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1년 9월 27일, 축구 칼럼니스트를 은퇴하고 청담동에 300평짜리 땅을 사 회색 빌딩을 다 밀어 버린 뒤 소박한 귀농 생활을 시작한 나에게 7살짜리 손주 녀석이 놀러왔다. 나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손주 녀석을 볼 때마다 행복을 느낀다. 손주를 무릎에 앉힌 뒤 할아버지의 젊은 시절 사진첩을 꺼내 보여준다. 그런데 손주가 나에게 이렇게 말한다. “어? 할아버지, 여기는 어디야?” 나는 40년 전 일을 떠올리며 이렇게 대답한다. “여기는 전주야. 벌써 이 일도 40년이 흘렀네.” 그러자 손주가 묻는다. “40년 전이면 2011년? 그 때 무슨 일이 있었는데?” 이렇게 전설 속의 이야기는 시작된다.
전북 이동국은 어제(27일) 열린 세레소 오사카와의 2011 AFC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에서 무려 네 골을 기록하면서 믿기지 않는 활약을 펼쳤다. 나는 그가 전설이 될 것이라 믿는다. (사진=연합뉴스)
“이동국이라는 선수 알아?” 내가 묻자 손주가 고개를 갸우뚱 거린다. “아니 잘 몰라. 바르셀로나 백승호 감독보다 유명한 선수였어?” 나는 짧은 한 숨을 내신 뒤 전설이 된 그 날의 경기와 이동국에 대해 손주에게 설명하기 시작한다. “그럼. 최고의 선수였지. 청소년 대표 시절부터 온갖 국제대회에 모두 나서 몸이 정상이 아니었는데도 결국에는 최고의 자리에 오른 선수였어. 욕도 많이 먹는 선수였는데 이만한 실력을 가진 선수가 또 없었지. 할아버지는 아직도 이동국 이름만 생각하면 눈물이 난 단다. 그 분이 보여준 플레이에 푹 빠졌었거든.”
나는 말을 이었다. “딱 40년 전이었어. 전북과 세레소가 아시아챔피언스리그 8강전에서 만났지. 당시 전북에는 최강희 감독님이라고 있었는데 무조건 공격을 외치는 아주 화끈한 스타일이었어. 가만 보자. 같이 찍은 사진이 어디 있을 텐데. 음, 여기 있군. 바로 이 분이야.” 내가 사진을 내밀자 손주가 인상을 찡그린다. “에이, 그냥 농사꾼 할아버지 같은데.” 순간 당황한 나는 얼른 말을 돌린다. “이 분이 이렇게 보여도 명장이셨어. 오사카에서 열린 1차전에서도 수비를 안 하고 공격만 하다 네 골이나 허용했지. 그런데 넣은 골도 세 골이나 돼. 그때 3-4로 졌었어.”
손주가 낡은 사진 속 최강희 감독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는 동안 내가 말을 이었다. “2차전은 전주에서 열렸는데 할아버지는 이 경기를 아직도 잊을 수 없단다. 일본이 독도 문제로 까불다가 국제 재판에서 패한 뒤 망하기 전까지는 일본 축구도 굉장히 강했고 세레소도 만만한 팀이 아니었거든. 그런데 이날 경기가 어떻게 됐는 줄 알아? 전북이 6-1로 세레소를 이기고 4강에 진출했지.” 손주가 놀란다. “우와, 6-1? 되게 재미있었겠다. 그러면 이동국이라는 사람은 그날 잘 했어?” 내가 대답하려는 순간 방문이 열리더니 한 삐쩍 마른 노인이 눈치를 보면서 들어온다.
최강희 감독은 원정경기에서도 물러서지 않는 경기를 펼치면서 세 골이나 기록했고 결국 이는 전북이 안방에서 유리한 경기를 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전북의 경기는 감동 그 자체다. (사진=연합뉴스)
“오늘 신사동 부근에 배추는 다 심었어요. 내일은 학동 사거리 쪽 논에서 추수를 하면 될 것 같아요.” 나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그 노인에게 대답한다. “수고했어. 그리고 이렇게 둘이 있을 때는 말 편하게 해. 우리가 40년 전에 그랬던 것처럼 말이야. 그럼 돌아가 봐. 동혁아.” 그 노인이 나간 뒤 나는 말을 이었다. “그럼. 그 경기에서 이동국이라는 선수가 네 골이나 넣었어. 정말 대단한 플레이였지. 차면 다 들어가는 거야. 세레소 골키퍼가 한국 사람이었는데 나중에는 그라운드에 누워서 일어날 줄을 몰랐어. 6골이나 허용한 걸 믿을 수 없는 눈치였지.”
