 가져갔다고 볼 수 있는 면이 충분히 있다.
통합진보당은 이제 선거가 끝났으니, 예비군 단계적 폐지를 급조하여 선거공약으로 내세운 당직자와 선거책임자에게 엄중한 책임을 묻고서, 안보분야와 외교분야의 새로운 두뇌들을 양성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6) 한편, 이제 통합진보당은 불법선거가 들통이 나서 다시 재보궐선거를 하게 될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을 재빨리 파악하여, 그런 지역에 지역세력을 양성하고, 전력을 충원하여 대비할 때가 되었다.
그리고 이제 총선의 전반적 전략과 선거운동 지휘에 대하여 책임 질 자들에게 통합진보당은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할 때가 되었다.
재보궐선거에서 통합진보당이 한 석이라도 더 늘려서 야권연대가 결국 과반을 넘기는 상황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7) 통합진보당 당직자 요놈들은 이제 당 홈피에 당원들만 글을 읽고 쓸 수 있는 당원게시판을 만들까? 과연 그럴 의지나 있을까? 당직자들과 당원들이 소통하는 그런 당내부의 인터넷 공간을 만들 의지가 있을까? 당원들을 그저 돈이나 대고 몸이나 대는 호구로 놔두는 것이 좋다는 엘리트주의에 빠진 놈들이 사라져줄까? 그런 썩은 인식체계를 가지고 있는 놈들에게 책임을 묻고, 비판을 가하여 뒷자리로 물러나도록 만들 수 있을까?
총선이 끝났다. 당원들도 이제 많이 피곤할 것이다. 생업으로 돌아가서 차분하게 일상을 살아갈 것인데, 당원게시판을 뒤늦게 만들어서 당장 뭘 얼마나 얻을 수 있을까? 당원들의 발랄한 참여를 이끌어낼 당원게시판이 이제 생겨도 과연 그 가치를 발휘할까? 물고기떼 지나간 자리에 그물을 쳐놓고서... 어느 하세월에 다시 물고기들이 몰려들어 그물을 건져올려 만선을 이룰 수 있을까?
당내부가 시간과 공간의 한계를 극복하여 소통이 원활한 구조로 바뀌는 것을 기대할 수 있을까? 썩은 기득권 정당과 하등 다를 바 없는 당직자들의 태도를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
아하...대선과 재보궐선거와 지방선거가 차례로 있으니, 이제 당원게시판을 만들면 될 것 아니냐는 변명을 할 당직자들이 있겠구나...그지?
난 이제 일상으로 돌아간다.
[이 게시물은 관리자에 의해 2012-07-29 02:43:34 정치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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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