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사막의여우님 흉내 좀 내볼까? 난 다른 데서 글을 완성해 여기에 옮기지 않는다. 보통은 즉흥적으로 곧바로 쓰니까. 지금 쓰려고 하는 글이 얼마나 길어질지 나도 모르겠다. 긴 글 짜증나는 사람들은 스킵하는 것이 정신건강상 좋을 것이다. 햐~, 이것도 사막의여우님 같은 분이 하셔야 폼이 나는데 난 개폼도 아니고 똥폼 잡는다 할 것 같다. 그러든동 말든동... 남이 불편해 하든동 말든동 생까는 거 너만 할 줄 아는 거 아니고 나도 할 줄 안다 이거지. 나도 한다면 한 '꼴통' 하는 인간이거든.
난 요즘 봉팔닷컴 창 띄워 놓고 있을 때 손님이 오는 것도 귀찮을 때가 있었고, 전화가 와서 일을 더디 만드는 것도 속으로 짜증이 나곤 했었다. 전화 받을 시간에 얼른 하던 일 끝내고 또 봉팔닷컴의 글을 읽어야 하니까. 이 시점에 나도 이런 글 하나 쓰고 싶은데 타이밍을 놓치는 게 싫었으니까. 아침에 어떤 글을 보고 생각한 것을 저녁이나 다음날에 보론이든 반론이든 쓰는 것은 우스워질까봐, 등등.
이런 나의 증세는 뭘까? 봉팔닷컴에 대한 '애정'일까 단순한 '중독'일까? 내 스스로는 애정보다는 중독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애정이란 것이 첫눈에 반해 생길 수도 있지만, 어느 정도는 시간을 함께 하면서 희노애락을 겪고 '믿음'이 생길 때 생기는 거라 생각하기에 아직까지 애정을 말하기는 어렵고 게시판 중독이라 부르는 게 맞을 것 같단 거다.
내 자신을 변명하자면, 뽕 따는 재미와 레벨업 하는 재미에 생긴 중독은 아니다. 읽고 배울 글이 그만큼 많기 때문이다. 나보다 잘 나고 똑똑하고 글 잘 쓰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기 때문에 나는 자극받았고, 질투를 느꼈고, 그들로부터 지식이든 지혜든 배우고 싶어진 것이다.
하지만 아마 나는 매일매일 올라오는 많은 글들의 1/10도 못 읽고 지나고 있을 것이다. 내가 못 본 글들이 너무 많다. 그래서 나는 이 게시판에서 많은 정보를 얻지 못하는 편인지도 모르겠다. 어느 날 와서 이상한 일이 생겼을 때 '왜 이러지?' 하고, 그 일에 대해 알아보려고 하면 하루가 다 가고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할 때도 있다. 그런 상태에서 나는 글질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도 뒷북이 될 지 모르지만 의미있는 뒷북이 되길 바란다. 이런 글을 왜 쓰려고 하냐, 지금 가만히 있으면 앞으로 내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인데? 하지만 쓰고 싶다. 지금 나한테 회의감이 몰려 오고 있거든. 내가 없는 시간을 짜내기도 모자라 밤에 잠 안 자고 새벽녘까지 봉팔닷컴을 기웃거려야 할 이유, 의미가 퇴색하고 있는 것 같은 안타까움 때문에.
~~~ 휴, 지금 몇 부 능선을 넘었을까? ~~~~
박봉팔닷컴은 예측불가능한 사이트가 되어 버렸다.
난 무시무시 하다는 봉회장의 교시니 훈시니 하는 것들을 우습게 봤었다. 난 그를 다 이해한다고 생각했고 그의 상식이 내게 통하는 한 나의 상식도 그의 상식에 통하리라 생각했기에 두려움 같은 것은 애당초 없었다. 지금도 겁날 것 하나 없다. 강퇴된다면 돈이 좀 아까울 뿐, 별 미련도 없을 것 같다.
어떤 이들이 불편해 하는 이 곳을 내가 편하게 생각했던 것은 나의 상식에 기초하고 봉회장의 상식에 기대볼 때 모든 것이 예측가능했기 때문이었다. 봉회장은 과도할 정도로 친절하게 사이트 정체성이며 운영원칙, 비젼까지 다 설명을 해줬으니까. 난 그걸로 그가 여기에서 무엇을 추구하며 앞으로 뭘 할 것인지, 어떨 때 화를 내고 쌍욕을 하고 강퇴를 시킬 것인지 어느 정도 예측을 할 수 있었으니 어려울 일이 뭐 있겠나? 그야말로 나 같은 성격의 사람에겐 놀이터로 딱 좋았고 즐길만한 곳이엇던 것이다. 해서 내가 급속도로 이 사이트에 중독이 되었을 것이고.
