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약사님들을 만났다. 볼링 동호회 정모날이라. 정모 시간은 밤 10시다. 웬만한 사람들은 볼링이 좋아도 엄두 못낸다. 하루 종일 12~3시간 일하고 나서 피곤한 몸으로 볼링 치러 간다는 건... 간단한 뒷풀이 하고 나면 새벽 1시. 나도 그렇게 10년을 침만 흘리다 최근에 동호회에 가입을 했다. 스트레스를 그렇게 푸는 거다. 비록 몸은 피곤해도.
어제는 할 말이 많아 1차에서 끝내지 않고 2차까지 가서 새벽 3시 가까이까지 열변들을 토했다. 그래봤자 아직은 허공에서 사라져버리겠지만.-.-
난 새로운 것을 하나 알았다. 내가 어제 쓴 글 속에 있는 의문. 의사들의 보상 심리. "대체 한 달에 얼마를 벌면 만족하겠니?"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었다. 3천이란다. (의사 샘들의 반론을 바람) 개원하면 무조건 3천만원 이상을 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거다.
우와~~~~~~~~~~~~~~~~~~~~~~~~~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지금 상황이 훨씬 심각하다는 것이다.
동네 약국 입장에서만 말을 했었는데 동네약국이 싫어하던 종합병원 문전약국(자본가)과 대형난매 약국(유통질서 흐리고 카운터 씀)도 살아남기 어려운 상황으로 가고 있단다.
얼마 전에 복지부에서 의보재정 절감 차원으로 조제료 중 의약품관리료 부분을 깎기로 했고, 입법 공고를 제대로 했는지 안했는지 모르게 곧바로 7월1일부터 시행하기로 했다는데 이것이 종합병원 문전 약국에는 치명타를 준다는 거다. 거기엔 장기 처방이 많은데 의약품 관리료란 게 일수에 상관없다는 논리로 깎았다는 것. 그건 뭘 몰라서 하는 얘기, 그야말로 탁상공론이다.
내가 2,3일분 처방만 받다가 장기처방을 하루에 10건 전후로 받는 일이 생겼는데, 받는 스트레스와 신경 써야 하는 일이 몇 배가 되었다. 여차하면 재고 관리가 안 되어 약을 떨어지게도 하고, 좁은 약장에 약 진열하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고, 부족하니 이 곳 저 곳에 분산 저장해야 하고.
솔직히 종합병원 문전약국이 조제료를 갉아먹을 뿐 아니라 마이너스까지 만드는 일이 비일비재한데도 카드수수료의 압박에 대해 목소리를 내지 않은 것은 약값 결제에 따른 3~5%의 마일리지가('백마진'이라 부르는) 있었기 때문이다. 약을 한 달에 10억쯤 쓴다면 그 금액이 3천~5천만원이 된다는 것. 그것이면 까지는 수수료는 상쇄하고도 남을 테니까.
웃기는 일들이 생긴 거다. 이것들이 약사고 의사고 무조건 약을 많이 써야 돈 버는 것이었으니 건보 재정에서 약제비가 상승되지 않을 수가 없는 거다. 동네 내과 의원에서 한달에 1억원쯤 약을 쓰는데 리베이트가 4천만원(20%)이었다니! 원래 없으면 그러려니 하는데 있다가 없으면 못 사는 거다. 늘 있던 4천만원을 다 내놓으라 하면 머리가 돌지 않을까?
(하지만, 보건복지부가 제일 문제다. 왜 그런 것이 생길 수 밖에 없는지에 대한 진지한 고찰은 없고 쥐어짜기만 하고 있으니. 리베이트를 없애려면 상응하는 보상을 줘야 하는 거다. 서로가 조금씩 양보하는 선에서.)
이래서 리베이트는 재수 없는 놈만 걸리고 결코 척결될 수가 없다고 하더라. 제약회사에서도 '걸리면 저희들이 벌금 내드립니다'라면서 계속 준단다. 하위 메이커들이 살아남는 방법은 그것 밖에 없으니까. 어차피 죽는데 이판사판 한다는 것. 소위 '생계형 리베이트'라고 하더라.
