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나의 인사와 소개이자 개똥 철학이고 나의 정치적 규정이고 논리다. 시비는 사절하고 싶지만 니들 자유다. 내가 글쓰기에 익숙한 소설적 구성이다. 읽을 사람은 읽어라. 평가도 니들 자유겠다만 박봉팔닷컴의 취지에 동의하면서도 같이 살진 못한다고 뭐라고만 하지 마라. 당분간... 그깟 이만사천원이 필요한 당위성도 잘 알고 동의하지만 지금은 그 돈이 아깝다. 당장 이만사천원은 한달 동안의 내 식비의 반토막에 가깝다. 먹고 살아야 하니 그렇다. 이부분에 시비는 걸지 말기 바란다. 그걸 답하는 내가 찌질하기가 싫다. 나의 지금의 정체성의 본질은 자유의지의 자발적 거지새끼다. 노숙자는 아닌데 노숙자와 크게 다르지도 않다. 이 기간 동안의 내가 이외수 따라하기는 결단코 아님에도 소설가를 지망하고 있는 놈이다. 끝까지 등단하지 못하고 목을 맬지 어떨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목숨을 걸었는지도 모르니까 그건 묻지 말기 바란다. 다만 너희들과 정치적 동맹이 되고 싶은 욕망이 생겼다. 이건 솔직한거다. 내 농담이자 진담이다.
난 게으른 놈이다. 이것은 만들어진 본능에 가깝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하는 합리화다. 지금 나에게 규정된 언어로 표현하자면 '난 게으른 놈' 이란 규정이 맞다고 본다. 동의는 필요없다. 내가 사회적 인간이라는 자각이 생길 무렵 투표권이 생겼다. 게으른 나에게 정치적 사회적 선택을 하라고 강요(?)했다. "뭐 어쩌라고?" 였다. 그 전에 난 민주주의가 무얼하는 물건인지 한번도 판단해 본적이 없었고, 너무나 당연히 논리적 사고나 지적사고의 과정도 기대할수 없으리라. 내가 어느 배꼽 아래에서 태어났다는 정도의 의식 수준의 꼬맹이에게 무얼 바라게 냐만은..
조금 더 깊숙이 갖고 있던 나의 내면의 정치성이라고 한다면, 전두환이라는 아저씨가 티비라는 물건에서 "에~ 이사람은..." 이라고 훈계조가 꼰대들의 언어와 닮아 있다는 직감과 그 그로테스크한 대머리가 우스꽝 스럽다는 생각 정도가 나의 정치적 판단이였음을 고백한다. 그가 어떤 존재인지 무얼 하는 인간인지 관심을 가질 이유도 필요도 없었으니까... 그저 맛벌이 하던 부모가 비어논 어스름한 기운의 집구석이 어색했던 녀석이 다양한 종류의 흙장난과 놀이가 지겨워지고 같이 놀던 꼬맹이들이 하나둘 각기 어미들의 부름에 사라진 다음에야 흐물 흐물거리며 버얼건 노을이 지듯이 집구석으로 스며들어가는 녀석이였으니까.
뭐 나름은 자주 일탈을 꿈꾸며 가출을 수시로 행하시던 누이들과 숨바꼭질 술래처럼 기어이 머리채를 끌고 들어오시던 부모를 보고 자라선지 그게 머리채가 잡히는 것에 대한 공포와 두려움에 나만은 말 잘 듣는척을 했다. 그 결심이 누이들을 학습한 나의 삶에 태도이자 권리고 의무더라.
각설하고 뭐 그렇게 쓸때 없이 자라나던 놈이 첫 투표권이 생겼고 김대중을 찍었다. 이유는? 별거 없다. 경상도에서 나고 자란 부모는 김대중을 빨갱이라고 하셨지만 서울에서 나고 자란 내가 보기엔 그가 빨게 보이지 않았기 때문일 거다. 그 어눌한 말투 속에 언뜻 생각해 보아도 별 틀린 말도 없었고, 쓸때없이 주저리 주저리 말장난하는 다른 늙다리들 보다는 나아 보였기 때문이였을 거다.