이동국 이야기를 하자 손주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나는 손주를 지긋이 쳐다보며 이야기했다. “이동국은 정말 논란이 많은 선수였어. 프리미어리그에서 실패했었고 군대에 가면서 다 ‘끝났다’고 했던 선수였거든. 2009년에는 K리그에서 득점왕이 됐는데도 어시스트가 적다고 욕을 먹었고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는 딱 한 번의 찬스를 놓쳤다가 숱한 비난을 받아야 했어. 패스하면 공격수가 패스한다고 욕먹고 슈팅하면 패스 안 한다고 욕먹는 선수였지. 국내용, 아시아용이라는 별명을 달고 살았어. 특히 국가대표 축구 경기만 보는 사람들은 이 선수를 무척 무시했었어.”
이 때 전화벨이 울린다. 휴대폰에는 ‘경남FC 김주영 감독’이라는 글씨가 떠 있었다. “어, 주영아.” 내가 전화를 받자 저쪽에서 무슨 이야기를 꽤 오래 한다. 한참을 듣고 있던 내가 수화기 너머로 웃으면서 대답한다. “에이, 뭘 또 고맙다고 전화를 다 했어. 그냥 그 돈 50억으로 좋은 선수 한 명 사. 나는 그 돈 없어도 잘 살아. 이번에 클럽 월드컵 나가려면 선수 영입도 좀 해야 할 거 아니야. 대회 끝나면 술이나 한 잔 하자.” 전화를 끊은 나는 혼자 중얼거린다. ‘녀석, 축구를 그렇게 사랑하더니 아직 장가도 못 가고…. 지금이라도 좋은 사람 만나서 결혼해야 할 텐데….’
이동국이 자신의 두 번째 골을 넣은 뒤 단체 관람 온 군인들 앞에서 거수 경계 세레모니를 펼치고 있다. 예비역 병장의 위엄이 느껴진다. (사진=연합뉴스)
나는 다시 손주와의 이야기에 집중했다. “할아버지는 이동국을 국내용이나 아시아용이라고 비난하는 데 동의하지 않았어. 당시 우리나라에서 국내용이나 아시아용이 아닌 국제용 선수가 없었거든. 우리 축구 실력이 세계 무대에 도전장을 내미는 수준이었는데 여기에 국제용 선수가 있을 수가 없었단다. 무슨 다른 우리나라 공격수들은 국제 무대에서 해트트릭이라도 하는 것처럼 이동국만이 국내용, 아시아용 소리를 듣는 게 무척 불쾌했어. 이동국이 국내용, 아시아용이면 이 선수한테 뚫리는 세레소 수비수들이나 이 선수한테 득점 랭킹에서 뒤처진 선수들은 다 동네용이게? 할아버지는 이동국이 대단한 선수라고 생각한단다.”
나는 계속 말을 이었다. “이동국이라는 선수는 결국 실력으로 보여줬어. 2011년에 K리그 득점왕과 도움왕, MVP를 휩쓸었고 챔피언스리그에서도 득점왕과 MVP에 올랐거든. 최고의 해를 보냈지. 특히 세레소전에서는 오른발로 두 골, 머리와 왼발로 한 골씩 넣으면서 ‘퍼펙트 해트트릭’을 달성하기도 했어. 온 몸이 흉기 같았지. 할아버지는 이 경기를 직접 현장에서 지켜봤다는 게 아직도 영광이야. 세레소 원정 팬들을 제외하고 관중석 삼 면에서 파도타기가 끝도 없이 이뤄졌고 이동국은 골을 넣은 뒤 단체 관람 온 군인들에게 달려가 자신의 상무 시절이 떠오르는 듯 멋진 거수 경례 세레모니를 하기도 했지.”
“정말 멋진 경기였네.” 이 이야기에 손주가 푹 빠져든 모습이었다. 그러자 나는 신이 나서 이야기를 이어갔다. “할아버지가 생각하는 최고의 경기였어. 왜 이동국이 최고였는지 보여주는 경기였기도 했고. 경기력과 경기장 분위기 모두 4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생생하단다. 정말 거짓말 같은 경기였지. 전북에서 보란 듯이 살아난 이동국과 그를 믿고 기용해 준 최강희 감독, 그리고 미친 듯이 공격하는 전북의 집중력은 정말 무시무시했어. 최강희 감독이 얼마나 잔인했는지 아니? 후반에 크게 이기고 있는 데도 미드필드 루이스를 빼고 공격수를 투입할 정도였지. 인정 사정 봐주지 않는 분이셨어.”
