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저축은행그룹의 불법대출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의 칼날이 금융감독당국과 은행 대주주에서 전·현 정권의 실세로 옮겨가고 있다. 참여정부와 친분이 두터운 박형선 해동건설 회장에 이어 이명박 정부의 창업공신 중 한 명인 은진수 전 감사원 감사위원의 금품수수 의혹까지 터져나왔기 때문이다. 정·관계 인사들이 줄줄이 개입된 '권력형 비리'로 비화할 조짐을 보이자 정치권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검찰, 은씨 금품수수 대가성 규명 집중
27일 검찰에 따르면 판·검사 출신의 은씨는 2007년 'BBK사건' 때 이명박 대통령 후보의 변호인이었다.
저축은행 측이 은씨를 통해 정치권과 금융당국을 상대로 검사 무마나 영업정지를 막기 위한 청탁을 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검찰은 은행 측이 로비스트 윤여성(56·구속)씨를 통해 예전 고문변호사(2005∼2007년)인 은씨한테 건넨 금품의 대가성 규명에 집중하고 있다. 은씨 형이 지난해 2월 카지노 운영업체 B사 감사가 된 것도 윤씨의 도움이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공교롭게도 B사는 은씨가 검사시절 수사한 카지노 업체의 후신이다.
지난해 1∼4월 감사원이 은행 전반을 훑어볼 때 금감원·예보도 5개 저축은행을 공동검사했다. 감사원은 영각사 납골당사업에서 부산저축은행이 챙긴 '수수료 과다' 문제를 지적했고, 금감원은 6∼7월 이 부분만 다시 집중검사했다. 감사원은 이 결과 등을 그해 12월16일 비공개회의에 부쳤고 제도적 문제만 금융위 등에 보고했다. 당시 금감원 직원의 불법이 드러났지만 지난 3월10일에서야 문책이 결정됐다.
감사원은 "감사위원이 검사에 참여하는 것은 불법이지만 검사결과를 검토하는 데는 감사위원 6명이 참여했다"며 "은씨 혼자 뭘 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은씨가 감사원 회의에서 저축은행 측 입장을 대변한 것으로 보고 있다. 회의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어도 금품 수수 대가성 입증에는 무리가 없다고 보고 있다.
◆대주주 박씨, 납골당사업 차명으로 진행했나
은씨와 달리 1974년 '민청학련' 사건으로 구속된 운동권 출신의 박 회장은 참여정부 인맥으로 꼽힌다.
2003년 부산저축은행 2대 주주가 된 박씨는 2005년 3월 납골당사업 인수추진단에 있었다. 박씨는 "두 달 뒤 사촌동생에게 사업을 넘겼다"며 "이후 사업과정이나 로비 등과 무관하다"고 밝혔다. 검찰은 그러나 해동건설이 2006년 1월까지 납골당 사업을 했고, 사촌동생이 증설사업에 끝까지 참여한 점에 주목한다.
박씨가 차명으로 사업을 추진하면서 830억원을 부당대출하게 영향력을 행사해 은행에 손해를 끼쳤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박씨가 저축은행의 다른 대출에도 관여했는지 살펴보고 있다. 은씨와 박씨 모두 로비스트 윤씨와 안면이 있다는 것도 의혹을 키우는 부분이다. 저축은행의 비리를 낱낱이 알고 있을 세 사람에 대한 수사결과에 따라 대형 권력형 비리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야 기분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