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해>는 슬프고 잔인하며 잔인하고 슬픈영화다.
근 십여년간 발표된 한국영화중 독립영화<똥파리>,이창동의<밀양>등과함께 인생자체가 고통임을 가장 잘 표현해내는 수작중 하나다. 막상보면 전혀슬프지 않음에도 그렇게 만들면 슬픈줄아는<약속><편지>와 같은 최루성 멜로보다 더더욱 슬픈영화가<황해>다.
영화의 초반부에 하정우의 투박한 입담에 덧씌운 나레이션과 함께 <황해>속의 개들은 주인을 잘못 만났음을 암시해준다. 나홍진 감독이 왜 면가(김윤석)를 직업개장수로 표했는지는 시작만보면 알수있다. <황해>속에서 삶을 연명하기위한 초인적능력을 선보이는 면가와 구남(하정우)은 얼핏보면 액션 영화의 마초적 영웅성 정도로 보이지만, 내 개인적 시각으로 그들은 개들과 다를바없는 존재들로 그려진다. 대표적인 반려동물중 하나인 개라는 존재는. 평범한 주인을 만나 애완으로 키워졌다면 평소에 몇대 맞는것외엔 재롱둥이로 자랄테고, 애초부터 식용으로 키워져 사철탕 집에 팔린다면 영문도 모른채 가마솥에 들어가 한끼의 식사가 될 것이다.
그런데 면가와 구남은 위와 비교도 안될 사악한 주인을 만났다. 단순히 얻어맞고 먹혀버리는 개가아니라, 태생적으로 인간이 뿌려놓은 살육의 괴질에 감염되어 물고찢기고 잡아먹고 뜯고 아작내는 광견으로 키워진다. 그들을 미치게 만든 얼굴없는 주인은 누구일까. 어디서 유출된 괴질일까?
서두에 말했듯이 영화의 시작은 구남의 독백이다. '내 나이 19살 때 동네에 개병이 돌았다. 우리집 개도 개병이 걸렸다. 처음엔 에미를 죽이고 그 다음엔 아가리로 물어 죽일 수 있는 모든 것을 물어 죽였다.개는 도망갔다 다시 나타났다.그 개가 죽었다.사람들은 그 개를 잡아 먹었다.그날밤 또 다시 꺼내 잡아 먹었다' 다음의 대사는 구남을 관리하는 책임자의 입에서 나온다 '저 개새끼 뭐하는 새끼야' 연변에서 택시를 모는 구남의 모습이 교차되며 그의 독백은 이어진다. '개병이 돌고있다'
도박장에서 만난 면사장(김윤석)은 개시장에 앉아있다.
돈 때문에 아내를 한국으로 보낸 구남은 '정신배이' 걸린 사람처럼 마작에 몰두한다. 결국 아내를 돈 때문에 넘겨주고 현실과 미래를 잃은 셈이다.
면사장은 폐인같은 구남에게'한국 가서 사람 하나 처죽이고 오라.저 개새끼들 처럼 처맞고 살든지'라고 말한다.
구남은 아내와의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잊지 못하고 그 순간을 되찾기 위해 '행복'호를 타고 황해를 건너 '희망여인숙'에 묵고 '비바마트'앞에 서있다. 구남역시 행복을 꿈꾸지만 정반대로 인생은 흘러간다. 살인의지는 프로페셔널인데 실행은 아마추어다. 돈앞에 사람을 도끼로 찍고 칼로 썰고 벌거지 취급을 당해도 눈가에 미동조차없는 면가와는 틀린, 최소한의 인본주의자 느낌의 구남이지만 돈을 위해 아내를 팔아넘긴점에서 그 둘은 괴질에 걸린 개와 그 개에 물려 죽은 사람과, 괴질에 걸린 개를 파내어 골수까지 발라먹는 가짜인간들일 뿐이다.
<황해>는 재관람 카페가 개설될정도로 안정적인 성공을 거뒀으나 영상미에대한 평가는 찬반이 엇갈렸다. 극중장면 하나인 도끼로 머리를 참수하는 장면에서 내리치고 다시 잡아 빼는 장면까지 잡아낸 구도는, 단순히 잔인해서 문제가 되는것이 아니라 극사실을 표방하여 촬영된듯하지만 인간해부식의 느낌을 주어 극의 흐름을 투박하게 만들기도했다. 물론 나만의 생각이다.
영화의 감독 나홍진은. <황해>를 통해 한국영화 미장센의 대부격인 김기영과 그 계보를 미약하게나마 잇고있는 이명세의 바톤을 이을 명분획득에 성공했다. 장편 데뷔작<추격자>로 선보인 디테일을 뛰어넘어 <황해>가 표출해낸 시나리오와 세트배경의 절묘한 조합은 그가 현실액션이던 SF던, 심지어 아동극까지도 완벽하게 설정할수있는 기교파 연출가임을 증명해보였다. 추격자의 가장 큰 수확은 하정우였지만,<황해>의 가장 큰 수확은 소포머 징크스를 화려하게 극복한 나홍진 그 자체에있다.
하정우가 연기한 '구남'은 막연히 생계형 코리안드림을 꿈꾼채 황해를 건너왔다 볼순없어도 따뜻한 바다를 기대했음은 분명하다. 지옥같은 한궈hanguo의 수마를 겪은 그가 마지막으로 목격한 이땅의 모습은, 불분명한 외도에빠진 부인과 화이트칼라들의 오만, 치정싸움에 청부살인을 동원하는 복수의 되물림 뿐이었다. 어찌보면 하루빨리 이땅을 떠나는것이 그의 유일한 살길이었는지 모른다.
박정희 시절,시민권이 부여되는 미군의 초청장만 목놓아 애타게 기다리던 집창촌 여성들의 꿈. 그들의 아메리칸 드림은 몸과마음만 망가진채 물거품이된 경우가 태반이다. 이 치욕의 역사는 시대를 거슬러 구남에게 그대로 적용된것은 물론이며 지금 실제로도 중국과 동남아시아 전반에걸쳐 가해지고있다.
| 
야 기분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