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이아빠의 자게판까지 점령 의도에 발끈하여 그가 즐겨 찾고 논다는 놀이방까지 함 와봤다. 뭔가 쓰긴 써야 하는데 딱히 이런 영화나 음악평에 대해선 자신이 없다. 물론 영화도 많이 보고 음악도 많이 듣지만 보고 들을 때 참 좋다. 이거지 얘들을 분석적으로 생각해 본 적이 한번도 없기 때문일거라고 스스로를 자위해 본다. 특히, 영화는 볼 땐 깔깔대기도 하고 잼나기도 하지만 보고나면 스토리조차 가물가물 할 때가 많다.
그래도 뭔가 끄적여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내가 제일 좋아하는 감독 홍상수의 영화 중에서 가장 재미있게 봤던 영화 - 잘 알지도 못하면서 - 를 얘기해 볼까한다.
홍상수 영화를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는 주인공들이 딱 나의 평균적인 행동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영화 속의 등장인물들은 은근하고 우아하게 돌려서 비틀어 말하는 법이 없다. 그냥 본능에 충실한 때론 너무 저속하게 때론 너무 가식적인 모습으로 우리들에게 얘기를 던진다. 그가 구사하는 화법은 극 사실주의에 가까워 어떤 이들은 그게 더 현실감을 떨어 뜨린다고 하는데 적당히 놀아도 보고 타협도 하고 살아본 나같은 놈에겐 정말 딱 들어맞는 대사라고 느껴진다. 그의 영화가 불편한 사람들은 아마 너무 착하게만 살았던 사람들일게다.
영화 속 김태우가 맡았던 역의 영화감독은 얘기를 한다.
"미리 다 정해서 들아가면. 다 뻔한 얘기 밖에 안나와. 이미 알고 있는 것들은 상투인데 그게 예술에선 최악이야." 라고 외친다. (정확한 대사는 아니다 순전히 내 기억에 의존한다)
홍상수는 김태우를 통해서 자신의 영화관 또는 예술관을 전달하려 했을 거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뭔 놈의 예술입네 문학입네 아님 정치네 하면서 까불고들 있느냐 뭐 그 정도로 이해했다.
뭐든 정형화를 시켜 놓아야지 맘이 편하든가 아님 거기서 궁물이 떨어지는 사람들에게 던지는 일갈, 아님 뭐든 자기 틀에 맞춰야 세상이 제대로 돌아간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 대한 야유 아니었을까? 여기서도 본질이 아닌 상투놀이만 하는 사람들이 몇몇 있어 생각난 영화이기도 했다.(고백하자면)
이런 장면도 기억난다.
성공한 미대교수가 사회 여러 방면에서 일하고 있는 제자들과(여기에 김태우도 껴있다) 콘도에서 같이 술을 마시며 고매한 예술론을 펼치다 학부생 한 명을 위층으로 불러내서 섹스를 하는 장면이다. 분명히 소리로 위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짐작하지만 나머지는 그냥 애써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술 마시며 더욱 더 고상한 예술론에 빠진다.
정말 배꼽잡고 웃었던 장면이다. 어찌 이렇게 인간의 내면의 가시과 허위를 잘 집어내는가 감탄을 금치도 못했지만...
첨 써 보는 영화평이라 그저 생각난 대로 끄적여 홍상수 감독에겐 상당히 미안하다. 좋은 영화의 묘사와 평을 이렇게 졸작이로 한점에 대해서. 그래서 홍감독의 주옥같은 작품들을 소개하며 글을 마무리 지을까한다. 내공을 더 키워 담번엔 이 중에서 한 작품 소개해 볼까 한다. 물론 내공이 쌓이는 대로 음악에도 손을 뻗칠 생각이다. ㅎㅎㅎ
1. 오! 수정(2000) 정보석, 이은주
2.생활의 발견(2001) 김상경, 추상미, 예지원
3.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2003) 유지태, 성현아, 김태우
4.극장전(2005) 김상경, 엄지원
5.해변의 여인(2006) 김태우, 고현정
6.밤과낮(2008) 김상경, 박은혜, 홍수정 - 요 영화도 골때리게 재밌다
7.하하하(2009)김상경, 문소리, 유준상
8.옥희의 영화(2010)문성근, 이선균, 정유미
아, 그리고 마지막에 김태우랑 고현정(미대교수부인, 대학 때 한 때 사귀었던 사이)이 교수가 일이 있어집을 비운 사이 사랑을 불태우려 시도하는데 옆집에 살던 하정우가 우연히 이 장면을 목격해서 벌어지는 잘 알지도 못하면서하는 훈장질의 백미가 나온다. 암튼 참 잘 만든 영화다.
야 기분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