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팔닷컴 죽돌이는 죽어도 못하고 건성건성 본다. 잠깐이나마 사이트 접속하고 로긴할 새도 없이 대문글과 각 방의 글 목록 제목만 대충 훑어본다. 대문글도 확- 눈에 와닿고 클릭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는 것만 클릭해 본다.
잠깐 시간 좀 투자해 댓글 몇개라도 달아볼까 하며 로긴한다. 키울 누에는 없지만 그래도 가끔 뽕 농사도 지어야지. 음... 그런데 하필 또 일이 생겼구나. 당사자간에 합의하면 아무 일도 아닌 것을 또 구경꾼들이 북치고 장구치니 시끄럽구나.
"너 이번이 마지막 경고야. 제대로 해!" "알았어."
이러면 끝나는 건데, 니 태도가 어떻니 내 태도가 어떻니 또 확전에 확전이다. 폭격맞은 당사자는 가만있는데 주변에서 유탄을 맞았나, 탈퇴를 요청하는 글이 '최신글'에 3개나 보인다.
이 글 쓰며 생각을 좀 정리해봐야겠다.
박봉팔닷컴을 이해하려면 어디다 비유하는게 가장 쉽고 적확에 가까울까? 박봉팔닷컴의 사장은 어떻게 봐야 할까?
워낙 독특하고 전대미문의 사이트라 정의하고 설명하기가 어려운 것 같다.
박봉팔닷컴을 나는 놀이터에 비유했었다. 놀이터(~랜드니 하는 것을 생각해보자)를 만든 주인이 있고, 주인은 놀이터 이용수칙을 꽤 까다롭게 명시해놓았다고.
-놀이터를 이용하려면 입장료를 내야 한다. (박봉팔닷컴은 연회비 24,000원을 내는 회원제다.) -놀이터 이용수칙을 위반하면 관리자로부터 주의를 받거나 강제 퇴장될 수도 있다. (박봉팔닷컴에서 이용수칙을 어길시 사장이나 회장에게 경고를 당하거나 강퇴된다.)
이런 점들은 비슷한 것 같다. 그러면 다른 점은 뭘까? 놀이터는 서비스업이고 서비스의 댓가로 돈을 받지만, 고객은 돈을 냈다는 이유로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소비자주권이라 하나? 그 놀이터에서 사고가 나서 다치면 놀이터가 책임을 져야 하고, 놀이기구에 하자가 있으면 환불 받을 수도 있고, 잘못된 것에 대해 따질 수도 있다.
박봉팔닷컴은 서비스업이라 할 수 있을까? 서비스업은 맞는 것 같은데 참 애매하다. 놀이터에서는 생산자(서비스 제공자)와 소비자가 분명하게 구분이 되고, 각자의 역할과 권한, 책임 또한 구분이 되지만 박봉팔닷컴에서는 개념이 섞이고 혼동되는 것이다. 닷컴을 이용하는 고객은 소비자이면서 생산자가 되기도 하기 때문에 권한과 책임 역시 분명치가 않은 듯하다. 그러나 닷컴의 회장은 분명히 천명했다.
"이 사이트는 나 개인의 것이다. 그러니 이 사이트의 운영방식에 대해서는 간섭을 마라. 이용수칙이 맘에 안들고 지킬 수 없다면 이 놀이터에서 나가라. 놀이터 운영에 방해가 된다면 내가 강제로 쫓아낸다."
항상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전과 같지 않다'라는 것 때문이다. 내가 익숙했던 모습, 현상이 아니라는 것, 전에는 이런 일이 있었을 때 어떻게 했었는데 그것과 다르다는 것이다. 우리는 '진보'를 말하는 사람들인데도 때로 과거에 익숙했던 대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경우가 많다. 난, 그럴 때 사람들에게 '거꾸로 생각하기'를 권해보고 싶다. 분명 나 역시 20대에서는 한참 멀어졌기에 사고가 보수화되어 가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거다. 지금 이 현상이 불편하고 껄끄럽지만, 이건 내 보수화된 관점 때문이 아닐까, 라고 자신의 생각조차 의심해 보는 거다. 보편타당하다는 것도 따지고 보면 관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거다. 옛날에는 사람이 나이가 들면 짝지어 혼인하는 것이 보편타당했으나 현대에는 결혼이 그저 '선택사항'이 된 것처럼.
그러면 이제 우리는 스스로의 판단에 따라 결정하면 된다. 참으로 뭣 같지만 이런 괴상한 사이트를 인정하고, 내 생각을 유연하게 바꾸어 - 소비자주권 등을 따지고 볼 때 어찌보면 어이상실이지만 - 새로운 형태의 사이트에서 적응하고 즐길 것인가 끝까지 기존의 잣대를 들이대어 거부할 것인가, 양자택일을 하면 된다.
그러면 첫번째 문제(봉팔닷컴에 대한 이해)는 해결되었다고 본다.
