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닷컴ㅣ김해=박형남 기자] “‘친노’라는 말은 이제 없다! 다만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신을 어떻게 계승할지에 대한 고민만이 있을 뿐이다.”
김경수 봉하재단 사무국장은 최근 야권의 유력한 대권 후보로 급부상하고 있는 이른바 ‘친노진영 인사들’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친노’를 내세워 주목을 받기보다 노 전 대통령의 정신 계승에 집중했으면 좋겠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정치권에서 김 사무국장은 ‘노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으로 통한다. 노 전 대통령이 퇴임 후 고향인 봉하마을로 은거를 결정하자, 만사를 제치고 동참했기 때문이다.
특히 노 전 대통령의 마지막 모습을 지근거리에서 지켜봤으며, 노 전 대통령이 없는 현재까 유족과 함께 봉하마을을 지키고 있다. 친노진영 누구보다도 노 전 대통령의 신임을 한몸에 받았던 김 사무국장. 노 전 대통령의 서거 2주년을 맞아 구름 같은 인파가 물려든 봉하마을에서 정치적인 상주가 돼 행사를 주관했던 그를 24일 <스포츠서울닷컴>이 만났다.
- 서거 2주년 행사 때문에 많이 바쁘셨겠네요?
손님들이 많이 오셔서 저희는 오늘(24일) 9시에 참배를 드렸습니다. 김정호 대표와 재단 직원들, 경호실 분들, 그리고 마을 분들도 같이 드렸죠. 어제가 서거일이지만, 행사 준비하고 뒷정리하다 보니 정작 우리가 인사를 늦게 드리게 됐네요.
- 노 전 대통령과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됐나요?
1994년 신계륜 의원실 보좌관으로 있던 선배의 ‘국정감사를 도와 달라’는 요청을 받아들여 정책 비서관으로 근무했어요. 그 당시 인터넷상에서 여러 실험을 하고 있었고, 그 분야에서 실력 있는 선배들과 교류하면서 자연스럽게 노 전 대통령에 대한 호감이 생겼어요. 직접적으로 관계를 맺은 것은 2002년 6월 캠프에 합류하면서부터죠.
- 대체 어떤 부분이 호감을 갖게 만들었나요?
경선제죠. 2001년 지방선거 후 당에서 국민경선제를 통해서 후보를 뽑는 과정을 정무수석실에서 지켜보고, 도와줄 일이 있었어요. 외국 사례들을 연구했죠. 정치 문화의 발전, 그런 차원에서 국민경선제가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을 했고, 노 전 대통령이 선출되는 과정을 지켜봤어요. 새로운 정치를 만들어 나가는 데 노 전 대통령이 적임자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선거대책본부 체제로 전환하면서 그는 전략기획국 부국장을 맡으며 노무현-정몽준 후보 단일화 작업을 맡았다. 그 당시 마음고생도 심했다. “어느 선거와 마찬가지로 여론조사 방식 합의가 힘들었어요. ‘적합도냐, 경쟁력이냐’라는 문안을 놓고 절충했던 거죠. 그때 경쟁력 면에서는 정 후보자가 높았거든요.
- 당시 선거에서 단일화는 결국 깨졌다.
정 후보 측에서 ‘지지를 철회하겠다’는 전화를 제가 받았어요. 난리가 났죠. 그날 밤 홍보실에 다 몰려오고, 중진 의원들은 ‘빨리 정 후보를 찾아가라’고 조언까지 했으니까요. 그런데 노 전 대통령의 생각은 확고했어요. 지분 요구에 응할 수 없다는 거예요. 차라리 선거에서 지는 게 낫다는 생각을 하셨어요. 그 판단은 정확했다고 볼 수 있죠.
단일화가 파기된 후 선거본부는 아수라장이 됐죠. 졌다는 사람도 있었어요. 그 와중에 한 선배가 ‘선거는 지금부터다’라고 말하며 기획본부 사람들한테 두 가지 미션을 줬어요. ‘노무현을 지키자!’, ‘나라를 구하자!’는 구호를 외쳤어요. 그날 밤 전화 통화 수도 엄청났어요. 국민들에게 새로운 정치에 대한 욕구가 있어서 가능했던 것 같아요. (이후 김 사무국장은 참여정부 5년 동안 노 전 대통령의 곁에서 인수위는 물론, 국정상황실, 국정운영기획팀 등을 두루 거쳤다.)
- 이후 청와대에 입성했다. 5년 동안 비서관으로 지켜본 대통령은 어땠나?
정책이 실행되고, 점검할 수 있는 현장을 직접 방문하는 것을 좋아했어요. 이 때문에 홍보수석실과 마찰을 빚기도 했죠. 특히 노 전 대통령은 ‘친구 같은 대통령’이 되고 싶어했죠. 가장 많은 변화를 겪은 곳은 경호처였습니다. 대통령이 국민들 속에 가깝게 다가가는 것을 원해서 대통령의 주변에 있는 듯 없는 듯 경호를 해야 했고, 친절 훈련까지 받을 정도였죠.
- 대통령 퇴임 후 ‘동반 낙향’했는데, 가족들의 반대는 없었나?
큰 반대는 없었어요. 다만 아이들이 초등학생이어서 저만 먼저 오고, 가족들은 연말에 왔죠. 봉하마을로 내려온 그해, 대통령과 함께한 시간이 가장 재미있었어요. 청와대 있는 동안은 항상 물 위를 걷는 느낌이었죠. 대통령도 ‘뉴스를 보면 모두가 우리 일인데 퇴임하고 내려오니 뉴스를 보는 게 이렇게 편할 수 없다’고 말하셨어요. 또 사람들이 찾아와서 대통령과 사진 찍는 것도 즐거워하셨어요. 비서관들은 정말 사진 찍기 바빴어요. 한마디로 ‘찍사’가 된 거죠.
- 지난 재보궐 선거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받았는데?
이런 얘기는 곤란한데…. 원래 출마를 고민했었죠. 하지만 자리싸움으로 비춰질까봐 포기했어요.
- 재보궐 선거에서 결국 여권이 승리했는데.
김해을 선거에서 ‘후보 단일화 방식’이 어떤 문제가 있는지 정확히 드러났죠. 선거 막판 여론조사를 한 번하고 ‘이긴 사람을 지지해 달라’는 것은 유권자가 보기에 너무 오만한 모습입니다. 투표하는 사람의 마음을 얻어야 돼요. 패배에 대한 안타까움도 있지만 먼 미래를 볼 때 ‘약’이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 최근에는 문재인 변호사 등 친노진영이 유력 대권 후보로 관심 받고 있는데
친노라는 말은 적절히 않아요. 대통령과 친분 관계를 ‘친노’라고 하기 보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가치와 정신이 뭐고, 그것을 현실에서 어떻게 실현해 나갈 것인지를 고민하는 사람들이 진짜 친노라고 생각해요. 물론 대통령이 무조건 옳았던 건 아니죠. 하지만 잘한 것은 계승하고, 잘못한 것은 극복하고 발전시키는 것이 지금 남은 이들의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분들이 통합된다면 대권 후보가 되지 않을까요.
각종 회의와 오전 행사 때문일까. 김 사무국장은 많이 지친 듯했다. 서거 2주년 행사를 치른 피로감과 후속 조치 등으로 정신 없는 하루를 보낸 뒤였다. 그러면서도 그는 ‘노 전 대통령 가치와 정신을 실현시켜나겠다’는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