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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이 끝나니 5시가 가까웠다. 음주를 시작하기엔 절호의 시간이었지만 아직 구경할 일이 남아 있었다. 그래서 내려갈 때는 동쪽을 돌아 나가기로 하였다.
한의대 건물은 생각보다 소박하였다.
중국 대륙이 공산화 되면서 동아시아의 일부 전통 인문은, 외모적으로나 실질적으로도 그 숨통이 여기저기 막혀졌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불교는 실질적으로 맥이 끊겼다고도 전해 들었다. 사람을 한 명 제대로 키우려면 30년 이상 걸리지 않겠나. 특히 요즘 같은 시대엔 더군다나...우리나라가 일제에 시달렸던 역사에까지 감히 비유가 될 수 있을는지 거기까진 잘 모르겠다.
하지만 대륙의 오지에 처져 골방 샌님에 불과했던 한반도가, 왜구의 땅을 지나 바다를 건너 온 서양문명과 교차지점이 된 후, 자가발전 인문의 천재일우를 넘기가 이때보다 쉬운 적이 또 오겠는가. 그렇지 많아도 인문의학 부문에선 이미 조선말엽 동아시아를 넘어 낸 위인이 있었다.
영어를 잘하고 한문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야 서양의학 종합서인 세실이나 해리슨에 동의보감을 어깨동무 시킨다면 아직도 펄쩍 뛰고도 남을 노룻일 것이다. 하긴 한문을 잘하고 한글을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동의보감이란 짜집기에 불과 평가되기 십상이었듯이. 하물며 동의수세보원(東醫壽世保元)을 저술한 이제마(李濟馬)조차 체질감별사로만 떠돌고 있을 뿐, 그의 21세기 적합지성은 여전히 꿩궈먹은 소식이긴 하다. 그 안타까운 소식을 전해 들은 건 다행히도 오늘의 술자리에서였다.
파전에 막걸리라 그 중 친구도 한잔 멕였다. 커~ 나무아미타불. 물론 파는 빼야 한댄다. 술 취하기 전엔.^^
▲ 인삼 1~6년근 감별 도감
경제학의 과학화를 최초로 시도하였고, 이를 철저히 합리적인 증거와 논리로 완성해 보인 칼 마르크스(1818~1883)는 분명 19세기의 과거형 지성이었다. 하지만 20세기 ~21세기를 지나면서 자본(권력)이 그 끝갈 데 없이 광포화 됨에, 그는 여전히 살아 숨쉬는 지성일 수 밖에 없지 않냐는 의견을 피력한 벗도 있었다. 개똥철학의 근본적 태생을 그도 일정 부분 안고 갈 수 밖에 없었고, 또한 그의 손가락이 싯달타의 손바닥보다 여전히 클 수 밖에 없다는 핑곗거리도 물론 있었고. 자본이 미완성인 상태로 그 제5권을 기다리고 있듯이, 이제마(1837~1900) 역시 20세기를 넘어 21세기에도 여전히 그 유효 댓글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호~오. 굳이 차이라면 이제마 앞엔 50여년 이상의 인문역사 말살과 60여년 분단의 건망과 패배의식이 쌍으로 서 있다는 것이라면서.
생산수단, 기간의 영토확장을 간단없이 해 치우기에 이 오지의 순해 빠진 반도만큼 편한데가 또 있었을까. 그곳엔 또한 머리 좋고 셈 빠른 소위 엘리트들이 가랑비에 봄쑥 젖듯 우후죽순 이제나저제나 천지였을테니.
이 말을 끝으로 벗들은 익숙한 술짓만 남겨 둔 채 뿔뿔이 흩어졌다. 뭐 자세한 허론들은 더 기억하고 싶지도 않다.
다른 젊은이들보다 평균적으로 아주 조금 더 취직 곤란인 인문.대. 세상 고생은 저들이 다 짊어진 듯 하였다. 뭐 비단 취직 문제 뿐이었겠는가. 그리고 고생바가지인 것이 인문 뿐이었겠는가.
그리고 게시판에 걸린 흐릿하나 정갈하게 쓴 낯선 문구
경희의 주인은 우리이다!
개방이사 부결과 홍석현(중앙일보 회장)이사 선임에 대한 입장
중앙일보의 대학평가는 교육을 심각하게 왜곡하고 변질되게 만든 장본인이다. 정부지원, 사회적 기부의 열악함. 대학발전을 위한 기업참여에 대한 일부 학생여론의 존재. 그래도 신중해야 한다. 기타 등등.
하루 전의 관객경험 중엔 이런 것들이 주~욱 있었다. 오랜만의 치기와 취기가 서로 비틀비틀 맞장구를 치던 하루였다. 때론 하늘이 높다란 날 음악을 가만히 대 보니, 때론 낯선 길을 걸어 보니, 익숙한 벗들과 만난 날이 그저 한낮 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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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기분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