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레만 감독의 [고양이와 개에 관한 진실]이란 로맨틱 코미디 영화가 있었다. 우마서먼과 또 다른 여 배우 (이름은 기억나지 않는다)가 주인공인 영화다. 영화에 대한 간략한 요약은 ...음 귀찮다 검색해 보라. 성남 모란시장에서 개고기 축제란걸 한다는 뉴스를 보고 얽힌 기억으로 붙혀진 제목이다.
모란시장이란 에서 개고기 축제를 한다는 사실이 논란이 되고 있다는 뉴스. 문득 떠오른 것은 성남 모란시장 근방에 살던 고등학교 후배가 떠올랐다. 20대 초반이란 이른 연령에 결혼했었던 녀석. 아마도 그 젊은 부부는 결혼식 같은걸 생략하고 살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부부는 성남 모란시장 근처에 작은 다세대 주택에서 그들의 신혼을 시작하였고 몇 몇 지인들과 함께 집들이겸 부부의 시작을 축하하기 위한 모임이였을 거다. 실상 그 자리에 어울릴 만큼 난 그 후배와 친밀한 관계는 아니였을 거다. 그와 친한 녀석이 내 친구 였기에 꽁치 두루미 처럼 얽혀져 집들이에 참석하게 된 것이였다. 그 시절 난 할일도 별로 없이 심심한 일상을 보내던 터라 누구라도 상관 없었고 불편함 따윈 아랑곳 하지 않던 때였으니 그 집들이는 상당히 즐거웠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의 집을 찾아가는 것이 상당히 고통스럽던 기억도 함께 난다. 녀석의 신혼집이 개들이 고기가 되어 널부러져 있는 골목을 지나야만 찾을 수 있었기 때문이였다. 가스불에 까맣게 그을려져 있던 개 머리의 묘한 표정이... 빨갛고 커다란 대야에는 내장부위가 담아져 있었고 그 바로 너머엔 철장에 갇혀 있는 한무리의 누렁이들이 줄기차게 짓어 대고 있는 아이러니. 짐짓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그 골목을 지나쳤지만 금방이라도 토를 쏟아내고 싶을뿐이였다. 보신탕을 즐기는 이들에 대한 원망 또는 애견에 대한 사랑과 편견과 관계없이... 병적으로 개고기를 먹지 못한다거나 그들을 야만인 따위로 부르고 싶은 것이 아니라 개를 키우는 것 이외에 먹거리로 대하는 관경을 처음 대한 개인의 문화적 쇼크였을 뿐이였지만 마른침을 삼키며 겨우 토악질을 참아낼 수 있었다. 그곳을 그렇게 지나고 나서야 그들 부부의 다세대 주택이 자리잡고 있었다. 그만큼 싼 월세를 구할 수 없었던 이유였을 거다.
이 젊은 부부는 내게 상당히 깊은 인상을 남겼었다. 우선 연상 연하 부부가 많지 않던 때 연상의 부인이였단 것과 시시껄렁한 대학생 시절의 내가 전혀 경험해 보지 못한 삶, 생각해 보지 않던 삶을 그들이 살고 있었기 때문이였거다. 단지 어린 부부에 대한 호기심과는 다른 차원의 것. 그들 어린 부부의 삶에 대한 진지함이 내겐 그때 상당히 놀라운 광경이였다.
당시 일찍이 고등학교를 파하고 화물운송 업체에서 일을 하고 있던 후배는 가난했다. "돈 빨리 벌고 싶어서 대학에 안갔어" 라고 쑥쓰럽게 웃으며 말하는 녀석의 말이 그대로 받아 들여 지지가 않았다. 성실하고 열심히 살아가고 있던 그가 같은 직장에 경리로 일하고 있던 제수씨와의 만남에 대해 운명이라 하였고 제수씨도 그와 비슷한 궤적의 가난한 삶을 살아 왔고 또 외로웠다고 그들 부부는 한 두잔 술잔 뒤에 농담처럼 그들의 삶을 담담하게 들려 줬었다. 그리고 난 그곳 집들이에 그의 고교 동기놈들이 하나도 없다는 걸 뒤늦게 알아차렸었다. 그와 친하던 고교동기들은 모두 대학생이 되었다는 것을 친구 놈이 나중에야 넌지시 알려 줬다. 그때 거기 모인 모든 고교선배들도 모두 대학생이란 것도 나중에야 의식할 수 있었다. 아마도 그 때부터 삶의 궤적이란게 그런 이유들도 바뀌고 있다는 걸 난 어렴풋히 알게 되었을 거다.
