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원칙과 상식 존중하는게 노무현 정신의 핵심
승산 분명한 홈경기만 하면 야권 단일화 실패
이광재
서민애환 함께하고 공동체 껴안았던 지도자
친노, 노무현을 분열의 정치에 이용해선 안돼
두 사람이 나란히 서자 봉하마을을 찾은 시민들이 우르르 몰려들었다.
악수를 청하고 사인해달라며 책을 내밀기도 했고 지역 행사에 내보내겠다며
즉석 동영상 인터뷰를 요청하기도 했다.
찰칵찰칵, 사진을 찍느라 휴대폰 카메라 소리가 요란했다.
안희정과 이광재. 두 사람에게 봉하마을은 더는 슬픔과 회한의 땅이 아니었다. 지난해 6·2 지방선거에서 희망을 쏘아올린 두 사람은
노무현 전 대통령을 잇는 정치인으로서 성장해 있었다.
두 사람의 대담은 22일 봉하마을 ‘오리쌀 방앗간’ 2층 회의실에서 이뤄졌다.
-지난해와 비교해 올해 추모 분위기는 어떤가?
안 슬픔이나 분노와는 다른 차원인 것 같다. (이광재 전 지사를 보며)
특히 강원도 이기고 나니까 많은 사람들이 희망의 메시지를 받은 것 같다.
이 작년보다 훨씬 방문객도 많아졌다.
우리가 슬픔을 넘어 새롭게 시작하자는 분위기가 많아진 것 같다.
-‘노무현 정신’의 핵심, 키워드는 뭐라고 생각하나?
안 노 전 대통령이 자주 썼던 표현, 원칙과 상식이라는 게 가장 큰 메시지다.
진보, 보수 이전에 우리가 상식으로 좀 돌아가자. 제가 도지사를 해보니까,
진보적인 관점이나 보수적인 관점 이런 게 문제가 아니고
상식적으로 봤을 때 옳은 건 옳은 거고, 그른 건 그른 거다.
이 두 가지다.
서민의 애환을 같이할 수 있는 지도자라는 것과, 물질만능과
일등제일주의로 파괴되는 공동체를 껴안으려 했던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봉하마을에, 정말 서민들이 많이 온다.
서민 대통령에 대한 그리움이 많은 것 같다.
-현실 정치에서 노무현 정신은 어떻게 나타났다고 보나?
안 한 사회는 다보탑 구조가 되어야 한다.
원칙과 상식이 튼튼해야 하고,
그다음에 민주주의가 놓이고, 그 위에 진보도 서고 보수도 서는 거다.
지역주의 정당을 극복하려는 것은 상식이었고,
상식을 튼튼히 하자는 게 노무현 정신이었다.
이 노 대통령께서 청와대에서 우리한테 책 두 권을 주셨다.
‘적이 사라진 민주주의’라는 책은
당시의 분열적인 상황을 극복하고자 했던 것 같다.
또다른 책은 ‘유러피안 드림’인데,
진보라는 말 앞에 뭘 붙일 것인가라는 숙제를 우리한테 줬다.
‘친노 프레임’에 갇혀선 안돼
-노무현 전 대통령이라면 지금의 야권통합 움직임에 대해 어떤 반응을 했을까?
안 우리 강원도나 충청도는 후보 자체가 부족하거나 없어서.
(웃음) 임기 말에 ‘어떻게든 살아 돌아오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다.
그때 아마 노 대통령이 정치에 낙담했을 때였던 것 같다.
정치 진로를 묻는 후배들의 질문에 절망적으로 답하시기도 했다.
이 야권연대 논의에 대해 아마 노 대통령은
승복의 문제와 게임의 룰을 바꾸지 않는 부분을 중요하게 여겼을 거다.
정해진 게임에 뛰어들어 이겨야 인정을 받는다는 거죠.
-김해을에서 야권단일후보가 실패한 원인이 뭐라 생각하는가?
안 우리는 규칙 자체를 정해본 경험이 없다.
개혁·진보정당은 민주당에 대해 보수적이고, 사실 ‘호남향후회’ 아니냐는
불신이 있고, 민주당 안에서는 ‘호남이란 게 죄냐.
한나라당 반대해 수십년 싸워온 사람들이 누군데 그런 말을 하냐’고 한다.
공정한 규칙을 만들면 되는 문제인데,
이게 어려운 이유는 다들 승산이 분명한 홈경기만 하려고 한다는 거다.
이 나는 이번 결과를 보며 유권자의 선택이 참 냉정하다고 느꼈다.
결국은 사람을 보고 투표했던 게 아닌가 싶지만, 또 한편으론
유시민 대표가 용기를 잃지 말고 훌훌 털고 정치를 해나갔으면 좋겠다.
앞으로 야권연대에 시사하는 게 많은 선거였다.
안 유권자한테 표를 달라고 하는 열정과 영혼이 부족해
국민들을 설득하기 어려웠던 것 같다.
최근 일부에서 페이퍼 정당이라든지
후보 단일화에 대한 기술적 측면을 이야기하는데,
유권자가 진정으로 희망을 보고 감동을 느낄 때만 표를 준다는 걸 보여줬다.
-친노 진영은 반드시 하나가 돼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안 현실정치의 한 분파로서 친노 진영이라면 난 그거 안한다.
언론이 말하는 친노라는 프레임으로 그룹을 짓는 것은 좀 아닌 것 같다.
민주당 내에서도 친노로 분류되는 이들이 모여
뭘 어떻게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도 별로 매력적이지 않다.