아마 그날에 게으른 내가 "날씨 좋은데 어디 놀러 가자"라고 꼬시는 솜털 막난 여자애들만 있었더라면 ... 아침부터 사정 없이 일번 찍어야 한다는 부모의 성화에 이끌려 투표장에 가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내키는 대로 투표를 하고 나와서도 이제 하라는 대로 했으니까 더이상 괴롭히지 말라고 꼰대들에게 일갈하며 꽤재를 불렀는지는 지금은 잘 떠오르지 않는다. 뉘앙스는 비슷했다. 그런 시작이 나의 정치적 첫경험이다.
푸성하게 자라난 성기 주변의 털들이 푸성퀴 처럼 뻣뻣해 질 나이가 될때까지 나의 관심은 질벅질벅한 섹스의 환상과 소설 뿐이였다. 그 동정의 밤들이 지나가고 난 뒤 한없는 허무가 있다는 것도 그때쯤 알게 되었을 거다. 젠장하게도...
불행인지 행운인지 아부지 사업이 박살나고 나니 청개구리도 아니고 공부하고 싶은 생각이 들더라. 아마도 게으르지만 고뇌한 불쌍한 고딩새끼의 객기였을 거다. 다행이도 ? 그동안 죽도록 읽어온 음난 소설 따위나 폼좀 잡아 볼려고 읽었던 문학잡지들과 소설들과 시들 덕분에 대가리에 똥만 차진 않았고 찍기에도 나름의 존재론적 철학이 있어선지 높은 점수가 나왔다.
일찍이 이땅에서 땅을 파들어가면 나온다는 아르헨티나로 이민가 재력가가 된 고모의 후원이 없었다면 대학의 진학도 힘들었을 거다. 졸업은 끝끝내 못했지만 ... 고마운 일이다. 또래의 사촌여동생과의 소통과 고모에 대한 부채의식 때문에 전공도 서반아어(스페인어)를 선택했다. 빙신같은 짓이였다. 스페인어의 쓰임새가 남과여가 사랑이란 놀음의 득템을 위한 사랑가와 음유시로 널리 쓰여 왔다는 걸 알게 되었지만 내겐 별로 쓸모 없다는 걸 깨닫기 까지 그리 긴 시간이 필요하진 않더라. 그 쯤 노무현을 알게 되었다. 알게 되었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당연하게도 없다. 날 흔들던 건 기형도, 장정일, 하일지, 유하 등등과 하릴없던 벤치의 긴 잠과 당구장과 담배 따위였다.
도망갈 곳이 필요했다. 대학은 아무것도 충족시킬 거리나 충전할 값어치가 없는 걸 인식 했다기 보단 그냥 재미가 없었다. 또 핑계거릴 만들었는지도 모르겠다. 겨우 살려고 버둥거리는 부모를 외면할 자신도 없더라. 군대에 갔다오니 더욱 그랬다. 아비가 살고자 다시 차린 조그만 공장을 도왔다. 장사도 같이 했다. 조금 먹고 살만해 지더라. 집도 생기고 살만 하더라. 살만해 지니 세상이 변한다. 사업이란게 되어갔다. 중국에 공장도 차리고 동대문에 매장도 내고 출장도 다니고 직원도 뽑았다. 뒷 거래도 하고 적당히 비겁해지는 삶의 방법들을 채득해 가는거... 공장의 어린 중국 한족 노동자들에게 폭언도 서슴 없이 토해낸다. 생산성이 올라가고 돈이 들어오는 구조다. 심플한 구조.
세상이 나와 분리되어 버린다. 도플갱어이다. 사회적인 나와 생산적인 나로. 계산하는 나와 불면증의 나로. 나 뿐만 아니다 라고 위로를 한다.
불알 친구들, 하나둘 사회로 기어들어 온다. 내가 경험하고 있던 그 심플한 구조속으로 치닫더라. 새벽 어스름에 겨우 눈뜨고 같이 신문배달하던 녀석 돈 몇푼도 징글징글 하게 떼어먹을려 생경한 이유들을 늘어 놓던 그 사장새끼를 같이 욕하던 녀석이었다. 짝사랑 하던 후배에게 줄 연애편지 내게 대필해 달라던 녀석도 버스정거장 몇 개를 뛰박질 해서 전해준 편지의 어려운 거절을 되받고 돌아서온 녀석이 종일 유재하의 목소리로 부르던 '우울한 편지'의 우울했던 녀석도.