그런데 나의 예측이 맞아떨어지지 않은 일이 벌어졌다. 뭐, 내가 무슨 족집게 무당도 아니고 봉회장 맘속에 들어있는 세포 한 조각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니니 내 생각이 그의 생각과 일치하란 법은 없다, 당연히! 그럼에도 내가 예측가능했던 봉회장에서 빗겨나가기 시작하면 나는 혼란해질 수 밖에 없다. 내가 밥*님의 글에 첫번째로 댓글을 단 내용 중 일부다.
잘 화해했으면 좋겠다. 솔직히, 저 정도면 누군가 나서서 중재를 하고 풀 거라 생각했다. 일단 봉회장부터 곤란해지니까. 둘 다 믿는 사람들인데. 그런데 이런 글이 올라오니 유감이다. 시끄러워질 테니까. 결국 잘못하면 또 전사자 생길 것이고. 아니면 최악의 경우 누군가 손 털고 나갈 수도 있고. 왜 엄한데 자꾸 힘빼려고 할까?
나의 예측은 이거였었다. 글을 삭제해주길 바랬는데 대문에 갈 글을 왜 삭제하냐는 대답에 이렇게 답해주고 끝냈었다. [수고해라. 자해 심리를 잘 이해 못하겠다.] 적어도, 그간 내가 봉팔러 생활하면서 느낀 것이 맞다면 밥*님의 글은 '자해글'이었다. 전사자는 그 글을 쓴 밥*님이 될 거라 생각했었고. 그러나 결과는 내가 언급한 '최악의 경우'가 되어버렸다. 난 이 과정 중에 함께 하지 못했었다.
내가 쓴 댓글에 있는 '왜 엄한테 자꾸 힘빼려고 할까?'라는 질문은 봉회장 훈시 중 어느 곳에 다른 표현으로 들어있을 것이다. 갈 길 바쁜데 엄한데 힘빼기 싫어서 쉬운 방법으로 '강퇴'를 자행하겠다는 것. 그리고 본인은 성질 나는 대로 온갖 쌍욕을 해도-물론 그의 기준으로 '욕 먹을 짓'을 한 사람에게-다른 이들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 욕을 하는 행위는 봐줄 수 없다는 것. 본글이든 댓글이든 욕먹어서 기분 나쁘면 건의방에 올리라고까지 친절하게 배려해줬었지.
그런데 뭐지? 누군가가 또 다른 누군가를 향해 욕하는데 이유가 있었다고 판단해서 포용력을 발휘했다면, 봉회장이 강퇴시킨 그 어떤 누군가도 욕을 한 이유가 있지 않았을까? 그래서 내 머릿속이 헝클어지기 시작했다. 눈 사장을 보호하기 위해, 눈 사장을 옹호하는 글은 비록 욕이 난무해도 봐줘야 했던 걸까?
눈 사장은 보호할 필요가 있었다.
나는 다툼이 악화일로를 걸으며 막바지로 치닫는 과정을 보지 못했다. 일이 다 끝난 후에야 결과만을 알게 되었다. 내가 아는 상황은 이러했다. 이러저러한 과정을 거친 후 최종적으로 눈사장은 봉팔러들에게 재신임을 물었다. 자기로선 이런 상태로 '사장'이란 자리에 있기 싫었던 것이다. 회원들로부터 지지를 받지 못하는 상태에서는 사장이랍시고 나설 수도 없으니까 그럴 수 있다. 이해한다. 그리고 거기에서 결론이 날 줄 알았다. 그런데 다음날 보니 스나이퍼는 떠나갔고, 눈 사장을 옹호하는 쪽에서는 마치 전쟁에서 이긴 듯한 분위기였고, 스나이퍼를 옹호하는 사람들이 역적이나 된 듯 족치는 모습까지 보였다. 뭐, 아니라면 아닐 수도 있겠지. '내 눈'엔 그리 보였다는 것일 뿐.