그렇지만 어쨌거나 '리베이트 쌍벌제'가 시행되고 있다. 문전 약국도 예전처럼 백마진을 챙길 순 없을 것이다. 그러면 첫번째로 터질 것이 카드수수료 문제다. 순수 이익은 정해진 조제료 밖에 없는데 종합병원의 고가약, 장기처방으로 인한 고가의 본인부담금은 조제료를 다 깍아먹고 마니까. 이런 상황에서 조제료 구성 중 하나인 '의약품관리료'가 예전에는 일수에 따라 달랐는데 6일분 이후는 똑같단다.(어제 들은 얘기인데 정확하게 확인해봐야 함.) 이러면 종합병원은 문전 약국 못한단다. 얘들은 거추장스러운 일반약이 수퍼에 가든 말든 상관없겠다, 라고 생각했었는데 오히려 동네약국보다 더 심각한 문제란다.
그리고 대형난매약국, 우리 입장에서는 없어져야 하는 건데 딜레마다. 이들이 미끼 상품으로 쓰고 있는 일반약이 수퍼로 다 나가면 어떻게 될까? 망할까, 그래도 가격 경쟁에서 이길 테니까 살아남을까? 고사까진 아니더라도 타격이 클 것이다.
결국, 문전약국-동네약국-대형난매약국 모두 위기이며 이건 '약간의 손실' 정도가 아닌 '생계'의 문제가 되는 거다. 약국이 연쇄적으로 무너져 가는 거다 이 일을 어찌할꼬?
왜 약대생들은 자기의 미래가 달린 이런 일에 아무런 목소리가 없냐고 했더니 걔들이 아직 아무 것도 모른단다. 선배로서 무관심해 미안하지만 지금 약대에는 4학년과 1학년 밖에 없단다. 4학년은 졸업생들이니까 정신 없고, 1학년(얘들부터 6년제)들은 아무 것도 모르니 가만 있는 거라고. 이들의 미래가 암담하고 갑갑하다.
아침에 문득 생각나는 게 있었다.
'아, 이런 거구나. 세상은 논리로만 되는 게 아니라고 했던 게 이런 상황을 말하는구나. 논리가 안 되고 논리가 통하지 않으면 누군가를 향해 공격을 하게 되는구나. 그리고 그 다음엔 말보다 행동으로 표현되는 거구나.'
왜 촛불을 들고, 왜 타워크레인에 올라가는지! 아,그들은 정말로 정말로 절실했구나...... !
머잖아 약사들의 궐기가 있을 것이다. 봉팔러들은 과연 나와 함께 촛불을 들어줄 수 있을까? 무관심하니 그럴 일은 없겠지. 손가락질이라도 하지 않기를...ㅠㅠ
/난나/님, ㅎㅎ, 저거 쓰면서 님 생각이 가장 먼저 났어. 개인적으로는 미안.
하지만, 대체적으로 그렇대.
이런 거 있잖아.
자기들끼리 모여 하는 말; "얌마, 개원했으면 그 정도는 해야지. 그것도 못하면서 개원의냐?" 이런 거.
어쩌면 '쪼꼼' 잘 나가는 이들끼리 그러는 줄도 모르지.
경쟁력 없는 과(科)는 그에 훨 못미칠 수도 있을 거이고.
그래서 막판에 '논리가 안 되고 논리가 통하지 않으면 누군가를 향해 공격을 하게 되는구나.'라는 걸 쓴 거야. (내가 이런 식으로 의사를 공격하게 되는구나.)
모르는 사람들이나, 의사들 중에서도 일부 그럴 거 아냐?
"그래? 니들 그렇게 힘들면 약국 하지마! 누가 해달라고 애원했냐?(시민) 니들이 안하면 우리가 조제할게(의사)." 이런 식으로 나오면 말이 막히잖아.
이런 거와 똑같애. 비정규직한테 "억울하면 정규직 하지 그래?", 약자한테 "억울하면 출세하지?"
