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알다시피, 형식은 내용을 규제합니다. 형식안에 그 어떤 진정성이 담겨있던 그 내용은 형식에 먹힙니다. 여기서 김영민 선생의 다음과 같은 지적을 살필 필요가 있는데요.
"형식은 이런 식으로, 내용의 변화와는 다른 (넓은 뜻의) ‘정치적’인 동요를 일으킨다. ‘내용에 휘둘리지 말고 그 형식을 잘 살펴야 한다’는 취지의 격언들은, 이처럼 내용의 번란한-달콤한 풍경으로 그 정치성을 숨긴다는 경고를 담고 있다. 마찬가지로 신자가 사제에게, 환자가 의사에게, 그리고 학생이 선생에게 하는 사적 고백의 내용은 반드시 속죄와 치료와 교육에 이바지하는 게 아니다. 그것은 우선 다양한 형식의 지배-정치인 것이다." (http://jk.ne.kr/gnuboard4/gnuboard4/bbs/board.php?bo_table=mun&wr_id=212)
여기서 중요하게 봐야할 점은 "‘내용에 휘둘리지 말고 그 형식을 잘 살펴야 한다’는 취지의 격언들은, 이처럼 내용의 번란한-달콤한 풍경으로 그 정치성을 숨긴다는 경고를 담고 있다."라는 부분인데요.
가령, 반말이라는 형식은 권위주의 타파라는 중요한 정치성을 띠는 것이죠. 그래서 낡은 권위주의에 찌든 한국의 상황에 비추었을 때, 반말을 권장하는 박봉팔닷컴에 의미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건 양날의 칼이기도 한데요. 왜냐하면 반말이라는 형식이 권위주의 타파와 함께 타자를 내려다보게 만드는(깔본다/무시한다의 뜻이 아니라) 형식이기 때문입니다.
예전에 돈까스님의 글의 댓글에서(아, 여기서 돈까스님께 사과를 해야겠네요. 댓글 달고 보니 님의 본글과는 상당히 동떨어진 글이 되어 버렸더군요. 미안합니다.) 말했지만 저는 반말 권장을 잘 했다고 생각합니다. 비열한 온말보다 공손한 반말이 훨씬 좋으니까요. 그러나 여기서도 다시, 반말이라는 형식이 가진 정치성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반말을 해야한다는 것을 항상 명심해야겠죠.
그러면 이제 욕설이라는 형식을 살펴보죠. 욕설이라는 형식은 어떤 정치성을 띠는 것 일까요. 뭐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욕설은 아가리를 닥쳐라는 식의 일방적 폭력의 정치성을 띱니다. 그리고 이 일방적 폭력의 정치성을 약자가 강자에게 사용하면 좀 괜찮아 보이기도 하고, 혹은 정의가 불의에게 욕설을 내 뱉으면 속이 시원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괜찮아 보이고 시원하다고 해서 일방적 폭력의 정치성을 담지한 욕설이라는 형식이 정당화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인데요. 왜냐하면 일방적 폭력은 옳고 그름을 떠나 그 속성상 타자의 지평을 지우는 위험한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제가 여러차례 이야기 한 '거울방', '자기 동일성'이라는 블랙홀 등을 떠 올리셔도 좋겠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타자의 지평이 지워진 일방적 폭력이 정당화되면 히틀러나 전두환을 욕할 근거가 약해지는데요. 박봉팔님은 이 점을 잘 살펴야 한다고 봅니다. 더군다나 님은 박봉팔닷컴에서 약자가 아니라 강자라는 점을 명심해야겠죠.
어떤 분들은 욕 먹을 사람에게 욕해도 아무 문제가 없고 자신도 욕 먹을 일이 있으면 욕을 하라고 하는데요. 그러나 서로 욕하면 되니까 문제없다고 하는 태도는 잘못 되었다고 봅니다. 사람은 감정이 없는 기계가 아니기 때문인데요. 옳고 그름을 기계적으로 들이대며 상대방의 배를 가르고 내장을 꺼내어 보이려는 태도로는 상대방도 나도 피폐해지고 우리의 삶은 더욱더 어두워진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사실 신이 아닌다음에야 누가 옳고 그름을 혹은 진리를 확신할 수 있겠습니까.
아무튼 이런 이유로, 회원 상호간의 욕설만큼은 강퇴의 대상으로 올렸으면 하는 글을 건의방 스나이퍼님글에 댓글로 달았는데 별 반응은 없군요. 반응은 없지만 제 의견은 이렇다는 걸 다시 한번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그리고 눈팅양 보세요.
제가 여러 번 댓글로 말씀드렸듯이 님은 아무 잘못 없습니다. 스나이퍼님이 많은 잘못을 했지요. 스나이퍼님 가는 길에 돌 던지는 사람들에게 화가 나서 "고마해라. 많이 묵었다 아이가"라고 화도 냈지만, 스나이퍼님이 떠나는 방법은 상당히 좋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눈팅양만 몹쓸 사람이 된 듯한 잘못된 상황을 만들었기 때문인데요. 그러나 대부분의 여기 회원들은 눈팅양이 스나이퍼님을 쫓아낸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믿습니다. 저도 마찬가지로 눈팅양을 옹호하고요.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팅양에게 아쉬운 점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가령, 빈대떡신사의 어처구니 없는 댓글에 대한 대응으로 님이 올린 글에 많은 분들이 누쌀을 찌푸린데에는 이유가 있다는 말인데요. 사실 님은 거기에서도 아무런 잘못이 없지요. 그러니 황당하실 겁니다. 그러나 다시 한번 돌아 볼 필요가 있습니다.
