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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 전 한양대학교 부근에 레코드점이 있었다. 현재도 있는지 모르겠지만...
그곳에 처음 갔을 때 주인 양반이 콧수염을 멋있게 기르고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LP코너에서 뭐 좋은 음반이 있나 살피고 있는데 주인 양반이 다가 오더니 어떤 음반을 찾느냐고 물어본다. 그때는 클래식과 재즈에 초보이다 보니 그냥 좋은 음반 찾으러 왔다고 했다. 그런 후 이런 저런 대화를 하다가 주인 양반이 느닷없이 “키스 자렛을 아느냐?”라고 물어본다. 당근 키스 자렛이 누구인지 알리가 없었다. 잘 모르겠다는 말이 끝나자마자, 그 동안 수 많은 손님들에게 미끼(?)를 던졌을 법한 수법으로 키스 자렛에 대해 줄줄이 설명을 한다. 자기가 왜 이렇게 콧수염을 기르는지 아느냐고, 키스 자렛을 너무 존경하다 보니 키스 자렛과 같이 콧수염을 기르게 되었다고, 하루라도 키스 자렛의 이 음반을 안 들으면 귀에 가시가 돋친다고 하면서 하나의 CD를 건네는 것이었다.
주인 양반의 삐끼질에 얼떨결에 CD를 건네 받아 사오면서(그 당시에 LP 가격은 너무 비쌌으며, 또한 그 명반을 사기가 쉽지도 않았다.) 도대체 키스 자렛의 음악이 어떠하길래 저 주인 양반을 저렇게 변하게 할 수 있을까? 하고 생각이 들었다.
집에 가자마자 비닐을 벗기고 첫 번째 트랙을 듣는 순간...기절할 뻔 했다.
“헉...이럴수가...”
곡이 끝나기 전까지 숨이 멈출 것 같은 감동이 밀려온다.
그 전까지 정통 Jazz만 들어오던 나에게는 큰 충격이었다. 그 명징한 피아노의 울림이 가슴 벅차게 만들고, 무아지경으로 만든다. 아무런 잡음이 없는 저 우주 공간에서 지구를 내려다 보며 연주를 하고 있는 듯한 콘서트, 피아노가 표현할 수 있는 모든 음악이 때론 나비가 되고, 때론 소나기가 되어 내 가슴을 때린다. 모든 에너지를 마음껏 발산하며 저 광활한 우주를 무한히 담아내고 있는 그 사람… 마음으로 표현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피아노와 한 몸이 되어 표현해 내고 있는 그 사람… 그의 손가락은 바로 내 앞에서 춤을 추며 흐느적 거린다. 머리카락이 쭈빗할 정도로 오싹한 감동이 밀려온다. 감정을 억누르지 못하고 음악 중간 중간에 발산하는 그의 흥얼거림...나를 무아지경으로 이끈다. 장장 26분이나 되는 첫 번째 파트1이 끝나고 관중들의 박수 소리를 들으면 나도 모르게 전율이 짜르르하고 밀려온다. 만약 이 음반을 모르고 생을 마감한다면 얼마나 억울할 뻔했겠는가? 음반 사장에게 너무나도 감사하는 마음을 보냈다. 그래서 아직도 이 음반을 모르는 사람들을 불쌍히(?) 여기사 여기 이 지름왕이 삐끼질을 하고 있다. :namespace prefix = v ns = "urn:schemas-microsoft-com:vml" />:namespace prefix = w ns = "urn:schemas-microsoft-com:office:word" />
이 음악이 바로 키스 자렛의 영원한 명반 쾰른 콘서트(Koln Concert)이다.
내가 재즈에 입문하거나 또는 클래식만 듣는 분들에게도 가장 많이 추천해 줄 수 있는 몇 안 되는 앨범...
이 앨범은 1975년 1월 24일 독일 쾰른 오페라에서의 실황 연주를 담고 있다. 뭐 들리는 말로는 콘서트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연주했다고 하는데 확실한 건지는 모르겠다. 뭐 본인이 그렇다고 우긴다면 그렇다고 생각해야지…뭐, 거짓말 탐지기를 들이 밀기도 그렇지 않은가? 하여간 재즈 음반사에서 필수 소장 음반이며, 키스 자렛의 음반 중에, 아니 모든 재즈 음반 중에 정말 손에 꼽을 수 있는 음반 중 하나이다.
키스 자렛은 1945년 펜실바니아 주의 앨런타운에서 태어났으며, 3살 때부터 피아노를 배워서 7살에는 솔로 리사이틀까지 가질 정도였다고 하니 가히 천재적인 기질이 있었다고 본다. (자세한 것은 검색 신공하기…)
키스 자렛은 재즈뿐만 아니라 클래식 앨범도 꽤 많이 발표를 했는데, 특히 바흐의 곡들을 많이 연주를 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음반으로는 바흐의 프랑스 모음곡(2CD), 골드베르그 변주곡(하프시코드 연주, 명징한 연주 정말 좋다. 이 앨범도 추천), 평균율 클라비어곡집(4CD)등이 있다. (얼마 전 아날로그를 다시 시작하면서 어렵사리 쾰른 콘서트 LP구입했다…뿌듯^^)
봄의 시작...
키스 자렛의 쾰른 콘서트…적극 추천한다.
내 뽐뿌질에 CD를 산 사람들 중에 나와 같이 감동을 받은 사람들이 있다면 따뜻한 가슴을 가진 사람들일 거다. 축복 받은 거다. 축하한다...ㅎㅎ
또한 나처럼 감동의 쓰나미가 안 밀려오는 그런 사람들도 분명 있을 거다. 하지만 실망하지 말고 두 번, 세 번만 들어보라...분명 감동이 온다.
[이 게시물은 관리자님에 의해 2011-05-03 00:36:14 바보문예에서 이동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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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기분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