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동네의 하루는 다른 동네의 10년인가보다. 한 주일 전이 아예 아득한 옛날 같다. 그때만 해도 네가 저녁마다 무뇌 쓰레기들과 더불어 우스운 orgy에 흠뻑 빠져 놀아났지. 이제는 그런 것마저 없으니 더 적막하다. 흐르는 세월, 참 덧없구나. 스나이퍼의 다음 글을 회상해보면서도 같은 탄식을 되풀이하게 된다.
봉팔이와 마케터, 디알, 스나이퍼가 시도했던 온오프는 솔직히 유통에서 막혔다. 여전히 종이로 인쇄된 출판물이 우위였던 시대여서 종이값을 감당하지 못했다. 대통령님이 시도하셨던 민주주의2.0은 서프 등 기존 정치웹진 토론게시판이 가진 문화를 극복하지 못했다. 박봉팔닷컴은 새로운 기술환경(SNS와 스마트폰)을 적극 활용해 <유통>의 실패를 극복할 것이고, <강력한 회원제>를 통해 구태의연한 기존의 정치웹진의 게시판 토론문화를 극복해나가는 게 목표다. 어떤 꿈은 그냥 묻혀지기도 하지만, 어떤 꿈은 세대와 세대를 이어서 쉼없이 달린다.
날짜를 보니 4월 15일이다. 그래봤자 세상 달력으로 한 달도 되기 전의 이야기인데, 이것 역시 아예 선사 시대 이야기 같다. 그 스나이퍼, 지금은 어디 갔니? 너는 탄식하지 않니? 어이없다. 너라는 인간을 오독한 것이.
네가 그 어린 아이 하나를 소개했을 때 무슨 마스코트 같은 것인 줄 알았다. 내가 어린 아이라 하는 것은 나이가 몇 살이니 하는 것을 뜻하지 않는다. 위의 사진에 보아라(제대로 나오려나 모르겠다). 거기 셋째 줄에 보면 ‘어린 백성’이라는 표현이 있다. ‘어리다’는 ‘어리석다’를 뜻한다. 소문대로라면 너는 아마 마흔과 쉰, 그 어느 어름쯤에 있는 듯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는 ‘어리다’. 형편없이 어리다. 그 아이는 마스코트로서는 그냥 괜찮은 것 같았다. 그런데 그 아이가 갑자기 칼잡이가 되었다. 칼을 휘두르기에는 너무 ‘어린’ 아이인데도 말이다. 모든 사람은 지킬일 수도 있고 하이드일 수도 있다. 그냥 마스코트였으면 지킬일 수 있던 그 아이는 그만 드러내서는 안 되는 바닥을 너무나도 쉽사리 드러내면서 하이드가 되었다. 너는 그 아이 하나를 감싸기 위해 죽여서는 알 될 것들까지 모두 죽였다. 이 사이트까지. (그 사람, 이야기하는 거, 민망하다. 너의 '어린' 짓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인데.)
너는 된장과 똥을 구별 못할 만큼 바보는 아니다. 꽤 명민하다. 그런 것 같다. 너는 이미 알고 있다. 네 생애에서 또 한 건 물말아먹어버렸다는 것을. 스나이퍼의 글에 있고, 너 자신도 더러 피력했듯이, 너와 네 동지들이 표적했던 것은 ‘유통’이고, ‘유통’을 위해서는 유통시킬 만한 컨텐츠를 개발해야 하고, 컨텐츠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그럴 만한 사람들을 끌어모아야 하는데, 너는 오히려 그럴 만한 사람들로 하여금 이 판을 떠나게 했다. 회원 숫자야 더 늘 수도 있고, 줄을 수도 있지만, 너는 알 거다. 네가 필요로 할 그런 사람들이 남아있게 되지도, 다시 오게 되지도 않으리라는 것을. 무뇌 쓰레기 백만 된다 해도 거기에 네 뜻을 실을 수는 없으리라는 것을. 너는 땅을 치며 후회하고 있겠지만, 이미 너무 늦었다. 아무래도 그런 것 같다. 안타깝다.
너는 무엇보다도 정신신경과부터 가봐라. 여기 있는 너의 어떤 글이든 들고 가봐라. 나도 돌팔이기는 하지만 의사는 의사다. 정신이니 하는 그런 고상틱한 분야가 아니라, 그 뭐냐, 하여튼 좀 우스운 그런 의사여서 너를 치료할 수는 없다. 개혁이니 민주주의니 하는 원대한 이상이 아니라, 아직 남아 있는 너 자신의 인생을 위해서도 네 정신의 수리는 꼭 필요한 것 같다. 오독이든 뭐든, 잠깐 동안이나마 너에게 관심했던 사람으로서 간곡하게 충고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몇 줄 덧붙인다. (사실은 이 말을 하기 위해 이 글 시작했다.) 현재로서는 회생이 거의 불가능해 보이지만,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 이야기한다. 이 사이트를 이를테면 마케터닷컴으로 문패를 바꿔 달고, 너는 조용히 네 생업으로 돌아가라. 아예 늦기 전에. 그러면 혹시 아니. 죽여서는 안 될 이 사이트도 살고, 최소한 너도 이 사이트 물 말아먹었다는 오명을 벗어던지게 될는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나의 이 말, 장난 같지만, 진심이다. 부처님 덕분에 하루 쉬게 된 오늘, 내 시간을 너를 위해(사실은 이 사이트를 위해) 좀 나누기로 했다. 지금은 사라진 스나이퍼의 참 괜찮은 말을 여기 한 번 더 덧붙여둔다 - 어떤 꿈은 그냥 묻혀지기도 하지만, 어떤 꿈은 세대와 세대를 이어서 쉼없이 달린다.
| 
(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