잘못한 것이 하나도 없기 때문에 잘못을 저지르게 된다는 그 역설을, 너무나 옳기 때문에 옳지 않게되는 그 역설을 살펴야 한다는 말인데요. 왜냐하면 인간은 감정이 없는 기계도 아니고 오류가 없는 신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지금처럼 모두가 상처받은 상황에서 조금 더 성숙하고 신중한 모습을 보여 주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이 말은 눈팅양의 자존을 버리라는 말이 아닙니다. 사장이니까 그래야 한다는 말도 아닙니다. 내 주위를 돌아 보는 지혜를 조금 발휘하자는 말입니다.
내가 상처받은 만큼 다른 분들의 상처에도 관심을 가지고 배우자는 말입니다.
여전히 응원하고 있습니다. 상처 때문에 힘들 거라는 것 압니다만, 너무 날카롭게 각을 세우기 보다 여유를 조금 가지시길, 성숙한 모습을 보여 주시길 기대합니다.
사막의 여우님에게
사기자님의 의견에 공감하고 같은 생각입니다. 그런데 저는 님이 버그 박멸 운동에 에너지를 더 이상 쏟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님의 에너지가 낭비되는 것이 몹시 안타깝습니다. 아시다시피, 게임의 룰안에서 게임을 하는 이상 그 게임을 이기지 못 합니다. 오히려 그 게임의 룰을 만든 체제(박봉팔)를 확장하는데 이용당하거나 그 체제에 먹힙니다. 밥풀이라는 회원의 강퇴는 없을 겁니다. 새로운 룰을 정하지 않는 이상. 그리고 그 룰은 박봉팔님이 자기 마음대로 정합니다. 이 곳은 박봉팔님 개인 싸이트이기 때문이죠.
따라서 그 룰을 님께서 어떻게든 바꾸겠다고 노력한다고 해서 바뀌지 않겠죠. 그래서 안타깝습니다. 건의해 보고 안 바뀌면 그냥 오지 않고 생까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박봉팔닷컴이 죽든 말든 우리는 각자 또 길을 가면 되니까요. 꼭 여기가 아니더라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겠습니까.
이 글을 쓰다 갑자기 든 생각인데요. 밥풀이라는 회원은 납딱콩님의 만평에 나오는 루어루어이지 싶습니다. 콩님이 예전에 서프에서 루어루어가 욕을 엄청 하며 인기를 끌었다고 한 말이 생각나네요. 아무튼 박봉팔 이하 여기를 세우고 키워가려는 사람들의 생각은 욕을 해도 상관 없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 걸 따지고 들 수 없고 룰을 바꿀 수도 없다는 점을 알아야겠습니다. 님의 열정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바라보는 저를 이해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반말과 욕설>이라는 제목에 끌려 클릭했습니다. 저도 관심하는 문제였거든요. 제 나름의 표현은 <반말과 쌍말>입니다. 비슷한 것이 되겠는데, 이를테면 박봉팔이 그렇지만,바로 위에 있는 '그만해라'가 그런 것처럼, 쌍말을 하면서도 그것을 반말로 생각합니다. 스나이퍼 글의 그 경우도 아주 비속한 쌍말이고, 저도 그래서 해인님처럼 추천 의견을 달았습니다. 제가 인터넷 글쓰기를 하지 않으려 했던 것도 바로 그 쌍말을 받아들이기 어려워서였습니다. 버그 박멸, 뭐 그런 쪽 관심 표명도 그런 관심의 연장 선상에서였습니다. 자연히 저에 대해 말씀하신 부분으로 왔는데요, 저에 대한 부분, 잘 읽었습니다. 말씀하신 것, 모두 동감하고, 미안하게 생각합니다.
님이 정치방에 올리신 글이 이쪽으로 옮겨온 듯합니다. 제가 자게를 처음으로 오게 된 것은 제가 정치방에 올린 글이 이쪽으로 옮겨졌다 해서였구요, 이쪽으로 옮겨진 <박봉팔에게>에서 박봉팔에게 사과하라 했지만, 그게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적고, 그럴 경우, 불쾌감을 참으면서까지 박봉팔닷컴에서 글을 쓰게 될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작별인사를 미리 적어두었던 거죠. 그런데 제 글에 대한 댓글을 읽기 위해 드나들다 보니까 마구잡이로 이야기되고 분위기가 뜻밖으로 편하게 생각되었어요. 그래서 변방으로 유배온 심정으로, 깊은 생각없이 쓸 수 있는 버그 박멸, 그런 것을 건드려보게 된 거죠. 그러나 그건 장난을 치기 위한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버그는 아주 비열한 짓이거든요. 그래서 이전부터 마음먹고 있던 것입니다. 그러나 해인님, 말씀 경청하겠습니다.
이 댓글, 읽게 되실까, 모르겠네요. 자유게시판 외의 다른 방에 다시 돌아가게 될는지는 아직 모르겠어요. 저는 인터넷 글쓰기, 마음내켜 하지 않았거든요. 박봉팔닷컴에 들어오는 것도 많이 주저했어요. 또 만나게 되겠죠. 여담이 되겠지만, 박봉팔은 불행한 인간형 같아요. 자기가 무엇을 잘못하고 있는가 도무지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는 것부터.
(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