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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나마 시간이 있는 토요일 오후라 두서 없이 넋두리를 하려고 한다.
1. 신기한 게시판 죽돌이/죽순이
봉팔닷컴 와보면 신기한 사람들 많다. 여건이 허락되니 게죽돌/순이를 하고 있겠지만 궁금할 때도 있다. 물론 부러울 때도 있고.
"님들은 때 맞춰 밥 먹고, 때 맞춰 화장실 가고, 때 맞춰 출퇴근 하고, 때 맞춰 잠은 자는가?"
2. 자유게시판이 좋아? 편해?
솔직히, 돈 내고 참여하겠다며 회원 되어서는 자유게시판에서 껄떡거리고 있는 자신을 보며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자문해봤다. 이렇게 합리화 했다.
① 핑계로 보일 수도 있지만(절대 핑계 아님) 게시판 진도를 따라가지 못하니 자유게시판이 가장 편한 공간이 되어 버렸다. 복습하기 싫으면 안 해도 되니까.
② 눈팅만 하고 생산이 없는 굵은 닉을 비판하는 글이 가끔 보일 땐 울찔하기도 하지만, 눈팅이라도 한다면 잘 하고 있는 거다. 생산물은 거저 나오나? 투자를 해야지, 재료가 있어야지. 인터넷 뉴스도 다 못보고 지내는 사람이 시의(時宜) 적절한 글이 나오겠는가? 여기 와서 정보를 얻고 있는데?
③ 이게 중요한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틀 안에 있는 것을 거부하는 자유로운 성향.
3. 화합도 못하면서 통합을 말하냐?
게시판 생활 오래 하다 보면 인간성이 싸늘해진다. 특히나 정치 관련 게시판은 더 심하다. 활자만 보고 많은 정보를 얻고 판단을 내려야 하는 상황이 많기 때문에 자기도 모르게 뇌가 그렇게 작동되나 보다. 누군가의 글을 보면 옳고 그름, 내 편 니 편을 따지는 시스템이 가장 먼저 작동한다. '다름'의 존재를 인정해야 한다는 것은 한참 시간이 지나서야 고개를 들 뿐이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우리는 게시판에 전투를 하러 온 것이 아니거늘, 방어 시스템 구축해 놓고 전투 자세를 취한 상태에서 글을 읽고 쓴다. 언제든 화살이 날라오면 소극적 방어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맞받아치고 반격을 가할 태세를 갖춰 놓고 있는 거다.
사실, 비슷한 생각을 가진 이들이 모인 곳에서는 '공격-방어'라는 단어는 어울리지 않는다. '이해, 설득, 설명, 양보, 존중' 이런 것이 필요하지 않겠는가? 생각의 차이, 사고 방식의 차이, 가치관의 차이, 이것이 없다면 어찌 인간이라 할 수 있을가? 공장에서 설계대로 조립된 기계지.
우린 인갑답게 살아보자고, 사람답게 살아보자고, 그런 세상을 만들어 보자고 이렇게 모여 있는데 말이다. 그렇다면 '사람'에 대한 속성, 차이, 한계를 인정하는 바탕에서 출발해야 하는 게 아닐까? 작은 생각의 차이에서 다툼이 일고 결국은 적대시해 버리는 것을 보면 참 멀었구나 싶다. 사람 사는 세상이.
자칭 (진보적)자유주의자라는 사람들이, 타인의 자유를 재단하고 제한하기도 한다. 이쯤에서 생각나는 말이 있어서 열심히 검색해서 찾았다. 유시민이 토론회 등에서 간혹 인용했던 말들이다.
사상의 자유라는 것은 그 사회 구성원 대부분이 터무니 없다고 생각하는 것까지도 말하고 표현할 수 있는 자유까지를 의미한다. 그렇지 않으면 사상의 자유는 아무 의미가 없다. 왜냐면 그것은 항상 다수의 자유니까. - 버나드 쇼
나의 정치적 자유는 언제나 나의 정치적 반대자의 자유를 의미한다. - 로자 룩셈부르크
당신의 견해에는 동의하지 않으나 당신이 그 견해 때문에 핍박 받는다면 난 당신을 위해서 싸울 것이다. - 볼테르 |
표현의 자유, 일단 인정하고 넘어가자. 욕하는 사람의 자유를 인정해주고, 욕하지 말라는 사람의 표현의 자유도 인정해주자. 자기 의견이 다르다고 꼰대질, 훈장질, 완장질이라고 폄하하지 말자.
