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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살 때였어. 수능을 치고 지원한 대학에 모두 떨어진 후 재수를 해야 했지만 집안사정이 좋지 않았지. 1년동안 등록금을 벌어 수시로 대학에 가기로 마음먹고 일을 구했어. 텔레마케터였는데 불특정 다수에게 전화를 걸어 핸드폰을 판매하는 일이었어. 2년 약정을 하고 요금제에 있는 무료통화 혜택으로 고객을 설득해야 했는데 처음엔 사무실에서 가르쳐 주는 대로 정말 열심히 했어. 하루에 수 십 통의 전화를 돌리며 사람들과 통화했지. 욕을 하거나, 가입할듯하다가 결국 연락이 안 되는 사람들도 많아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컸지만 20살에 이미 “돈이 없으면 삶이 비참해진다.”라는 씁쓸한 진리를 깨달았던 난, 정말 미친 듯이 일에 몰입했던 것 같아. 어찌나 열심히 했던지, 쟁쟁한 아줌마사원(무적!!+_+)을 물리치고 판매실적 3등까지 달성하기도 했어.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점점 이상해졌지. 내가 고객들에게 하는 말이 ‘사기’성 짙은 말들이라는 걸 알게 된 거야. 요금제에 포함된 무료통화는 당연히 돈을 내고 사용하는 통화인데 그걸 공짜로 준다 라고 말했던 것 같아. 점점 현란해지는 사기스킬에 나도 나 자신에게 질리기 시작했지. 결국 간절히도 ‘돈’이 필요했지만 세 달 만에 일을 그만뒀어. 그리고 그 일은 이후 내 삶의 태도에 큰 영향을 미쳤지.
나 자신을 속이거나 잘못된걸 알면서 적당히 넘어가는 걸 못 참게 된 태도가 만들어 진건 그때부터였던 것 같아. 자연히 난 다분히 까칠한 성격의 소유자가 되었어. 친구들이 뭘 모르면서 노무현, 유시민을 욕하면 그 자리에서 거침없는 논리로 반론을 해야 했지. 아르바이트하면서 손님이 내게 부당한 요구를 하거나 상식에 맞지 않는 행동을 하면 짤릴 거 각오하고 꼭 할 말은 해야 했어. 회사생활을 하는 친구들이 상사의 개념 없는 행동에 그저 참고 일할 수밖에 없다는 얘길 들었을 때 과연 내가 그걸 참고 견딜 수 있을까 심각히 고민하기도 했지.
물론 이 태도가 더 심해진 건 아니야. 내 까칠함에 상처받는 사람이 있다는 걸 나도 점차 깨달았고 ‘태도’나 ‘감정’이라는 걸 결코 무시해선 안된다는 것도 사람들과의 지난한 갈등의 과정을 통해 몸으로 배웠어. 하지만 최종적인 상황에서 결국 ‘원칙’이냐 ‘배려’냐를 선택해야 한다면 난 ‘원칙’을 선택 할 거야. 그건 나 자신에게 20살 때 약속한 것이기도 하거든.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말자. 잘못된 걸 좋은 게 좋은 거라며 덮고 지나쳤을 때 후에 닥칠 더 큰 나쁜 결과를 생각하자.”
사장으로서 ‘관용’과 ‘배려’를 바라는 봉팔러들에게 내 까칠함이 얼마나 불편할지 잘 알아. 그래서 내게 선의를 가지고 그 태도의 수정을 부탁하는 댓글에 미안하기도 하고 내 까칠함이 원망스럽기도 해. 노력할게. 하지만 ‘맥락’을 보지 않고 무조건 내 ‘태도’만 문제 삼는 봉팔러들에게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란 내 생각은 변함 없을 거야. 이 부분에 대해서는 나또한 그저 이해해달라는 말밖엔 할 수가 없어.
내가 사장으로 임명이 된 후 처음 쓴 글에 달린 댓글들을 봤어. 내게 따뜻한 격려와 애정 어린 응원을 보낸 이들 중 몇 번의 갈등으로 이 봉팔컴을 떠난 닉이 보였지. 내가 장유문제를 이야기하면서 선거캠프를 비판하는 것이 가뜩이나 힘든 우리 편을 더 힘들게 하는 것이라 여겨 말렸던 봉팔러들. 지금상황도 비슷해 보일 거라 생각해. 결국 또 내 싸가지와 까칠함이 사람들을 포용하지 못하고 몰아내고 있다고. 내 마음도 편하지만은 않아. 좀 더 지혜롭게 갈등을 해결하고 싶어. 내 부족함을 인정해. 하지만 갈등을 보고도 못본 척 하라거나 무조건 논리 없이 내 태도만 문제 삼는 것은 참고 넘기기가 힘들어. 봉팔러들이 원하는 사장이 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에 마음이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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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