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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인징 파트너 (Changing Partners)
우리는 꿈 같이 멋진 멜로디에 맞춰 함께 왈츠를 추고 있었죠. 그들이 “파트너 바꾸세요” 라고 말했을 때 당신은 나에게서 멀어져갔죠. 지금 나의 팔은 너무 허전해서 플로어 주변만 쳐다볼 뿐이죠 그리고 나는 계속해서 파트너를 바꿀 거예요. 당신을 다시 잡을 때까지 우리가 비록 잠시 동안만 춤을 추고 너무나 빨리 헤어져야 했지만 그토록 경이로울 수가 내 마음속에선 뭔가가 일어났어요 그래서 난 계속 파트너를 바꿀거에요 당신이 다시 나의 팔에 안길 때까지 오! 사랑스런 그대! 다시는 파트너를 바꾸지 않을 거에요 그는 해맑게 웃으며 노래를 불렀다. 이빨이 다 무너져 발음이 자꾸만 샜다. 그는 아내를 일으켜 세워 춤을 추려고 했다. "여보 ... 저하고 왈츠 한 번 출까요. 저 왈츠 잘 추거든요. 왈츠 출 때 파트너 바꽈가지고 ... 체인징 파트너 해가지고 추잖아요 ... 컴온 마이 뷰리풀 걸! 렛츠 투게더 댄스! ... 즐겁게 춤춰야지요" 아내는 동행한 사람들 눈이 쑥쓰러워 손사래를 쳤다. 그는 국립나주정신병원 잔디밭에서 체인징 파트너를 부르며 혼자 춤을 췄다. “위아 월칭 투게더 ... 투어 드리미 멜로디 ...”
김영철 ... 광주민중항쟁 도청 항쟁지도부 기획실장. 오랫동안 광천동에서 빈민운동을 했고 우리나라 최초의 야학인 “들불야학” 창립에도 관여했다. 광주항쟁이 발발하자 들불야학 동료들과 ‘투사회보’를 만들어 시민들의 눈과 귀가 되었다. 도청 항쟁지도부 기획실장을 맡아 5월 27일 새벽 도청에서 끝까지 저항하다 계엄군에게 총상을 입고 상무대 영창으로 끌려갔다. 그의 등 뒤에는 매직으로 “선동, 총기소지자” 라고 씌어있었다. 간첩으로 몰기 위한 모진 고문에 저항하며 몇 차례의 자살을 시도. 고문 후휴증으로 나주국립정신병원에 18년 동안 입원. 1998년 조대병원에서 사망 김영철은 우리가 찾아갈 때마다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었다. 아직 밖에 할 일이 남았으니 병원에서 빨리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의 기억은 정확히 1980년 오월에 멈춰있었다. “나에게 진실을 얘기해줘야 해요. 윤상원이, 박용준이, 박관현이 ... 안죽었다니까요. 망월동 묘지에 가서 얘기도 나눴어요. 진짜에요. 무덤 파보세요. 빈 관만 있을 거에요. 눈물의 세계가 없다고 주 하나님께서 신약, 뉴프라미스트 요한계시록 말미에 약속하셨어요. 눈물 없어야지요. ... 그래서 사람은 안죽어요.” "우리는 모두 주 하나님의 거지들이에요. 아이엠머 베거(Beggar), 유아라 베거, 에브리바디 베거, 잘난 사람도 없고 못난 사람도 없어요. 모두가 평등해요." "전두환, 노태우 대통령 미워하지 않아요. 다 용서해야지요. 용서와 화해 ... 사랑 ... 사랑 ... 믿음과 소망과 사랑 중에 그 중에 제일은 실천이라 ..." 그는 동료들의 죽음을 인정하지 않았고 심지어 전두환조차 미워하지 않았다. 김영철을 아는 사람들은 “아까운 사람, 좋은 사람 하나 베레부렀다”고 말했다. 그의 아내 김순자씨에게 80년 5월 이후 그의 가족들의 신산했던 삶을 전해들었다. “지나놓고 보니까, 그래도 5.18이 일어나기전 신혼 때 그때가 ... 내 인생에서 젤로 좋았어이. 어쩌다 영철씨가 쉬는 날이믄 ... 얼마나 웃겨분지 아요? ... 