나는 눈 사장과 스나이퍼 모두의 '능력'을 믿고 있고 그들이 큰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하고 해줄 거라 믿었다. 둘 중 그 누구도 잃어서는 안되었기에 덜 위험한 쪽을 택했다. 어쩌면 난 눈 사장 보다는 스나이퍼를 더 믿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볼 땐 눈 사장의 상처에 비해 스나이퍼의 당혹스러움은 잠시만 냉정해지면 극복이고 뭐고 자실 것도 없이 지나갈 수 있는 성질이라 생각했으니까. 스나이퍼 정도가 이런 일에서 슬기롭게 넘어가지 못할 거라 생각지 않았으니까. 그래서 스나이퍼가 진실되게 사과도 하고, 화해의 손을 내밀고 다독여주길 바랬다. 그럴 수 있을 줄 알았다, 내가 스나이퍼라면 그랬을 테니까.
다시 말하지만 난 두 사람 다 소중하다 생각했고, 이 사건은 확전시키며 길게 끌고 가봤자 좋을 일이 하나도 없었기에 가장 빠른 해결책이 그거라 생각했던 것이다. 눈 사장은 이 사이트의 운영자 중 한 사람이다. 회원의 한 명으로 기자를 할 수도 있지만 운영자는 또한 운영자 자리를 오래 비워둬서도 안된다. 이렇게 시끄러운 게시판을 추스리고 정리를 하려면 운영자가 운영자 자리로 돌아갈 수 있게 해줘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었다. 그렇게 되면 후폭풍은 크지 않고 다시 안정 상태로 연착륙이 될 줄 알았던 거다.
그런데 이미 스나이퍼는 가버렸고, 봉팔러들은 양쪽을 서로 비난하고 옹호하고, 어떤 이는 양시/양비론을 펼치고... 내 눈엔 그냥 '가관'이었다. 그래서 조회수가 많고 추천수 많은 양비론글에 난 태클을 걸었다. 지금 이럴 때냐고? 마음 아파할 시점에 남 비난하는 속시원한 글 썼다고 박수치고 난리냐고? 솔직히, 그 글을 쓴 사람보다 댓글의 반응들이 더 슬프고 화가 났던 거다.
양시론/양비론을 비판하지만 난 그걸 크게 나쁘게 생각하지 않는다. 싸움이 난다는 것은 손바닥이 마주쳤다는 것이니까. 절대 어느 한쪽만 옳지도, 억울하지도 않다는 거다. 당연히 잘못한 부분, 잘한 부분에 대해서는 구별해서 말할 수 있는 거다. 그것이 양시/양비론이란 부정적인 의미가 되어 어정쩡하게 물타기 하는 것 같아 보일지라도 나는 이게 더 진실에 가깝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러니 각자 반성할 것 반성하고, 사과할 것 사과해야 그 싸움은 끝나는 것이다.
후속 조치가 없었다.
내가 눈 사장을 옹호하는 입장에서 글을 쓴 건 내 맘속에 어떤 전제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눈 사장이 충분히 능력있고, 냉정을 찾으면 상황 판단을 잘 할 수 있을 거란, 정도의 믿음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운영자로서 책임있게 마무리를 해줄 거란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내가 기대했던 것은 봉회장이나 눈사장의 운영자로서의 책임감 있는 모습이었다. 어찌보면 일단락난 일이 아닌가? 나갈 사람 나갔으니까. 그렇다면 다음 수순은 뭔가? 그간 흩어졌던 감정들을 수습해야 하는 거다. 억울하든 화가나든, 운영자로서 회원들을 힘들게 한 점에 대해 회원들에게 사과를 하든 양해를 구하든 했어야 했는데 내가 본 것은 오히려 반대의 모습이었다.
옹호를 한 회원이든 비판을 한 회원이든 다시 맘 추스리고 우리가 지향하는 길을 향해 한마음으로 갈 수 있게 운영자가 노력해야 하는 거 아닌가? 그런데 난 경악했다! 눈 사장의 독기어린 댓글을 보고야 말았던 거다. 그건 시적모험이 눈사장에게 쓰라린 비판을 한 것보다 더 잔인하게 보였다. 추스리고 안정화를 위해 개인의 감정은 잠시 접어야 할 운영자가 양비론으로 자기를 비판했던 한 회원에 대해 쏟아부은 독설은 지금까지 보았던 봉회장의 욕설은 아무 것도 아니란 생각마저 들게 했다.
(추가; 내 이런 표현에 눈사장이 또 상처를 입었던 것 같다. 내가 미안하다고 사과했으니 해명글을 첨가한다. 이 글 쓰고 이틀쯤 후에 나는 달리 이해를 하기로 했다. 독기 어린 독설이 아니라 상처가 아파서 '비명'을 지른 것이었다고. 아픈 사람 입장에서도 이해를 해줘야겠지. 덜 아픈 사람이 더 아픈 사람을 배려해야 하니까.)
