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리에 방영되던 엠비씨 수목 드라마 최고의 사랑이 23일 16회를 마지막으로 종영을 고했다.
이 드라마의 종영 소식에 애청자들은 아쉬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실제로 연장 방송에 대한 요청이 빗발쳤다고 하는데, 공효진을 비롯한 주연 배우들이 난색을 표함으로써 원래 계획대로 16화 완결을 맞이하게 되었다. 사전 제작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 우리 드라마 여건 상, 거의 생방송이나 다름 없이 진행되는 촬영 스케줄은 배우에게도 큰 부담으로, 드라마의 완성도를 저해하는 면에서도 암적인 요소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 요즈음 시청자들이 이러한 점들을 모르지 않기 때문에 연장 불발에 대한 아쉬움도 그리 크지는 않았다.
이 드라마가 인기를 끈 요인에 대해 이야기를 굳이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독고진이 왜 매력이 철철 넘치는지, 공효진이 왜 천상 배우 소리를 들으며 아름다운 여배우라 찬사를 받고 있는지 드라마를 한 회라도 본 사람이라면 가지지 않을 궁금증이라 확신하니까. 나는 그저 내가 느낀 두 가지 감상을 끄적여보고 싶다.
첫째는 정보화 사회의 역기능이라 할 수 있는 익명성의 폐해와 그로 인한 악플 문제이다. 홍자매가 각본을 쓴 최고의 사랑 여주인공 구애정은 실제로는 그렇지 않지만 네티즌들과 대중들에게 '밉상'으로 낙인 찍힌 여배우이다.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던 걸그룹 '국보소녀'의 해체 원인으로 지목당하며 언론과 대중들에게 미운털이 단단히 박히게 된 것이다. 그로 인해 그녀는 10년을 음지에서 비난과 멸시의 아픔을 겪으며 살아간다. 물론 극중 그녀의 밝은 성격이 그러한 상황에도 씩씩하게 생활해 나감으로써 그녀를 돋보이게 하는 장치가 되지만, 괜찮은 척 씩씩한 척 하던 그녀도 수 차례 힘들어하며 눈물을 쏟는다. 더구나 국민배우 독고진과의 열애설이 터지는 최종화에서는 그 비난이 절정에 달하게 되는데, 구애정의 그러한 현실이 우리 사회에 몇 차례 문제시되었던 연예인들에 대한 마녀사냥식 악플 도배와 크게 차이가 없는 것이다. 홍자매가 의도한 것도 그러한 점을 지적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개인적으로 악플을 다는 네티즌들의 작태를 굉장히 찌질한 것이라 생각하는데, 예를 들어 최홍만이 이종격투기에서 개그에 가까운 경기력을 보여주었다고 할 때 거기에 "너도 선수냐, 나가 죽어라, 덩치가 아깝다" 등의 악플을 다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과연 최홍만 선수 앞에서 그런 말을 거침없이 쏟아낼 수 있을까? 나는 회의적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이 키보드에서 두들길 수 있는 것들을 자신의 입으로 그 대상에게 뱉어낼 수 없다면, 그것은 확실히 킹 오브 더 찌질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홍자매도 나와 생각이 비슷한 모양이다. 극중 독고진이 악플러로 고소한 사람들이 경찰서에 출두하여 왜 그런 악플을 달았냐고 묻자 하는 대답은 전부 다 "그냥"이었다.
둘째는 소소한 해피엔딩에 대한 대중들의 목마름이다. 최고의 사랑 최종화에서는 아픈 얘기들이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 토크쇼에서 열애 사실을 당당히 고백한 독고진으로 인해 일순간 네티즌들의 집중 포화를 받게 되는 두 사람. 하지만 그들은 당당히 열애 사실을 밝힌 이후 오히려 손발이 오글거릴 정도의 애정 행각을 공개적으로 행위함으로 사랑을 재확인한다. 두 사람의 사랑이 행복으로 골인하는 과정을 한창 죽고 못사는 시기의 매력적인 두 남녀를 통해 브라운관에서 '뻔뻔하게' 방영한 것이다. 둘을 시기하고 질투하는 대중들의 악플과 잠시 독고진의 심장을 터질 뻔하게 만든 구애정의 교통사고는 모두 이들의 사랑을 방해하지 못하는 장치로써만 기능하고 극의 해피 엔딩이라는 마무리에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한다. 실제로 굉장히 작위적이고 인공적인 행복한 결말이라 할 수 있는데, 대부분의 팬들 반응은 굉장히 만족한다는데에 대한민국 현실 사회의 팍팍함을 미루어 짐작해 볼 수 있지 않나 생각해 보았다. 실제로 현재 우리네 보통 사람들의 삶은 얼마나 팍팍한가. 그런데 오후 10시부터 11시까지 시청하고 나면 하루가 마무리되는 드라마까지 심각하거나 슬픈 얘기로 가득하다면 우리는 조금의 여유나 미소도 갖지 못한 채 24시간을 보내게 될지도 모르겠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의 취향은 저마다 제각각이다. 그런데 20% 내외의 시청률을 기록하였고 표면적 시청률 이상의 충성도 높은 지지자들을 확보한 최고의 사랑 같은 경우에 이 드라마를 본 모든 사람들이 해피 엔딩을 기꺼이 좋아하는 취향의 사람들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이 드라마의 결말에 대해 시청자들이 요구한 것은 단 한 가지. 독고진과 구애정이 행복하게 살게 해주시라는 것. 독고진은 대한민국의 초특급 탑스타로 설정된 캐릭터이고, 구애정도 순탄치는 않았지만 어쨌든 연예인인데 우리 삶과는 아무 상관도 없는 캐릭터들의 해피 엔딩에 시청자들이 애가 닳은 것이다. 이는 캐릭터와 극본의 구성-연출에 성공한 제작진의 성과이기도 하겠지만 우리같은 사람들이 팍팍한 현실에서 드라마를 통해 잠시나마 요원해 보이기까지 한 일상적이고 소소한 '행복'에 대한 목마름을 표출한 것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아무튼 최고의 사랑은 종영했고, 나는 이제 더 이상 챙겨 볼 드라마가 없어져 버렸다. 내 삶의 엔돌필 생성에 상당한 기여를 하였던 이 드라마를 아쉽게 떠나보낸다. 그리고 그 역할을 이제는 무한도전 서해안 고속도로 가요제에 몇 주간 맡겨봐야 할 것 같다. 아마 정재형씨와 항도니는 나를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다.
야 기분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