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뿌리를 쫓아가다 보면 함경남도 북청이 나오고 엄마쪽을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강원도 주문진을 만나게 된다.
아버지의 어린 시절 즉 일제시대때 아버지의 집엔 테니스장과 탁구대가 있을 정도로 부유했다고 한다. 물론 내가 확인한 사실도 아니고 그렇다고 친일 했냐는 말은 더더욱 물어 보지 못했다.
전쟁이 나고 남한으로 피난와서 강릉쪽에 자리를 잡으시고 신문사 지방주재 기자 비슷한 걸 하셨던 모양이다. 원래 이북 분들이 빨갱이 하면 치를 떤다. 아버지도 빨갱이 얘기만 나오면 가산을 다 뺐어가고 가족들을 뿔뿔이 헤어지게 만든 놈들이라고 이를 가신다.
그래서 난 어릴 적부터 빨갱이 공산당이란 말을 학교의 반공정책과 가정에서의 산교육으로 체질적으로 싫어하는 반공투사 어린이가 되었다.
그런데 자라면서 묘하게 내 호기심을 자극했던게 주위에서 다 빨갱이라고 하는 김대중씨에 대해서만 아버지는 단호하게 빨갱이 낙인 찍는걸 거부하시고 심지어는 지금 우리나라에 그만한 정치인은 없다는 말씀까지 하셨다.
그런 호기심이 아버지가 갖고 있던 어려운 책들과 신문등을 읽게했고 나도 모르게 아버지에게 사상적으로 쇄뇌되어 갔던거 같다. 뭐 그렇다고 울 아버지가 사상적으로 깊이가 있거나 그런 분은 아니셨다. 젊었을 땐 수려한 용모로 엄마깨나 힘들게 하셨다는 얘기를 누나들에게서 전해들은 바도 있다.
고등학교 1학년 시절 학교에서 장래희망을 조사 했을 때 제1야당 당대표라고 써냈더니 담임 선생님이 여당이면 여당이지 왜 힘든 야당 총재를 하려고하냐 해서 여당은 나쁜 사람들이잖아요라고 얘기했던 기억이 있다. 그때 선생님이 윤리담당 이셨는데 씩 웃으시며 꿀밤 한대 먹이셨다. 어이없던지 기특했던지 아마 두가지 중 하나일꺼라 어렴풋이 짐작한다. 그시절도 전두환의 철권통치 시대였다.
중략하고
이제 여든하고도 중반이신 아버지는 대인관계에 문제가 좀 있으시다. 자기 주장이 강하셔서 남에게 잘 져주시지 않으려는 고집이 남다르시다. 그런 관계로 집에서 책으로 소일하시거나 아님 시간되면 성당에 나가시는 게 고작이다.
아버지의 힘빠지고 무기력한 모습을 보는 아들의 심정은 여러분들도 다 짐작하실거다.
어느날 아버지에게 성당에서 사람도 사귀셔서 식사도 하러가시고 대포도 한잔씩 하시고 다방가서 이쁜 처자들하고 수다 좀 떠시라고 말씀 드렸을 때 하셨던 말씀이다.
성당에서 오랫만에 맘에 맞는 연배가 비슷하신 점잖은 오인분을 만나셔서 친하게 지내셨는데 어느날 자기들 모임이 있으니까 한 번 같이 나가자 해서 점심식사하러 나가셨단다. 그런데 이 노인분들이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가스통 할배들 비스무리한 사람들이었던가보다. 김대중 노무현이 빨갱이라고 하길래 왜 그 사람들이 빨갱이냐고 말싸움이 붙었나보다. 확인해 보진 않았지만 아버지 말씀으론 거의 17대1의 상황 이었다고 한다. 진짜 무력행사를 하려해서 그냥 피하고 집에 오셨다고 한다.
욱하는 마음에 왜 진즉 말씀 안하셨냐니까, 니 성질 아는데 어떻게 얘기하시냐며 쓸쓸히 웃으시는데 그 웃음이 왜이리 짠하게 느껴졌는지 모른다.
이젠 더이상 밖에 나가서 친구분들 좀 사귀라는 말씀도 못드린다. 종친회에서도 이런 문제 때문에 발을 끊으신 분이다.
카이사르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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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셨다니 정말 감사합니다.
덕분에 아주 좋은 글과 좋으신 두분 만나뵈는거 같습니다.
근데 ...
지금까지 습득한 내용만 가지고 판단해 볼 때
카이사르 아버님과 저의 아버님이 비슷하시네요.
제 선친께서도 전답팔아 학교보내는데 형은 데모질만 하고
학교에서 오라가라 하고 ... 일하시던 차림으로 상경하셔서
자취방에 오셨다가 자초지종을 들으시더니
'남자라면 세번은 감옥에 갔다 와야재' 하시면서
막걸리만 드시고는 별 말씀 안하시더라구요.
그 말씀을 듣고 안도의 한숨과 회심의 미소를 짓던 형 얼굴이
지금도 아주 아주 생생합니다 ㅋ~
왠만하면 데모질 그런거 안했으면 하는 표정임에 분명하지만
정이나 니가 해야한다면 안말리겠다는 그런 심중이었다고나 할까요.
어찌보면 성향이란 것도 이러한 환경속에서 상당부분 길러지는거 같습니다.
저 역시 그런 분위기 속에서 청년기부터 깊숙히 물이 들어버렸고 ㅋㅋㅋ~
우리 아이들도 그래서 그런지
저의 성향을 꼭 빼닮았습니다.
하기야 ... 뱃속에서부터 교회내에서(저는 한신대/기장교회입니다)
문익환/함석헌/김동길(변절하기전)/홍근수/문동환 등등의
강의와 설교를 듣고 자랐으니 ...
카이사르 / 우리 아버지랑 영 딴판이셨네
우리아버지는 초등학교 교장이라서 (물론 평교사부터 시작하셨지 )
강원도 전역을 아부지 때문에 안다닌 곳이 없을 정도 였다네
근데 우리 아부지는 돌아가시기 직전까지 ( 11년전에 돌아가셨슴)
김대중이가 빨갱이인줄 아셨던게지
심지어 돌아가시기 직전엔 김대중선생이 대통이 되었슴에도 불구하고..
나는 아부지의 세뇌에 반발해 허구헌날 밥상을 엎었던 기억도 새록새록 나네
아 친구땜시 아버지가 그리워지는 밤이네
물론 그분의 유언으로 내가 현역 정치판에서 발을 빼게 된 계기가 되었지
자네가 엘지대기업 다닐때 나는 국회사무처 5급이었던 거 같은 기억이 오랜만에 나네
10년도 넘은 일이니 뭐 그정도 오픈해도 누가 안되겠지만
벤자민///
ㅎㅎㅎㅎ~~~
그런거야?
햐.... 역시다 역시 ...
나는 전기회사 근무하면서 엄청시리 출장에
영동화력/영월화력/강릉지사/강릉수력/동해화력 등등
엄청 돌아댕겼다야. 체육대회, 교육, 유지들 태우고 홍보 ㅎㅎㅎ~~
울진원자력/월성원자력/불영고개/강릉수력/영월화력이 전력홍보 코스거든
에고고~~~ 울진에서 오다가 강릉에서 회 한사라씩 하고 넘어오고
오던 길에 영월 장릉 들리고 아니면 가는 길에 들리던지 ...
강원도넘들 보다 내가 강원도 전역을 쓸고 댕겼다.
주문진/고성/통일전망대 ... 징하다 징해 ...
(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