이럴 땐 무슨 논리를 들이댈 수 없잖아. 이러면 누구든 공격할 수 있는 표적을 공격하게 되고, 그 다음엔 행동으로 말할 수 밖에 없게 된다는 거.
======= 그리고 또 난나님한테는 미안하지만, 나는 지금 개인 차원이 아닌 약사라는 직능인으로서 계속 말하는 거니까 이해해주고, 오해가 큰 것이 있다면 바로바로 지적해주길 바라면서.========
오늘자 기사 중에 이런 게 있더라.
[속내는 한술 더 뜬다. 의사협회는 전문약을 내주면 일반약을 동수로 넘겨 받아야 한다는 1:1 스위치 카드를 염두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약사회는 일단 외품 전환대상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하면서 동시에 일반약 스위치를 통해 손실을 보충한다는 전략이 엿보인다.]
전에 약사가 갖고 있고 의사는 갖지 못한 '일반약'이 의사에게 어떤 의미일까를 알면 의사의 속내를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글을 썼었는데 그 때는 일반인에게 너무 밥그릇 싸움으로 비칠까봐 차마 쓰지 못했지만 지금 써야 할 것 같다.
위 기사를 보라.
'의사협회는 전문약을 내주면 일반약을 동수로 넘겨 받아야 한다는..'
이게 무슨 뜻이지?
의사가 일반약을 넘겨 받는대!
일반인들은 이게 무슨 뜻인줄 전혀 감을 못 잡겠지?
진정으로 '국민의 편의'를 생각한다면 전문약으로 많이 묶여 있는 안전한 약들을 '일반약'으로 풀어서 일반인들이 병원 처방을 받지 않고도 약국에서 손쉽게 사먹을 수 있게 해야 하는 게 맞지. 그런데 의사들은 될수록 전문약을 풀지 않고 약국에 있는 일반약을 '의약외품'으로 돌리려 하는 거야. 전문약이 어떻게 안전한 줄 아냐고? 의약분업 전에 약국에서 임의 조제하면서 별 문제 없었던 약들을 지금도 쓰고 있잖아.
'일반약'이라고 되어 있으면 그 약은 약국에서만 팔아야 해. 약국 밖에서 팔면 약사법 위반이라 불법이야.
하지만 '의약외품'이라고 되어 있으면 약국 뿐만 아니라 어디에서든 소매업으로 물건 팔겠다 한 곳에서는 다 팔 수 있어. 지금도 일부 병원에서 파는 것들이 있지? 대표적으로 피부과에서 파는 고가의 정체 불명(?) 혹은 출신지 불명(?)의 제품이지. 그리고 정형외과 등에서 파는 글루코사민 같은 것, 또 일부 병원에서 파는 비타민류들, 등등.
사람들은 이런 걸 '약'으로 알지만 사실 그건 약이 아냐. 어떤 '기능'은 가지고 있으니까 취급하겠지만 엄밀히 그건 임상실험을 거쳐 치료에 효과가 있다고 허가를 받은 '의약품'은 아니란 거지.
위에 언급된 기사는 이런 제품을 확대할 수 있단 의미야. 일반약이 의약외품으로 풀리면 그건 병원에서도 팔 수 있는 거니까.
일반약을 수퍼에서 팔든 약국에서 팔든 아무 상관이 없는 의사들이 일반약 수퍼 판매를 총대 매고 나선 것이 이 이유였니?
병원도 그래. 빈익빈부익부겠지. 약국도 마찬가지고.
솔직히 '의협'이나 '대약'이 할 일은 이런 불균형 속에 있는 대략 8~90%의 빈약한 병원, 약국을 위해 제도 개선에 힘써야 하고, 정부에 대해 같이 협력해서 대항해야 하는데 서로 헐뜯고 있으니 국민은 양쪽 다 꼴 보기 싫을 뿐이고................ 참 창피하고 서글픈 일이다. 어릴 땐 나름 인재라던 사람들이 10원짜리 하나에도 민감하고.
