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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열매 (Strange Fruit) 저기 남부(南部)의 한 나무, 이상한 열매를 맺었다 잎과 뿌리 온통 피로 물들고 까만 몸뚱이 남부의 미풍에 흔들린다 저기, 포플러 나무에 거꾸로 매달린 낯선 열매 눈은 튀어나오고 입은 비뚤어졌다 남부의 광활한 들판에 상큼한 목련 내음 어디선가 실려오는데 불타는 과육(果肉)의 냄새가 코를 찌른다 까마귀에 쪼이고 바람에 휩쓸리고 햇빛에 썩어 끝내 떨어져버린 낯선 열매 여기, 낯선 열매 목놓아 운다 어느날, 노래가 가슴에 화살처럼 꽂히는 순간이 있다. 빌리 할러데이 ... 최근에야 우연히 그녀의 노래를 들었다. 빌리 할러데이 ... 미국 백인가정에서 흑인 하녀로 일하던 어머니가 13살 때 그녀를 낳았다. 어릴적 백인 주인에게 성폭행을 당하고 신고했지만 오히려 무고죄로 감화원에 보내진다. 또 다른 성폭행 ... 먹고 살기 위해 뉴욕의 할렘에서 몸을 팔다가 ... 어느 나이트클럽에서 노래 테스트를 받고 가수의 길을 걷기 시작한다 ... 재즈가수로 명성을 얻은 뒤, 백인 귀족들만 출입할 수 있었던 코튼클럽이라는 고급술집에서 노래를 불렀는데, 손님은 모두 백인 연주자는 대부분 흑인이었다. 당시 클럽의 흑인 여가수들은 노래를 부르고 나면 객석을 돌며 젖가슴이 보이도록 허리를 굽혀 탁자 위에 놓인 팁을 집는 것이 관행이었다. 그러나 빌리는 손님이 집어주지 않는 한 탁자의 돈을 만지지 않았다. 그러자 동료들이 “자기가 무슨 Lady(귀부인)나 된 줄 아는 모양이지”하고 비아냥거렸다. 그때부터 빌리는 ‘레이디’라는 별명을 갖게 되었다. 여러 번에 걸친 결혼의 실패, 마약중독, 잦은 감옥살이, 정신병원 ... 그녀는 44살에 죽었다. 이상한 열매(Strange Fruit)는 빌리의 노래로 불리기 이전에 한 편의 시(詩)였다. 루이스 앨런의 시에 묘사된 ‘Strange Fruit’은 나무에 거꾸로 매달린 채 눈이 튀어나오고 입이 비뚤어지도록 매질을 당해 온몸이 피로 물든 흑인을 가리킨다. 그녀가 이상한 열매(Strange Fruit)라는 노래를 부른 순간, 그녀는 자신의 운명을 선택했다. 그녀와 흑인들의 몸에 각인된 슬픔의 역사가 그녀의 몸을 빌어 소리가 되었다. 상처입은 짐승의 신음소리처럼 구슬프고, 새끼의 상처를 핥아주는 어미의 혓바닥처럼 따뜻한 ... [지식채널 e - 빌리 할러데이] 20여년 전, 전경의 쇠파이프에 한 학생이 맞아죽었다. 곳곳에서 시위가 일어났고 내가 다니던 학교 또한 예외가 아니었다. 그날은 ‘마케팅원론’ 시험날이었다. 그날도 교내에서 집회가 열리고 있었다. 도서관을 지나 시험장소로 가는데 저 멀리서 '하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수많은 학생들이 비명 같은 소리를 지르며 그곳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교내 사찰 나온 짭새가 학생들에게 발각돼 사과탄을 터트리고 도망가다 잡혔나? ... 아는 문제도 별로 없었지만, 답안지의 하얀 여백이 쪽팔려 뭔가를 써내려가고 있었다 ... 누군가 강의실 문을 박차고 들어왔다. 그의 손에는 불에 타다 남은 옷 조각이 들려있었다. ... 하얀 연기 ... 분신한 이의 몸에 붙은 불을 끄고 난 뒤에 피어올랐던 연기였다. 답안지에 더 뭘 쓸 수가 없었다. 뭔가를 쓰면 답안지에 불이 붙을 것 같았다. 물론 아는 문제도 별로 없었지만 ... 응급실 주변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몰려와 있었고, 병원 정문 앞에서는 집회가 열리고 있었다. 의식을 잃고 사경을 헤매는 이가 그 소리를 듣고 다시 깨어나기를 기원하듯 구호와 노래소리는 커져갔다.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은 시한폭탄같은 분위기에서 누군가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타 지역에서 분신소식을 듣고 달려 내려온 학생이있다. 노래 한 곡을 불렀다. 반주도 MR도 없이 오직 마이크만 잡고 ... “ ... 더 이상 죽이지 마라 ... 너희 칼 쥐고 총가진 자들 ... ” 그는 나직한 목소리로 기도하듯 노래를 불렀다. 가사는 직설적이었지만 그는 분노도 슬픔도 드러내지 않았다. 그저 갈증이 나서 물을 한 모금 마시는 느낌 ... ... 주위가 일순간 고요해졌다. 흥분과 분노의 열기가 뒤범벅된 그 거리에서 그의 노래는 그 순간, 그이가 제발 눈을 뜨기를 바라는 간절한 기도였다. 성난 군중들의 거친 숨소리가 비로소 차분해졌고 눈가가 촉촉해졌다. 빌리 할러데이의 노래를 들으며 그를 떠올렸다. 그리고 자신의 몸에 불을 놓아 지피려했던 우리들 가슴속에 불씨를 ... 하얀 연기만 남았을까? ... 뒤적이면 어딘가 불씨가 살아있을까? ... 빌리 할러데이의 또 다른 노래 하나 I am a fool to want you | 
야 기분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