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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얄 테넨바움>의 감독 웨스 앤더슨은 특유의 아날로그적 감성에 챕터별로 스톱모션을 나눈 날카로움과 건조한 유머를 섞어 그만의 독립적 입지를 구축한 세련된 연출가다. 그는 본 작품에서 파스텔톤 색상을 사용함과 동시에 조직적 90도 카메라 앵글을 통한 형태의 평행과 수직 배열, 그리고 대칭속에 포함되는 미디엄 쇼트의 시각적 공간미를 완벽하게 잡아준다.<로얄 테넨바움>은 전개 자체도 영화가 아니라 마치 성인용 동화 한편을 읽어 나가는듯한 템포여서 자기세계에 대한 철학이 워낙 뚜렸한 '수작업 감독' 웨스 앤더슨만의 장기가 유난히 잘 발휘되는 영화로 생각할 수 있다.
이 작품 뿐 아닌 앤더슨 영화들의 고집이라 할만한 특징을 보면, 타이틀 시퀀스 혹은 오프닝 크레딧을 담는 순간에 소문자가 제외된 굵은 푸트라 글꼴을 자주 사용하고, 반복되는 클로스업, 엄청난 속도로 돌려버리는 팬, 팬은 빠르지만 장면은 슬로우 모션으로 완성시키는 이해할수없을 독특함도 일관되게 추구하고있다. 영화에 등장하는 주요 배역중 한명은 무조건 담배나 마리화나를 지나치게 흡입하는 여성인물이 등장하며(이 작품에서는 기네스 펠트로가 연기한 '마고' 가 그와 같은 캐릭터)이와 같은 기호식품 외에도 알약이나 특정 소지품에 집착을 보이는 인물을 빠짐없이 설정해 둔다. 웨스 앤더슨 감독이 현재보다 더 넓은 대중적인 활로에 흡수될 가능성은 의문이지만, 그를 좋아하는 매니아들은 생각이상으로 '앤더슨스타일'에 중독되있다.
비틀스의 Hey Jude가 흘러나오며 영화는 시작된다.<로얄 테넨바움>에는 납딱콩 기자가 좋아하는 킴 베이싱어의 남편 '알렉 볼드윈'의 나레이션이 간간히 첨가되있기도 한데, 볼드윈은 출연없이 관찰자 시점으로 목소리만 작품속에 담겨진다. 종합적으로 이 작품은 뉴욕 퀸즈를 배경으로 우리 정서상 가족애가 전혀 느껴지지않는 가정에 '가장' 이 돌아오면서 달갑지않은 재회를 맞게된 '테넨바움' 일가의 복잡한 군상을 보여준다.
변호사 출신인 로열 테넨바움(진 해크만)은 돈을 탕진하는 바람에 오랫동안 머물던 호텔에서 쫒겨난다. 자식은 원래부터 뒷전이었고 아내와 22년째 별거 중이지만 정식이혼은 안했다. 때마침 아내 에슐린(안젤리카 휴스턴)이 집안 회계사 헨리(대니 글로버)로부터 청혼받았다는 사실을 알게된 그는 '암으로 6주 시한부 삶을 선고받았다'며 '가족과 함께 지내게 해달라'고 조른다. 덕분에 이들의 세 자녀도 한자리에 모인다.
친자식인 두 아들과 입양한 딸은 모두 천재. 장남 체스(벤 스틸러)는 꼬마 시절부터 생쥐를 교배해 사업 수완을 보이며 개인 부동산까지 구입하는 사업가로 성장했고, 딸 마고(기네스 펠트로)는 중3 때 미국 최고 권위의 희곡상을 받은 작가다. 막내 리치(루크 윌슨)는 열일곱에 프로로 직행한 테니스 신동이었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 상처 입은 어른으로 성장한다. 사고로 아내를 잃은 채스는 두 아들과 일주일에 열여섯번씩 편집증적인 비상대피 훈련을 하고, 마고는 나이든 남자와 결혼하여 신작은 전혀 쓰지 않은채 바람만 피우러 다닌다. 입양되었기에 피는 섞이지 않았지만 형식상 가족이라 볼수있는 마고를 사랑해온 리치는 테니스 경기를 망친 뒤 인생의 갈피를 못잡고 전세계를 떠돈다.
이 영화와 가장 거리가 먼 단어를 꼽으라면 거두절미하고 웃음이 꼽힐정도로 사람들은 무표정이다. '테넌바움' 일가의 주인인 로얄이 능청을 떨때 나오는 웃음이 전부에 가깝다. 그들이 웃지 않는 이유역시 오랜기간 묵혀왔던 상처 때문일텐데, 자식들 생채기의 주 원인은 무책임한 가부장 '로얄 테넨바움' 으로 초점이 맞춰져있다. 마고는 어딘가 존재할거라 믿는 생부모에 대한 애증, 체스는 죽은 아내를 잊지못한 고통, 이뤄질 수 없는 누나와의 사랑때문에 신음하는 리치. 테넨바움의 세자식들은 감정의 진통제라도 맞은듯 세상에 정이없다. 때론 오버리액션에 가까울 정도로 비현실적인 일탈들이 적지않게 등장하지만, 개인이 느끼는 아픔은 타인의 주관적잣대로 판단하는 것보다 언제나 더욱 심하기에 앤더슨 감독의 과장된 설정이 명분없는 괴리로 인식되진 않는다.
