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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리차드 쉔크만 (Richard Schenkman)
출연 : 데이비드 리 스미스, 토니 토드, 존 빌링슬리, 앨런 크로포트
원작 : 제롬 빅스비 (Jerome Bixby)
제작 : 미국 (2007)
이 영화를 처음 접한 것은 한 친구를 통해서였다.
어느날 좀 특이한 영화를 봤다며 대충 줄거리를 얘기해 주었는데...
그땐 딴 생각을 하느라 제대로 새겨듣지 않고 대충 넘겼었다.
그런데 얼마 후에 무슨 영화 볼까 뒤지는데...제목이 보이는 거다.
반응을 보니...댓글수가 장난이 아니다.
대충 훑어보니 거의 감탄...간간히 비난....
이거다 싶어 얼른 찜해서 보기 시작했다.
이 영화의 공간적 배경은 미국의 어느 대학교 주변의 작은 집이다.
(이 배경은 영화가 시작되어 끝날 때까지 바뀌지 않는다.
마치 연극을 보는 듯....
배경도 인물도 처음부터 끝까지 그대로라...제작비 최저 영화로도 손꼽힌단다.)
대학교수로 10년 동안 재직해온 주인공 존 올드맨의 집으로 동료 교수들이 모여든다.
갑자기 교수직을 사퇴하고 떠나는 존을 배웅하기 위하여....
마흔이 채 안 되어보이는 젊은 존에게....
초로의 동료들은 떠나는 이유를 묻는다.
존은 처음엔 별 이유 없다고 말하지만....대화가 오가던 끝에...
갑자기 믿기 어려운 이야기를 꺼낸다.
자신이 구석기 시대에 태어나 1만4천년 동안 살고있다는 것이다.
당연히 동료들은 농담으로 받아들이고...
처음엔 말장난처럼 그 시대는 어떠했느냐 묻는다.
존은 하나 둘 자신의 과거를 털어놓는다.
꽤 오랫동안 추웠던 시기 툰드라 풍경...
그리고 서서히 따뜻해지던 시기 해가 뜨는 방향을 향해 움직였던 일...
로마 시대와 인도에서 부처를 만나 가르침을 받던 일...
그리고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예수 이야기에 이른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부처를 통해 깨달음을 얻은 존은
서쪽으로 여행하다가 이스라엘에 이르렀고,
야만적으로 살아가는 그들에게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열두 명의 제자가 생기고, 수많은 사람들이 따라다니며 선지자라 부르고...
결국 십자가에 매달리게 되었다는...
그 사이 존의 이삿짐 속에 들어있던 선사시대의 유물과 고흐의 그림 등도 나오고..
고고학, 생물학, 지리학 등 각 석학들의 검증에도 어긋나지 않은 존의 이야기에
혹시나 하던 교수들은 충격에 빠진다.
급기야 신학 교수는 울음까지 터뜨리고....
동료들은 거짓말이라고, 농담이었다고 말하라며 존을 압박한다.
늙지 않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들키지 않기 위해
10년 주기로 거처를 옮겨 다니느라...
가족도 친구도 만들 수 없었기에....
혹시나 친구가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진실을 털어놓았던 존은...
쓸쓸히 농담이었다고 말한다.
그제서야 안심하고 떠나는 동료들...
그러나 마지막으로 일어서다 존과 조교의 대화를 듣게 된 의대 교수는...
너무나 충격적인 사실에 쓰러지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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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는 동안 두 가지를 떠올렸다.
하나는 책이고 하나는 영화...
책은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고 영화는 '바이센테니얼 맨'이다.
바이센테니얼 맨은 로봇으로 태어나 인간이 되어 영원히 살아가는 사람의 이야기이고,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서는 우리의 존재가 가벼운 것은 '재귀', 즉 삶이 반복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었다.
그 두 가지를 보면서도 나는 내내 영원히 산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생각했었다.
막연하게 생각하면, 하고 싶지만 시간적 제약 때문에 하지 못하는 모든 것을
자유자재로 해보면서 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그것도 삶이 유한하기에 생기는 욕심이 아닐까...싶기도 했다.
삶이 끝나지 않고 무한하다면 굳이 서두를 필요가 있을까..
언젠간 하겠지 하고 마냥 미루다가 결심했던 사실조차 잊어서..결국 못하게 될 수도....
가장 두려운 건, 바이센테니얼 맨이나 이 영화에서도 나온 인간관계의 문제다.
모두가 다같이 영원히 산다면 몰라도..
나 혼자 영원히 산다면 관계의 축적도 없을 것이고...
설령 있다 한들 끝없이 이별해야 할 터이니....
얼마나 외롭고 괴로울까....
그래..역시 인간이든 자연이든 무엇이든...
유한하기에 가치가 있는 것이다.
젊음이 사그러들지 않고 마냥 계속된다면...과연 꽃같은 젊음이라 하겠는가...
사계절 없이 봄이 마냥 계속된다면...누가 그토록 봄을 기다릴까?
우리 인생도 그런 것이다.
100년도 안 되는 시간이기에....소중한 것이고...
어떻게 살고 싶다는 욕심이 생기는 것이고....
천년만년 함께 지낼 수 없기에...가족도, 친구도....귀한 것이 아닐런지...
그 흔한 회상 장면 하나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대사로만 이어진 이 영화.....
영화를 볼거리로 보는 사람들에겐고문이 될 수도 있겠으나..
그리고 자신이 섬기는 신에 대해서는 상상력조차 허락하지 않는 종교인에게는 기분 나쁜 영화일 수도 있겠으나....
공상에 빠져 끝없이 헤매기를 즐기는 나 같은 사람에게는...
이 영화....꽤 괜찮은 영화다.
[이 게시물은 관리자님에 의해 2011-05-03 00:45:53 바보문예에서 이동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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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기분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