어떻게 이런 일이! 게다가 몇 개의 댓글에서 보였던 개운치 않은 봉회장의 행위-난 직접 보질 못했다. 그러고 보면 이 사이트 안에서 내가 모르는 게 참 많다-또한 내게 실망감을 안겨 주었다. 봉회장이 무슨 글을 어떻게 썼다가 삭제했는지 모르지만 그런 사건도 있었나보다. 도대체 무슨 일들을 이렇게 하고 있는 걸까? 개인 사이트이니까 회원들의 감정은 안중에도 없는 걸까? "맘에 안들면 니가 나가면 되잖아!" 이건가? 이것이 '지극히 상식적'이라고 믿었던 박봉팔닷컴의 현주소란 말인가? 상식에 따른다고 한 박봉팔닷컴의 가입 조건이 이런 걸 말한 것일까?
~~~ 사막의여유님이 쓴 글이만큼 됐을까 안 됐을까? ~~~ 잠시 쉬어가자.
'글쓰기 좋은 환경 제공'이란 말은 멋졌었다.
난 시민광장의 원년멤버다. 해서 최근에 더욱 쓸쓸해진 시민광장 중앙토론방과 반비례로 잘 나가는 박봉팔닷컴의 차이점에 대해 고민한 적이 있었다. 그에 관련된 글이 아래 링크다.
호부호형 맘껏 하니 불역낙호(不亦樂乎)아라http://umz.kr/03PLG
난 정말 의문을 가지고 있었고 나보다 똑똑한 누군가가 설명을 잘 해주길 바랬지만 댓글이 별로 없어 스스로 결론을 내릴 수 밖에 없었다. 몇 개의 댓글과 토론하면서 내가 최종적으로 결론을 내린 것이 이거다.
여러 요인들이 합쳐져서 피로감이 발생한 것 같다. 게시판 분탕질로 힘빼고, 집행부가 회원 정서와 동떨어진 일을 해서 힘빼고. 그렇게 몇년 누적된 피로감이 자발성과 역동성을 갉아먹은 걸 거야. 억지로 되는 거 아니니까. 글을 쓰고 싶은 환경 만들기-- 봉팔씨가 역점을 두는 게 이거 같더라. 그러니 여긴 글 쓰고 싶은 곳이 되는 것이고, 시민광장은 아니지. 토론장에 역점을 두는 게 아니고 지역 조직화에 더 중점을 두니까. 이렇게 풀어가니 답이 보일 듯도 하다.
시민광장도 잘 알고 있는 봉팔러들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내 진단이 맞을까? 그럼, 과연, 지금 박봉팔닷컴은 글을 쓰고 싶은 환경을 잘 만들어주고 있을까? 그 대답은 내가 할 수 없으니 봉팔러들이 해주든지 생각해보든지 해라. 난 내가 그 글에서 썼던 일부를 남기며 긴 글 마감한다.
어느 공지글에 있었는지 지금 찾을 수 없지만 봉팔이 글 중에서 제일 맘에 와닿은 건 이거였다.
"나는 니들을 믿지 않는다."
첨엔, '야~ 이노마 꽤 오만방자한 노미구나! 잘 났네!' 하는 맘이었다. 그렇지만 그의 글엔 내가 토를 달 만한 틀린 말이 없었다. 이 노미 이렇게 천명하는데 '알았다. 난 무조건 니 봉팔이를 믿는데이~' 하는 애들이 오히려 순진해 보였다. 봉팔이 뭘 보고 무조건 믿냐? 정서가 맞고, 지향하는 바가 맞아서 같이 갈 수 있는 동안만 믿을 수 있는 거다.
p.s.
나, 일이 엄청 밀려있다. 틈만 생기면 여기 들락거리느라.
이제 일하러 간다. 그러니 날 불러내 한 판 뜨고 싶은 사람은 참아주기 바래.
난 싸울 시간도 없는 사람이야.
'싸움꾼' 소리도 꽤 들어봤었지.
내가 천성이 얼마나 연약하고 심성이 유순한데 말야.
난 싸울 때 욕은 안해. 내 입이 더러워진다 생각하니까.
일 많이 하고 오고 싶을 때 다시 올게.
그 동안 많이 즐겨라.
만평에 신경 좀 쓰고.
봉팔닷컴 만평을 유행시켜야지.
[이 게시물은 관리자님에 의해 2011-05-04 15:16:00 바보정치에서 이동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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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