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용필 기자 | newsface21@gmail.com 11.12.20 17:36 | 최종 수정시간 11.12.21 10:58
이명박 정부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에 대해 공식적으로 조의를 표명했다. 그러나 정부 차원의 공식 조문단은 보내지 않기로 결정했다. 김 위원장 사망 발표 이후 약 28시간 만에 나온 정부의 공식입장이다.
류우익 통일부 장관은 20일 특별담화를 통해 “김 위원장 사망과 관련, 북한 주민에 위로의 뜻을 전한다”고 밝혔다.
류 장관은 “그러나 정부 차원의 공식 조문단은 안보내기로 했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다만, 이희호 여사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경우, 북한이 김대중 전 대통령과 정몽헌 전 현대그룹 회장의 장례기간 중 조문단을 보내온 것을 감안해 방북 조문을 허용하기로 했다.
아울러 정부는 23일 예정돼 있던 전방지역의 성탄 기념 트리 점등을 유보하기로 결정했다. 김 위원장에 대한 북한의 애도기간이 29일까지인 점을 감안해 북한을 불필요하게 자극하지 않겠다는 의도가 숨어있는 것으로 보인다.
ⓒ YTN 방송화면 캡쳐
정부가 김 위원장의 사망에 대해 조의를 표한 것은 중국과 러시아 등 북한과 전통적인 우호관계에 있던 국가들은 물론, 납북자 가족 문제로 북한과 대립중인 일본이 공식적인 조의를 표시하고 북한과 적대적인 관계였던 미국마저 조의표명을 검토하면서 나온 조치로 풀이된다.
국민여론도 감안한 것으로 분석된다. 여론조사기관인 ‘리얼미터’가 전날 전국 19세 이상 성인남녀 7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정부의 애도표명에 찬성하는 응답자가 49.6%로 나타났다. 반대의견은 31.4%에 머물렀으며 모름/무응답은 19.0%였다. 보수성향 응답자 가운데도 36.3%가 찬성의사를 나타냈다.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 등 주요 야당들이 당 차원에서 조의를 표시한 것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통합당은 19일 김유정 대변인의 최고위원회의 브리핑을 통해 “김 위원장의 급서에 조의를 표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통합진보당도 19일 우위영 대변인의 논평을 통해 애도를 표명하는 한편, 20일 긴급대표단 회의를 통해서는 이정희, 유시민, 심상정 세 공동대표가 모두 정부에 조의를 표해줄 것을 권고하기도 했다. 여기에 노무현재단, 민주노총, 한국노총 등 시민사회단체들이 잇따라 조의를 표명한 것 역시 고려했을 가능성이 높다.
다만, 정부는 김 위원장에 대한 직접적인 입장발표보다는 “북한 주민들에게 위로의 뜻을 전한다”는 말로 에둘러 위로를 전했다. 이는 현 정부와 북한이 남북관계에서 각을 세워온 점과 정부여당이 보수층의 지지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 것으로 해석된다. 일부 보수우파단체에서는 김 위원장의 사망을 축하하는 기자회견을 갖기도 했다.
특히, 이희호 여사의 방북을 허용한 것은 현 정부의 대북정책이 많은 비판을 받고있는 상황임을 의식한 것으로 판단된다.
6.15 공동성명의 당사자인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이자 정치적 동지라는 상징성마저 갖춘 이 여사의 방북을 불허한다면 이는 정치적 부담감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같은 맥락에서 김 위원장과 10.4 선언을 이끌어낸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도 북한 땅을 다시 밟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정부가 간접적으로나마 공식적인 조의를 표명함에 따라 그간 입장표명에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던 한나라당도 공식적인 반응을 보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때는 다소 늦은감이 있다는 지적이다.
<연합뉴스>의 20일 보도에 따르면 박근혜 한나라당 비대위원장은 전날 열린 국가안보비상대책회의에서 “천안함, 연평도 사건이 1년여 지났고 아직 가슴 아픈 사람들이 많으므로 지금은 조의를 논할 때가 아니다”라는 요지로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북한은 20일 조선중앙TV를 통해 처음으로 김 위원장의 시신을 공개했다. 지난 1994년 김일성 주석의 사망당시와 마찬가지로 김 위원장의 시신은 유리관 속에서 빨간 천을 덮은 채 누워있었으며 평소 즐겨입던 인민복 차림이었다.
아울러 김 위원장의 시신은 금수산기념궁전에 안치됐으며 후계자인 김정은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이 당과 군 실력자들을 대동하고 조문하는 모습도 공개됐다.
야 기분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