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어떤 글에서 말했듯이 난 학창시절 똘끼가 충만한 아이였다. 누구랑 말싸움을 하든 치고받는 싸움을 하든 물러섬을 몰랐다.
우리 국민학생 시절엔 운동부 애들이 몇 년씩 꿇은 애들이 많았다. 6학년으로 학년은 같았지만 나보다 세 살이나 많던 마음 좋으나 키는 내 머리통 하나 이상 더 컸던 육상부 형에게 모욕(?)을 당했다며 한 대 때리겠다고 몇 일씩 쫓아다닌 기억이 난다. 내가 몰래라도 때리려 하면 그 형이 (그 당시엔 서로 야자 했던 거 같다) 그냥 팔을 멀찌감치 뻗어 내 이마 부분을 잡고 밀쳐내면 난 한 대도 명중 시킬 수 없어 그저 가끔 몰래 뒤로가서 고사리같은 주먹으로 등짝 몇 대 후려친 정도 밖에 없는 듯하다.
내가 중학교 때 아마 RCY가 YWCA인가 하는 기독교 학생단체가 생겨났고 이성에 굶주려 있던 아이들이 공적으로 누구 눈치도 보지 않고 이성교제를 할 수 있는 한마당이 였기에 교회에 나가는 아이들의 숫자가 엄청난 속도로 증가했다.
몇 대째 천주교 신자인 집안에서 자랐기에, 거기다 싸움과 경쟁을 즐겨하는 아이였기에 툭하면 기독교 아이들과 맞짱을 떴고 미약한 세계사 지식으로나마, 거기다 성경에 대한 지식 약간을 합쳐서 판판이 승전보를 올렸고 누구도 내 앞에서 자기 교회자랑을 못하던 중세 암흑의 시대였다. 그렇게 기세등등하던 너느 날 고교 1학년 시절 무림의 강호를 만나서 개박살이 난 적이 있다. 목사 되겠다고 연대 신학과 가서 지금은 그냥 CBS 기자로 밥 먹고 사는 넘인데 성경과 세계사에 대한 지식이 왠만한 목사 뺨치는 수준이었고 난 그 앞에서 꿀먹은 벙어리로 얼굴만 시뻘개질 수 밖에 없었다.
너무나 화가 나 성당에 가서 수녀님을 붙들고 이길 수 있게 교리 공부 좀 개별과외 시켜 달라 했을 때 수녀님이 잔잔히 웃으시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그냥 져 주면 되잖아. 하느님께서 베드로가 졌다해도 엄청 귀여워 해 주실것 같은데?"
그저 어린아이의 푸념 정도로 생각하셨던 모양이다. 그 뒤로 그냥 항복하고 성경 공부니 세계사니 관심 끊었던 기억이 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캐유치한 일이지만....
근데 그 때 그 넘아가 나한테 말꼬리 잡힌 야그(그리고 난 아직도 배웠다하는 개신교인들이 이런거 갖고 천주교를 공격하는 거 보면 좀 신기해) '천주교는 마리아 믿잖아?'
(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