"너는 그렇게 생각해라. 나는 이러이러해서 이렇게 생각한다. 끝"
이렇게 넘어가보자. 생각의 차이, 표현의 차이를 인정하는 거다. 제발 생각이 다르다고 '배척'하지는 말자. 밀어내려고 하지 말자. 이 사이트에 그런 분위기가 너무 팽배해 있다.
동질이라는 우리끼리 화합도 못하는데 이질과 통합해서 얼마나 잘 할 수 있을까? 이 시점에서 그것이 무한 걱정된다.
4. 우리끼린 전사가 되지 말자
내 잘난 척은 아니지만 이런 거다.
어느 날 자게판에 누군가를 비난하는 글같지 않은 글이 올라왔고, 어떤 분이 열받아 혼자서 댓글을 몇개씩 달았다. 내가 그 밑에 닉을 지명치 않고 이렇게 썼다.
"초저녁부터 만취했나?"
이건 누가 봐도 본 글 쓴 이에게 하는 말이었다. 그런데 다음날 오후에 와보니 그 어떤 분이 그 댓글 아래에 쓴 것도 모자라 제목에 내 닉을 써서 다시 해명을 요구하는 글을 올려놓은 게 아닌가? 자기 댓글 바로 아래에 내 댓글이 있으니 자기한테 한 소리로 오해한 거다.
몇초만에 파르르 끓는 사람들이 아래와 같이 반응한다면 사소한 일이 큰 싸움으로 된다.
"이기 미친나? 뭔 헛소리야? 댓글도 제대로 못보면서 여기서 글질하고 있냐?"
글을 주고 받다 보면 언제든 오해, 오독의 소지가 있다. 그럴 때 그것을 누구나 할 수 있는 '실수'로 생각해 부드럽게 지적해 준다면 화기애애해 질 것을 콕콕 찔러서 사단이 난다.
우린 이 곳에 싸우려고 있는 것도 아니고 누군가를 이기려고 있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이걸 명심했으면 좋겠다.
5. 신세대와 쉰세대의 공감대를 넓히려면 존중해야 한다
이 곳에서 내 위치를 스스로 정해 보자면 낀 세대 같다. 신세대로 불리는 2030도 아니고 쉰세대로 불리는 5060도 아니니까.
이 낀세대 중에는 신세대 쪽 생각에 더 가까운 사람도 있고 쉰세대 쪽 생각에 더 가까운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난 후자인 것 같다. 지금까지 47일간의 회원 경험으로 내가 내린 결론은 나 역시 '꼰대' 기질이 있다는 거다.
난 '꼰대'라는 단어를 이 곳에서 처음 접했을 때 왠지 부정적으로 다가와 별로 안좋아했었다. 그런데 거의 매일 이 단어를 접하다 보니 이젠 그러려니 하는, 전혀 특별하지 않은 단어가 되어 버렸다.
국어사전에는 없는 단어인줄 알았는데 꽤 널리 쓰이는지 등록되어 있더라. 깜놀!
꼰대(품사 : 명사)
1 은어로, ‘늙은이’를 이르는 말.
2 학생들의 은어로, ‘선생님’을 이르는 말.
누군가 한 마디 훈계조로 하면 훈계질에 꼰대질 한다고 막 뭐라 한다. 무서울 때도 있다. 말 한마디 잘못하면 졸지에 무개념 뒷방 늙은이에 상종못할 이방인 신세가 되어 버린다. 안티가 생겨버리는 거다.
쉰세대와 신세대는 분명 세대차가 있다. 이거 쉽게 뛰어 넘지 못한다. 살아온 역사적 환경이 너무 다르다. 쉰세대들도 분명 애쓰고 있다. 톡톡 튀는, 그래서 어디로 튈지 모르는, 변화무쌍 좌충우돌의 신세대를 따라 잡고 맞추기 위해 나름 애를 쓴다는 거다. 그렇지만 5,60년 동안 몸에 배인 습관, 생각이 하루 아침에 2,30대로 치환될 수는 없다.
쉰세대가 신세대로부터 어른 대접을 받으려고 하는 게 아니라 속도를 맞추지 못하더라도 이해를 해달라는 거다. 거꾸로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 자신의 2,30대를 생각해 낸다 하더라도 그 때의 넘치던 혈기와 열정을 그대로 되돌릴 수는 없기 때문이다. 또한 그 당시 2,30대와 지금의 2,30대는 달라도 많이 다르니까.
