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이 ‘대공’이란 부제를 모르더라도 베토벤의 [대공 3중주곡]을 들으며 고상한 기품을 느끼기는 어렵지 않다. 베토벤의 후원자이자 유능한 피아니스트였던 루돌프 대공(1788~1831)에게 헌정된 까닭에 ‘대공’이라 불리는 이 작품은 이름 그대로 귀족적인 분위기가 흐르는 실내악곡이다. 베토벤의 [대공 3중주곡]을 헌정 받은 루돌프 대공은 베토벤의 후원자들 가운데 가장 충실하고 너그러우며 재능이 뛰어난 인물이다. 그는 신성로마제국의 황제 레오폴트 2세의 막내아들이자 프란츠 2세의 동생으로, 부친인 레오폴트 황제는 그를 군인으로 키우고자 했다. 그러나 몸이 강건하지 못했던 루돌프는 건강 문제로 군인이 되기를 포기하고 사제 서품을 받은 후 나중에는 추기경의 자리에 올랐다. 그는 또한 베토벤에게서 오랫동안 피아노와 작곡, 음악이론을 배워 피아니스트로 활동하기도 했다.
[바렌보임, 주커만, 뒤프레] Barenboim, Zukerman & Du Pré - Beethoven Piano Trio "Archduke" (I) - Allegro moderato
[박종호 설명] 출처 : 박종호(2006), "내가사랑하는 클래식 1", 시공사, 258-260쪽.
베토벤은 이 곡을 쓸 무렵 빈에 살고 있었는데, 당시 오스트리아황제의 동생인 루돌프 대공에게 피아노 레슨을 하고 있었다. 사실 베토벤은 주로 작곡을 했지, 레슨을 한 적이 별로 없었다. 그가 가르친 대표적인 제자로는 루돌프 대공 외에는 피아노 교본을 써서 유명한 체르니 정도가 있을 뿐이다.
사실 대공은 대단한 음악 애호가였으며 또한 베토벤의 가장 큰 후원자였다. 그는 베토벤에게 정신적인 바람막이가 되어주었고, 베토벤이 힘들 때에는 재정적 도움을 아끼지 않았다. 이렇게 하여 대공과 베토벤 사이에는 선생과 제자, 후원자와 예술가 이상의 우정이 만들어졌다.
그러던 중 나폴레옹의 프랑스 군대가 오스트리아를 침범하고, 빈의 함락이 점차 가까워졌다. 베토벤 같은 평민이야 괜찮지만, 대공은 프랑스군을 피해서 빈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대공이 어느 시골로 피난을 가자 빈에 혼자 남게 된 베토벤은 전쟁 중의 혼란보다도 대공이 떠난 빈자리에 생긴 그의 부재 때문에 더 힘들어 했다.
...
나폴레옹 군대가 물러간 후 다음해가 되어서야 대공은 빈으로 돌아왔다. 베토벤의 감격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컸다. 루돌프 대공은 당시 23세로서 베토벤보다도 열여덟 살이나 어렸지만 그 지체 높음과 격조 넘치는 인품으로 베토벤은 그에게 우정뿐 아니라 존경심까지 품고 있었다.
대공과 예전의 안정적인 생활로 돌아간 베토벤은 루돌프 대공을 향한 자신의 흠모를 담은 새로운 피아노 3중주곡을 써서 대공에게 헌정하였다. 이것이 <대공 트리오>이다. 그러므로 이 곡은 베토벤의 우정과 존경이 묻어 있는 가장 진실된 곡인 것이다. 그뿐 아니라 ... 이 <대공 트리오>는 베토벤의 일곱 개의 피아노 3중주곡들 중에서 최고의 위치에 있는 곡이다. 게다가 이것은 이 장르의 위치를 한 단계 높인, 피아노 3중주곡 사상 최고의 걸작이라고 할 수 있다.
곡은 4개의 악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1악장은 알레그로 모데라토이다. 마치 루돌프 대공의 우러러볼 수밖에 없는 당당한 품격과 고귀한 혈통을 노래하듯이, 음악은 우아하고 웅장하다. 2악장은 빠른 스케르초이다. 3악장은 안단테 칸타빌레로서 변주곡 형식이다. 즉 하나의 주제에 이어 네 개의 변주가 나온다. 참으로 아름다운 악장인데, 우정과 존경의 기쁨이 넘쳐나는 것만 같다. 마지막 변주는 끊이지 않고 이어져 바로 4악장이 된다. 4악장은 가장 기쁨이 넘친 화려한 악장이다. 이제 베토벤은 사랑과 행복이 충만한 멜로디를 찬란하게 노래한다.
[대학마을]
강원도 인제 그 깊은 산속, 동아실!
1992년을 위한 새로운 태양이 떠오르기 전 일주일 동안
나는 나의 대학시절 중 가장 중요한 일곱 날을 이 곳에서 보냈다.
여섯 벗들과 함께 추위와 싸워가며 책을 읽고 토론하며
김** 김** 이** 장** 손** 장**
일곱의 벗들 중,
한 명은 생활전선으로 나갔고 또 한명은 진보정치 현장으로 뛰어들었으며 또 한명은 네델란드로 건너가 유럽의 정치바다로 흘러갔다
그 중 둘은 함께 가정을 꾸려 귀농을했다지...
나를 빼고나면 마지막 남은 한명 그이는 지금 깊은 병마와 싸우고 있다
. . .
오늘,
베토벤의 피아노 3중주곡 <대공>을 들으며 그들을 떠올린다
사무치는 그리움으로...
(대공이) 베토벤에게 정신적인 바람막이가 되어 주었듯이 그들은 내 삶의 바람막이
나는 그들을 그리워 하며 이렇게 적어 두었다.
"... 나의 모든 생각들은 이 '6명의 벗들'과 나눈 대화로부터 움텄으며, 궁극적으로 그 대화 속으로 되돌아 갈 것을 희망한다."
야 기분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