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풀기자의 요청도 있었고 토요일 오전 간만에 시간이 남아 돌아서 지난 27일 전주성에서 열린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전북대 세레소 오사카의 경기를 아프리카티비에서 동영상을 찾아 보았다. 경기는 예상대로 팀의 핵심인 김보경 선수가 전반 7분만에 부상 아웃이 되면서 전북이 쉽게 이길 수 있었다. 이번 아시아챔피언스리그에서 두팀은 조별 예선에서도 경기를 가진바 있다. 같은 조에 속해서 홈 앤 어웨이를 펼쳤는데 각자의 홈에서 1대0으로 이기는 박빙의 승부를 냈다.
이 두팀은 8강전에서 다시 만났는데 세레소 오사카 홈에서 열린 경기에서는 전북이 먼저 승기를 잡고 나갔으나 김보경 선수의 활략으로 3대4로 아깝게 역전 당했다. 이 경기도 보았는데 전북의 닥공에 맞불을 놓는 세레소 오사카 팀의 닥공 공격력은 위협적이었고 특히 김보경 선수가 중앙에서 모든 골에 관여하는 플레이로 전북을 괴롭혔다. 아울러 세레소 오사카 골키퍼인 김진현 선수 또한 결정적인 전북의 슈팅을 몇차례 선방하는등 한국인 두명의 선수의 활략에 3대2 상황에서 후반전 극적으로 4대3으로 역전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이날 전체적으로 전북 선수의 몸이 무거워 보인 반면 세레소 오사카 선수들은 홈의 잇점을 최대한 살리는 동시에 놀라운 집중력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일본 특유의 빠르고 세밀한 패스 플레이는 역시 뛰어났다.
2차전 중계를 맡은 한국의 케이블 방송사는 MBC ESPN 이었는데 신문선씨가 오랜 만에 해설을 했다. 그의 말에 의하면 세레소 오사카 팀이 일본 J리그에서도 가장 일본적인 팀이라고 했다. 사실 난 J리그 경기력에 대해서 잘 모른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에 올라온 팀들의 경기를 보는 정도라 신문선씨의 해설을 믿고 가장 일본적인 팀이 어떤 플레이를 하는지 지켜본 결과 미들에서 밀리면 암것도 할 수 없는 것이 일본 축구란 것을 이날 경기에서 확인 할 수 있었다.
전북은 K리그 팀 중에서 가장 한국적인 플레이를 하는 팀이다. 전북 최강희 감독의 전술은 고전적이다. 포백 수비에 중앙 수비형 미들 두명 받치고 그 위에 빠르고 개인기 좋은 양윙에다 중앙에 힘좋은 공격수 투입으로 승부를 보는 축구... 단순하면서 쉽게 플레이를 한다.
이날 경기도 시작과 동시에 두팀 모두 각자 확연히 다른 팀 컬러로 서로 공격과 수비를 주고 받았는데, 미들에서 우위를 보인 전북이 공격을 주도권을 잡기 시작했고 바로 경기가 얼마 지나지 않아서 김보경 선수가 코뼈 부상으로 아웃되면서 세레소 오사카 팀은 발란스가 무너져 버렸다.
만일 김보경이 있었다면 이날 경기 내용과 결과는 상이하게 진행 되었으리라 예상이 된다. 전북의 팀 칼러는 공격과 마찬가지로 수비시에도 체력으로 강하게 몰아 붙이는 스타일인데 이에 맞서는 세레소 오사카 팀은 세밀한 패스 플레이로 전북의 압박을 한순간 벗어나서 오히려 전북의 허술한 수비를 쉽게 공략하는 플레이로 재미를 본것이 1차전 이었다. 그러나 2차전에서는 미들에서 전북의 압박을 벗어나지를 못했다. 전반전 딱 한차례 위협적인 장면만 연출 했을 뿐 전북의 강한 압박에 최전방으로 전개되는 공이 번번히 차단이 되고 이때 오히려 전북의 날카로운 역습에 위기를 맞이하곤 했다.
