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 기존 대북 적대정책 유지 강력 시사
류우익 통일부장관은 12월 23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에 따라 소집된 국회 남북관계발전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하여, "북한 체제의 조속한 안정을 위해 미국, 중국, 러시아 등 주변국들이 식량지원에 나서고 있다"는 특위 소속 안홍준 한나라당 의원의 질의에, "현 상황에서 대규모 식량지원을 고려할 형편이 아니고 그럴 계획도 없다"고 밝혔다.
류 장관은 정부의 기존입장에는 전혀 변화가 없다며, "정부는 천안함, 연평도 도발에 대한 북한의 사과가 있어야 한다는 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또 북한 주민의 생활 수준을 비하하는 취지로 "김 위원장사망과 새 지도부의 등장을 계기로 북한 주민들의 생활 수준이 높아지기를 기대한다"며 조롱하면서 "그런 것을 위해 북측과 언제든 대화할 용의가 있다"는 말을 오만한 태도로 덧붙였다.
통일부 장관의 위와 같은 답변에 안 의원은 "미국, 중국, 러시아 등 주변국들이 식량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반면, 우리는 북한과 식량지원을 논의할 채널이 막혀있어 한반도에서 들러리 신세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하며, "북한의 급격한 정세변화를 차단하고 남북 관계의 주도권 확보를 위해서도 전향적 자세가 필요하다"며 "대화채널을 조속히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같은 날 통일부 최보선 대변인은 기자들과의 대화에서 "김 위원장의 사망과 천안함, 연평도에 대한 북한의 책임있는 조치는 별개 사안으로 보고 있다"고 하고, 또 "5.24 대북제재 조치도 동일하다"고 말한 바 있다.
즉, 이명박 대통령의 '북을 적대시 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말은 정부의 대응 자체로 거짓말임이 드러나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북한의 대남선전용 웹사이트인 우리민족끼리는 같은 날 `남조선당국의 태도를 지켜보고 있다'는 논평에서 조의방문은 당연한 예의의 표시이고 동포애, 미풍양속, 인륜도적적 측면에서 "응당히 해야 할 도리"라며 우리정부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에 대해 정부와 민간차원의 조문을 불허한 것에 대해 23일 "용납할 수 없는 반인륜적인 야만행위"라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우리정부의 "북한주민들에게 위로의 뜻을 전한다"는 조의에도 불만을 드러냈는데, "그 무슨 ‘북지도자와 주민에 대한 분리대응’을 공공연히 운운하면서 공식 ‘애도’와 ‘조의 표시’를 부정하고 주민들을 위로한다는 식으로 불순한 속심을 드러냈다"며, "우리 존엄에 대한 참을 수 없는 모독이고 우롱"이라고 이명박 정부를 비난하였다.
그러나 동시에 "남조선당국은 그것이 앞으로 북남관계에 미칠 엄중한 영향을 생각해야 한다. 지금 북남관계는 중대한 기로에 놓여있다"며 "남조선 당국이 어떻게 나오는가에 따라 북남관계가 풀릴 수도 완전히 끝장날 수도 있다"고 남북화해에 대한 일말의 여지를 남겨놓았다.
또 이 매체는 "조의방문 문제는 북남관계 운명과 관련되는 신중한 문제다. 사태가 더 악화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면 남조선 단체들과 인민들의 조의 방문길을 막지 말아야 하고 당국도 응당한 례의를 갖춰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또 조의방문을 원하는 남측의 모든 조의대표단과 조문사절들을 동포애의 정으로 정중히 받아들인다고 밝히며, 이어 개성육로와 항공로를 열어놓은 조치를 취하였고, 체류기간 남측 조문객들의 모든 편의와 안전은 충분히 보장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민간의 조의 방북 허용과 김 위원장에 대한 우리 정부의 직접적인 조의 표시 또는 정부 차원의 조의 방북을 사실상 촉구한 것으로 풀이 된다.
그러나 이에 대하여도 통일부 당국자는 23일 "조문ㆍ조의와 관련한 기존 입장에 변화가 없다"며, "김 위원장에 대한 조의ㆍ조문은 정부가 담화문을 통해 대내외에 천명한 것"이라고 말하여, 지난 20일 담화문을 통해 발표한 조의ㆍ조문 방침을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의미를 분명히 하였다.
정부는 담화문에서 북한 주민들에게 위로를 전하고,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과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의 유족에 대해서만 제한적 조문 방북을 허용하기로 공표한 바 있다.
그후 북한이 김정일 위원장에 대한 남한의 모든 조문단을 받겠다고 밝혔으나, 이에 대해 통일부 최보선 대변인은 같은 날 브리핑에서 "정부는 이희호 여사와 현정은 회장의 방북만을 승인한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며 "현재로서는 어떤 변경도 가할 생각이 없다"고 위 매체의 주장을 일축하였다.
이번 조문단에는 정부 실무진도 동행하지만 정부차원에서의 조문은 없을 것으로 관측되며, 최보선 대변인은 "지원인력은 순수하게 지원과 연락체계 유지 등에 그 역할을 국한할 것"이라고 밝혔으나, 동행하는 정부 실무진은 국정원측에서 북한의 동향을 정탐하기 위해 보내는 인물일 가능성이 높다.
한편 정부는 지금까지 조의문 발송이 모두 32건이 접수됐고 이 가운데 18건이 수리됐다고 설명했다.
통일부 박수진 부대변인은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종합청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노무현재단 측의 방북 조문 불허이유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번 방북 조문은 북측에서 조문단을 보내온 경우에 한하여 답례 차원에서 허용하기로 했다"며 고(故) 노무현 대통령 서거 당시에 북측에서 조문단이 오지 않아 불허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러나 "지난 노 대통령 서거 당시에는 북측이 조문 의사를 밝혔는데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가 거부한 것인데 지난번에 오지 않았다고 노무현재단 측 조문을 막는 것은 모순"이라는 기자들의 지적과 물음에 대해서도 박 부대변인은 제대로 된 변명을 해보지도 못하고 "이 자리에서 논의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답례 차원 방북만 허용할 것만을 거듭 강조하며, 어버법댔다.
또 한편,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 이후 이명박 대통령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과의 전화통화가 이뤄지지 않은 가운데,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후진타오 주석과 공개된 것만으로도 최소 3번 이상 통화를 한 것으로 확인되어 통일부와 청와대는 창피를 당하는 처지가 됐다.
대중국 무능 외교의 현실이라는 측면에서, 중국 정상들이 통화 외교에 익숙하지 않을 뿐 대중국 외교에 이상이 없다는 정부 설명과 달리, 중국과의 정상 외교에 큰 구멍이 있다는 지적을 받아 마땅한 상황에서, 중국과의 외교에 문제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정부가 있는 사실마저 없다며 사실을 왜곡해 전달했다는 비판도 함께 받게 된 것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중국은 전화로 정상끼리 대화하는 게 익숙하지 않은 나라"라며 "김정일 위원장 사망 후 미국, 일본, 러시아 3개국에 정상간 통화를 요청 하면서 중국을 빼 놓을 수 없어 연락하긴 했지만, 통화가 될 것으로 기대한 건 아니다"라고 변명했지만, 아무도 납득하지 않는 분위기다.
현실적으로도 6자 회담에서 이명박 정부는 일본이나 미국과도 의사소통이 잘 안되어, 외교적으로 존중받지 못하는 고립된 종속변수의 처지로 전락하게 되었다.
(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