내 화장품 꺼내갖고 내 얼굴에다 자기가 입술 그리고 눈썹 그려갖고 데꼬 나갔다니까 ... 사직공원에 많이 갔었네 ... 사진도 찍고 ... 돼지비계도 먹고 ... 국밥도 먹고 ... 국수도 먹고 ... 긍께 내가 평생할 호강을 그때 다 해부렀는갑서라 ... ” 그녀는 세상에서 제일 사랑했던 오빠 김영철이 자살하기 위해 칼로 동맥을 끊고 머리를 벽에 들이박는 모습을 수도 없이 지켜봐야 했다. 벌거벗은 채로 “하느님, 잘못했어요! 하느님, 용서해주세요!”를 외치며 온동네를 뛰어다니는 모습도 ... 그리고 그 뒤로도 그녀의 가족들은 오랫동안 끝이 보이지 않는 절망속에서 허우적거렸다. 국립 나주정신병원에서 김영철이 아내 김순자씨에게 보낸 편지 ... 사랑하는 나의 누이 나의 신부 나의 끝없는 내 아내 김순자에게 ... 사랑해요, 여보! 나, 너, 우리, 위, 에브리바디 올 투게더 사랑합시다. 용서와 화해 사랑, 사랑, 사랑 ... Love means never have to say you're sorry 여보, 사랑이란 끝이 절대 없고 후회하지 않는 것이에요. 미안하다 말하지 않는 것, 죄송하다 말하지 않는 것, 죄와 벌 없는 것, 그게 사랑이에요. 여보, 있잖아요. 우리 아이를 더 낳읍시다. right now! 나 키울 능력 있어요. 여기서 나가면 뉴욕 월스트리트 금융가에 투자를 해서 돈을 벌 수 있어요 전쟁도 없고, 국가간에 간섭도 없는, 전세계 평화세상 만들어야 해요. 망월동 묘지에 가서 상원이랑 용준이 만나서 얘기했더니 도와주마고 했어요. 여보, 나 대통령 될거에요. 통일단일정부수립 대통령 김영철, 영부인 김순자 ... 여보, 우리 같이 미움없는 세상 ... never lasting ... 슬픔과 눈물이 없는 세상 만들어요. 사랑하는 나의 누이 나의 신부 나의 끝없는 내 아내 김순자에게 김영철 보냅니다. 김영철은 고아였던 박용준을 집으로 데리고 들어와 의형제를 맺고 살았다. 박용준도 1980년 5월 27일 새벽 YWCA에서 계엄군과 교전 중 사망한다. 당시 박용준의 시신에서 발견된 유서... 우리들의 피를 원하신다면 하느님, 이 조그만 한 몸의 희생으로 자유를 얻을 수 있다면 ... 희생하겠습니다. 하느님, 나는 무엇입니까? 너무 가냘픈 존재입니다. 하느님 어찌해야 합니까? 양심이 그 무엇이기에 이토록 고통스럽습니까? 이런 시련을 겪어야만 세상을 평온하게 할 수 있나요? ... 그렇다면 ... 하렵니다. 하느님 .. 도와주소서”
김영철에게서 ‘체인징 파트너’라는 노래를 처음 들었다. 그 뒤 ... 노래 테이프를 사서 ‘체인징 파트너’ 영어가사를 우리말 발음으로 옮겼다. 아마도 팝송을 2절까지 외운 것은 이 노래가 처음일 것이다. 며칠 전, 운전을 하고 가는데 ... 라디오에서 ‘체인징 파트너’가 흘러나왔다 ... “We were waltzing together to a dreamy melody ... ” 병원 잔디밭에서 노래하고 춤을 추던 그가 떠올랐다. 천상의 무대에서는 ... 그가 사랑하는 파트너와 영원히 헤어지지 않고 왈츠를 추기를 ... 김영철이 아내에게 자주 불러주었던 또 하나의 노래 ... 청실홍실
<참고기사> 시민군 김영철의 딸 김은형 (전라도 닷컴 2006. 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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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기분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