이 노 대통령을 분열의 정치에 이용하지 않고 그가 앞으로도 계속
사랑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친노가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정치하는 데 노 대통령을 팔아선 안 된다.
친노가 다 정치하는 것은 아니다.
노 대통령의 여러 스펙트럼이 있는데, 각자가 생각하는 노 대통령의 정신이
있을 테니 그걸 지키며 살면 되고 인간적인 의리를 저버리지 않으면 된다.
민주-참여당 서로 존중해야
-민주당과 국민참여당의 관계는 어때야 한다고 보나?
안 민주당은 왜 참여당과 민주노동당을 못 껴안는지에 대해 반성해야 한다.
참여당과 민노당 등은 민주당이 지켜온 역사를 존중해야 한다.
웰빙당이니, 비개혁적이니, 양아치당이라고 하면 연합정치 못 한다.
이 이정희 대표는 신뢰도도 높고 성장하고 있고,
유시민 대표는 좋아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
실체 인정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
안 내가 민주당 최고위원 한 뒤 가장 후회했던 게,
용기있게 다수결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하지 못한 것이다.
국회 언론악법 처리 때 쇠사슬 엮고 갈비뼈 부러뜨리고 싸우는 게
옳았느냐 하는 것이다.
“나중에 우리가 다수당 되면 이 법을 바꾸겠습니다” 말하고
다수결을 인정해야 했던 게 아닌가 싶다.
-2012년 총선 때 야권단일후보를 만들어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안 야권단일후보 문제는 누구도 못 피해간다.
하지만 단일후보도 중요하지만, 정당들이 자신들의 진영을 만들어 놓고
비토적인 태도로 움직이는 구조는 깨나가야 한다.
이 점방 세개 있는데, 내 가게가 물건 나쁠 수도 있는 것 아닌가.
배추는 품질이 좋지만 무는 질이 떨어질 수도 있는 거 아닌가.
또 대선 후보를 만들려면 2002년 국민참여경선보다 훨씬 더
국민들의 참여가 높고 감동적인 후보 단일화 과정이 있어야 한다.
안 (각 정당 후보들이 모두 나오는) 전면적 예비경선제 이야기 나오는데,
나는 그런 방향만이 유일한 길일 거라 본다.
이 지금 우리는 간접민주주의의 위기에 처해 있다.
반면 인터넷·페이스북·국민참여경선 등을 통해
직접민주주의는 점차 진화하고 있다.
분명한 건 후보 탄생 과정에서 소속 정당에 따른 판단이 아니라 후보
본인의 진정한 가치를 볼 수 있는 변별력 있는 경선 방식이 필요하다는 거다.
우리가 왜 <나는 가수다>를 보면서 감동하는가.
노래뿐 아니라 태도,
준비과정을 보며 감동하고 그 감동의 에너지가 후보 탄생으로 이어져야 한다.
서로 지분을 내주는 걸로만은 감동 없다.
-그렇다면 경선 시스템을 바꾸는 것으로 야권이 집권할 수 있을까?
<나가수>가 감동적인 건 좋은 가수가 있어서였지 않나?
이 시장에 론칭돼봐야 알겠지.
안 인물…. 그건 모르는 일이다.
그런데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처럼 아버지의 역사를 그렇게 얘기하면서
어떻게 국민의 대통령이 되겠나.
박정희의 후계자가 되겠다는 거지.
대통령 되겠다는 사람은
정파 말고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생각 하면 좋겠다.
-구체적인 인물을 대보자.
요즘 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을 놓고 정치적 역할론이 나온다.
안 정치란 철저히 역사의 산물이면서 동시에 한 개인의 의지의 산물이다.
지금의 역사가 문 전 실장을 등 떠미는 거라면 그건 그의 선택의 문제다.
문 전 실장은 참 훌륭한 사람이다.
그러나 아직 정당인으로서 뭘 보여준 건 아니다.
문재인 역할론은 그의 손에
이 2012년에 우리가 과연 진보 세력의 단독 집권이 가능할까?
2017년이라면 노선 경쟁이 가능하겠지만 지금 당장은 어려울 것 같다.
나는 중도와 진보가 함께 가야 한다고 본다.
나는 문 전 실장, 손 대표 모두 대선 경선에 뛰어들면 좋겠다.
정치가 인간을 피폐하게 만드는 면만 보지 말고 문 전 실장 같은 분들이
<나는 대통령이다> 이런 프로에 나가면 좋겠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안 내가 그분에 대해 얘기하는 것은 역사적 정통성에 대한 부분이지 그분이
기여한 것을 깎아내리거나 현재 대표로서의 위치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손 대표가 대선에 나가는 건 헌법상 정해져 있는 그분의 권리다.
이 난 중도-진보가 함께 의미있는 구도를 만들어 멋진 경선 펼치면 좋겠다.
-두 사람은 앞으로의 정치공간에서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
안 나는 우선 내년 대선 때는 정당인으로서 활동 못할 거다.
그럴 만한 여유가 없다. 도지사 업무 너무 바쁘고 공부할 것도 많다.
다만 적절한 시점에 내 입장 밝힐 때가 되면
몸 안 빼고 적극적으로 이야기할 거다.
이 난 자연인이니까….
일단은 연세대 겸임교수로서 강의하고 중국 유학을 계획중이다.
지금 책을 한 권 쓰고 있는데 당분간 책에 집중할 거다.
김해/진행·정리 이유주현,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http://www.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479208.html
(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