이동국을 막으면 에닝요가 넣고, 에닝요를 막으면 루이스가 넣는다. 이 셋을 다 막으면 갑자기 벤치에서 로브렉과 김동찬, 정성훈이 튀어 나온다. 장난 아니다. (사진=연합뉴스)
이 때 비록 나이는 들었지만 훤칠한 키에 여전히 훌륭한 몸매를 가지고 있는 한 할머니가 과일을 들고 방으로 들어온다. “여보, 또 우리 강아지한테 축구 이야기 해 주는 거예요?” 나는 사과를 한 입 베어 물면서 대답한다. “당신이 젊은 시절 가수 지나로 활동할 때 이야기보다 축구 이야기를 더 좋아하는 걸 어떻게 해요.” 그러자 할머니가 말한다. “아유, 당신도 참. 나도 젊었을 때는 잘 나갔다고요. 호호.” 순간 방에는 행복에 겨운 웃음소리가 넘친다. “할아버지, 이동국이라는 사람 이야기 더 해줘.” 손주가 갑자기 난 데 없이 ‘블랙 앤 화이트’ 춤을 추면서 나에게 이야기한다.
“어디까지 이야기했더라. 음, 그래. 당시에 많은 사람들이 이동국이 다시 대표 선수가 되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이야기했어. 그런데 할아버지 생각은 달랐단다. 나는 그냥 이동국이 전북에서 축구를 계속 즐겼으면 좋겠다고 주장했지. 그날 전주에서 보여준 이동국의 모습이 너무나 행복해 보였거든. 또 다시 대표팀에 가 한 번 실수하면 누구보다도 심한 비난을 받을 텐데 이동국은 그런 논란의 중심에 있을 만큼 하찮은 선수가 아니었어. 이동국이 실수하면 K리그 수준이 어쩌고 하면서 달려들 사람들도 참 많았거든. 할아버지는 그냥 이동국이 영원한 전북의 전설로 남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어.”
“그래서 어떻게 됐는데?” 손주의 질문에 내가 대답했다. “그 해에 이동국은 전북을 아시아 정상에 올려놓고 몇 시즌 더 전북에서 행복하게 축구를 하다가 은퇴했어. 그가 은퇴하던 날 전주성을 가득 메운 관중들은 그의 이름을 연호하면서 눈물을 흘렸지. 지금도 전주성에 가면 이동국 할아버지 동상에 세워져 있어. 다음에 할아버지가 한 번 데리고 가서 보여줄게.” 내 말에 손주가 신난 표정을 짓는다. “꼭 데리고 가줘. 그리고 할아버지가 말한 그 경기 영상도 보고 싶어. 보여줘. 보여줘. 빨리 보여줘.” 인자한 표정으로 손주를 바라보며 머리를 쓰다 듬고 있던 내가 말했다. “없어, 임마.”1) (끝)
------------------------------------ 1)2011년 9월 27일 열렸던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전북 현대 vs 세레소 오사카] 경기는..
중계가 없는 이유는 스포츠 캐이블 방송 3사가 야구 전경기 중계 계약을 해서
축구랑 겹치면 무조건 야구 중계를 한다.
그럼 공중파난 다른 케이블에서 해주면 되는데.. 이건 왜 또 안되는고 하면..
AFC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중계권 판매권을 IB스포츠에서 가지고 있고 이 판권을 다시
MBC스포츠와 SBS ESPN에 팔았는데.. 앞에 이야기 한바와 같이 야구 전경기 중계에
밀려서 K리그는 물론 아시아 챔프리그 8강전에 한국팀이 3팀이나 출전했는데도
중계가 없다..
특히 국내에서하면 없다.. 야구와 같은 시간대여서..
오늘 수원과 이란의 조바한팀의 경기는 이란에서 벌어지는 경기라 아마도 둘중 하나는
중계를 할듯 하다..
이런 무능력한 두 꼴통 대한축구협회와 프로축구연맹을 보면.. 정치판의 민주당과
진보 꼴통 들이 생각난다.. 하는 짓거리가 대동소이하다..
축협 => 민주당 아직 배가 부르다.. 그런데 곧 망할거다..
연맹 => 진보 꼴통 기업구단주 돈주머니만 바라보고 있다..
이래도 한세월 저래도 한세월.. 내 밥그릇만 탄탄하면 계속 가는거야~~~
밥풀/6대1 경기는 못봤구.. 3대4 경기는 봤다..
세레소 오사카 잘하더라.. 닥공에 맞받아치기 닥공 전략으로 홈에서 전북에 승리를
거두었는데.. 이때 핵심 맴버가 김보경 선수 직접 골도 넣고 나머지 3골에 모두
직,간접으로 기여했다. 이 경기에서 김보경 선수 보면서 느낀점은
박지성이 괜히 자기 후계자로 김보경을 꼽은것이 아니란것..
오히려 박지성보다 기술적인 완성도는 높은 선수다.. 축구 센스도 그렇고
박지성 만큼 성실하면 대박 터뜨릴 선수..
(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