군에 다녀와 대학에 복학을 기다리고 있던 난 그날 어린 부부에게 어떤 이야기를 했던걸까?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단지 못마시던 술을 그날 많이 마셨다는 것과 술에 취해 노래방을 나와서도 골목에서 고래고래 노래를 불렸고 주민신고가 들어와 순찰차의 순경들로 부터 주의를 들었던 기억만이 남아 있다. 제수씨는 다음날 일찍부터 맛없던 콩나물 국을 한 솥이나 끓여 주었었고 난 부끄러운 표정으로 한마디 말도 없이 콩나물 국으로 해장을 했었다.
그리고 한참을 그 녀석과 어린부부의 삶이 어떤지 나는 몰랐다. 원하는대로 돈은 많이 벌었는지 아이는 낳았는지 이젠 그 골목을 벗어나 그들이 꿈꾸던 집을 구했는지 말이다. 다만 성남 모란시장은 한동안 내게 개고기 골목과 착하고 어린 부부의 집이 함께 연상되어 떠올려질 뿐이였다. 그리고 난 그들의 근황을 알고 싶지는 않았다. 애써 모른척 했을 것이다. 모르는게 약. 그게 그들이 잘 산다는 증거라고 믿고 싶었을 거다. 그들이 그 뒤 겪었을 절망의 시간과 외로움을 그 성실함과 순수함으로 극복해 낼을 거라고 그 가난이 만만치 않았음에도 그들이 그때처럼 착한 웃음으로 극복하기를 바랬다. 진심으로...
십여년이 흐른 후 친구를 통해 그 후배 부부소식을 풍문으로 들을수 있었다. 한동안 모은 돈으로 애완견을 길러 분양하는 일을 했었다는 사실과 그일로 상당한 돈을 만질수 있었지만 오래지 않아 실패했다는 것과 그로인해 이젠 더이상 그들이 부부가 아니란걸 알게 되었다.
성남 모란시장의 개고기 축제는 결국 열지 못했다고 한다. 동물 자유연대는 이런 기획 자체가 어이 없다 라며 "개고기를 먹고 안먹고를 떠나 개고기 식용을 반대하고 반려동물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개고기 판매 되고 있다라며 축제라니 국내외적인 망신거리가 될 것" 이라고 저지의사를 밝혔다.
개고기축제의 당위성 여부와는 관계는 없는 글인데 반응이 요상하네. ㅠㅠ
근데 개고기축제 하지 못할 이유도 없다. 동물 보호도 필요하겠지 근데 더 필요한거 사람사는 세상부터라고 하면 좀 오버인가?
솔직히 애완견이란 개념이 난 좀 마뜩잖다. 넘쳐나는 유기견들과 식용개 사이에서 어떤 것이 더 비인륜적 걸까? 비슷한거 아닌가.
좀 다른 얘기지만 처음 뉴스를 볼때 축제라고 하니 이청준 소설 [축제]가 떠올려 지더라.
본글에서 축제란 느낌이 그것과는 다른건 맞는데 어쩐지 죽음과 삶 사이의 아이러니와
희망과 절망의 차선 한가운데 선 기분이 드는건 비슷하더라...
마치 축제란 단어가 (삶에서) 화해가 되기도 하겠단 생각까지 들었다.
요즘은 반려동물이라는 말을 많이 쓰지, 애완견이란 말 자체가 동물사랑의 취지와는 동떨어져있는 말이니.
반려동물과 함께 하는 사람들은 유기견 문제도 점점 신경많이 쓰는 걸로 알고있다.
키우다 버리는 말그대로 애완견을 원하는 사람들이 정말 문제다. 그런 사람들 때문에 돈벌이로 상품화되고 어떤 개들은 종견으로만 살다가 식용으로 팔리고.
그 후배 이야기에 관해서는 맘이 편치는 않은데 딱히 할 말이 없어서.
나는 내 인생에 관한 중요한 결정은 가장 이기적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거든.
나부터 잘 살고 봐야 주변 사람들이 나를 불편해 하지 않고 괜실히 미안한 감정을 가질 필요가 없으니까.
다만, 시대를 역행하는 일이 한둘이 아닌 요즘 개고기 축제라는 게 열릴뻔 했다는 소식까지 들으니 참 뭐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내가 돼지고기, 닭고기 좋아하는 것처럼 취향 문제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그냥 역겹기부터 한 건 어쩔 수 없거든.
그런 시장이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네.
일체 유심조
한우 축제는 되고 개고기 축제는 안되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소는 잡아먹어도 되고 개는 안되고 원숭이 잡아먹는 종족도 있는데 우리가 야만시 혹은 비난한 적 있나요.
심지어 식인종도 있는데.구사대 동원하고 공권력 동원하여 사람을 죽이는 넘이나 식인종이나 머가 다르지.
(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