특히 노련한 이동국 선수의 전방에서의 움직임에 일본의 두 중앙 수비수들은 속수무책 당할 수 밖에 없었다. 1대0으로 전반을 마친뒤 후반 들어서는 일본 선수들의 체력이 급격히 떨어지고 수비수들의 실수가 잦아지면서 대량 실점의 빌미를 제공하게 된다. 4대0 상황에서 한골을 넣는 저력을 보여주기도 했지만, 이미 경기의 추는 전북으로 기울어 졌고 교체로 들어간 김동찬의 골에 이어 이동국의 마지막 골까지 두 골 모두 수비수들의 체력저하로 인한 실책이 원인이 었다.
이렇게 세레소 오사카가 갑자기 무너진 이유는 물론 김보경 선수의 예상치 못한 부상이 가장 크지만, 그들의 강점인 중앙 미들에서 우위를 확보하지 못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축구가 일본 축구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 경기 였다. 그리고 피지컬적으로 준비가 되지 않고는 아무리 뛰어난 기술도 무용지물이라는것.. 지난 한일전 패배는 일본에 체력적으로 밀렸다는 것이 더 큰 원인이다. 사실 국가대표 수준에서 선수들 개개인의 기술 수준 차이는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그렇다면 결국 그날의 선수 컨디션에 따라서 경기 결과는 천양지차이로 나는것이 현대 축구다.
세 차례 경기에서 박빙의 경기력을 보여준 두팀이 마지막 외나무다리 진검 승부에서 제대로 준비를 한 전북이 한순간 우세를 점유하고 세레소 오사카를 완전 골로 보내버렸다. 그 일등 공신은 내가 보기에는 루이스 선수다. 미들에서 일본 선수 두세명 에워싸도 여유로운 볼처리로 볼을 살려나가는 능력은 탁월했다. 실제 4골을 넣은 이동국 선수보다 이날 루이스가 한 역할이 더 대단했다고 본다. 마치 국대팀의 박지성 처럼 말이다. 일본 축구를 이길려면 기술적으로 뛰어난 선수가 미들에서 만들어나가는 역할이 꼭 필요해 보인다. 난 그 적임자 중 한명으로 김보경 선수를 꼽는다. 조광래 감독이 제대로 활용을 하지 못하는것이 쫌 거시기 하지만 말이다.
박지성 선수가 은퇴시 자신의 후계자로 밝힌 김보경 선수는 내가 보기에는 박지성을 능가하는 축구 센스와 재능을 가졌다. 또 기술이 좋은 선수가 대부분 체력이 약하고 수비가 미숙한데 이 선수는 두 부분 모두 훌륭하다. 앞으로 일정 레벨을 벗어나면 박지성 보다 더 크게 성장 할 수 있는 선수다. 그 레벨을 벗어나는 것이 어렵지만 말이다.
요즘 한참 물오른 기성용 선수가 그 레벨을 벗어날려고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마찬가지로 구자철, 지동원 선수도 일단 그 시험대에 올랐고 다음 차례는 김보경 선수가 될 것이다. 한국인 선수로 다음 빅리그 행에 오를 선수는 김보경 선수가 1순위가 될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예상해 보면서 이 글을 마칠까 한다.
추신 : K리그 드래프트제가 이렇게 유능한 선수를 일본에서 썩게 만들고 있다. 김보경 선수 K리그에 있었다면 벌써 빅리그로 갔다. 지동원 선수를 보면 알 수 있다.
찾아보니, 28일 12:00에 녹화방송 나왔구놔.
시종여일 흉아 리뷰 잘 봤어.
졌다그래서 볼 의욕 없었는데 김보경 선수 얘기 들으니 1차전 경기도 찾아보고 싶어진다.
지금은 괜찮지만 J-리그에 오래 있으면 있을수록 공격수/미드필더는 기량이 정체될 텐데 (수비가 약한 J-리그니까) 조만간 존 소식 있거나 아님 K-리그로 턴하는덴 무리가 좀 있는걸까? 궁금해
아모스/ 에닝요도 물론 뛰어난 선수지만 몸빵과 체력이 약하고 기복이 심하다.
그래서 올해는 전북의 두터운 선수층 때문에 주전 경쟁에 밀리기도 했다.
뭐.. 잘할때는 아무도 못막을 정도로 잘하는 선수가 에닝요지만..
거칠기로 유명한 k리그에서는 그의 뛰어난 재능도 크게 빛을 발하지 못한다.
그만큼 k리그가 수준이 높다.
(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