입체감있는 성인용 가족물이라 해도 무방할<로얄 테넨바움>의 매력은, 역시 인물들의 시니컬한 대화로부터 찾을 수 있겠다. '여보, 난 언제나 나쁜 놈 취급 받으며 살아왔지만. 이것은 그저 내 스타일일 뿐이요.' '당신은 나쁜 놈이 아니요 로열. 이를테면 개자식이지' '그렇게 말해주니 정말 고맙구려.' 이런 식의 대사는 염치도 없이 20여년 만에 집으로 기어들어온 남편에 대한 냉소로 가득하나 차갑게만 들리지 않는 이유도 온기를 내뿜을 줄 아는 스타급 배우들 덕이다. 단 한명도 기타등등으로 표현해선 안될 중량감있는 캐스팅에 성공한것도 이 영화가 관객의 뇌리속에서 쉽게 지워지지않는 강력한 무기다.
대배우 진 핵크만을 필두로 봉팔친구들에게 <리셀 웨폰>의 늙은 흑인형사라 하면 쉽게 인식될 대니 글로버,기네스 펠트로,안젤리카 휴스턴,빌 머레이,헐리웃 재능꾼 윌슨 형제(오웬.루크),빌 머레이,벤 스틸러,세이모어 카셀 등의 화려한 배우진은 혹시 있을지 모를 앤더슨 감독의 제작상 실수 마저도 자연스레 커버해줄 효과들로 충분히 작용된다. 끝발있는 톱스타들이 평균수 이상으로 모이면, 의외로 현장감이 떨어지거나 불협화음이 일어날 소지도 있는데<로얄 테넨바움>의 배우들은 이것을 기우로 장식하며 특별히 한쪽으로 기울지않는 뛰어난 앙상블을 구현해냈다.
매니아층이 풍부한 앤더슨 감독에대한 독특한 매력은 이미 여러차례 거론했으니<로얄 테넨바움>의 추가적인 볼거리를 찾자면 당연히 '패션' 이다. 영화속에서 세남매의 옷차림은 아역과 성인배역 모두 일치한다. 마고는 늘 악어마크로 유명한 라코스테(Lacoste)미니 원피스, 체스는 붉은 아디다스 트레이닝 복, 리치는 필라 티셔츠만 입고 있는데 이것은 세 남매의 자아가 형성된 10대이후 정신적 성장이 멈췄음을 의미하는것 같기도 하다.
그 중에서도 옷맵시 하면 단연 돋보이는 '기네스 펠트로' 의 경우, 라코스테 자체적으로 '마고' 역할을 위한 스트라이프 원피스를 디자인하여 촬영장에 공급했다. 스포티한 원피스에 걸친 고급스러운 모피 코트, 역시 명품의 상징인 에르메스 켈리 백 을 들고 짙은 스모키 화장으로 빈티지 패션의 절정을 선보였던 '마고' 캐릭터는 영화의 무대인 뉴욕에서 일시적인 '마고패션' 유행을 일으킨 바 있다.
<로얄 테넨바움>은 결과적으로 완전한 상처의 치유로서 마무리 되진 않는다. 다만 끝부분에서 심장마비로 죽음을 맞이하는 '로얄' 이 영화 후반부 부터 자식들의 고통을 공유하려는 나름의 노력을 보이고, 상처속에 매몰되어 자신의 세계에 빠져살던 세남매가 적게나마 소통할수있는 작은 불씨를 지피고 떠난것으로 결말을 짓는다. 또한 자식 셋중에 '로얄' 을 가장 미워했던 장남 체스가 유일하게 그의 임종을 같이 한 부분에서도, 로얄이 선택한 인생말년의 변화들은 자식들에게 획기적 터닝포인트가 될수있음도 암시해준다.
가장 서두에 말한것과 같이 이 영화는 소설의 구성처럼 10여개의 챕터로 구성되있다. 이렇게 나뉜 챕터의 시점들 사이로 각각의 주인공이 이끌어내는 상황들도 눈여겨 볼만하며,화려한 A급 캐스팅,그리고 패션뿐 아니라 미술,세트,다양한 올드팝까지 가미된 '동일 표값 대비 고효율'을 발생시키는 돈내고 봐도 아깝지않은 영화가<로얄 테넨바움>이다. 물론 개봉은 옛날에 끝났으니 '동일 다운값 대비'라고 해야하겠다.
영화속에서 '윌슨' 형제들이 등장하는 장면 뒷배경에 인상적인 그림이 걸린것을 볼수있는데, 이 그림들은 특이하게 미국 프로레슬러들의 모습을 비디오 아트로 표현하는 멕시코 출신 아티스트 '미구엘 칼데론 Miguel Calderon' 의 작품들이다.
Bad Route 1998. Miguel Calderon
Attack 1998. Miguel Calderon
Escape From Caca-Ville 1998. Miguel Calderon
Take Us Away Caca-Ville 1998. Miguel Calder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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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기분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