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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동안 좀 방황했다. 원래 심장이 좀 약한데 심장이 쿡쿡 쑤시더라구. 누가 맞고 틀리고를 떠나서, 시시비비는 끝까지 가리고 가야 한다는 것도 말이 되고 시시비비를 끝까지 가리다 보면 자멸하게 된다는 것도 말이 되고, 많이 괴롭더라.
사람 사는 세상에서 갈등이 없다는 걸 바란다는 거 자체가 공상과 환상 속에서 산다는 소리겠지. 그래도 갈등 없는 데서 지내고 싶었다. 그래서 귀와 눈을 막고 싶었다.
에잇 안 되겠다. 신파조로 나가는 거 같아서 일단 현장 보고부터 해야겠다. 어제 영국에서는 지방선거가 있었다. 결과는 보수당은 그냥저냥 현상 유지, 노동당은 잉글랜드에서 약진, 자유민주당은 참패.
자유민주당은 보수당과 연정을 하고 있다. 사실 어떤 면에서는 자유민주당이 노동당보다 더 진보적이고 보편적인 면이 있다. 유럽연합을 보는 시각만 하더라도 자유민주당은 확실히 유럽연합 지지론이지만 노동당은 유보적이거든.
그런데 지난 총선 당시에 집권당이었던 노동당의 고든 브라운 총리가 인기가 없었어. 그래서 노동당과 연정을 하면 또 다시 그 사람이 총리가 되고 자유민주당도 덩달아 욕을 얻어먹을 거 같으니까 보수당하고 연정을 한 측면이 꽤 크다.
대신 보수당한테 조건을 걸었지. 지금의 소선거구제는 민의를 제대로 대변하지 못하니까 비례대표제 요소를 도입한 새로운 투표제도를 국민투표에 붙이자고. 자유민주당이 만년 3당인 이유가 소선거구제 때문이거든. 그래서 이번 지방선거에서 그것도 동시에 투표에 붙였는데 결과는 압도적으로 부결.
왜 부결됐느냐. 믿었던 보수당이 완전히 생깐 정도를 넘어서 극렬하게 찬물을 끼얹었거든. 안 그럴 거라고 보았던 노동당에서는 오히려 새로운 선거제도에 찬성하고.다양한 민의를 대변하는 게 길게 보면 진보적이라는 건 두말하면 잔소리지. 보수당 하자는 대로 따라하는 자유민주당을 비판하던 영국 지식인들도 선거제도만큼은 이 참에 자유민주당이 주장하는 대로 하는 것이 보수당을 박멸하는 길이라고 누누이 떠들었지만 소용이 없더라. 영국 유권자들이 자유민주당에게 느낀 배신감이 하늘을 찌른 거야. 정말 무섭더라.
그런데 영국 유권자들이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다. 일차대전이 끝나고 영국의 유권자가 하루 아침에 세 배로 늘어났을 때 노동당은 희희낙락했어. 가난한 서민들이 압도적으로 많으니까 이제부터는 가만 있어도 표가 굴러들어올 거라고 생각했거든. 그런데 웬걸. 힘들게 사는 사람들은 아무 생각이 없는 거야. 노동당 지도부는 유권자를 늘려야 한다고 주구장창 떠든 걸 다 후회할 정도였다.
그런데 결국 영국 유권자를 바꾼 건 두 가지였다. 하나는 이웃을 도우면서 꾸준히 유권자를 설득하고 계몽한 노동당 일선 당원들의 생활 정치. 또 하나는 다수 유권자의 이익을 대변하는 언론을 만들어낸 것. 진정한 정당과 진정한 언론이 결국 자기 이익을 지키는 똑똑한 유권자를 만들어낸 거다. 좋은 정당과 좋은 언론이 없는 민주주의는 모래성이다.
우린 얼마 전까지 둘 다 없었지. 그런데 지금은 생겼다. 국민참여당과 박봉팔닷컴. 소중히 가꾸자. 길게 보자. 하지만 짧게도 보자. 노공이산님이 밭을 탓하지 않으셨듯이 우리도 상투적인 소리긴 하지만 서로의 다른 점보다는 같은 점을 보려고 노력하자. 각자의 시각에서는 안타까움과 섭섭함과 외로움이 있을 거다. 그래도 노공이산님의 외로움에 비할 수 있을까, 일부러라도 그렇게 생각하자.
며칠 전에 닉을 바꾸었다. <개곰>에서 <질경이>로 다시 <욕좀하지마씨발>로 바꾸었다. 장난스러운 마음 반 진지한 마음 반이었는데, 좀 부질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냥 원래 닉으로 돌아가련다. 그런데 <욕좀하지마씨발>이라는 닉 너무 아깝지 않냐. 욕하지 말라던 놈이 <욕기자>가 되거든.
가장 효과적으로 허위를 까발리는 방식과 가장 효과적으로 사람을 웃기는 방식은 똑같다. 장하준의 논리가 설득력 있는 건 지금 자유무역을 주장하는 강대국이 과거에 약소국이었을 때는 보호무역으로 일관했다는 자기모순을 드러낸 거거든. <욕좀하지마씨발>이라는 닉이 <욕기자>가 된다는 거, <뽕이밥주냐>라는 닉이 <뽕기자>가 된다는 희극의 구조식도 결국 자기모순이잖아.
술 먹고 쓰다 보니까, 횡설수설이네. 며칠 동안 돈 좀 깨졌다. <질경이>로 가입했다가 또 <욕좀그만해씨발>로 가입했다가.
<질경이>는 질기게 끝까지 버틴다는 뜻으로 지었는데 그냥 <개곰>으로 바꾸는 게 좋을 거 같다. <질기자>나 <개기자>나 그게 그거 아니냐. 봉회장 입에서 졌다는 소리가 나오도록 질기게 개기자구.
<욕좀그만해씨발>이라는 닉은 두 가지 이유로 만들었다. 둘 다 봉회장을 겨냥했다. 욕을 하고 싶을 때는 씨발이 들어간 내 닉을 부르면서 참으라고. 또 하나는 박봉팔닷컴 기자가 1000명이 되고 1500명이 되는 날 봉회장한테 <욕좀그만해씨발> 하고 마음껏 소리쳐보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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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