반대로 쉰세대도 신세대들을 자신의 잣대로만 평가하면 안된다. 내 생각과 다르고, 나를 불편하게 하더라도 그것을 바꾸게 하거나 고치려고 해서는 안된다. 스스로 느껴서 필요성에 의해 노선을 수정하지 않는 한 타의에 의해 자기 노선을 변경할 신세대들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이건 잔소리나 훈계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 잔소리성이나 훈계조 대신 자신의 경험을 말하는 게 낫다. 그렇게 하더라도 호랑이 담배필 적 얘기한다고 핀잔 들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럼 뭘할까? 그냥 지켜보기만 할까? 이것도 필요한데 아쉽긴 하다. 왜 너른 가슴, 열린 머리가 없을까?
내가 생각하는 이에 대한 해결은 오로지 상대에 대한 '존중' 뿐이다.
6. 넘치는 열정, 적절히 조절하자
게시판 생활 경력에 따라 사람들의 대처 방법이 다르다. 몇 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예외도 있지만.
내가 이 글을 쓰게 된 계기를 밝히자면, 자게판에서 여러 닉으로 활동했던 멀티플레이어 한 사람의 고백과 사과글을 본 것 때문이다. 김복남에서 도라에몽까지 다중인격자이며 다재다능함을 보여줬던 그 분. 이 분의 놀라운 자기 성찰에 감탄했다. 이 분은 이런 게시판 생활이 처음이라 했고 3개월을 했다 했다. 3개월 만에 저런 걸 깨닫고 이 쯤에서 활동을 자제하겠다고 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처음 게시판 생활을 하면 신세계를 보는 듯 할 것이다. 자기가 처음 경험해보는 세계이니까. 사람이란 자기 존재를 드러내고 싶어하는 '본능'이 있는 것 같다. '존재의 확인', 이것이 필요하나 보다. 이런 공간에서 자기 표현을 하고, 타인의 반응을 보고, 타인의 평가를 받고, 추앙도 받게 된다면 자기도 모르게 중독이 되고 함몰되어 간다. 생각의 폭도 시각도 좁아진다. 이 안에서 일어나는 범위 내에서 보고 생각한다.
이런 사람 중에는 아주 열정적으로 자기 표현이 강한 사람이 있고,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으며 조심스럽게 활동하는 사람이 있다. 결과적으로 보면 문제를 일으킬 소지는 단연 전자 쪽이다. 과잉 열정은 언제든 과잉 행동(오버액션, 오버질)의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으니까.
처음에는 재미를 느끼고, 많은 사람들이 자기를 인정해주면 점점 으쓱해지면서 자부심이 커진다. 게시판 기득권을 누리고 싶어지고 권위와 권력을 갖고 싶어진다. 그러다 한 발 삐끗하면 사고가 난다. 사고 날 때, 냉정을 찾으면 다시 초심으로 돌아갈 수 있는데 열을 식히지 못하면 결국 더욱 오버하면서 난동 수준으로 간다. 여러 해 동안 거치면서 게시판 망나니가 되는 사람들을 여러 명 봤었다. 안타까웠다.
내 개인 판단에 그런 사람들은 '외로움'을 많이 타는 사람 같더라. 나쁘게 말하면 유아적 행동을 하는 것이고, 좋게 이해하자면 사랑이 필요한 사람이다. 잘 한다 칭찬해주면 그야말로 고래를 춤추게 만들 정도로 올인할 사람이다. 적절히 이용(나쁘겐 보지 말라)하면 도움이 될 수도 있지만, 나쁜 상황되면 조직에 해를 끼치게 된다.
내가 게시판 생활을 시작했을 때 내게 누군가가 조언을 했었다. 너무 뜨겁지 말라고. 나는 꽤 뜨거웠었고 많은 댓가도 치렀었다. 너무 빨리 뜨거우면 빨리 식는다는 교훈도 줬었다. 지치지 말고 오래 가라고. 난 지금 좀 지쳐있는 상황이고 한 발 빼려고 하는 상황이다. 게시판 생활 8년 차에.
길다면 긴 8년차 게시판쟁이도 가끔은 존재감을 드러내고자 할 때가 있다. 어쩌다 글 하나 쓴 것이 추천 왕창 받으면 우쭐해지며 빨리 또 '후속타를 때려야지' 할 때가 있는 거다. 이런 내 자신을 보며 자조한 적 몇 번 있었다.^^
7. 너무 잘하려고 하지 말자
완장질. 우리는 언젠가부터 이런 식으로 표현한다. '~질'이란 건 약간 폄하 의미가 들어있는 부정적 접사인데 네티즌들은 이 접사를 즐겨 쓴다. 자랑질, 염장질, 훈장질, 완장질, 지적질, 등등.