내가 그 '보상 수준'에 대해 궁금해 했던 것은,
그러면 어느 정도까지 양보하라면 할 수 있겠냐는 걸 물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치킨게임 식으로 가선 해결책도 없고 모두가 괴로우니까.
우선 대약과 의협이 서로 양보할 수 있는 선을 제시해서 협상하고 그게 잘 되면
그 다음엔 같이 정부에 요구를 해야지.
우리도 리베이트 포기할 테니 성분명 처방하자.(버리는 약이 너무 많고 같은 약 가짓수가 너무 많아 괴롭. 성분명 처방하면 의사한테 가던 리베이트가 약사한테 온다고 반대하고 있음)
대신 니들이 리베이트 받던 걸 일부 수가에 반영시키라고 정부에 같이 요구해줄게.
(저가약 처방에 대한 인센티브를 리베이트 받던 수준에 가깝게 주도록)
리베이트만큼 다 받으려면 건보재정은 결코 줄어들지 않으니까 니들이 조금만 양보해라.
그런데 이건 아무 힘도 없는 일반 회원의 의견일 뿐이고 힘있는 자들은 이런 목소리에 귀도 기울이지 않고, 상관도 없다는 것이 문제다. 결국 해결책이 없다는 거... 대안도 없다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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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란하고 싱숭해서 요즘 일을 할 수가 없다.
약국 꼬라지도 말이 아니다.
이렇게 컴퓨터 앞에만 앉아 있으니...C~~~~
ㅎㅎ 그게 문제야.
우리 업계도 비슷해.
윗대가리들은 <공존>의 방법을 모색하기는 커녕,
'너는 이만 죽어주라, 나만 살아야겠다.' 식의 싸움만 벌이고 있으니 제 살 깎아먹기밖엔 안 되는거라.
이러단 <공멸>하지 싶어.
아니면 우리만 죽던지..ㅎ
전문직종에서는, 새로운 신규 진입은 매년 꾸준히 늘어나는데,
죽기 전에는 이 바닥을 떠나는 사람이 없으니 파이는 줄어가고,
남은 파이로 서로 나눠 먹으려니 일인당 수입은 점점 줄어들고,
그러니 '넌 아예 먹지 마라 우리끼리만 나눠 먹을테니'의 논리로 치닫게 되고.
나도 갑갑하고 울화통이 치밀어 올라서 일이 안 되더라.
암울해..
운명이 만난 의사는 그래도 꽤 잘 나가는 의사가 아닐까 싶은게,
내가 본 주변의 동네병원들, 특히 내과, 가정의학과같은 데는 심각해 보이거든.
요즘은 감기만 걸려도 불편함을 감수하고서라도 종합병원엘 가니까.
그리고 좀 잘 나간다 싶은 병원이 있으면 그 주변으로 같은 진료과목의 병원들이 좍 깔리니까 결국 수입은 하향평준화.
특히, 양심적인 의사는 더 힘들거야.
편법을 쓰는 의사는 그래도 살아남아.
보톡스도 놔주고, 다이어트 관련한 상품도 팔고 하면.
약사도 마찬가지겠지.
뭐 어떤 직종인들 안 그러겠냐만..
양심적으로 사는 사람들은 살기 힘든 세상.
수정부//수정부의 저 두 줄, 나한텐 너무 난해하다.;;;;
내가 말한건, <과욕>의 원인이 결국은 <소유>의 개념과 제도에 기인한단 얘기고 일단.
(조금 핀트가 나갈 수도 있을 것 같아서 미리..ㅎㅎ)
박봉팔닷컴이 존재할 수 있는게 정치인과 국민성의 문제로 인한거란 말이 정확하게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어. 멀까??
그 의미완 무관하게(이게 뭐야 하하) 말할 수 있는 나의 생각은, 이 지구상의 어느 나라도, 어느 정치인도, 어느 국민도 특별할 건 없다는 것. 경중의 차이는 있을지 모르겠지만 다 그 나물에 그 밥.