걔들이 대기업에 입사하고 회계사가 되고 체육관을 차린단다. 걔들과 정치를 말한다. 룸의 아가씨에 가격을 말한다. 차를 사고 집값을 얘기한다. 노무현이 후보로 나온단다. 뭐 드라마틱하긴 한데 걔네들 주판알 속엔 그가 아닌가 보다. 근데 난 그가 마음에 든다. 꼭 그가 내 쓸쓸함을 채워주는 친구같다. 나와 닮아 버린 비린내 나는 친구새끼들이 아닌 그가 내 친구같다. 비겁하지 않고 비굴하지 않다. 씨발 별난종이다.
그의 말이 체험이 책이 하나둘 내 안에 들어온다. 노사모가 생긴다. 왠 팬클럽. 뭔가 있어 보인다. 근데 잘 모르겠다. 아직은... 난 바쁜 척해야 하니까. 출장도 가야 하고 공장에 채근도 해야 하고 밤이면 소설도 봐야 하니까.. 불면증이 생긴다. 토막잠속에 꿈은 사라져 간다. 숙면이 없는 밤들. 까칠한 아침들 점점 싫어진다. 하루의 시간과 내달리는 공간이 내가 써져 있을 일기장이 싫은거다. 싫어지는 것이 증가한 만큼의 비례로 예민해진다. 달이 곪아있더라. 기형도가 그랬던가... 매일 싸움거리가 생겨서 살고 싸움 꺼리를 만들어 내야 살아 지는 삶. 매일밤 있던 소설들도 다 닫아 버린다. 분노가 된다.
당선된 노무현은 졸라 멋지다. 이제 그는 이긴자다 나는 지고 있는데... 잘하겠지? 내 싸움과 그의 싸움과 본질적으로 다른 거니까? 그는 나와 다름으로 알아서가 되겠지? 나는 나의 싸움을 그는 그의 싸움을 하는 거다. 그의 생채기는 내 생채기와 따위와는 다르다. 그렇지 않은가? 그가 탄핵을 당한다. 난 조금의 짜증만 참으면 된다. 그의 옆에는 여전히 같이 울어주는 사람들이 있지 않은가. 난 없는데... 그는 있으니 노무현의 승.
도망가고 싶어진다. 헛구역질이 난다. 시커먼 토악질을 쏟아내는 거다. 비틀거리고 재정적 위기가 온다. 참아내야 살수 있는데 그게 잘 안된다. 섬, 무인도 안에 동굴로 깊은 심연으로 흘러들어간다. 악순환. 버리고 싶은 악순환이다. 버리면 꿈꿀수 있지 않을까 더이상 비린내 나지 않아도 순결한 처녀로 처녀막을 회복하고 싶다.
결국 사업을 접었다. 순결은 처녀막과 상관이 없는 거였다. 그럼에도 흥얼거리게 되고 재미있어 진다. 제주도 올레길을 원없이 걷는다. 바람, 돌, 사람 끝임없는 길이 보인다. 돌아온 서울은 다른 곳이 되어 있다. 그 아침에 하얀 눈이 내렸고 빛을 머금고 토해내어 더 하얀것으로 비춘다. 아무생각도 없이 다시 정곡도서관을 오르는 인사동길은 세삼 반갑고 깊은 잠은 달콤하다. 매일 책을 읽고 조금씩 습작을 한다. 춈스키를 읽기도 하고 옛 책도 다시 꺼내 든다. 노트를 만들고 서평을 쓰기도 하고 이건 놀이인가 흙장난인가 더이상 쓸쓸한 집구석이 필요하게 되지 않을 지도 모른단 희망이 생긴다.
노무현이 퇴임했다. 좋단다. 나도 좋다. 거기에 사시라. 돌아갈 곳이 있는 것이 얼마나 좋으냐... 소닥소닥 사람들과 얘기하고 농사를 짓고 오리를 풀고 썰매를 타시라...내 소설을 쓰게 되면 내려가서 책도 주고 싸인도 해주리라...... 불길한 꿈이였나 보다.