완장질에 대해 생각해보니 이것도 인간 '본능'의 일부가 아닐까 싶다. 역시 인간은 나약하고 불완전한 존재다. 작은 권한이 주어지면 갑자기 자신이 큰 인물이 된 것 같고, 남들보다 잘 나고 잘 해야 될 것 같고, 뭔가 큰 치적을 남겨야 할 것 같은 압박이 오는 것이다.
나는 완장이란 걸 차본 적이 거의 없었다. 그 흔한 반장조차 안해봤으니. 냉혹하게 말하면 리더십이 없는 것이고, 합리화하면 감투 거부증이다. 나쁘게 말하면 책임 회피고, 좋게 말하면 자유로운 발언과 행위를 즐기는 거다.
그러다 별 것도 아닌 이름 하나를 얻게 되었다. 별로 할 일도 없는 돈관리 총무, 거의 이름 뿐인 총무였다. 회장이 모든 걸 알아서 해왔기에 회장이 시키는 대로 하면 되었다. 모임의 돈 계산도 회장이 했고, 남는 건 통장에 입금하라고 줬고, 경조사 등에 보낼 돈을 회장이 얘기해주면 보냈고, 정기 모임 때 돈 거두는 것만 확실히 하면 되었다.
통장과 장부를 받고 보니 잔액도 맞지 않고 장부가 허술하게 기재되어 있었다. 난 내가 인계한 시점에서 통장과 장부의 잔액을 맞춰 놓았고, 이에 대한 보고서를 썼다. 회원들이 꼼꼼하게 잘 한다고 막 칭찬했다. 우쭐했다. 난 회계 보고를 분기마다 하겠다고 했고, 더 나아가 회비 관리와 사용에 대한 내 의견을 올렸다. 회원은 회비를 냈지만 그 사용 내역에 대해서는 아무도 궁금해 하지 않고 회장에게 맡겨온 세월에 대한 반항은 아니었다. 새로운 회원이 들어올 때 혹은 새로운 회장이 나올 때 참고할 수 있는 운영 원칙 같은 것을 만들어 놓고 싶었을 뿐이었다. 좋은 전통이 있는데 그것을 명문화 해놓으면 좋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러면 누군가 의심 많은 사람이 보더라도 투명하다는 것을 알 수 있을 테니까.
회원들은 모두 좋다고 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혼자 머릴 싸매면서 막 일을 만들려고 하는 나를 발견하곤 멈췄다. '아, 이런 게 바로 완장질이란 거구나!' 깨달았다. 이름 하나 붙여 주니 뭔가 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스스로 느꼈었나보다. 이런 저런 제안을 자꾸 하게 되었고, 운영 원칙까지 만들려 했던 내가 우스웠다. 하지만, 오버하다가 헛발질만 하지 않으면 되는 거지. 바쁘지 않고 여유 있을 때 운영 지침은 정리해 보려고 한다. 나쁘지 않으니까.
나의 고백이기도 하지만, 세상엔 완장질 하는 사람이 정말 많다. 그게 다 '욕심' 때문이다. 나쁜 뜻은 없다. 이 자리에 있을 때 잘 해야지, 나의 능력을 보여야지, 하는 맘일 뿐. 그런데 부작용이 생긴다. 리더가 완장질을 열심히 할수록 구성원은 피곤해지니까. 거 있잖아, 완장질의 최고수 2MB와 한 때 유인촌, 요즘은 윤증현. 이들에겐 제발 아무 것도 하지 말기를 바란다. 차라리 가만 있는 것이 도와주는 것이라고.
우리 모두 잘 나갈 때 뒤돌아보자. 내가 혹 완장질을 하고 있는 건 아닌가?
ps.
넋두리가 너무 길어 미안타.
일주일분 글 썼다 생각혀.
정리하고 퇴근해야겠다.
담백하게 글을 읽기 바람.
사람들은 자꾸 무슨 숨은 '의도'를 찾으려고 하는 버릇이 있단 말야.
별 의도는 없고 두루두루 생각해보잔 거여.
지능적으로 누굴 까려는 것도 아니고 옹호하려는 것도 아니고, 봉팔러 47일의 감회일 뿐. 즐주말 하시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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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