덧. 아참참 나가기 전에 덧붙인다. '어느 정치인'은 전반적인 정치인들의 성향? 분위기? 를 통칭한거니 오해없길!(어느 나라건 유시민, 이정희같은 정치인들은 존재하니까.) 애들 밥 주고 똥 치우고 밥 먹고 싸고 오게뜸.
khalki/ 헷갈리게 해서 미안^^ 그럼 이건 어때. 국가란 무엇인가에서 홉스가 말한 "만인에 의한 만인의 투쟁" 을 조정하고 관리하기 위해 국가가 탄생했고 국가는 그 역할을 해야 하는데 역대 대한민국 정권은 그 역할을 하지 못해 왔고(민주정부 10년외엔) 그런 국가 밑에 있는 국민(만인)은 결국 스스로 자신을 보호할 수 밖에 없었기 때문에 국가 역할을 어느정도 하는 다른 자본주의 국가에 비해 더 천박한 정치인과 국민성을 가질수 밖에 없었다. 그러니 비상식이 상식을 압도하는 상황이 되고 그런 상황에서 상식을 추구하는 소수의 사람들은 박봉팔닷컴 같은곳에 모여 나름 숨쉬고 산다라는 의미인데...음...이것도 난해한가? 결국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소유>라는 개념과 제도를 투쟁해서 뺏는것의 개념으로 잘못 알고 있는,그러니 당연히 배려와 복지의 개념이 없는 대한민국의 정치와 국민성의 문제로 봐야 한다...이건데... 휴...나의 한계인가?
쓰고나서 다시 읽어보니 그대와 나의 견해 차이는 이거구먼.
어느 국민도 특별할 건 없다는 것. 경중의 차이는 있을지 모르겠지만 다 그 나물에 그 밥.
똑 같은 글을 반회에 게시했더니 이런 댓글이 달렸다. 하나만 소개할게.
다 같이 반성해야 하는데...
----------------(펌글)
이게 바로 의약분업 십년동안 약사들이
제 역할을 못해서이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약을 적게 쓰도록 노력하지 않은 결과이지요.
전 고지혈증약 많이 먹으면 근육이 약해진다는 소리
한마디도 못해요.
윗의원 눈치보여서리
저번에 환자한테 심바스타40mg이랑 리피논이 같이
처방되어서 두가지라고 얘기했다가
환자가 의사한테 어떻게 얘기했는지
항의 전화 받았읍니다.
왜 의사 처방에 약사가 이래라저래라 하느냐고.
약사조제료를 깍을것이 아니라
고지혈증약 처방관리만 강화해도 몇천억은 절약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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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저녁 내내 서 있었더니 힘이 없어 의욕이 없었는데 이 댓글 옮기고 보니 할 야그가 또 생각났네.
미뤄뒀던 '오해'에 대한 한가지, 그 얘기다.
바로 복약지도!
의사님들이 깎으라고 하는 것이 조제료 중 또 복약지도 부분이지.
(이런 거 정말 싫어. 남의 상에 감놔라 배놔라 하는 거잖아. 남의 상 넘볼 시간이 어딨어? 내 상 챙기기도 바쁜데. 내 상이 빈약하니 옆 상에 있는 거 뺏아서 나 달라고 하는 꼴.ㅠㅠ)
'복약지도'란 거 얼마나 자세히 해야 잘했다고 할 건가?
약 한 알 한 알에 대해 적응증, 용법, 부작용, 주의사항 등을 일일이 다 알려줘야 할까?
그렇게 해주면 처방약에 대해 의심하는 사람이 아닌 사람보다 많을 거야.
약이란 것이 꼭 '적응증'에 대표적으로 쓰인 목적으로만 쓰는 것도 아니잖아.
"이건 이러저러한 데 쓰는 약입니다." 하면 환자가 "뭐라고요? 난 그런 거 없는데?"
이런 일이 비일비재해요. 그러면 환자는 처방을 의심하고 의사한테 갸우뚱하게 되지.
