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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1994년쯤 기억을 되새겨 본다.
어느 대학가 일일까페에서 만났던 여자아이와 처음 연인이 되었었고, 삐삐에 안부를 남기고 서투른 고백을 라디오에 남겼던 때. 그 아이가 다니던 여자대학 앞이 몹시도 추웠던 기억. 뜨거운 자판기 커피를 열 몇 잔을 마시고 서야 편지과 작은 선물을 쑥쓰러이 건네던 기억.
그 무렵 산불처럼 커피전문점들이 생겨났고 녀석들은 무전기 만한 핸드폰을 자랑해대던 때. 동네 커피숍의 구석진 자리에 구덕이마냥 온 종일 하릴 없는 많은 시간을 의미없이 태우던 기억.
여자아이와 서투른 손을 잡던날 땀으로 젖어 있는 것도 아랑곳 하지 않은채 하루종일 버스를 타고 기어이 밤이 되어서야 그 아이를 안았던 기억. 그리고 시작 만큼이나 서툴렸던 이별.
내게 최소한의 개인적인 추억들이다. 이 추억들은 편집되고 미화된 내 기억의 형태이다. 진득하게 떠올려 보면 아련하고 아름다워 보이는 것만 있지 않았을 거다.
아름다울수 없는 악다구니와 연민들 잊고 싶었던 상처들도 있었다. 지극히 개인적인 기억들은 온전한 형태로만 있지 않음 안다. 나름의 핑계와 왜곡을 거쳐 추억의 이름으로 변질되는 거다. 좋은 방향으로... 또는 확장된 끔찍함으로도...
찾아 보았다. 1994년 쯤 우리에겐 어떤 기억될만한 것들이 우리를 스치고 갔으며 어떤 족적들을 남기고 있었을까.
김일성이 죽었다. 금방이라도 통일이 될줄 알았다. 그가 죽고 언론들은 연일 전쟁이 날 것 같은 불안감을 쏟아 냈고 일부의 사람들이 라면등을 사재기 했다는 기사. 그렇지만 대체로 차분했었고 많은 동요하지 않았던 현실과의 괴리. 기우였을 뿐인 사실들.
남쪽에서는 검찰이 전두환, 노태우를 불기소 처분 했으며 미국에선 월드컵이 열렸다. 성수대교가 무너졌고 이듬해엔 삼풍백화점이 무너져 내렸다. 지존파는 엽기적 연쇄 살해를 저질렸으며 서태지는 발해를 꿈꾸고 있었다.
노무현은 부산 국회의원 선거에서 고배를 마시고 외인이 되었었고 '여보, 나좀 도와줘'란 책을 출판했었다. 남아공에서는 넬슨 만델라가 대통령이 탄생되었고 한국에서 문익환 목사가 사망하였던 해였다. 그리고 끝도 없는 수많은 일들...
애써 찾아 보고 기억해 보니 내 용량으론 벅찰만큼의 사실들이 들불처럼 있어 왔다. 우리는 같은 경험의 터널을 지났을 거다. 그럼에도 현재 우린 전혀 다른 기억들의 파편으로 그날을 기억할테고 또 그걸 기초로 지금을 판단하고 있을 거다.
유시민의 한겨레와 인터뷰를 읽었다. 난 그가 과거로 부터 기초해서 판단한 오늘의 시각이 참 바르다고 느낀다. 그가 기초한 과거 87년 6월 오늘은 육십항쟁이 있었던 날이란다. 그 역사의 사건은 사전속에서만 기억되는 세대인 내겐 참 낯설게 느껴진다.
반독재, 민주화 운동이라고 기록되어져 있고, 고문으로 사람들이 죽고 그에 봉기한 민중들이 거리로 나왔고 체육관 대통령이였던 전두환이 물러나게 된 계기가 되었고 직선제를 획득하였으나 다시 노태우란 또 다른 이름의 군인이 대통령이 되었단다. 보통사람이란 이미지의 얼굴로 그랬단다. 그리고 그 반독재 민주화 투쟁의 세력들이 현재의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정치세력이 되었다는 과거로 부터의 진단이다.
억압의 시대에 폭력의 굴종하던 사람들이 정치적으로 깨어난 사건은 언뜻 무언가를 이룬것 처럼 보인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하는 의문이 든다. 어쩌면 가면의 뒷컨에 다른 모습의 폭력과 순종이, 형태를 달리하고 미로 처럼 복잡 다단해 져 우리가 쉬이 인지 하지 못할 뿐 같은 성질의 것이 아닐까 하는 의심을 지울수 없다. 그 6월의 공간에서 우리와 현재의 우리가 마치 진화 한것 처럼 느껴지지만 실상 94년 스무살의 나와 지금의 내가 본질적으로 같은 심사인 것처럼 다른 얼굴을 하고 있는 폭력의 시대가 다시 반복되고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어느 직접적인 폭력의 시대에 존재하던 권력도 또 그에 반대하던 세력도 그때 가졌던 단순화된 이념의식 또한 존재한다. 폭력의 시대는 사라지지 않았다. 순하게 채색되어 우리 삶속에 뿌리깊이 살고 있다.
오늘 우리곁에 남아 있는 폭력들은 어떤가?
자유당이 민정당으로 신한국당이 한나라당이 된다. 박정희가 전두환과 노태우로 이회창이 이명박으로 박근혜로 다른 얼굴들과 표정을 한 채 우리와 같이 있다. 그들은 끊임없이 다른 가면으로 우리에게 존재하며 때론 우린 그들과 같은 욕망들로 인해 왜곡된 기억을 성찰없이 받아 들인다.
한편으론 괴를 달리하던 이들 또한 욕망의 족쇄가 된다. 양상은 다르지만 또 다른 폭력의 이름으로 변질되 버린거다. 선악을 구분하고 악에 대항하는 존재는 오직 자신들인량 거들먹 거리고 다른 생각들을 억압하고 통제하려 든다. 이것은 폭력이다. 권위주의다.
기억은 왜곡되어 추억으로 편집되는 거다. 내가 이해하고 받아 들일수 있는 범위는 오직 개인이지. 과거의 역사를 왜곡하여 모두 자신의 것으로 합리화 하는 정치세력은 더욱 받아 들일 수 없다.
그것이 어떤 커다란 덩어리가 되고 세력이 되어 나란 개인과 우리를 억압하고 이념을 색칠하고 쇠파이프를 들게 할순 없다. 그걸 용납하고 싶지 않다. 폭력의 속성은 언제나 같다. 폭력의 시대를 마감하게 하는 것이 결코 그때의 폭력으로 다시 회기하는 것이라 할 수 없고 오늘의 문제가 오늘만의 문제가 아니고 과거의 문제에서 시작한 미래의 문제로 인식되어져야 한다고 믿는다.
대중적 진보정당이란 것의 뿌리가 이런 현실의 인식, 어떠한 폭력으로부터로의 자유를 뜻하며 유시민의 리버럴함도 그곳에서 부터 시작된 거라 난 추측한다.
1994년 어느 늦은밤의 내가 변함없이 그대로인것 처럼 그도 그대로 였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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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