다음은 봉팔닷컴의 사장에 대해 생각해보자. 일단 눈팅냥 사장은 봉회장이 임명했고, 봉회장의 권한을 위임한 사람으로 볼 수 있다. 최종적인 강퇴 결정을 제외하고는 봉회장이 눈팅냥 사장의 의견을 존중하며 지지한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봉팔닷컴의 사장은 일반 기업의 사장과 다른 것은 무엇이고 같은 것은 무엇일까? 이 점은 내 머리로는 꽤 난해하다. 왜냐면, 사장의 권한은 일반 기업과 같다고 보는데 봉팔닷컴에 존재하는 사람들은 이 사이트에 취직한 직원이 아니기 때문이다. 기업에 취직한 직원들이야 사장에게 고용되어 자기 노동을 팔고 돈을 벌지만, 여기에서 컨텐츠를 생산하는 사람들은 봉회장이나 눈팅냥 사장과 근로계약이 된 사람들이 아니니까.
이 사이트는 개인 봉회장 것이고, 여기에서 봉회장 훈시는 법과 같고, 봉회장의 권한을 눈팅냥 사장에게 위임했으니 사장 또한 권한이 추상같을진대, 그 권한이 미칠 대상은 부하 직원도 아니고, 갑-을 관계도 아니고, 이해관계가 있는 것도 아니고, 도대체 이 관계 설정을 어떻게 해야 할까? 돈을 내고 사이트를 이용하는 회원들이 어떤 위치에 있는지부터 명확하게 하지 않는다면 눈팅냥 사장과 관계된 문제는 앞으로도 계속 생기게 될 것 같다.
내 생각은 어렵게 보지 말란 거다. 만약에 이번에 일어난 일을 눈팅냥 사장이 하지 않았고 봉회장이 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를 생각해보면 답이 간단해진다. 봉회장이, "마 기자, 저번에 주의 줬는데 이번에 또 어겼어. 대논객이라고 예외 없거든. 제대로 해!"라고 했다면 마 기자는 "알았어." 할 것이고 회원들은 일부 재밌다고 웃었을 것이다. 대논객도 방을 잘못 찾아 혼나는구나 하며.
논란이 된 것은 단지, 봉회장이 아닌 눈팅냥 사장이 봉회장의 언어를 썼다는 것이다. 봉회장의 위임을 받은 눈팅냥 사장을 그대로 인정하고 존중한다면 논란이 될 수 없는 일이 그렇게 된 거다. 눈팅냥의 '태도'니 '싸가지'니 하는 말이 나오는 것은 눈팅냥이 20대 여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그가 남자이고 50대였다면 그런 말이 나왔겠는가? 그러기에 이 논란에서 나이가 어떻고 하는 것은 정말 우리가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입으로는 진보를 떠들면서 내 머릿속이 얼마나 보수화되어 있는지를 되새겨 봐야 할 문제란 거다.
내가 감히 단언하건대, 박봉팔닷컴의 정체성을 한마디로 축약하면 "정치는 정치방에!"가 아닐까 싶다. 이건 봉회장이 입이 닳고 침이 마르게 외쳐온 거다. 2만4천원의 연회비를 내고 가입한 회원이라면 이에 대한 '동의'가 된 거라 볼 수 있는 거 아닌가?
우리 이즈음에서 다시 원점, 기본으로 돌아가보자. 그리고 지난번 일과 이번 일을 깊이 생각해 보고 앞으로 이 사이트에서 어떻게 처신해나갈지, 봉회장 비롯 운영자들과 나의 관계 설정을 어떻게 할지 재정립하는 계기가 되길 빈다. 더 이상 이런 일로 우리 에너지를 소모시키는 것은 너무 어리석지 아니한가?
첨엔 머리가 복잡하고 어려운 것 같았는데 글을 쓰면서 나도 정리가 된 것 같다. 두 가지 문제 모두 해결책은 하나인 듯 하다. 이 독특한 사이트 운영 방식에 동의할 것인가 말 것인가부터 결정을 해야 한다는 거다. 동의를 했다면, 모든 문제 발생시 그 관점에서 바라보고 해결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거다.
나도 참 어렵고 불편하고 그렇다. 하지만, 나는 유연해지려고 애쓰고 있으며 익숙한 생각 대신에 거꾸로 생각하기를 하며 나름 진화해 간다고 스스로를 위로한다.
만약에 이번에 일어난 일을 눈팅냥 사장이 하지 않았고 봉회장이 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를 생각해보면 답이 간단해진다. 봉회장이, "마 기자, 저번에 주의 줬는데 이번에 또 어겼어. 대논객이라고 예외 없거든. 제대로 해!"라고 했다면 마 기자는 "알았어." 할 것이고 회원들은 일부 재밌다고 웃었을 것이다. 대논객도 방을 잘못 찾아 혼나는구나 하며.
(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