약사가 맨날 하는 소리는 "하루 3번 식후에 드세요" 밖에 없다고, 그게 복약지도냐고 하지.
내가 생각하는 복약지도는 그게 가장 좋은 거야.
약에 대해 미주알고주알 알고 싶은 사람한테는 약 이름만 알려주면 돼.
그런 사람들은 분명 인터넷 뒤져서 자기 눈으로 확인해야만 직성이 풀릴 사람이니까.
실제로 그런 사람들이 약 이름 적어달라 하지.
약사들이 다른 소릴 안 하는 것은 다른 얘길 굳이 해줄 필요가 없기 때문이야.
꼭 알아야 할 주의사항이 있다면 그것만 해주면 돼.
냉장 보관할 약을 실온에 보관하면 약효 떨어져서 못 쓰니까 그런 건 꼭 해줘야 하는 것이고,
식전에 먹어야, 혹은 음식과 먹어야 효과가 더 좋다면 그런 것도 얘기해주지. 약효랑 관계가 있으니까.
우유랑은 먹지 말라던가 이런 것도.
특별하게 주의 사항 줘야할 것들이 흔한 감기약 처방에서는 별로 없어.
그리고 그런 처방은 수시로 받는 것이야.
막 설명하려고 하면 "얼마에요?" 이 소리부터 나와.
짜증이 나서 어떤 땐 "제가 지금 설명하고 있으니까 먼저 들어 주세요. 목 아프게 얘기했는데도 집에 가서 또 전화하시지 말고요." 이런다니까.
"하루 3번 식후 30분"
이것이 얼마나 중요한데! 모든 약이란 것이 하루 3번, 식후에 먹는 거라면 이건 하나마나한 복약지도지만 실제 약은 안 그렇잖아. 하루 1번 먹는 것도, 2번 먹는 것도, 심지어 5번 먹는 것도 있으니까. 그리고 식전에, 식중이나 식직후에, 식간에 먹는 것도 있고.
'하루 3번 식후 30분' 이거 얘기 안 해주면 어떻게 먹을 거야? 이게 기본 복용법인데?
약이란 게 부작용 없는 게 없는데 부작용만 부각시켜봐라, 약 먹을 기분 드나?
"왜 이런 약만 처방하는 거야? 나보고 먹으란 거야 말란 거얏?" 하고 짜증내지.
그리고 복약지도는 투약하면서 끝내는 게 아냐.
환자가 약을 먹는 동안 뿐 아니라 약 먹은 이후에도 할 수 있는 거야.
약국에서 약 타가서 집에 가면 궁금한 게 많잖아.
혹은 집에 가서 약 먹었는데 이상하다 싶으면 전화하잖아.
그러면 약사는 다 설명해주고 있고.
이런 걸 무시하고 '하루 3번 식후 30분"만 말한다고 복약지도료 필요없다고 할 수 있을까?
약사가 복약지도 잘못하면(너무 자세히 하면) 의사랑 싸움 난다니까.
위에 퍼온 댓글처럼 돼.
"~님, 이 처방에 고지혈증약이 두 개나 들어있네요? 몇 달이나 드셨어요? 수치가 많이 안 좋으신가요? 그 의사 선생님이 약을 좀 많이 쓰시는 편이죠." 이래 가며 과잉 처방이란 식으로 말해버리면 환자들 전부 병원으로 항의하러 가고...... 실제로 그런 약사님 계시지. 복약지도 너무 잘해서 의사가 제발 적당히 해달라고 부탁할 정도.
윈-윈-윈 하기가 쉽지 않지? 하지만 어쨌든 제 1 우선은 '국민의 건강'이어야 한다는 것.
처방 약 가짓수 좀 줄이자. 미국, 유럽 등은 처방전 하나에 2.6개인데 우리나라는 4.2개라잖아.(유시민 '대한민국개조론'에) 내가 보기엔 4.2개 정도면 양호하거든. 실제 동네약국에서 처방받는 것은 4개 이상으로 나오는 게 더 많은 것 같으니까.
(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