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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난 < 박봉팔닷컴에서 제일 억울한 기자>라는 글을 쓴 적이 있다. 바보정치방의 공상두기자에게도 굴곡은 좀 있었다. 다들 그렇겠지만 나도 왜 강퇴당했는지 잘 기억은 안 나지만 아무튼 공상두기자는 강퇴당하고 나서 엄기탁기자로 닉을 바꿔서 씩씩하게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취재에만 전념했다. 그래서 저런 성실한 기자가 얍삽한 엄기영하고 두 자를 공유한다는 사실이 너무 억울해서 그런 글을 썼다. 각설하고.
근데 그 글에 두번째로 댓글을 단 분이 누구였느냐 ..... 바로 봉숙이기자였다.
[2/46] 봉숙이 2011-04-18 (월) 17:06 저요, 저. 저도 억울해요오오오오~
왜 봉숙이기자가 억울할까? 잠시 생각했다. 결론은 뻔했다. 봉회장이 괜찮은 사람인줄 알고 돌림자를 <봉>으로 정했고 <뽕>이랑 발음도 비슷해서 웬지 이익도 좀 있을 거 같았는데, 박봉팔닷컴 생활을 좀 하시다 보니까 그게 아니었던 거다. 한마디로 줄을 잘못 선 거였다. 지금 찔리는 기자들 많을 거다. 박봉일, 박봉구, 박봉칠, 봉팔아, 봉애 ... 뽕생뽕사 ... 방구뽕.
<봉>은 원래 하늘의 축복을 받은 글자였다. 우리 말에도 <땡>잡았다, <봉>잡았다, 이러지 않나. 봉은 <봉황>이었던 거다. 그런데 박봉팔닷컴에서 <봉>은 봉숙이기자의 절규를 들어보면 천형이 된 거 같다.
좀 안타까운 마음이 들면서 나도 모르게 나의 경험담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건 나도 나이가 먹어서 넉살이 좀 늘었다는 소리겠지.
영어에서는 dog 하면 좋은 느낌을 주지만 한국어에서는 <개> 하면 원래는 썩 좋은 뉘앙스가 아니었다. 그런데 난 그걸 알면서도 <개곰>이라고 닉을 지었다. <개>라는 글자가 좀 부끄러워서 <개곰>을 <견웅>이라고 고쳐서 은근슬쩍 한자어에 뭍어갈까도 잠깐 생각했지만 그건 정도가 아닌 거 같았다. 봉황이라는 운명에 은근슬쩍 편승하는 봉회장과는 다른 길을 가고 싶었다. 개 같은 내 운명에 맞서고 싶었다.
그리고 이제는 어느 정도 운명을 극복한 것도 같으다. 과감하게 개로 시작되는 닉을 쓰는 기자가 하나둘 늘어나는 듯하다. 처음 걷는 눈길을 함부로 밟지 않으려고 애쓴 보람을 느낀다. <개미반란>, <개글>, <개미> ...... 이 자리를 빌어서 감사를 표한다.
<개>라는 글자가 아주 긍정적인 뉘앙스를 아직 가진 건 아니지만 적어도 부정적인 뉘앙스는 많이 털어버린 거 같다. 많이 힘들었지만 뿌듯하다. 개기자들 모두 파이팅! 봉기자들도 희망을 잃지 말고 모두 파이팅! 운명아 비켜라, 내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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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