종로를 지나던길 돌아오던 그 길이 불길한 예고였나 보다. 그가 갔단다. 어디로... 갔나. 숨박꼭질 하러 갔나. 내 단숨에 찾을 수 있는 곳에 갔나 아무리 세상이 지랄육갑이여도 그는 노무현은 내 친구는 그렇게 가면 안된다. 각진 세상의 모서리에 그가 왜 머리를 들이받아야 하나. 그는 내게 친구가 되어 주었는데 나는 그를 밀었다. 선홍 빛의 웃음도 검붉은 피로 흐르는 구나...
대한문에 난 앉아 있었다. 아직도 비열한 눈초리를 한 그들안에서 무얼 해야 할지 모르는 채 당황해서 우왕좌왕 한다. 하나둘 사람들이 밀려 온다. 철지난 미역줄기마냥 시들한 눈초리로 흔들거리며 몰려 든다. 나도 거기에 있다. 꽃 한송이가 얼마이며 무슨 의미가 있다고 이 난리인지 첫날, 망부석처럼 자릴 잡았다. 내 영역이다. 건들지마라. 제발. 그 사람들을 전경들이 둘러 싼다. 분향소를 치우란다. 불법이란다. '그래 불법이다. 내가 사는 것도 불법이고 니들도 불법이고 그가 간것도 불법이다.' 라고 하지 못했다. 자리에 앉아 까닭없이 울기만 했다.
놀이터에서 하나둘 각자의 엄마가 부름에 사라져간 아이들의 그림자처럼 까닭없이 울었다.
트라우마는 그에게서 나에게로 또 다른 이들에게로 전염병처럼 번진다. 악성이다. 한동안 나도 그처럼 글을 읽지도 쓰지도 못했다. 방 구석만에 존재해 왔던것 같다. 사람들이 싫다. 나의 손을 닦아 낸다. 더럽혀진 손.
그리고 몰랐다. 그가 나이고 내가 그였다는 걸... 그가 가는 둘레길과 내가 갔던 올레길이 같은 길이로구나. 그땐 이리 깊고 오랜 생채기가 생길 거란걸 몰랐던것 처럼 말이다. 바보다.
삶의 비겁하다. 물 한모금이 한잔이 되고 한 숟가락이 한공기가 된다. 살아 간다. 뚜벅뚜벅 의미를 두지 말고 맨 다리의 근육을 움직이는 거다. 그게 살아 가는 거다. 나도 그리 산다. 약속을 건다. 주문을 외우는 거다. 의미있는 돈을 벌지 않겠다고 그리고 막창집에 서빙을 본다. 불판을 닦고 음식을 나른다. 고소한 기름냄새가 몸에 배어간다. 입은 굳게 닫은채 웃는다. 맛있게 먹으면 된다. 그거면 족하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나. 그와 닮은 사내 하나가 또 벌거벗고 있었다. 유시민... 하얀집에서 유일하게 그를 위해 몸부림의 방패를 치던 사내다. 시간은 약이 아닌가 보다. 그와 닮은 사내는 그와 같이 비열하지 않고 당당하다. 내가 그를 처음본 순간과 같다는걸 직감으로 안다.
역사는 반복한다. 시계추 처럼 똑딱 거리고 있다는걸 이젠 안다. 똑같다. 똑같이 당하고 똑같이 세상의 모서리가 그를 겨누고 나를 겨누고 있다. 그는 실패 했다. 그의 상식과 원칙이 꿈이 의도대로쉬이 되지 않았다. 세상은 완고하며 견고하다는 뜻이다. 각져 있다. 그럼에도 유시민이란 이름은 또 간다고 한다. 그래 가라... 나도 간다.
나는 또 한동안 일을 안할 생각이다. 게으른 망명을 할거다. 글을 쓰고 읽을 거다. 소설이 날 지탱해주는 날이 올지 아닐지 몰라도 그냥 해 볼 작정이다. 기형도가 어둔 극장에서 삶을 마무리 했단다. 내 마무리는 어떨지 모르겠다. 좀 폼나게 죽는걸 꿈꾼다. 폼난 세상이 나의 달콤한 꿈이 될지 악몽이 될지는 모른다. 그래도 씨발... 꿈은 꿀란다. 그건 리버벌한 내 자유니까.
(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