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열린 진보정치대통합과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을 위한 진보진영 대표자 5차 연석회의가 최종 결렬됐다. 이로써 반 년 넘게 끌어온 진보통합에 대한 논의는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반 년 가까이 지속된 협상이 결렬된 이유는 표면적으로는 대북 정책과 2012년 정치방침이지만, 속내에 있어서는 진보신당의 취약한 리더쉽이 걸림돌이 되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따라서 ‘원점’에 서게 된 진보통합 문제는 민주노동당과 시민사회가 먼저 움직이면서 진보신당의 참여를 기다리는 식으로 전개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조승수, 당내 독자파 의식한 행동(?)
올해 초 연석회의가 출범하게 된 것은 2008년 민주노동당의 분당 사태 이후 3년가량 각개 약진했던 진보정당의 분열이 더 이상 계속되어서는 안 된다는 데 공감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민주노총을 비롯한 진보진영의 대중조직들은 물론이고 민주노동당, 진보신당도 내년의 총선, 대선을 앞두고 진보진영이 하나로 뭉칠 필요가 있다는 데 인식을 함께 한 것이다.
특히 2010년 지방선거에서 진보신당의 당세가 위축됨에 따라 진보신당 내의 ‘통합파’가 형성된 것이 결정적이었다. 조승수 대표의 경우 당 대표라는 이유로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통합파’에 가깝다는 게 당내외의 평가다. 통합파’는 진보신당의 독자적 생존과 발전이 불가능하다는 판단 아래 ‘새로운 진보정당’을 만들자는 주장을 내세워 통합 협상을 진행해 왔다.
문제는 통합파가 당내 다수를 점하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지난 3월 27일 열린 진보신당 당 대회에서는 민주노동당과의 합당을 반대하는 ‘독자파’가 조승수 대표 등 집행부가 내놓은 원안을 큰 표차로 부결시켰다. 이들은 대선에서의 연립정부 반대와 명확한 북한 비판 입장이 통합의 전제 조건이라고 못 박았다.
진보통합이 사실상 물 건너간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 시점이 바로 이때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조 대표는 이틀 뒤인 3월 29일에 열린 2차 연석회의에 참석해 5월 말까지 통합 합의를 이루고 6월 말까지 각 당의 내부 절차를 마무리 하자는 데 동의했다.
그 이후 연석회의는 3차, 4차 회의를 열고 △신자유주의 반대, △자주적 대북정책, △민주적 당 운영 등을 내용으로 하는 합의문을 채택했다. 남은 쟁점들을 5월 말까지 합의하기로 한 것도 이 때다.
연석회의가 26일 오전부터 27일 새벽까지 마라톤협상을 벌인 것도 앞선 합의에 따른 것이었다. 26일 회의에서 가장 논란이 된 것은 대북입장이었다. 민주노동당을 비롯한 대부분의 참가 단체들은 여러 차례 중재안을 던지며 '남북 모두에서 민주주의와 인권 신장'이란 표현으로 의견을 모았지만, 진보신당과 사회당은 ‘3대 세습 반대’, ‘북한 인권에 대한 문제제기’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그러나 대북 입장의 차이는 진보운동의 역사성을 반영한 것인데다가, 현실 정치에서 아무런 의미가 없는 ‘논쟁을 위한 논쟁’에 가깝다. 상대적으로 진보신당과 가깝다고 평가되는 단체들까지 나서서 조승수 대표에게 ‘가능한 수준에서의 합의’를 종용한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따라서 조 대표가 끝까지 합의를 반대한 것은 당내 독자파를 의식한 행동이라는 분석이 많다. 진보신당은 29일 전국위원회를 앞두고 있는 상황인데, 전국위원 분포에서는 독자파가 다소 앞선다는 게 정설이다.
진보 통합, 외연 확대에 대한 열의는 확인
연석회의가 비록 최종 결렬에 이르렀지만 아무 성과가 없는 것은 아니다. 연석회의에는 민주노총, 전농은 물론 반빈곤 빈민연대·빈민해방실천연대· 전국빈민연합 등 빈민단체, 전국여성연대·한국청년연대·진보통합시민회의· 진보교연 등 시민단체가 참여했다. 이들 단체들 중에는 그 동안 정치세력화에 소극적인 경우도 있었고, 정치 노선 등을 이유로 불참을 선택한 인사들도 있다. 즉 진보 통합과 외연 확대에 대한 범 진보진영의 열의가 확인되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내 통합파로서는 새로운 틀을 제기해 진보통합과 외연 확대를 추구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또 진보신당 내 독자파와 사회당 등도 '새로운 노동자 정당' 창당 움직임을 가속화 할 것으로 보인다.
(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