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교육, 조직생활, 정치에 이르기까지 세상에 쉬운 일이 남 평가하고 손가락질하는 것이고. 참으로 어려운 것이 이래라 저래라 평가하고 잔소리한 그대로 본인이 실천해보는 것이다
부산 영도 피난민 천막촌에서 20년을 보낸 내 어린시절과 학창시절은 가난이란 단어 하나로 축약해도 충분했다. 당시 버스표인 토큰 한개가 없어 학교에 결석하고 다음 날 차비가 없어 결석했다는 말도 못하고 담임선생님에게 결석한 이유를 변명도 아닌 변명으로 중얼거린 고딩 기억. 우산 살 돈이 없어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데 그 비를 고스란히 맞고 걸어서 학교 도착하니 책과 노트가 비에 젖어 난감했던 중딩 시절 등...
학비는 당연 이웃집 아이들 과외시켜서 충당했고. 그런 형편이니 인문계고등학교는 엄두도 못내고 상고진학해서 은행에 가기만 하면 지긋지긋한 가난에서 벗어난다는 일념으로 주산 부기 타자 열심히 하던.........
내 개인의 궁상스런 옛이야기 하자는 건 아니고... 경험없이 착하고 올곧은 사람이 사장 위원장 대표 등 많은 사람의 시선을 의식해야 하는 포지션에 올랐을 때의 고충과 스트레스를 같이 이해해 주었으면... 나아가 눈팅냥 마음의 고통이 오죽 할까? 그 고통 조금이라도 나누어 가졌으면 하는 바램으로 좀 두서 없고 뜬금 없는 사생활 이야기까지 나온 것이니 이해해 주기 바라고...
이름있는 상업고등학교 = 대학갈 실력은 충분하지만 집안이 가난해서 취직하는 학교
이런 등식이 성립되던 그 시절 상고동창에 얽힌 아픈추억 하나, 이름 생생히 기억하지만 혹여 하여 김철중이라는 가명으로 표현 이 친구 열심히 공부해서 국내굴지의 은행에 당당히 합격. 서울 본점으로 발령나서 ... "철중이 은행 합격했으니, 이제 우리 집안도 가난 끝..." 온 집안 식구가 같이 기뻐하던 모습을 뒤로 한채 ... 희망에 부풀어 서울에서 은행생활 몇년 하던 중
은행 노조위원장이 파렴치한 행동하고 지탄받는 일이 생겼는데.. 노조위원장 선거 후보등록 앞두고 노조위원장 비난하는 사람은 즐비한데 막상 후보자 등록하고 맞짱뜨고 싸워 줄 사람은 아무도 나서지 않았던거라 . 파렴치범으로 욕먹던 위원장 단독 출마할 판이 된거지...
주변에서 우찌 이런 일이 하면서도 막상 나서는 사람은 없었어 . 철중이 이 친구 평소 말없고 조용하고 참 여린 사람이어서 어디 나서 앞장선다거나 하기 힘든 내성적 성격이었음에도 일이 그리되려니 그런 일이 생겼는지?
그 해 여름 주변 동료들과 여름 휴가를 같이 부산으로 가게 되어 같은 은행 다니는 동창들과 부산 내려오는 기차에서 맥주 한잔 하며 노조, 은행생활 이런 저런 이야기 하다가 주변 동창들이 "그럼 철중이 네가 함 나가봐라. 우리학교 출신들 많으나 밀어주께" 이리 되어 얼떨결에 정말 얼떨결에 지명도 하나 없이 위원장에 출마하고 당선 가능성이라곤 전혀 없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투펴결과는 허 ~ 걱 ... 노조위원장에 당선 되어 버렸는거라
문제는 당선 이후 터지기 시작했지 .. 이 순진한. 정치적이지도 못하고, 독한 구석이라곤 없는 친구가 노조위원장이 된 후 엄청 스트레스 받는 일이 연속으로 터지는 거였지.
은행 경영진은 경영진대로 어용노조 위한 작업개시, 온갖 회유 협박, 당근과 채찍... 고지식한 이 친구 은행 고위간부 임원들에게 원칙과 상식 주장하다가 연일 마찰... 막상 출마 권유한 그래서 당선시켜준 동창과 동료들 주구장창 , 뭐 해 달라~ 왜 안해주냐 ~~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근무조건 보수 처우 개선.. 요구하다가 뜻대로 되지 않으면 온갖 비난.. 이 착하디 착한 친~ 구... 은행 경영진과 노조행원들 사이에서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일년 내내 그 여린 성격에 스트레스 받다가 그 직책중압감 못이기고 끝내 쓰러지더니 입원... 휴직
그리고 몇달 후 어느 날 전해들은 소식은
" 철중이 머리깍고 경상북도 어느절로 중이 되어 입산했다 "
그리고 나도 사람 쥐어짜기로 유명한 대기업 입사... 정신 없이 치열한 먹고사니즘 생활전선 ..세월은 흘렀고... 철중이랑 내랑 아주 친한 사이도 아닌 그 냥 동창중 한명인지라.... 그 후 소식은 스님 생활 한다는 소식만 이따금 듣곤 했다.
이 아침 눈팅냥 (모습 본적도 없지만) 모습 떠올리다가 문득 정말 문득 잊고 지냈던 이십대 철중이모습 오버랩 되어 문자 맞춤법 무시하고 마음가는대로 몇자 끄적여 보았다.
눈팅냥 힘내라. 아프니깐 청춘이고 아픈만큼 성숙해진다. 그리고 사장직책 중요한 건 알지만, 중압감은 갖지 마라.
(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